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사업을 하기에 앞서 장사를 하면서 사업 감을 익힌 사람이 드디어 회사를 차렸다고 하면 그 회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일찌감치 인생의 방향을 잡고 계속 한 우물만 파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그 우물이 맞는 우물인지, 내가 남을 속이거나 피해를 주지 않고 올바르게 우물을 파고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일 거다. 이런 생각이 과도하면 우물을 파는 것이 잘 안될 수 있다. 그래도 잘 해냈다면 재능 못지 않은 진정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프렌즈큐브 김영민 대표는 장사로 내공을 쌓은 후 창업에 나섰다. 그리고 그 창업 과정은, 누구 못지 않게 필연으로 이르는 수많은 우연으로 점철돼 있었다. 

◆정직하게 사업을 하고 싶다

81년생인 김 대표가 처음 창업에 나선 것은 2002년. 대학에 다니고 있을 때였다. 경제학과를 전공하고 했던 그는 병역특례를 가기 위해 여러차례 신청했지만 그때마다 잘 안됐다고 한다. 당시 그가 얼핏 들은 정보는 “서울대 KAIST 아니면 병특 못간다”는 것. 물론 이는 잘못된 정보였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일견 낙심한 그는 병특으로 군복무를 하겠다는 생각을 접고 “돈이나 벌자”고 다짐했다. 

 그래서 2002년 시작한 것이 애견쇼핑몰. 말 그대로 애견을 도매업자로부터 사다가 일반에 파는 일이었다. 장사는 제법 됐다. 이때 그가 발견한 것은 장사의 어두운 면이었다. 그 사업에서는 판매하는 애견에 대한 정보를 조금만 부풀려도 판매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정직하게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부끄럽지 않게 돈을 벌고 싶었죠.”

 그 시장에서 답을 찾지 못하는 그는 2004년 봄, 사업을 접고 군입대를 했다. 2006년 8월에 제대하고 편입을 준비한 김 대표는 이듬해인 2007년 3월 고려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3학년으로 편입하게 된다. 

 과를 바꿔 학교를 들어갔기에 공부가 힘들법도 했을텐데, 한번 사업에 눈 뜬 그는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2007년 하반기부터 중고차 매매 일을 하기 시작했다. 

 “중고차 딜러를 하려면 자본이 꽤 있어야 하지 않나요?”

 “네 그래서 다른 중고차 매매상과 같이 했죠. 혼자서는 하기 힘들더라구요. 제가 차를 파는 역할을 맡았는데 곧잘 파니까 합작을 하는데 어려움을 없었습니다.”

 하지만 중고차 매매 시장도 오래 있을 곳은 못됐다. 어느날 문득 그는 학교로 돌아가서 제대로 학업을 마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래도 배운 것은 있었죠. 어디나 가면 그 시장의 룰이 있습니다. 그 시장의 룰을 제대로 알게 되면 사업의 감을 잡는데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두 번의 장사를 하면서 그 룰을 빨리 깨우칠 수 있었죠.”

 1년여 중고차 매매를 했던 그는 2008년 2학기에 복학했다. 2010년 상반기까지 한눈 팔지 않고 학업에 열중했다. 사업을 두 번 하면서 학업에 필요한 돈은 모았기에 걱정없이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그러다 2010년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왜 IT에서 창업할 생각을 못했을까

 스마트폰 쓰는 사람이 하나둘 씩 생기고, 카카오톡으로 사람들이 만나서 대화를 하기 시작하고..이런 변화를 보면서 한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아, 왜 IT 분야에서 창업할 생각을 못했을까.”

 사실 그는 IT 분야에서 창업을 하는 것이 일찌감치 준비된 사람이었다. 2000년 선배들이 운영하는 회사에 있으면서 일을 도우는 틈틈이 프로그래밍을 배웠다고 한다. 그 덕에 고려대 컴퓨터공학과에 들어갈 수 있었다. 2002년 애견쇼핑몰 사이트도 그가 직접 만들었다. 

 자신의 경력과 경험을 떠올려보자 IT분야에서 창업을 하기 위한 훈련을 해 왔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한다. 그는 이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신이 길을 열어주신다”

 같이 수업을 들었던 친구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팬택을 다니던 공대출신 친구와 함께 창업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한번 실력을 점검할 겸, 2010년 10월 스타트업 위크엔드에 참여했다. 때마침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와 한 팀이 돼 소개팅을 컨셉트로 한 서비스를 기획, 1등을 하기에 이르른다.

