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궁 OGQ 대표를 처음 봤을 때 평탄하게 잘 자란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외모에 대한 인상때문이기도 하지만 미리 그에 대해 얄팍하게 알고 있던 정보때문이기도 했다.카이스트를 졸업해 이른 나이에 창업을 해서 회사가 잘 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어쩌면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김 대표의 이야기는 이런 나의 첫 인상을 완전히 배신하는 것들로 가득했다.남들이 보기엔 화려해 보이는 명문대학생의 이면에는 생각지 못했던 많은 고충이 있었다.어떤 누구보다 평탄치 않았던 삶을 살아온 그는 여전히 좌충우돌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조금씩 전진하고 있었다.만 스물여덟 젊은 나이에 벌써 10년이 넘는 창업 경험을 가지고 세상의 온갖 풍파를 겪은 김무궁 대표와 명동에서 만났다.1시간 정도 예상했던 대화는 무려 2시간 30분이 넘게 이어졌다.많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정리하는데도 제법 시간이 걸렸다.

(옆 사진은 대화중인 김무궁 대표..사진 제공은 kkonal)
◆컴퓨터에 노래를 불러준 소년
1남 1녀의 장남인 김무궁 대표가 처음 컴퓨터를 접한 것은 초등학교 2학년때였다.
 당시 삼성대리점에서 일했던 삼촌께서 자신의 PC를 써보라며 ‘어린이 김무궁’에게 주고 갔기 때문이다.PC는 그에게 상상도 못하던 완전 새로운 세상이었다.
 PC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김무궁 어린이는 PC를 계속 쓰면 PC가 힘들다고 생각했었다.PC가 쉬려면 잠을 자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PC를 앞에 두고 노래를 불러줬다고 한다.

 “당시 PC에 스피커가 있었는데 그 스피커가 저에겐 귀처럼 보였어요.노래를 부르면 PC가 들을 수 있다고 생각했죠.”

 PC를 너무 모르다보니 사고도 터졌다.더러워졌다고 욕실로 PC를 갖고 가 물로 박박 씻은 거였다.뒤늦게 그렇게 하면 PC가 작동이 안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미 물로 씻은 다음이었다.김무궁 어린이는 PC를 전부 분해해 부품을 꺼내놓고 말렸다.말린 부품을 모아 PC를 다시 조립했다.어린이가 하기엔 쉽지 않았을텐데,어릴 때 대단한 경험을 한 셈이 됐다.다행히 PC는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컴퓨터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컴퓨터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컴퓨터를 처음 만진 이듬해인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다.그런데 한 1년쯤 배우니깐 재미가 없어졌다고 한다.학원에서는 베이직만 가르쳤기 때문이다.그는 exe를 어떻게 만드는지 알고 싶었는데 그걸 하려면 C 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것을 학원 원장 선생님에게 듣게 된다.

 “저도 C 언어가 배우고 싶어요”
 “어림도 없는 소리.초등학생이 어떻게 C 언어를 배우냐.”

 C 언어를 배우려고 해도 말도 안된다는 대답만 듣기 일쑤였다.결국 그는 삼성동 서울 서점(지금은 바디앤루니스로 바뀌었다)에 가서 C 언어와 컴퓨터 잡지 등을 닥치는 대로 사서 읽기 시작했다.그러면서 불과 2-3년전 컴퓨터에 노래를 불러주던 이 소년은 개발자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중 2때 처음 프로그램 개발
중학교 2학년이 된 ‘청소년 김무궁’은 PC통신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친구 호스트’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이 서비스는 원하는 곳이 많았기 때문에 그는 학생이었지만 이를 돈받고 팔 수가 있었다.

 고등학생이 되서도 그는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어 이것을 팔았다.계속해서 그런 쪽으로 시도를 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그가 그런 시도를 계속 한 것은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넉넉치 않은 가정 형편 속에 그는 자신이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 했다고 한다.그냥 학교 다니면서 공부만 하면 되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고 1때 단체메일 발송기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이게 대박이 났다.지금이야 단체로 메일을 전송하는게 아주 일반화돼 있지만 그때만 해도 그런 기능이 흔치 않았다.그가 만든 프로그램을 대기업에서도 찾는 일이 생겼다.그는 이 프로그램으로 1억원 이상 돈을 빌렸다.

