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위즈와 첫눈을 창업해 대박을 냈던 인물.그리고 지금은 엔젤 투자회사와 온라인게임 회사를 창업해 경영하고 있는 한국 벤처의 산 증인이자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벤처인.장병규 본엔젤스 대표(블루홀스튜디오 이사회 의장)다.

 그를 따로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인터넷,게임 뿐 아니라 IT(정보기술) 업계에 한번이라도 발을 들여놓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에 대해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하지만 한국의 스타트업 시리즈에 그를 초청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그가 유명해서만은 아니다.그는 매우 특이한 위치에 있다.기업을 찾아다니며 발굴해 투자하는 일과 직접 게임회사를 경영하는 일을 한꺼번에 하고 있기 때문이다.아무래도 벤처 업계와 스타트업 회사들을 보는 안목이 보다 복합적일 수 밖에 없다.그 동안 충실히 쌓아올린 업력과 경험이 더해져 한국의 스타트업 전반에 대해 한번쯤 짚고 넘어가기에 그보다 적합한 인물은 없을 듯 싶었다.올겨울 들어 가장 추웠다는 어느 날 서초동 블루홀스튜디오로 장 대표를 만나러 갔다.

◆창업 열기는 어느 날 갑자기 뜨거워진 게 아니다
 자신이 회사를 경영하면서 또 투자할 회사를 찾아다니고 있기 때문에 그는 누구보다 스타트업을 많이 알고 있을 터.자연스레 이런 질문이 나왔다.
 “숫자상으로 보면 1990년대말 벤처 열풍 이후 올해 창업 열기가 가장 뜨겁다고 하는데,실제로 다녀보시니 어떻습니까.”
 “요즘 창업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이 보는 것도 사실이고 그런 뉴스도 많이 나옵니다.하지만 창업 열기가 어느 날 갑자기 뜨거워진 건 아닙니다.창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어느 시기나 있어왔습니다.”
 “그렇다면 최근에 왜 더 두드러져 보일까요?”
 “모바일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스마트폰의 보급과 모바일 라이프의 확산이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 사실이고 우리가 일상에서 그런 회사들이 만든 소비재를 접하면서 그런 사례를 더 많이 만나고 있습니다.”

 장 대표는 2010년이 역사에 남는다면 아마 모바일인터넷을 거의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사실 브로드밴드로 인터넷 산업의 토양이 마련되지 않았다면 NHN도, 엔씨소프트도, 네오위즈도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지금 모바일 분야의 사용 기반 마련이 마련됐기 때문에 또 다른 벤처 신화를 기대할 시기가 왔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아이폰이 이런 환경의 촉매제가 됐다는 것이 우리가 아이폰에 의미 부여를 하는 이유이고요.”

◆벤처 열풍, 과열인가?
 지금의 벤처 열기는 그럼 과열일까? 그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보다 더 회사가 많이 만들어져도 닷컴버블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그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과거의 경험에 토대를 두고 있다.아울러 스마트폰과 모바일이 일으킨 새로운 산업의 형성이 초기 단계에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지금 벤처투자자들이나 엔젤투자자들을 만나고 다니다보면 과거 1990년대 벤처버블시대에 창업을 했거나 투자자였던 사람들이 많습니다.과거의 경험을 통해서 이들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합니다.”

 그는 10년 전 벤처가 크게 열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DJ정부의 벤처 정책 때문이기도 했지만 국가적으로 경제구조가 변화되는 시점이었기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한국은 그 이전까지 정부 주도의 경제 개발을 해 왔죠.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제조업에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그 산업은 대규모 자본과 토지,노동력이 필요한 산업이었습니다.정부 지원은 필수적이었죠.하지만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점점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없는 그런 산업 영역이 많이 생겨야 했죠.비제조업 IT분야는 이에 딱 맞는 산업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인터넷과 온라인게임이라는 분야에서 사업을 해 왔지만 그 분야가 어느 분야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것은 아니라고 역설했다.
 “제가 인터넷 분야를 강조하지만 그것은 그동안 우리가 잘 해온 제조업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다만 이 분야가 발전하고 커지면서 새로운 좋은 기회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는 겁니다.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도 되구요.”

