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자영 스타일쉐어 대표를 처음 만난 건 8월말께 있었던 벤처인큐베이팅 프로그램 프라이머의 데모데이 발표 행사가 끝난 자리에서였다.하지만 그의 모습이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것은 여의도에서 따로 미팅을 가졌을 때였다.당시 벤처업계를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 다른 두분과 만나기로 했는데 이 자리에 윤자영 대표가 합석하기로 했다.각자 서로들 잘 아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그날 오전 KBS 라디오 방송국에서 방송 일정이 있었던 나는 끝나자마자 여의도에서 이들과 만나기로 했다.이 자리에 윤자영 대표는 스쿠터를 타고 왔다.취재하면서 그동안 만난 많은 이들중에 분명 오토바이를 타는게 취미인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취재 현장에 스쿠터를 직접 타고 나타난 이는 윤 대표가 처음이었다! (너무 인상적이어서 그 모습을 촬영해뒀다.나의 강권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내 헬멧 쓴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 어쨋든 이렇게 사업과는 전혀 무관한(?) 분야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윤 대표는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강렬한 그 모습 그대로 창업 1년도 안된 시점에 국내 뿐 아니라 해외 무대에까지 도전하는 당찬 여사장이었다.


◆왜 내가 원하는 패션 정보는 없을까?
 지난달 30일 스타일쉐어가 선보인 Styleshare(http://styleshare.co.kr)는 윤자영 대표의 3년 묵은(?) 호기심에서 출발했다.연세대학교 전자공학과 07학번인 윤자영 대표는 대학 2년차인 2008년부터 전공과는 살짝 거리가 있는 디자인과 패션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그러다가 막상 젊은 여성들이 원하는 패션 정보는 어디서도 찾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게됐다.

 “길거리를 가다 세련되게 옷을 입은 여자들을 보면 ‘저 옷은 어느 브랜드일까,어디서 살 수 있고 가격은 얼마일까’를 한번쯤 생각해본 여성들이 많을 거에요.저도 그랬거든요.그런데 맘에 드는 옷 등의 정보를 찾아봐도 잘 나오지 않더라구요.이런 정보를 사람들끼리 서로 주고받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그때부터 하게 됐죠.”

 꼭 여성만 그런 것은 아니다.남성들 역시 주변의 유독 옷 잘 입는 남성 동료나 지나가는 멋진 행인들에게서 패션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평소 소화하기 힘든 방송용 옷을 입고 나온 연예인들 보다는 주변의 이런 멋진 사람들이 패션에는 더 큰 도움을 주는 게 사실이다.아는 사람인 경우라도 쑥스러운 것을,모르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 사람에게 다가가 “당신 그 옷 얼마에 어디서 사셨소?”라고 묻기도 곤란한 일이다.어쨋든 윤자영 대표의 초기 생각은 꽤 그럴싸한 것 같다.하지만 용의주도한 그녀는 일단 자신의 생각을 좀 더 다듬어보고 싶었다.그래서 그녀는 연대 디자인경영학회라는 동아리에 들어갔다.처음에 연대 내에서 시작된 이 학회는 ‘the Dema Studio(디마스튜디오)’라는 이름의 연합 디자인경영학회로 발전해 갔다.

 “서로 다른 전공과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고 공동의 과제를 수행하면서 협업하는 법을 학회에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다양한 분야의 또래 학생들과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들을 수 있었던 것도 큰 수확이었죠.”  이렇게 인연이 된 디마스튜디오는 지금도 스타일쉐어의 사업에 대한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사실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대학교에 들어가서 왜 갑자기 디자인과 패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을까가 궁금했다.아마 자신의 정체성이나 미래에 대한 고민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대학 들어와서도 그랬죠.그런데 하라는 대로 다 했는데 할 줄 아는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나는 뭘 할 수 있나’라고 생각하니 막연했구요.내가 할 수 있는 것,좋아하는 것을 찾아보자 이렇게 생각했어요.패션에 관심을 갖고 그런 사람들의 심리 상태도 궁금하고 해서 심리학을 부전공으로 하게 됐어요.”

◆20대초반 대학생 7명이 뭉친 ‘캠퍼스 벤처’
윤자영 대표가 사업화를 결심한 것은 지난해 9월.연대 창업센터 상담사를 찾아가 상담을 하기 시작했다.“연대에 창업센터는 있는데 별로 찾아오는 사람이 없더라구요.그런데 저는 계속 찾아가서 이런저런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상담을 받았죠.그러면서 상담사 분과 잘 알게 됐어요.”

 상담을 받는 틈틈이 시장 조사도 했다.스트리트 패션정보로 유명한 유럽의 스티쉬닷컴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고 운영자를 만나기 위해 혼자서 런던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런데 어느날 상담사로부터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께서 강의를 하러 학교에 온다는 말을 듣게 된다.

 “즉시 이 분에게 가서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당시 윤 대표는 ‘대한민국 대학생 벤처 창업 대회’을 준비하고 있었다.창업대회를 위해 준비했던 반쪽짜리 사업계획서를 들고 권 대표를 다짜고짜 찾아갔다.하지만 권 대표는 처음엔 “경진대회용 사업계획서와 진짜 사업용 사업계획서는 다르다”며 “경진대회용 사업계획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거절을 했다.윤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끈질기게 자신의 생각을 들어봐달라고 졸랐다.윤 대표의 사업 아이디어를 듣더니 권 대표가 뜻밖의 제안을 했다.“프라이머에 와서 발표를 하세요.프라이머와 함께 어떻게 사업화할 지 고민을 해 봅시다.”

