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번에도 형제 창업가다. 그런데 지금까지 여러차례 형제 창업가들을 소개할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 소개하는 형제들도 남이 모른 채 보면 정말 형제인지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모든 면에서 판이하게 달랐다. 대학교수이자 뇌 과학의 전문가인 형과 창업 경험이 있고 IT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동생이 힘을 합쳐 뇌과학분야에서의 창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했다. 뉴로게이저다. 

◆다른 길을 가던 형제의 의기투합

서울대 경제학과 85학번인 이대열 교수는 대학 시절 심리학을 부전공으로 하면서 정신분석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하지만 과학적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정신분석에 한계를 느낀 그는 신경과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석사과정 진학을 준비하던 중 미국 유학길에 오르게 된다. 미 일리노이대에서 신경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미네소타대학교에서 박사후과정(포닥)을 한 뒤 2006년부터는 예일대학교에서 신경생물학과 교수로 재직을 하고 있다.

 형이 열심히 학업에 매진하고 있는 동안 동생 이흥열은 사업에 열정을 불태우고 있었다. 경영학(87학번)을 전공으로 한 이흥열은 광고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다가 칸커뮤네케이션이란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기도 했다. 2011년부터는 크라우드긱스라는 회사를 창업하는 등 IT 분야도 경험했다. 이 무렵부터였다. 이대열 이흥열 두 형제가 만나서 뇌과학의 활용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 시점이. 

 이대열 교수는 뇌신경과학, 즉 뉴로사이언스와 IT의 접목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의식을 가졌다고 한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3년동안 하면서 고민했다고 하니, 상당한 시간동안 이런 저런 아이디어가 오갔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는 우리의 뇌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것. “스킨케어는 열심히 하쟎아요. 그런데 왜 Brain Care는 없을까. 이런 생각을 했죠.”

 사실 이런 생각을 안해봤는데, 그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것도 있을 법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는 왜 이런 기상천외한(?) 생각을 했을까. 물론 자신의 전공이 뇌과학이기때문이다. 그래도 학문의 길을 가던 사람이 사업에 대한 꿈을 갖게 되는 게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뇌가 크면 머리가 좋을까요. 나쁠까요.” 이 교수가 갑자기 물어왔다.

 글쎄. 내심 뇌가 큰 사람이 머리도 좋을 것 같지만 왠지 너무 1차원적인 생각인 것 같아 잘 모르겠다고 했다. “뇌가 크면 머리도 좋습니다. 과학적으로도 이것은 상당한 근거가 있습니다. 뇌의 크기와 지능은 상관관계가 있죠.”

 그는 10년 동안 원숭이 뇌를 연구했다. 물론 인간의 뇌에 대한 직접적인 연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뇌과학분야에선 원숭이 뇌 연구를 통해 오랜 시간동안 연구결과를 축적해 간접적으로 인간의 뇌를 파악해왔다. 그동안 뇌에 대한 연구는 매우 천천히 발전해왔다. 과거 해부학적인 뇌는 죽은 사람의 뇌를 통해서만이 파악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뇌의 작동원리를 이해하는데는 턱없이 부족했다. 훗날 뇌파 연구가 가능해졌고 씨티촬영을 하게 되면서 살아있는 사람의 뇌를 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뇌의 세세한 부분까지는 알 수가 없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1990년대 들어와 FMRI가 대중화되면서 뇌의 어느 부분이 에너지를 많이 쓰는지 알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속도가 너무 느렸어요. 2초 이상 지연이 됐거든요. 사실상 그림을 그리기 어렵다는 뜻이죠.”

 그래도 뇌파와 MRI 등을 통한 연구가 진행되고 데이터가 쌓이면서 인간의 뇌에 대한 그림이 그려졌다. 이대열 교수는 축적된 연구결과물을 연구하고 분석하면서 뇌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인간이 처한 어려움이나 의사결정의 상당 부분을 해결해주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여기서 그의 문제의식이 싹텄다. “자 이걸 어떻게 사람들에게 알려서 삶에 도움이 되게 할까.”

 아무래도 연구결과물을 대중적으로 알리려면 사업화하는 게 가장 빠른 방법. 이런 걸 같이 고민하기엔 사업가 경험이 많은 동생이 최적이었다. 함께 머리를 맞댄 형제는 이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기로 한다.

◆자신의 뇌에 대해 알 필요와 권리가 있다

 이렇게 해서 설립된 뉴로게이저(Neurogazer). 이름이 좀 어렵다. 하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기도 하다. 이흥열 대표에 따르면, 이 이름은 스타트렉이라는 SF시리즈물에서 따 왔다고 한다.

