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이서 무려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공동운명체로 살아왔단다. 그 정도면 강산도 변하는 시간인데 한 두명도 아니고 일곱명이 똑같이 일관되게 마음을 지켰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이래서 사람은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 아무 이유없이 그냥 같이 지낼 순 없으니까. 그러기엔 젊은 날의 마음은 너무 변덕스럽고 세월이 흘러 나이가 조금만 들어도 지치거나 자신만의 세계에 빠지기 쉬우니까. 같이 오래 지내다보니 이들 중에는 두 커플이나 결혼하는 일도 생겼지만 그러면서 더 친밀해지고 결속력은 더 강해진 것 같다. 2000년에 처음 뭉쳐 지금껏 초심으로 게임을 만들고 있는 레드픽게임즈의 7인. 그 중 나는 이들을 이끌고 있는 신봉철 대표를 만났다.

◆그 정도는 우리도 만들 수 있어!

부산대 시각디자인학과 93학번 신봉철 대표는 군 제대 후 학부를 졸업하던 즈음인 2000년,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한다. 부산대에서 시간강사로 강의를 하고 있던 선배가 온라인게임을 같이 만들어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던 게임은 CCR의 포트리스. 포트리스를 보고 디자이너로서 어떤 느낌이 들었냐고 했더니 그의 대답이 이랬다. “인기를 많이 끌던 게임이었죠. 하지만 우리도 그 정도는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게임 만들어보겠다고 2000년에 회사를 차렸죠.”

 그로서는 첫 창업이었다. 회사 이름은 드림미디어. 신봉철 김진의 정현옥 임영우 노현태 구자만 신훈교 등 7명에 처음 제안을 한 선배 등 10여명이 이때 모였다. 대학 선후배로 구성된 모임이었다. 회사도 부산에 차렸다. 잠수함이 주인공인 ‘배틀마린’이라는 온라인게임을 뚝딱 만들어 창업한 첫 해에 세상에 내놓았다. 이들이 처음에 생각했던 자신감이 근거없는 게 아니었음이 입증됐다. 나오자마자 이 게임은 당시로서는 놀라운 기록인 동시접속자수 2만명을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끌었고 회원수도 250만명을 넘어섰다. 단기간이었지만 이들이 게임을 만드는 계기가 됐던 포트리스의 성적을 앞서기도 했다고 한다.

 자신감이 생긴 이들은 턴제 슈팅게임 ‘비틀윙’을 개발했다. 이들의 실력을 본 CCR이 찾아와 이 게임을 퍼블리싱 했다. 드림미디어는 2003년까지 총 3개의 온라인게임을 만들었고 새로운 게임 개발을 시도하고 싶었던 신봉철 대표(그는 드림미디어에선 대표가 아니었음)를 비롯한 창업멤버들이 나와 2004년 2월 탑픽이라는 온라인게임 개발사를 설립했다. “2년 뒤엔 서울 가자!” 부산에서 시작했지만 서울 입성을 노린 이들은 2006년 분당으로 이사를 왔다. 그리고 그 이듬해 첫 작품을 출시했다.

 이들의 첫 작품은 나나이모. 캐주얼 비행슈팅 역할수행게임(RPG)였다. 당시로선 재미있는 시도였고 가능한 모든 게임 기능이 구현됐다.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었지만 그러다보니 개발 기간은 좀 오래 걸렸다. 2007년에야 출시된 이 게임은 넥슨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고 중국에 진출해 텐센트가 서비스를 했다. 텐센트가 서비스를 맡으면서 중국 현지에서 최고 동접 13만명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텐센트가 개입하면서 게임 개발 방향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마음이 내키는 걸 해야지