 사실 이들이 당시 스타트업 위크엔드에 참석했던 것은 또 다른 목적도 있었다. 함께 창업할 동지를 구하기 위한 거였는데 점찍어둔 사람이 있었다. 외대 불문과 재학중인 강윤모씨였다. 강윤모씨가 이 행사에 올 것이란 첩보(?)를 입수하고 대회에 갔는데 강씨는 당시 참석하지 못했다.

 세 사람의 만남은 당시 성사되지 않았지만 기회는 다시 왔다. 이들의 만남이 운명이었을까. 운명은 천천히 자신의 계획대로, 자신의 방향으로 간다고 하지 않던가. 이듬해 5월 원주에서 열린 스타트업 위크엔드에 강윤모씨도 참여했다. 김 대표는 친구와 함께 이미 1월부터 소개팅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프로토타입을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 원주 스타트업 위크엔드에서 이들은 뮤직앤배틀이라는 음악 오디션 서비스로 상을 받은 뒤 강윤모 이사도 합류가 결정됐다. “스타트업 위크엔드 가는 버스를 타기 전에 정말 고민했어요.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결국 그곳에 간 것이 인생에 변화를 주는 계기가 됐죠.”

 강 이사가 합류하고 디자이너가 들어오면서 팀의 틀이 만들어졌다. 강 이사에게 왜 이 회사에 왔는지 물어봤다. “꿈이 커 보였습니다.” 

 이들은 더 이상 연습이나 공모전 차원이 아닌 본격적인 대중을 위한 서비스 개발을 위한 기획에 들어갔다. 팀이 갖춰진 뒤 서비스는 처음의 프로토타입 단계와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분당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한 프렌즈큐브 창업멤버들. 맨 왼쪽이 김영민 대표>

◆친구의 친구는 친구다

“우선 소개팅의 느낌을 제거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장이 너무 한정될 것이란 생각을 했고, 좀 더 대중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봤거든요. 무엇보다 학생들이 연애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인간관계 확장이나 유지를 위해 언제든 활용할 수 있는 툴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럼 일종의 LinkedIn의 한국판 서비스라고 봐야할까? 쉽게 말하면 그렇게 설명할 수 있겠다. 하지만 김 대표는 LinkedIn의 한국판 서비스 컨셉트는 궁극적으로는 프렌즈큐브의 서비스 중 한 항목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럼 프렌즈큐브가 그리는 그림은 뭘까. 왜 강윤모 이사는 김 대표의 아이디어를 듣고 꿈이 크다고 생각했을까. 프렌즈큐브는 ‘친구의 친구는 친구다’에서 출발한다. 나의 친구 뿐 아니라 친구가 신뢰하는 친구가 기본 연결된다. 친구의 친구의 친구까지 연결될 수도 있다. 물론 이 과정에는 모두 개인의 동의 과정이 들어가 있다.

 이들이 이 서비스를 만든 것은 지인의 지인을 소개받을 때 가장 신뢰할 수 있는데 그런 통로가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는 너무 특정 목적, 예를 들어 소개팅이나 직장 연결 등에만 국한돼 있다. 경험이나 취미, 관심사, 가치관, 다양한 생각 등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는 모든 연결고리가 다 계기가 될 수 있는 그런 서비스. 프렌즈큐브가 지향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작년 9월 미완성의 테스트 버전이 나왔다. 올 5월23일에는 베타 버전이 출시됐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에서 모두 쓸 수 있다. 주소록을 기반으로 친구가 형성되고 그 친구의 친구도 찾을 수 있고 소개를 받을 수 있다. 관계를 확장하다보면 꼭 직장이나 소개팅에만 한정되지 않은 다양한 인간관계의 확장을 기대할 수 있다. 마음껏 할 수 있게 하고 사용자들이 만들어가는 관계를 보면서 승부를 보는 스타일이다. 더 많은 것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이도저도 안 될 수도 있는 모델이다. 사람들을 유인할 수 있는 재미요소와 함께 확장의 모티브가 필요한 이유다.

 김 대표에게 프렌즈큐브의 핵심을 담아서 한 문장으로 소개를 해보라고 주문했다.

“신뢰관계 안에서 사람을 찾을 때 프렌즈큐브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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