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이던 1992년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또는 상실의 시대)을 처음 접했을 때는 주인공의 나이에 대해 사실 아무 느낌이 없었다. 서른 일곱살의 주인공 와타나베는 18년전 청춘 시절에 겪었던 삼각 관계에서의 아픔이 그의 성장기를 거쳐오면서 반복되는 인생을 살아왔다.37세의 남자가 비행기 안에서 두통을 느끼고 옛사랑의 추억을 되새기면서 이야기는 시작되고,상실의 시대를 살아온 그 젊은이의 방황 속에서 이야기는 끝난다.

좋다.이야기가 어찌됐든, 주인공은 37세의 남자였다.그때는 그게 딱히 와닿지 않았던 것 같다.그냥 그 37세의 남자를 19세인 나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아니면 주인공의 나이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루키의 또다른 소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에 나오는 주인공 하지메도 37세로 등장한다.이 책의 표지에 나와있는 카피 문구는....지금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첫사랑의 기억에 목놓아 우는 중년 남자의 고독' 뭐 대략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 37세, 중년의 남자가 주인공이다.

중년?

정말 낯설다.충격이다.

37세를 맞이한 2010년 거울을 보면서 오랫동안 생각지도 않았던 그 소설의 주인공들이 떠오르면서 '중년'이라는 단어가 엄습해 왔다.어느새 이런 나이가 됐단 말인가!!

그런데 '추하지 않은 중년이 되자'는 다짐이 스쳐간 것도 잠시,너무도 이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내가 생각했던,또는 막연히 그렸던 37세? 또는 중년의 모습과 나는 지금 너무도 다른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중년이라는 말은 이 글에서 그만 써야겠다.너무 어색하다.당시 그 책 표지 제작자의 실수인 것 같다.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다)
너무 다른 시대를 살아서 그런가..하루키가 그린 37세의 남자. 그런 사람의 모습은 나에게 전혀 없다. 난 지금 첫사랑의 기억 따위에 목놓아 울 상황이 아니다.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첫사랑이 문제가 아니라 아직도 꿈을 꾸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삶의 방향성을 고민하며 여전히 진행중인 가족 계획에 있어서도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다.

37년이나(?) 살아왔는데, 어이없게도 눈 깜짝할 새에 이 모든 시간들이 지나가 버린 것이 더욱 시간의 가벼움을 실감나게 할 뿐이다. 37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갔는데,앞으로 37년은 또 얼마나 빨리 지나갈 것인가!! 지금처럼 순식간에 지나가버린다면 74세가 되는 순간이 얼마나 빨리 찾아올 것인가!!
지나온 37년은 정말 아쉬움 그 자체였던 것 같다. 꿈도 없이, 간절한 바람도 없이 살아오면 이렇게 덧없이 순식간에 시간만 지나가버린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여기까지 와 버렸다. 그렇게 나태하게 살아오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저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도 뼈저리게 깨달을 뿐이다. 최소한 74세가 됐을 때는 이런 생각에 괴로워하고 싶지 않다.

막상 하루키 소설 주인공의 실제 나이가 되고 보니, 그 주인공들의 감성에 전혀 공감이 가질 않는다. 속았다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나기까지 한다. 내가 너무 메마른 사람이 돼 버린 건가? 어쨋든 이제 하루키도, 그저 열심히만 사는 그런 생활도 졸업할 때가 된 것 같다. 서른 일곱, 새해가 밝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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