텐센트는 나나이모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았다. 중국에서 좀 더 크게 히트를 치려면 좀 더 성인들이 즐길 수 있는 대형 작품을 만들어야한다고 판단했다. 텐센트가 주문한 것은 본격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나나이모는 청소년과 여성에 타깃이 맞춰진 캐주얼게임이었다. 돈이 더 되고 시장성이 좋은 분야는 MMORPG였고 텐센트의 주문으로 NX 라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당시 개발2본부장을 맡고 있던 신봉철 대표는 20여명에 달했던 개발2본부 직원 중 14명과 함께 회사를 나오는 결정을 하게 된다. 대신 탑픽이 투자를 하는 형식을 택했다. 탑픽에 있었으면 어쩌면 좀 더 편하게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거기선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기 힘들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었다. “탑픽은 NX 프로젝트를 계기로 본격 MMORPG에 집중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저를 비롯해 2개발본부 식구들 중 상당수, 특히 드림미디어 시절부터 함께한 일곱명은 흔히 말하는 MMORPG 장르보다는 캐주얼 게임에 강점이 있었습니다. 개개인들의 성향이 그쪽을 훨씬 좋아하기도 했구요. 잘 하는 것, 좋아하는 분야를 파고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본인이 스스로 내키지 않는 것을 하는 게 싫기도 했구요.”

 14명이 나와서 2011년 11월 설립한 회사가 레드픽게임즈(REDPIG GAMES). 직역하면 ‘빨간 돼지’이지만 아기자기한 이미지를 위해 만든 이름인 것 같다. 빨간 돼지가 표현하는 상징이 이들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장난꾸러기 같으면서 귀여운 형상이다.

 탑픽 출신들이 추가로 합류하면서 직원은 19명으로 불었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동백 지구에 새로 사무실을 얻었다. 이들의 강점은 오랫동안 함께 해오며 호흡을 맞춰왔다는 것. 5, 6년은 기본이고 10년이 넘게 같이 있던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새로 합류한 사람들도 대부분 탑픽 출신들이어서 서로의 스타일을 잘 안다. 자신들의 장점이 있는 분야에 올인하기로 한 것도 이런 서로에 대한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처음에 3억5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했지만 게임 개발을 하려면 이 정도 자본금으로는 어림도 없다. 그래서 이들은 최근 투자 유치를 위한 작업도 하고 있다.

◆한국판 앵그리버드는 우리가 만든다

레드픽게임즈가 처음으로 만든 게임은 스마트폰용 모바일게임 정글벨(Jungle Bell)과 주크로스(Zoo Cross). 둘 다 퍼즐 게임이다. 퍼즐을 맞추듯이 모양을 상하좌우로 움직여 모양이 3개 이상 맞으면 점수가 생긴다. 6월초에 출시될 예정이다. 

 탑픽이 PC게임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레드픽게임즈는 스마트폰용 게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출시가 임박한 2개의 게임 외 개발중인 3개의 게임도 모두 스마트폰 및 태블릿PC용 게임이다. “요즘 저희들의 생활만 봐도 개발할 때가 아닌 평소에는 PC를 잘 켜지도 않쟎아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필요한 대부분의 일상을 처리할 수 있고 즐거움을 누릴 수 있으니까요. 이 시장이 향후 PC 기반의 게임 시장보다 훨씬 커질 것 같습니다.”

 한국판 앵그리버드를 노리는 그런 게임도 개발중이다. 아주 쉽고 직관적으로 각도만 잘 맞춰 잡아당겨 쏴서 타깃을 맞추는 그런 게임이지만 색다른 재미 요소를 주기 위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레스토랑을 경영하면서 실내 장식이나 캐릭터를 키우는 재미가 쏠쏠한 모바일 소셜네트워크게임도 개발중이다. 내년 6월 출시를 목표로 개발중인 스마트폰용 역할수행게임(RPG)도 있다. 마을을 확장하고 캐릭터를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은 기본이고 게임 속 세계의 숨은 영웅들을 모아 나만의 군단을 만들어 악마에게 잠식당한 세계를 구하기 위해 한판 싸운다는 내용이 줄거리다. 5개 개발작들이 차례차례 출시되면서 지금은 개발 전문업체이지만 게임 서비스도 함께 하는 회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서비스 분야의 인력 충원도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나오면서 신봉철 대표에게 왜 창업을 했는지 물었다. 

“사람을 믿었습니다.” 

 뜻이 맞는 사람들과 있으면서 그들의 가능성을 믿었고, 그들과 함께하면 뭐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게 그의 창업동기였다. 많은 다른 창업자들처럼 그도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에 이끌렸다. 같은 뜻을 갖고 여럿이 힘을 합하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이룰 수 있다는 것. 이런 부분에서도 생각이 일치하기에 이들의 팀워크는 단단한 것 같다. 그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냐고? 지난 12년의 생활이, 그들이 만든 게임이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대신해주는 듯 하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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