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이라고 하면 뭔가 다들 거창한 것을 떠올리기 쉽다.남들이 생각지 못했던 아주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내놓고 이것으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거나 전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물론 이것이 혁신의 사전적인 정의는 아니지만 혁신에 대해 우리는 이런 식으로 개념 정리를 해 놓고 있는 것 같다.

NHN을 창업하고 지금 NHN의 최고전략책임자(COO)이자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이해진씨는 이렇게 막연하게 알고 있는 혁신에 대해 전혀 다른 차원에서 접근을 해 정의를 내렸다.이해진판 '혁신의 재정의'다.이 CSO는 지난 1월28일 성남시 분당구 NHN 본사에서 열린 부장급 직원을 대상으로 열린  '2010 NHN 연단'에서 장장 2시간 동안의 강의를 통해 창업 10년을 넘긴 NHN의 현재 모습과 앞으로 더 큰 도약을 위해 갖춰야 할 것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그가 강의 초반에 밝힌 것처럼 "인터넷 사업이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은 이들에겐 횡재나 다름없는 진솔하고 알찬 강의였다.그의 강연 내용을 몇 차례 나눠서 요점만 정리해봤다.

◆구글 어스를 처음 접했을 때의 좌절

이해진 CSO는 기술 분야에서 혁신의 대표적인 사례로 구글어스를 들었다.세르게이 브린이 처음에 구글 어스를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본사에서 이해진 CSO에게 보여줬을 때 이해진 CSO가 느낀 것은 충격 그 자체였다고 한다."내가 이런 회사랑 경쟁을 하겠다고 했다니.졌다고 해야 하나 항복하고 들어가야 하나" 이런 생각마저 들었다고 한다.

◆서비스 분야의 혁신은 기술 분야의 혁신과 다르다

 이해진 CSO는 기술 분야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인정했다.창조적인 생각이 갖는 힘도 인정했다."기술에서는 터치스크린 같은..이런 게 나오면 관련 어플이 뻥뻥 터져나오는 그런 것들이 있습니다.하지만 서비스 분야에서는 본질적으로 그런 것들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예를 들면 엊그제 PC를 제가 한 대 샀는데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야 하는데 워드 액셀 파워포인트 설치하고 나니 끝이더군요..10년 전이나 똑같습니다.아이폰 다 들고 다니겠지만 그래서 그런지 거기서 다 해결된다.몇개의 어플로...아니 내가 인터넷을 이렇게 안 쓴단 말인가?"
 그는 이런 생각이 들어서 네이버 메인 서비스를 살펴봤다고 한다.그가 느낀 것은 세상이 바뀐다 어쩐다 하지만 사람들의 본질적인 욕구 니즈는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그냥 사람들은 얘기하고 싶고 음악듣고 싶고 책 읽고 싶고 글 쓰고 싶고 그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고 그런 것이다.오랫동안 그래왔다.기술의 발달로 방법이 변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즉 없던 욕구가 갑자기 생긴 것은 없다는 게 그의 결론이었다.

◆NHN은 서비스 기업이다.
그렇다면 NHN은 기술 기업인가,서비스기업인가.그는 명쾌하게 NHN은 서비스 기업이라고 단정했다.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서비스입니다.서비스는 사용자에게 딱 붙어서 해야 하는 겁니다.사용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느끼고 잘 해주면 이 회사는 무지 강한 회사.사용자가 뭘 원하는지 잘 아는 경영진이 있는 회사는 안전한 회사.하지만 다른 모든 장점이 있어도 사용자들이 뭘 원하는지 잘 모르는 경영진이 있는 회사라면 아주 위험한 회사입니다.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아는 회사는 결코 망하지 않습니다.이것이 10여년간 이 사업을 하면서 제가 내린 나름의 결론입니다."

◆혁신의 핵심은 "소비자의 니즈를 해결해주는 것"

 그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앞서가고 생존해가고 이기는 방법은 아주 쉽고 간단하다."파랑새는 멀리서 찾는 것이 아니다" 사용자들이 답답해서 우리에게 얘기해주고 있다.그가 이렇게 말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강연을 듣다 보니 미국 대선때 사용됐던 문구를 패러디하고 싶어졌다. "문제는 사용자야 멍청아!!!"

