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라고 하기엔 업력이 꽤 됐다. 이미 돈을 벌어서 자체적으로 조달해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 하루하루 돈 한 푼이 아쉬운 스타트업들하고는 많이 다르다. 그런데도 이 회사를 스타트업 코너에 소개하는 것은 이 회사가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 후 지금까지 고객사들의 브랜드 디자인 작업을 해 왔던 이 회사는 최근 자체 서비스를 준비해 자사 브랜드를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다.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회사로 변신하고 있는 데어즈 윤반석 사장을 만났다.

◆디자인으로 세상에 공헌하고 싶다

윤반석 사장은 단국대학교 시각디자인과 02학번이다. 창업을 한 인물들을 만나다보면 자신의 전공에 천착해서 그 분야에서 고수가 된 뒤 세상에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윤 사장의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창업을 할 때 확실한 주특기가 있는 경우인데 윤 사장의 경우는 디자인이었다.

 그는 삼성의 양대 멤버십으로 통하는 삼성소프트웨어멤버십과 삼성디자인멤버십 중 디자인멤버십 출신이다. 서류부터 면접까지 4차례에 이르는 전형 과정을 거쳐 삼성디자인멤버십이 됐다. 자신의 전공을 살리면서 디자인 능력에 대해 검증을 받는 방법으로 그는 국제 대회에 도전하는 길을 택했다. 레드닷, iF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상 등 국제 디자인 공모전에 진출, 5차례나 상을 받았다. 국제대회 수상자로 이름이 알려지고 실력있는 사람들과 경쟁하고 교류하면서 문득 그는 시각디자인 솔루션이 사업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디자인에 대한 수요는 많지만 이것을 제대로 풀어내는 사업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는 어떤 계기가 있었다. “횡단보도를 미처 못 보고 지나치는 바람에 딱지를 뗀 적이 있어요. 그런데 횡단보도가 의외로 운전자에게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죠. 당시 경찰도 인정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때부터 횡단보도를 연구하기 시작했죠.”

 윤 사장은 2008년 12월 그의 말에 따르면 ‘무작정’ 창업을 했다. 창업의 첫 아이템이 횡단보도 디자인. 현소민 팀장 등 단국대 시각디자인과 후배들이 합류했다. 이들은 지금의 횡단보도 시스템이 정작 횡단보도를 잘 보고 주의해야할 운전자에게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착안해 다른 나라의 사례들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횡단보도 하나만 봐도 나라별로 색, 모양이 모두 제각각이었다. 꺽쇄 모양의 새로운 횡단보도를 고안한 그는 관청을 다니며 횡단보도 사업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고 한다.

 “그때 관공서를 상대로 일을 하는 게 얼마나 힘든 지 알게 됐어요. 횡단보도를 바꾸는 문제에 대해 모두들 깊이 공감은 했지만 실제 일을 진행하기 위해선 너무 많은 단계를 거쳐야했고 허락을 받아야 할 곳이 너무 많더군요. 선뜻 책임을 지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문제였구요.”

 횡단보도를 바꾸는 일은 잘 안됐지만 이 일로 그는 교훈을 얻게 됐다.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세상에 디자인을 혁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용이 크다는 것이었다.

◆브랜드와 미디어

삼성디자인멤버십 출신들은 삼성 입사가 ‘보장’까지는 아니지만, 훨씬 간소화된 절차로 상대적으로 쉽게 삼성에 입사할 수 있다고 한다. 여러 국제대회에서 상을 받은 윤반석 사장 역시 삼성에 입사하는 것은 그의 선택의 문제였을 수 있다. 그런데 그는 장담할 수 없는 창업의 길을 택했다. 그와 함께 창업을 한 현소민 팀장도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삼성디자인멤버십의 일원이었다. 선배를 따라 같이 창업을 한 것이다.

“대기업에 입사하고 나서 열정을 잃어버리는 사람들을 많이 봤습니다. 제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길이 뭘까 고민하다 창업을 하게 됐어요.”

