집을 살 때나 사업을 할 때, 사람들은 돈을 빌린다. 큰 돈을. 물론 자동차를 사거나 도박을 하거나, 투자를 할 때 돈을 빌리는 사람들도 있다. 살면서 항상 이렇게 큰 돈만 필요한 건 아니다. 수백만원이 부족해 돈을 융통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마다 사정은 다르고, 여러 가지 이유로 다양한 규모의 돈을 필요로 한다.

수요자는 이처럼 다양한데, 한국에서 대출 시장은 딱 2가지로 나뉘어져 있다. 사채를 제외한다면, 금융권과 비금융권이 전부다. 금융권에서도 은행에서는 시중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지만 저축은행으로 가면 대출금리가 갑자기 20%로 치솟는다. 물론 비금융권(대부업체)에서는 비교도 안되는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야 한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사실 이 문제를 그리 골똘히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렌딧의 김성준 대표는 이 문제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물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생각하고 조사를 한 결과 그는 새롭게 도전할 수 있게 됐다. 관심과 집중의 놀라운 힘이다.

올라웍스 출신 연쇄창업가

201110월의 어느날.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김성준 대표를 처음 봤다. 당시 그는 스타일세즈(Stylesays)라는 스타트업을 미국에서 갓 창업한 시점이었다.

인텔에 매각된 유명 벤처기업 올라웍스 창업멤버였던 그는 카이스트(산업디자인) 재학중 선배들과 창업을 해 젊은 나이에 일찌감치 성공을 거둔 인물이었다. 재학중 창업을 했던 그는 퇴사를 한 뒤 복학해 졸업을 했고 스탠포드대학교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하지만 내가 그를 봤을 때는 이미 학교를 중퇴하고 다시 사업에 뛰어들었던 시점이었다.

당시 그는 상당히 조심스러워했다. 사업이 초창기였기 때문이었으리라. 보여줄 만한 서비스가 나오기 전에 언론에 노출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는 것 같았다. 4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고 다시 그를 만났을 때 그때의 일이 화제가 됐다.

잘 안됐어요.”

왜 그랬을까요.”

처음엔 커뮤니티 기반으로 시작을 했죠. 나중엔 사용자를 모아서 커머스를 하겠다는 거였는데 사이즈가 너무 안나왔죠. 30만명 정도? 그 정도 커뮤니티 인원 갖고는 커머스가 제대로 돌아가질 않더라구요. 물류에 대한 투자를 하는 것도 어려웠구요. 2014년까지 이것저것 시도를 해 보면서 변화를 모색했어요. 그런데 의미있는 성장세를 보이지 못했습니다. 그 시점에서 고민이 되더라구요. 계속 피봇을 할 건지, 아니면 여기서 접을지.”

고민을 하던 그는 한국에 들어왔다. 자금이 없어 대출을 받으러 은행을 찾았던 그는 한국의 대출 시장이 뭔가 이상하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서 그는 기회가 있음을 알았다.

<렌딧 창업멤버. 왼쪽부터 김유구 이사, 김성준 대표, 박성용 이사.>

신용등급 3-7등급 위한 7%대 대출상품

은행에 갔더니 대출이 아예 안되더라구요. 한국을 떠난지 5년이 넘으면서 신용 정보가 없다는 거에요. 그건 이해가 됐죠. 그런데 그 다음 선택지가 없더군요. 저축은행을 가던가, 대부업체로 가야했어요. 저축은행을 갔더니 대출금리가 20%를 훌쩍 넘더군요. 대부업체는 물론 더하구요.”

그는 돈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렇게 터무니없는 이자를 낼 생각은 전혀 없었다. 미국 경험이 있는 그는 미국의 대출서비스 렌딩클럽(P2P 대출 서비스 세계 1위 업체)에 접속했다. 7%대면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나왔다. 서류 수십장에 싸인을 해야 하는 한국의 은행 대출과도 확실하게 달랐다. 클릭 몇 번이면 7%대 금리에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대출 시장이 이상하다고 판단했다. 4-5% 금리의 대출 시장과 20%대 금리의 대출 시장밖에 없을까. 그의 말을 들으면서 나 역시 똑같은 의문을 갖게 됐다. 대부업체의 폭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우선 대부업체는 고비용 고위험 사업을 한다는 측면이 있다. 신용등급 8,9,10등급에게도 대부업체는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개인 파산 위험이 높다. 추심업자, 전문가 등을 고용해야 하고 돈을 떼일 위험도 높다. 그렇기 때문에 고금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물론 거의 독점적인 사업을 영위한다는 이유도 있다. 굳이 저금리로 하지 않아도 장사가 된다는 뜻이다. “국내 대부업계를 보면 대부분 일본계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축적한 경험이 많고 전문가를 다수 보유한 일본계 업체들이 한국 20조원 신용대출 시장 중 5조원을 가져가고 있는 거죠.”

