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와서 익숙해지는 것 중 하나가 '장거리 운전'이다.얼마 되지도 않았지만,정말 여기엔 장거리 운전과 관련된 온갖 전설과도 같은 얘기들이 많다.차를 몰고 이틀만에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왔다는 둥의 그런 얘기 말이다.

미시간에서 오랫동안 살다온 친구에게 들은 재밌는 얘기 중 하나는 '짜장면 먹으러 300마일을 운전해서 간다'는,이른바 '뚝방 전설'같은 그런 옛날 얘기들이다.(맞춤법 상으로는 자장면이 맞지만,구어체 어감을 그냥 살리기 위해 여기선 짜장면이라고 쓰기로 하자)
1960,70년대에 미국에 이민왔던 분들 중에는 짜장면이 너무나 먹고 싶어서(아주 오랫동안, 이를 테면 4-5년 정도 짜장면을 못 먹다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하지만 나는 불과 한달 짜장면을 안 먹고도 그 심정을 이해하게 됐다) 유일하게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중국음식점에 가서 짜장면을 먹기 위해 300마일 정도를 차를 몰고 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300마일이면 480킬로미터다...대략 봐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거리보다 멀다.이 정도의 거리를 짜장면을 먹기 위해 간다? 말도 안되는 소리로 들리기 쉽다.물론 예전의 그 분들도 순전히 짜장면 만을 먹기 위해 가진 않았을 거다.몇달 동안 자르지 않은 머리도 좀 손질하고(미국 미용실은 예나 지금이나 머리 손질이 서투르다) 한인 마켓에 가서 장도 보고 등등.

그래도 분명한 것은 가장 핵심적인 동기는 '짜장면'이라는 거다.사실 김치 구하기는 차라리 쉬워도 제대로된 짜장면 먹기는 세월이 한참 지난 지금도 여전히 쉽지 않다.

지지난 주말에 친구와 함께 우리 차를 몰고 우리 집에서 정확히 407마일 떨어진 얼바인에 다녀왔다.spring break를 이용해 6박7일간의,여기 와서 가장 긴 기간 동안 여행을 한 셈인데,5번 도로를 타고 그야말로 계속.계속 달렸다.

처음엔,407마일을 어떻게 가나 싶었다.얼추 계산해도 650킬로미터 정도 되는데 당초 친구랑 같이 차를 번갈아 가면서 몰면서 가면 되겠지 했는데 가다보니 그냥 혼자 운전해서 가게 됐다.더욱 놀라운 건 아이였다.해가 쨍쨍 내리쬐는 5번 도로에서 그냥 직사광선을 받으면서 8시간을 달렸는데,칭얼대지도 않고 그냥 조용히 앉아서 따라왔다.(한국에서 훈련을 한 보람을 느꼈다 ㅎㅎ)

짜장면 얘기를 꺼낸 건 나도 여행 중간에 LA에서 한국인이 하는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을 먹었기 때문이다.정말 맛있게 짜장면과 탕수육을 시켜서 온 가족이 먹다가 문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짜장면 먹으러 400마일을 달려온 셈이 됐나?"

하여간,여행을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거의 사막의 태양과도 같은 캘리포니아 5번 도로의 무지막지하게 내리쬐는 태양을 받으며 그냥 차를 몰아 왔다. 불과(?) 7시간만에 집에 도착하고 나서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여기서 300마일 정도는 그냥 동네 운전해서 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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