◆제2의 NHN이 곧 나온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쯤 애플이나 구글같은 회사를 만들 수 있게 될까.왜 NHN은 그토록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그냥 국내 기업으로 주저앉았을까.
 장 대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한다.

 “우리의 벤처 역사는 기껏해야 15년입니다.비제조업 IT창업이 본격화된 역사를 살펴보면 그렇습니다.대략 15년전부터 좀 intangible한 그런 분야에서 벤처 창업이 시작됐죠.40-50년씩 되는 미국과 바로 비교하긴 어렵습니다.”

 그는 단일 타이틀로 매출 1조원을 낸 경우가 딱 그 산업의 역사에 비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비디오게임,온라인게임의 역사를 한번 살펴봤습니다.매출 1조원 달성 타이틀이 몇 개나 될까요? 영화는 10개 비디오게임은 5개 정도 있는데, 온라인게임은 WOW 딱 한 개 뿐이더군요. 산업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 역사만큼 흥행작이 나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곧 제2의 WOW가 나오지 않겠습니까. 닷컴에서도 제2의 NHN같은 기업이 곧 나올 겁니다.아직 이 시장은 초기이고 기회는 준비하고 있는 이에게 찾아오게 돼 있습니다.”

◆벤처를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삶을 산다는 것
 벤처를 하는 사람의 삶은 어떨까.몇년전 일본에 갔을 때 NHN재팬을 창업해 일궈낸 천양현 당시 NHN재팬 대표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었다. “벤처는 피를 먹고 사는 겁니다.그래서 저는 벤처를 하라고 누구에게나 권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가 이런 말을 하게 된 배경은 정말 누가 들어도 수긍할만큼 너무나 힘든 환경 속에서 극심하게 고생을 했기 때문이었다.그래서 그는 그 힘든 길을 가라고 선뜻 이야기하질 못하겠다고 했었다.장 대표는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벤처를 하는 삶이란 전혀 다른 삶을 산다는 것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딱히 다른 일을 하는 것과 비교하긴 힘들 것 같구요.”

 사무실에서 나와 밖으로 자리를 옮겼다.뱅뱅사거리 근처 교차로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면서 그의 말이 이어졌다.
 “사실 대기업에 들어가 임원이 되는 것도 정말 힘든 일입니다.벤처기업을 창업해 성공하는 것과 아마 비슷할 겁니다.단순 확률로 비교해보면 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그런데 마치 대기업에 들어가면 좀 더 편안하게 살 수 있고 벤처를 창업하면 대단히 힘든 삶을 사는 것처럼 인식하고 있죠.왜 그럴까요?”

 그의 말이 맞다.인생에 있어서 성공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것을 아무나 쟁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자기 사업을 하던,대기업에 들어가던,전문직이 되던,정부에 들어가던 마찬가지다.그런데 왜 유독 그런 인식이 있을까.장 대표의 말이 이어졌다.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런것 아닐까요.이런 분야에서 창업하는 사람을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의 말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분명한 것은 현실과 인식 사이에서 괴리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창업가 출신 투자자의 시대
 실리콘밸리에는 회사를 창업해 성공을 거둔 후 자금을 회수한 창업가가 벤처투자자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전문 투자자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엔젤투자자도 많다.아주 초기 상태의 벤처도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은 바로 이런 엔젤투자자들의 활약 덕분이다.
 

비교하자면 좀 그렇지만 그에 비해 한국의 현실은 확실히 열악하다.“실리콘벨리에서는 창업을 했다가 exit을 한 뒤 엔젤투자자로 변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우리도 그런 사례들이 점점 나타날 겁니다.이런 사례들이 정착되면서 벤처 창업 환경이나 문화도 만들어질 겁니다.지금 한국에서는 김범수 사장이 대표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뒤 엔젤투자자로서 역할을 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죠.”

 블루홀스튜디오에 대한 이야기도 잠깐 나왔지만 장 대표는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내년 1월 이후에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장병규 대표 본인이 하고 있는 본엔젤스의 성과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 “아직은 저도 배우고 있는 단계입니다.투자를 해서 성공을 거둔 경우도 있었지만 실패한 사례가 더 많았죠. 수익률에 대해선, 3-4년 뒤쯤에나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하”

<서초동 블루홀스튜디오 사무실에서 장 대표와 만나 2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다. 사진= BKLOV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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