 그렇게 해서 작년 10월 스타일쉐어는 프라이머의 멤버가 됐다.아직 법인 설립을 하기도 전이었다.권도균 대표는 홍민희(23·전문 개발자),유은총(22·서울시립대 컴퓨터공학과 4학년),최재형(24·경희대 건축학과 4학년), 박헌철(19·아주대 컴퓨터공학과 1학년)씨 등 개발 및 마케팅 인력들을 소개해줬다.이들은 당초 파트타임으로 근무하기로 했지만 올해 초 스타일쉐어가 법인 등록을 한 뒤 정식으로 스타일쉐어에 합류했다.박정은(23·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 4학년),송채연(20·연세대 정치외교학과 2학년),경규리(20·연세대학교 ) 등 학교 동료들도 추가로 합류했다.

◆패션 기반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꿈꾼다
 윤자영 대표의 아이디어와 사업 계획은 홍민희라는 개발자를 만나 가능할 수 있었다.올라웍스 출신으로 닐슨 선임개발자였던 홍민희 CTO는 윤 대표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서비스가 나오기도 전 개발 단계에서 이들은 또 다른 시도를 했다.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스타트업 경진대회(매스 챌린지)에 아시아 기업(팀)으로는 유일하게 참가 자격을 획득한 것이다.계기는 지난 3월말 한국에서 있었던 MIT(메사추세츠 공과대학) 주최의 ‘GSW(Global Startup Workshop)’였다.Top 10 Elevator Pitch Contest에 윤 대표는 혼자 준비해 참가,최종 10위 안에 들었다.총 60개 팀이 나왔고 이 중 절반이 한국 기업(팀)이었다.

 “작년말 이 대회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되는 순간, 마치 이 자리가 나를 위해 마련된 자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그래서 그 뒤로 여기에 나가기 위해 준비를 했죠.”

 윤 대표는 한번도 외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는 순수 토종 한국인이다.그렇지만 해외 경력이 풍부한 다른 startup들 틈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표했다.10위 안에 들고 나서 현장에 있던 심사위원 중 한명이 그에게 에 지원해보라고 권유했다. “보통 그런 자리에서 하는 말은 진짜 권유라기 보다는 친절한 외국인들의 일상적인 조언인 경우가 많쟎아요.그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손해 볼 거 없다는 생각에 지원을 했죠.그런데 정말 순위 안에 들어서 아시아 기업 중에는 유일하게 참여하게 됐어요.”

 6월 말부터 미국 보스턴에서 4개월 가까이 진행되는 ‘2011 매스챌린지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은 현지 전문가의 비즈니스 모델 점검 등 멘토링 후 참가팀 간 경쟁을 벌이는 독특한 방식의 벤처 경진대회다.올해는 세계 24개국에서 약 750개팀이 예선에 참가했으며 2개월간 예심을 거쳐 125개 팀이 최종 선발됐다.미국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와 이스라엘,케냐에서 각각 1개팀이 본선에 나갔다.다음달 20일에 최종 승자가 가려진다.

 파이널을 앞두고 국내에서 먼저 선보인 스타일쉐어는 일상 속의 나의 패션을 사진으로 공유하는 소셜 네트워크다. 아이폰 어플리케이션과 웹사이트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오늘은 뭘 입을까?” 와 같은 매일 아침 반복되는 고민에 명쾌한 해답을 주겠다는 것이 사이트의 취지다.이곳에서 사람들은 오늘 입을 옷의 힌트와 현명한 쇼핑을 위한 팁을 얻는다.이 곳의 주인공은 우수한 본판 덕에 뭘 입어도 완판녀,엣지남에 등극하는 연예인이 아니다.윤 대표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서로의 사진을 공유하기에 더 흥미로울 수 있다”며 “패션을 전공하는 학생부터 유명 디자이너에 이르는 패션피플의 일상을 엿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고 설명했다.

 사진과 함께 상의,외투,바지,치마,신발,가방,액세서리 등에 관한 세부정보를 업로드하면 다른 사용자들이 이를 볼 수 있다.궁금한 점이 있으면 댓글도 달 수 있다.주로 자기 자신의 패션 사진을 올리지만 친구나 아는 사람의 패션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아직 미개척 영역인 ‘길거리 패션정보’라는 아이템에 소셜네트워크를 결합한 것이다.

 언어의 장벽이 크기 않기에 진작부터 해외 진출이 가능한 모델이다.스타일쉐어가 미국의 매스챌린지에서 경험을 쌓는 것도 해외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수익모델도 예측 가능하다.다양한 패션을 공유하면서 즉석에서 구매하고픈 충동을 느끼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스타일쉐어는 이것을 시스템화하고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구매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물론 그 전에 충분한 사용자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서 그런지 윤 대표는 구체적인 수익 모델은 밝히지 않았다.“처음 서비스를 기획할 때부터 수익 모델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지만 아직은 공개할 단계가 아닙니다.지금은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연결되면서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할 정도로 널리 확산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다양한 재미요소를 만들어가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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