 물론 쉽지는 않았다. 횡단보도 사업은 관공서를 뛰어다니다 제대로 해 보지도 못했다. 그가 생각해 온 것은 디자인을 세상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알릴까였다고 한다. 윤반석 사장을 만났을 때 그가 회사를 소개하면서 제일 먼저 보여준 것은 ‘브랜드’와 ‘미디어’라는 두 글자였다. 디자인은 결국 브랜드로 귀결된다는 것, 이 때 디자인은 겉 모양을 뜻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이미지와 해당 기업과 제품의 지향하는 바, 가치까지 포함한다. 결국 브랜드 전략으로 가야 하고 이것은 미디어로 표출된다.

 브랜드 전략과 미디어를 핵심으로 삼은 사업이 시작됐다. 데어즈는 주요 대기업들의 e-매거진, 전자책, 마케팅 기획, 브랜드 전략 등의 사업을 했다. 2009년부터 제일기획, LG패션, 고려대학교, 삼성전자 등의 디자인 협력업체가 되면서 사업은 꾸준히 성장했다. 일반 대중들이야 이런 작업을 데어즈가 하는 지 모를 수도 있지만 B2B로 브랜드 전략과 미디어를 담당하면서 사업은 순항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윤 사장은 고객사의 일을 하는 것만으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사업의 변화가 필요해졌다. 

◆희대의 기회를 놓칠 수 없다

데어즈는 창업 후 3년 동안 탄탄하게 수익을 내며 회사를 운영해 왔다. 그냥 현재 직원들의 수준을 유지하고 현 사업을 계속할 생각을 한다면 별로 다른 시도를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데어즈와 윤반석 사장은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그냥 편하게 살 수도 있을텐데, 왜?

 “모바일 혁명이 오는 것을 보면서 이대로 있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절도 들더라구요. 두번 다시 오기 힘든 엄청난 기회와 시장이 열리고 있어서 할 수 있는게 정말 많다는 느낌이 왔습니다.”

 이들이 준비하는 서비스는 모바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터넷이 되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아니 살면서 언제 어디서나 부닥치는 ‘선택’이라는 문제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윤반석 사장이 준비중인 사업 모델을 살짝 보여줬다. 사람들이 결국 네트워킹을 확대하는 것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그런데 정보를 얻으려고 그렇게 애를 쓰는 것도 결국은 선택을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최종적인 선택은 개인에게 남는다. 그리고 그것으로 많은 것이 결정된다. 그런데 선택을 할 때 좋은 것들 가운데 선택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믿을 수 있는 정보들 가운데 선택을 한다면 리스크도 줄어들고 과정도 더욱 즐거울 것이다. 

 이런 시도는 다른 업체들도 한 바 있다.소셜커머스가 빅히트를 칠 수 있었던 것은 선택을 극도로 제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꽤나 설득력이 있다. 너무 바쁜 현대인들은 그렇게 많은 것, 사소한 것들을 매순간 결정하면서 살 수가 없다. 피곤하다. 선택의 고민을 할 필요없이 좋은 상품을 싸게 살 수 있게 해 주면 그만이다. 데어즈가 준비하는 서비스의 컨셉도 기본적으로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들이 커머스에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설명을 듣다보니 선택이라는 키워드만으로도 참으로 여러가지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이 준비한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는 5월에 출시된다. PC와 스마트폰에서 모두 쓸 수 있고 소셜커머스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기존의 다른 서비스와 연결성이 높은 서비스로 고안됐다. 이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사람도 두배 가까이 늘었다. 지금까지 투자가 필요없었지만 이제는 외부 투자도 고민해봐야할 시점이 왔다.

 “정보는 무작정 널려 있을 땐 오히려 피곤함만 가중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의 SNS에서는 보다 걸러진, 큐레이션된 정보가 필요합니다. SNS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새로운 시도가 곧 나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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