 “어린 나이에 돈을 그렇게 벌었는데, 그게 나중에 창업 자금이 됐겠네요?” 내가 물었다.
 “아니요.집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그럴 여유가 없어지게 됐어요.” 

 청소년 김무궁은 초등학교때 그랬던 것처럼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도 자신이 잘하고, 하고 싶은 것에 올인해서 살았다.그에게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가장 자신있는 일이었고 가장 재미있는 세계였다.그 세계에 흠뻑 빠져 살던 그는 그곳에서 자신의 미래를 만들었다.

◆특기생으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입학
1999년 8월 고등학교 1학년때 정보올림피아드에 나간 그는 쇼핑몰 시스템을 만들어 금상을 타게 된다.“언젠가 모든 가게들이 온라인 샵을 낼 것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그게 눈길을 끄는데 성공했죠.” 

 정보올림피아드 특기생을 따로 뽑았기 때문에 그는 이미 고등학교 1학년때 대학 진학이 결정돼 버렸다.“대학 진학이 결정됐는데 공부할 생각이 안 들더라구요.그래서 공부는 안한다고 하고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지냈어요.물론 학교는 갔죠.계속 자서 문제이긴 했지만(웃음)”

 둔촌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예정대로 2002년 카이스트 전산학과에 입학했다.입시를 안 치르고 학교를 가면 얼마나 좋을까.그런데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정말 맞는 말인지,그의 경우는 꼭 좋지만은 않았다.그는 중고등학교때 교육 과정을 따라가지 않은 것 때문에 결국 나중에 어려움을 많이 겪게 된다. “정말 삼각함수도 모르고 학교를 갔어요.미적분을 알 턱이 없었죠.그런 상태에서 전산학과를 갔으니 수업을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었죠.”

 첫 학기 학점은 충격적이었다.제적 기준보다 점수가 낮게 나온 것이다.학교에서도 드문 일이라 대학생 김무궁 사례를 놓고 교무회의를 열 정도로 점수가 안 좋았다.다행히 1학년 1학기를 갓 마친 학생에게 기회를 주기로 해 그는 학교에 남을 수 있게 됐다.심각함을 느낀 그는 일단 휴학을 했다.

◆창업에 골몰한 대학생
휴학을 했지만 그는 도서관으로 달려가지는 않았다.그가 여전히 하고 싶은 것은 PC를 통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드는 거였다.P2P 중고거래 메신저가 당시 그가 선택한 아이템이었다.“당시 다른 학교 선배들과 팀을 만들었는데 그때 팀의 중요성을 알게 됐어요.저랑 잘 맞지가 않았죠.일은 했고 성과도 있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죠.그래서 잠시 하다가 2학년때 다시 학교로 돌아갔습니다.”
 학교로 돌아왔지만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을터.그는 여전히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혹시 학교 중퇴를 생각하지는 않았나요?”
 “저 혼자 생각했으면 그랬을지 모르죠.하지만 어머니나 특히 여자친구가 학교를 정상적으로 마쳐야 한다고 저를 강하게 붙들었어요.그 덕에 대학에 들어와서 뒤늦게 공부를 했어요.”

 여자친구의 격려 덕에 그는 1학년때 제적을 당할뻔 했던 상황을 딛고 높은 학점을 계속해서 받으면서 학교를 마칠 수 있었다.그리고 병역특례로 군 생활을 하게 된다.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분석하는 사이람이라는 회사와 나우콤에서 2008년까지 병특 기간을 보냈다.사이람과 나우콤에서 그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훗날 창업을 같이 하게 되는 박정수,이소라씨 두 사람을 각각 사이람과 나우콤에서 만난 것이다.역시 사람은 어디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가 참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경우에도 잘 들어맞는 것 같다.

 병특을 마치고 대학에 복학한 그는 이번에는 영어 점수와 씨름을 해야 했다.카이스트에서 졸업 요건으로 영어 점수를 요구하기 때문이다.“아마 대부분의 카이스트 학생들에게는 별 거 아니겠지만 저한테는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영어 공부를 중고등학교때 별로 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가 영어와 씨름을 하고 있을 때 학교 친구가 그에게 ‘신철호’라는 사람을 소개시켜줬다.신철호씨는 2000년대 초중반 포스닥이라는 사이트를 개발해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었다.그는 같이 창업할 사람을 찾고 있다고 했다.