저축은행이 20%대 대출 상품을 고수하는 것은 운영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우선 지점을 만들어 관리하는 비용이 들고 지점운영에 따른 인력이 소요된다. 비효율적인 것은 은행 등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수백개에 달하는 지점 운영, 부동산 비용, 인건비, 각종 상품 개발비 등이 든다. 대출을 받으려면 창구를 방문해 수십개의 서류에 싸인해야 하고 신용카드도 만들고 적금도 들어야 한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귀챦은 과정이 너무 많다.

그는 렌딩클럽과 같이 한국에서도 7%대 대출이 가능하다고 봤다. 은행권과 달리 이런 오프라인의 번잡함이 없다. 모든 과정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대부업체와도 차별화된다. 리스크가 높은 8,9,10 등급보다는 신용등급 3등급에서 7등급까지가 주된 타깃이다.

신용등급 평가 등 차별화

자 그럼 여기서 물어봐야 한다. 어떻게 렌딧은 이런 서비스가 가능한 걸까. 아무리 지점 비용 등이 들지 않는다고 하지만, 어떻게 은행이 돈을 빌려주지도 않을 신용등급 6등급, 7등급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 줄 수 있을까. 그리고 빌려주는 돈은 어디서 날까.

주지하다시피 대부업체들은 은행에서 5% 저리에 돈을 빌린다. 그리고 그 돈을 저신용자에게 빌려주면서 30-40%대의 금리를 받는다. 그 대신 리스크를 짊어지는 구조다. 렌딧은?

렌딧은 투자 형식을 취했다. 18개월에 8.4%의 투자수익률이 나오는 상품을 만든다. 36개월짜리는 수익률이 10%에 달한다. 이 상품에 외부 투자자들이 투자를 한다. 이렇게 투자를 받은 돈으로 렌딧은 대출을 해 준다. 가장 신용이 좋은 사람에게는 4%대에서 시작해서 상환능력, 신용등급 등에 따라 금리가 조금씩 달라진다. 투자금은 대출자 한 사람에게 몽땅 가지 않는다.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여러명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이 돈을 여러 대출자에게 나눠서 대출해준다. 이 부분이 최근 생겨나고 있는 다른 P2P대출업체와 구별되는 점이다.

렌딧은 신용등급에 대한 구분이나 이들에 대한 분석에 있어서도 기존 은행권 등과 차별화된 방법을 쓰고 있다. 우선 NICE등 신용평가 회사로부터 받은 수많은 자료 중 10가지 기준만 갖고 10등급으로 나눈 은행들에 비해 렌딧은 100가지 항목을 활용한다고 한다. 신용등급을 100단위로 분석하는 셈이다.

은행에서는 7등급인 사람에게는 신용대출을 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렌딧에서는 그 사람의 신용 변화를 봅니다. 9등급이었다가 7등급으로 오른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렌딧에서는 대출이 가능합니다.”

렌딧 사이트에 가입해 이뤄지는 행동도 분석한다. 예를 들어 무조건 최대치로 빌려서 최장기간에 갚겠다고 하는 사람은 좀 무계획적인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신중하게 금액과 기간 등을 조정해가며 고민하는 사람은 상환능력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런 사람의 행동패턴을 연구해 그 사람에 대한 금리 결정시 적용하는 것이다.

SNS 등에 대한 분석도 하는 등 한층 정교화할 계획이다. 술을 얼마나 자주 마시는지, 평소에 어떤 생활 패턴을 보이는 지, 오타가 많은지, 밤에 항상 포스팅을 하는지 등이 주된 체크 대상이다. 미국의 대부업체들은 이런 차이에서만 상환능력이 15% 달라진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런 식의 정교한 작업을 하려면 이걸 할 만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 렌딧의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은 김 대표의 스탠포드 대학원 동기이며 통계학을 전공한 인물이다. 삼성화재에서 보험 고객의 위험도를 평가하고 상품을 개발하는 등 이런 분야의 업무에 특화돼 있다. 또 한 명은 콜럼비아 대학원에서 국제금융을 정공하고 삼성화재에서 자산운용 경력이 있는 금융전문가다.