 “스타게이저(stargazer)라는 우주를 항해하는 우주비행선이 나오거든요. 우주를 항해하는 스타게이저처럼 뇌의 무한한 영역을 항해하는 사람들이 모인 우주모함을 상상하며 ‘뉴로게이저’란 이름을 짓게 됐습니다.”

 이름은 상당히 거창하지만,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사실 심플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뇌에 대하 알 권리가 있다는 것. 그리고 뇌에 대해 알게 되면 생활의 많은 부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뉴로게이저는 이 작업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업이 되겠다는 게 이들의 목표로 여겨진다.

 2013년 10월 이대열 교수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사업화 작업이 본격화됐다. 이대열 교수는 뇌과학, 또는 인지신경과학이라는 이 분야의 연구결과물이 제대로 (과장되지 않고) 사업화되려면 전문가들의 자문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우선 과학자문위원회를 결성했다. 2014년 4월이었다. 

 과학자문위원회에는 우선 이대열 교수가 들어갔고,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 심리학(뇌행동 심리학) 박사인 김학진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여기에 팀 비커리 (Timothy John Vickery) 미 델라웨어대 심리학과 교수(하버드대학교 심리학 박사), 강효정 중앙대 생명과학과 교수(아주대 의과대학 신경약리학 박사)도 참여, 총 4명으로 구성된 과학자문위원회가 만들어졌다. 

 과학자문위원회는 뉴로게이저가 하는 인지신경분야의 사업이 과학적으로 얼마나 타당한지는 검증하고 자문하는 역할을 맡는다. 쉽게 말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그런 것은 사업화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올 5월20일에 드디어 뉴로게이저 법인을 설립했다. 현재는 프로토타입의 서비스가 나와 있는 상태다. 4분기께 정식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개인 및 기업 등에게 특화된 뇌 분석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1차적인 목적입니다.” 이흥열 대표의 설명.

 뇌 분석 정보라는 게 뭘까. 그걸 어떻게 전달한다는 것일까. 뉴로게이저가 추구하는 정보전달이란, 난해한 과학의 결과를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는 앱과 미디어를 통해 한다는 것. 이를 이흥열 대표는 ‘인지신경과학 기반 자동화 인포테인먼트’라고 말했다. 간단하게 말한다고 했지만 그래도 어렵게 받아들일 수 있다. 뉴로게이저의 가장 큰 숙제는 이것일 것이다. 사람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다. 편리하고 재밌고 직관적(intuitive)인 정보 사용자 문화를 창조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지만 뇌 정보를 얻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뭔가 도움이 돼야 한다. 재미를 위해서라면 이보다 훨씬 재미있는 것들이 널려있기 때문이다. 

◆뇌 정보 서비스의 개척자

이흥열 대표와 이대열 교수가 준비중인 서비스 일부를 보여줬다. MRI로 촬영한 뇌 사진 정보를 입력하면 자신의 뇌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제공된다. 물론 이 뇌 정보는 MRI 촬영을 한 사람이 각자 동의한 상태에서 개별적으로 입력돼야 한다. 입력 주체야 병원이 될 수도 있겠지만 개인이 동의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기본적인 MRI 사진정보가 들어가면 뇌의 크기(용량)가 어떻게 되는지, 뇌의 부위별 나이가 실제 나이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등의 정보를 제공해준다. 뇌의 특정 부위 또는 기능이 실제 나이보다 많다면 그 부분의 기능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 즉 건강이 나빠지거나 신체 특정 부분의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이런 정보를 알면 주의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이런 정보는 건강 뿐 아니라 교육 서비스나 교육관련 프로그램에 활용될 수도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이 되는 건가요?”

 “뇌는 몸의 모든 활동을 제어합니다. 피아노를 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테니스를 치고 글씨는 쓰는 등 우리가 평소에 하는 많은 활동들이 사실 운동신경과 시신경이 연결되고 제어되어야 할 수 있는 일들이죠. 그런데 이게 뇌가 발달하고 성숙해지면서 함께 발달하고 원활해지는 거거든요. 이 기능이 제대로 발달하기 전에 뭘 해봤자 잘 안되는 게 이런 이유때문입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음. 그러니까 예를 들면 피아노를 배운다고 칩시다. 어떤 사람은 5살 때 배워도 잘 따라오지만 어떤 사람은 10살이 넘어도 피아노를 잘 배우지 못합니다. 이게 흥미나 재능의 문제일수도 있지만 뇌 신경의 발달이 아직 이뤄지지 않아서 그런 경우도 많다는 겁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이런 정보는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한국에서 제법 많은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이런 정보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와 함께 이런 정보를 어떻게 가공해서 상품화하느냐의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 이흥열 대표는 신뢰성을 해결하기 위해 자문위원회를 뒀다고 설명했다. 가공해서 상품화하는 문제는 앞으로 풀어가야할 일이다. 