 바로 창업을 하고픈 생각도 있었지만 이번에도 주위 사람들이 학교 졸업이 우선이라고 말렸다.“그래서 일단 영어 점수를 받고 창업을 생각해보겠다고 말씀을 드렸죠.그런데 정말 기다려주시더라구요.”

 영어 점수 받는 일이 그에겐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그야말로 아무것도 생각 안하고 도서관에서 살면서 영어공부만 했다고 한다.지난해 2월 처음 만난 이들은 김무궁 대표가 영어 시험에 통화한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창업 모의를 하기 시작했다.김 대표는 사이람에서 만난 박정수씨,나우콤에서 알게 된 이소라씨를 설득해 4명의 창업멤버가 완성됐다.올 2월 이들은 OGQ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배경화면 앱으로 히트
OGQ. 무슨 뜻일까? “회사 이름을 놓고 창업 멤버들이 토론을 좀 했습니다.우리들이 지향할 바에 대해 각자 단어를 하나씩 써보기로 했죠.그러면서 세 단어가 최종적으로 선택됐습니다.Open, Global, 그리고 질문을 많이 하자는 뜻으로 Question이었죠.그 세 단어의 각각 첫 글자를 따서 회사 이름을 지었어요.”

 이사회 의장은 제일 연장자이자 창업 자금에 공헌을 한 신철호씨가 맡았고 김무궁씨가 대표를 맡았다.이들은 TED 강연을 볼 수 있게 해 주는 앱인 Ted Air를 출시했다.14일 동안 개발해 5월 23일 출시한 ‘배경화면(Backgrounds)’이라는 앱이 대히트를 쳤다.50일 동안 전체 안드로이드 앱 중 1위를 했고 누적 다운로드가 800만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지금도 매일 전 세계에서 10만명 정도가 다운로드하고 있어요.조만간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할 것 같습니다.”

 그는 스마트폰에서 배경화면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많지만 양질의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기존 배경화면 앱들이 검색이 불편한 것도 문제라고 생각했다.“여성을 타깃으로 하고 성인자텐츠는 배제하는 쪽으로 갔습니다.그래야 좀 더 많은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보통 페이지를 넘기는 방식을 택했지만 모바일에 적합치 않다고 봤죠.그래서 저희는 툭툭 넘기고 스크롤 해서 볼 수 있는 방식으로 기획을 했습니다.”

 그의 이런 생각은 적중했다.수많은 배경화면 관련 앱이 있었지만,그래서 그 쪽은 완저너 레드오션 시장인 것으로 비춰지고 있었지만 그 많은 앱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OGQ가 개발한 배경화면은 독보적으로 승승장구했다.

◆1000만 다운로드 이상 가는 앱 개발하겠다
 배경화면 앱이 잘 되면서 이 앱에 붙는 광고비 만으로도 회사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게 됐다.배경화면 히트에 힘입어 최근 OGQ는 ‘스타 배경화면’이라는 앱을 새롭게 출시했다.스타들의 사진으로 배경 화면을 꾸밀 수 있는 앱이다.시장의 반응을 보며 본격적인 마케팅 시기 등을 조율하고 있는 단계라고 한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직 OGQ는 본게임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뭔가 좀 더 본격적인 앱을 만들 것 같았다.그의 다음 계획은 우선 텀블러 클라이언트 앱을 만드는 거였다.소셜게임 앱도 생각하고 있었다.“소셜게임을 모바일로 할 수 있는 그런 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그런데 그 앱은 기존 소셜게임을 모바일로 옮긴 것은 아닙니다.모바일에서 턴제 방식의 게임을 시도하려고 합니다.”

 턴제 방식이란 서로 번갈아가면서 플레이하는 그런 게임이다.“바둑같은 게임처럼 서로 번갈아가면서 두는 그런 그럼에 모바일에서 상당한 수요가 있다고 봅니다.턴제 방식의 게임 중에서 어떤 것을 할지,어떤 방식으로 선보일지 등을 고민하며 기획하고 있어요.”

 무엇을 내놓든 이들의 목표는 명확했다.“1000만 다운로드 이상 간다고 확신하는 그런 앱들을 개발해 출시할 겁니다.그런 분야에 집중적으로 도전하려고 합니다.굳이 아주 특이할 필요는 없습니다.사람들이 좋아하고 많이 찾고 즐기면 되죠.그런 앱들을 다수 보유하는 게 일차적인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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