김 대표는 일단 3-7등급의 서민들을 위한 합리적인 대출 시장을 일으키려고 하고 있다. 현재 1회당 평균 대출금액은 1800만원이고 대부분 대환대출이다. 즉 기존 높은 금리에 빌린 돈을 갚기 위해 대출을 갈아타는 유형들이다. 평균 대출 금리는 8.44%. 가장 낮은 금리는 4.5%. 가장 높은 금리는 15%. 그는 향후엔 부동산 담보대출 쪽으로도 진출할 생각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 대출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다.

미국에서 한 해 신용대출로 나가는 금액 규모가 70조원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20조원에 달해요. 인구 규모나 경제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엄청난 시장인 거죠. 그런데 이 시장을 저축은행과 은행권, 대부업체들이 다 갖고 있습니다. 서민을 위한 합리적인 중간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 거죠. 하지만 그렇다고 외국의 P2P대출 모델을 그대로 한국에 들여와서는 소용이 없습니다. 틀은 유지하되 한국 시장의 특성에 맞는 상품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겁니다. 우리는 이 시장을 잡을 겁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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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벤처스는 이 블로그에서도 몇 차례 소개한 적이 있는데, 한국의 독특한 건강보험제도와 의료 시스템이 갖고 있는 정보 불일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는 벤처기업이라는 게 개인적인 판단. 이번 합병이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갑니다.

모바일 헬스케어 스타트업 메디벤처스가 IT를 기반으로 한 11 주치의 서비스 닥프렌즈, ·의원 마케팅업체 DS엔터케이션, 병원 개원 디자인 전문회사 메디컬디자인 등 3개사와 14일 합병했다. 

통합 법인의 명칭은 메디벤처스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MMS(Medical Mobile Service)본부와 병원 통합 마케팅 플랫폼을 제공하는 MMP(Medical Marketing Partner)본부 등으로 조직을 꾸렸다. 신철호 전 닥프렌즈 대표는 이사회 의장을, 황진욱 메디벤처스 대표는 통합 법인의 대표를 맡는다.

합병으로 메디벤처스의 고객 기반은 250만명, 병의원 관련 정보는 1800여 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메디벤처스는 '모두에게 주치의를(one doctor per human)'이라는 모바일 주치의 서비스의 비전을 제시했다.

기존 메디라떼, 메디노트 등 모바일 서비스들은 환자와 의사를 이어주는 플랫폼인 '닥톡'으로 통합된다. 사용자 누구나 손쉽게 주치의를 만날 수 있게 해 주는 게 목표다. 메디벤처스가 합병 전 구축한 각종 상담데이터 등도 활용된다. 의료정보 검색은 물론, 진료정보를 활용한 의료진 상담이 가능하다.

병의원 통합 광고 플랫폼(MMP, Medical Marketing Partner)은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과의 연계를 강화한다. 전자차트 및 초진패드 제공, 모바일 빌더 및 CRM, 상담 데이터의 검색 최적화 등 서비스를 통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제공한다.

합병 후 메디벤처스는 6월 현재 약 4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회사는 모바일 주치의 서비스와 병의원 광고 플랫폼 시너지를 위해 모바일 헬스케어 분야의 기업들을 추가 통합할 예정이다.

이들이 눈에 띄는 점은 스스로 자신들의 약점도 밝혔다는 것. 역설적으로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여러 서비스를 통합한 통합 플랫폼이 필요함을 보여준 것이다.

황진욱 메디벤처스 대표는 국내에만 머무르고 있는 사업 구도, 사용자 액티브 활동이 낮은 모바일 주치의 서비스에서 환자와 의사 연결을 통해 수익화 해야 하는 점, 모바일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문제 등이 현재 약점이라며 합병을 통해 이런 약점을 커버하고 빠른 시간 내에 성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by wonkis

            <합병 메디벤처스 경영진. 앞줄 왼쪽 앉은 이가 합병 법인의 황진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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