 “뇌 영상 정보를 활용하면 정신건강상의 취약성, 폭력범죄에 대한 선호성, 외향성, 신경증, 위험회피, 비관, 고집,  공감능력 등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개인의 지능이나 문제해결능력, 같은 학습과정을 겪고도 학습효과와 성취의 차이가 나타나는 요인, 사고방식 및 의사결정 프로세의 차이, 예술적 기질이나 특화된 분야의 탁월한 천재성 등과 관련해서도 뇌영상을 분석해 신경해부학적인 근거를 파악하는데 활용하기도 합니다.”

 뉴로게이저가 엄청난 잠재된 시장의 가능성을 열어젖힌 것일까. 아니면 논란의 근원이 될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일까. 물론 이들은 전자라는 확신을 갖기에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뇌 정보가 현재 우리가 접한 문제들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런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확신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과학계에서 논의되고 연구된 수많은 이와 관련된 정보들 중 일부만 의료계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을 뿐 일반인들의 영역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있기에 이들이 뇌정보 서비스에 도전하는 것이다.

 “뇌의 성장기에 있는 유아, 청소년의 적성과 성장상태를 이해하기 위해서, 혹은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되어있는 장년층의 보다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서나 연장되어가는 인간의 수명에 따라 보다 건강한 뇌의 관리를 위해서 기업의 특수한 의사결정을 위해서든 뇌의 정보는 우리의 삶에 있어 많은 시간적 비용을 줄이는데 기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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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멀리서 한 남자가 커다란 플라스틱 박스를 들고 나타났다! 한 눈에도 그가 아이엠박스 남성훈 대표임을 알 수 있었다. ‘박스의 실제 크기를 보여주고 싶어 들고나왔노’라는 그에게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자랑스럽고 매우 즐겁게 일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박스는 도대체 뭐에 쓰이는 박스일까. 그와 그의 회사는 어디에서 기회를 찾은 것일까. 이제부터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두 번의 실패

고심끝에 과를 선택해 대학에 들어갔는데, 그 전공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 크게 다르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는가. 건국대학교 영상학과 남성훈 학생의 경우가 그랬다. 물론 그가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영화판에서 일을 해보기도 하고 어떻게 진로를 잡아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그랬으리라. 

 그래서 그는 일찍 창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름의 돌파구를 창업에서 찾은 것일까. 지금 사업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면 그래도 일찌감치 자신의 적성을 잘 찾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제는 그렇게 말 할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는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

 하여간 그는 대학의 수업과정을 활용했다. 창업 관련 수업도 듣고 어떻게 창업을 할 것인지도 고민했다고 한다. 졸업하고 바로 창업에 나선 것은 진짜 해봐야 알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 처음엔 창업도 전공과 관련이 있는 분야에서 시작했다. 캐릭터 디자인이나 일러스트 디자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또는 회사)과 디자이너를 연결해주는 사업이었다. 2010년의 일이었다. 이런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있었지만, 당시의 그에겐 절실함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는 “기업가 정신이 부족했다”고 표현했다. 물론 경험이 적었다는 것도 한가지 이유였다.

 첫 창업이 (비록 개인사업자 단계였긴 했지만) 실패로 끝나고 난 뒤 그는 회사에 취직했다. 사회생활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서였다. 그런데 왠걸. 이 회사가 6개월만에 망해버린다. 방송·영상 분야의 벤처기업이었는데 그의 표현에 따르면, ‘벤처였지만 유명세를 타고 있었고 전도가 유망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회사였다고 한다. 

 취직에서도 뜻밖의 암초를 만난 그는 다시 스타트업에 도전했다. 이번엔 보다 IT(정보기술)에 특화된 분야였다. 전기공학부 친구들이 만든 오픈와이즈라는 회사에 초기 멤버로 들어갔다. 여러명과 함께 일하면서 일을 배워가는 재미가 쏠쏠했다고 한다. ‘얼굴빨개지는 영어’라는 교육용 앱을 만들어 한때 국내 영어 앱 중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성과가 나오고 일이 재밌어지면서 성공에 대한 꿈에 부풀기도 했다. 하지만 그 길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오프라인에 더 큰 시장이 있다

오픈와이즈는 단순히 앱 개발사가 아니었다. 앱도 만들었지만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아웃소싱도 했다. 그 중에는 웨어러블 기기에서 TV나 모니터 등을 동작센서로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제작을 맡기도 했었다. 서비스 앱도 개발하고,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외주를 맡을 수도 있는 그런 회사였다. 다양한 업무 처리가 가능했지만 그러다보니 회사의 비전과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이견도 존재했다. “하드웨어 쪽을 계속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저는 서비스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서로 생각이 다르다보니 각자 갈 길을 가게 됐죠.”