 다시 그의 강연으로 돌아와서 여기서 핵심은 사용자 니즈를 찾는 것이다.그런데 이 CSO는 이건 우리가 다 안다고 했다."모른다면 말도 안되죠.인터넷이 좋은 게 우리가 직접 사용자라는 것 아닙니까.우리가 겪는 불편이 사용자가 겪는 불편이기 때문입니다.저는 그래서 사원 아이디어 게시판에 별로 관심없습니다.이미 아이디어는 너무 넘쳐나기 때문이죠.모바일에 대한 새로운 서비스 모집해봤는데 특이한 거 없었습니다.물어보면 다 같은 것 나옵니다.사용자 니즈? 다 알고 있습니다"

 물론 니즈에도 본질적인 니즈가  있고 가벼운 니즈가 있다.하지만 니즈를 알면 뭐하나.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게 문제다.예를 들어 이메일과 관련된 소비자의 니즈 중 중요한 것은 스팸과 관련된 것일 거다.이메일의 스팸을 줄였으면 좋겠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데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그래서 다들 하다가 만다.니즈를 확실하게 해결해주는 것.그게 바로 혁신의 초점이다.

◆혁신은 What이 아니라 How다.

 "혁신은 what에 대한 혁신이 아닙니다.혁신의 90%는 How에 대한 혁신이다.내가 전에 했던 일을 전보다 낫게 하는 것.그 사람이 혁신가입니다.인터넷 앞선 트렌드 아는 것 다 필요없습니다.내가 맡고 있는 일에서 소비자의 니즈를 확실히 파악하고 어떻게 하면 그것에 부합할 수 있을까를 치열하게 고민해 실행하는것.거기서 회사 승부가 나옵니다."

 그는 이 말을 한 뒤 그가 자주 언급하는 '냉장고 혁신론'을 거론했다.

"처음에 회의실 냉장고를 채워달라고 요구하면 이런 일도 잘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용서받지 못할 사람들이라고 봅니다.회사는 동호회가 아닙니다.주어진 일을 똑바로 못하는 사람들은 정말 나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회사는 노젓는 경주같은 것인데,어떤 사람은 노를 젓지 않습니다.그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노를 더 저어야 하고 고생해야 하는 거죠.
 두번째는 아무 생각없이 계속 물을 채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혁신 의지가 없는 사람들입니다.왜 혁신 의지가 없나? 너무 단순해서 내가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자기가 너무 하챦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그런데 냉장고 채우는 것만 해도 혁신할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합니다.냉장고를 채워놓고 쓰다보면 많이 마시는 음료가 있기 마련이고,그러면 그것을 더 자주 채워줘야 한다.이게 CRM이고 고객에 대한 마인드입니다.사용자 분석이구요,새로운 음료 나오면 좋아하는지 테스트도 해 보고.더러워지면 닦아주기도 하고 여름엔 온도를 더 낮추고 겨울엔 너무 차갑지 않게 좀 올려주는 것.그런데 이렇게 일하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들어보면 당연한 소리같지만 그렇게 하는 사람 거의 없습니다.
 이 게 바로 그 사람이 일 잘하는 사람이냐 못하는 사람이냐를 가르는 기준입니다.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왜 일을 똑바로 못하냐,혁신이 없냐고 하면 나에게 맞지 않는,또는 하챦은 일을 해서 그렇다고 합니다.하지만 10년 이상 이 업무를 해 온 나의 기준에서 보면 이런 뻔한 일에서 혁신을 하는 사람이 진정한 혁신가입니다.이 사람들이 결국 나중에 서비스 혁신도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혁신을 위해선 Discipline이 필요하다
이 CSO는 "혁신과 Discipline이 반대말이 아니다"는 말로 그의 혁신론을 마무리했다.

 "두 말은 반대말이 아닙니다.혁신을 외치면서 하던 일을 똑바로 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규율하는 것이 서로 모순된 행동이 아니라는 겁니다.혁신에는 크리에이티브가 문제가 아니라 Discipline이 필요하다고 봅니다.혁신을 하려면 해외 사례 보고 트렌드 찾아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일을 딱 붙잡아야 합니다.이거 하려면 책상에 앉아서 엉덩이 붙이고 붙들어야 합니다.흔들림없이...그렇게 해서 발견해야 합니다.인터넷은 자유로운 곳이다 뭐 이런 일 자꾸 얘기하는데 인터넷분야의 회사도 회사는 마찬가지입니다.회사에서 혁신의 방향은 자기 업무를 얼마나 어떻게 혁신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느냐 그거에 의해 좌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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