 이렇게 그는 그 팀을 나왔다. 그가 합류한 지 1년 남짓 지난 2013년 11월의 일이었다. 남 대표는 모바일 사업을 하면서 오히려 모바일의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 “아무리 기술력이 있고 운영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모바일만 해서는 스타트업이 한계가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기술력이 정말 특출나지 않고는 어려운 분야더군요. 결국 모바일 서비스를 제대로 하려면 오프라인의 요소를 접목해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이런 생각에 그는 오프라인 관련 업무를 하는 회사에 취직해 일을 배우기로 했다. 자신이 아는 게 너무 적다는 판단때문이었다. 그가 들어간 곳은 배달주문 앱 회사. 완전히 오프라인쪽은 아니다. “수익모델이 어떻게 나오나, 일이 어떻게 돌아가나 이런 게 궁금했어요. 이런 걸 모르고 창업할 순 없죠.”

 올초 넉달간 이 회사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그는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도 구상했다. “처음엔 공유 관련 사업모델을 고민했어요. 그런데 선배들의 조언도 얻고 사업아이템도 고민하다보니 공유는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죠.”

 그러다가 도달한 것이 물품보관. 자신의 자취생활 경험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물론 외국에는 이미 관련 서비스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그를 자극한 측면도 있다. “제가 자취를 하다보니 이사 날짜가 맞지 않거나 해외 여행 등의 이유로 물건을 잠깐씩 맡겨야 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미국에서는 메이크스페이스나 박스비(Boxbee)와 같은 물품보관 서비스가 이미 많이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그런 서비스가 없는 것 같아요. 점점 이동이 많아지고 1인 가구가 늘어나고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들이 늘어날수록 물품보관 수요는 증가할 게 분명하거든요.”

 사실 비슷한 서비스를 이미 이삿짐 센터나 포장이사 업체에서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대부분 대용량 짐만 처리한다는 것. 그리고 이 사업을 포장이사의 부수적인 업무로 여기고 있다는 점.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여기에 자신의 물건을 맡기길 꺼린다. 훼손될 것을 우려하기도 하고 소중히 다뤄지지 않을 것을 걱정하기도 한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경험상 이런 우려는 기우가 아니었다는 것이 입증되기도 했다.

◆찾아가는 물품보관 서비스

아이엠박스의 차별화 포인트는 여기에 있다. “아이엠박스는 이삿짐처럼 막 보관하지 않습니다. 프리미엄서비스로 기획됐습니다. 박스에 담아 소중하게 보관해드립니다.”

 그가 회사를 설립한 것은 올 5월. 처음엔 가격경쟁력을 생각해 싸게 내놨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돈을 더 주고서라도 자신의 사연이 담긴 물건들을 소중하게 보관해주길 원했다. 그래서 아이엠박스는 즉시 프리미엄 서비스로 변신했다.

 첫번째 고객군은 대학생이다. 교환학생으로 나갈 때, 이사 날짜가 어긋날 때, 기숙자 재배치 시기에, 방학 기간 중에 대학생들의 수요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중국에서 오는 유학생들이나 여행객들도 이 서비스를 찾는다고 한다. 짐을 맡기고 싶은 사람들을 찾아가 짐의 규모와 기간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남 대표의 설명. 맡길 물건이 있는 사람이 홈페이지나 전화 등을 통해 요청을 하면 직원이 직접 찾아가 계약서를 작성하고 물건을 맡아 보관해주는, 간단한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찾아가는 프리미엄 물품보관 서비스가 아이엠박스의 모토. 주로 학생과 이사 수요를 겨냥한 서비스로 보여진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수 있다. 최근 남 대표는 매장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들이 재고관리와 물품보관에 애로를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중소매장과 계약을 체결해 평소엔 물품보관을 해주는 것은 물론 재고관리까지 해주면 B2B 매출이 고정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단숨에 회사의 캐시카우가 될 수도 있다. 중고품 판매 대행도 가능하다. 중고품을 매입한 후 튜닝을 통해 제품의 가치를 높여 되파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아직 투자를 받지 않은 그는 서비스 안착에 우선 힘쓴 다음에 투자를 받겠다고 한다. 시장수요나 예상 시장 크기 이런 것들을 페이퍼워크를 통해 만들어내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 그 시간과 돈을 차라리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쓰겠다는 것이다. “점점 물건을 보관하는 시간과 장소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부담은 커질 겁니다”라며 “앞으로 물품보관과 관련된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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