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을 내비게이션에 대한 꿈으로 살아왔다. 그리고 제대로 된, 편리하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내비게이션을 만들어냈다. 사실 뭘 하나 제대로 하려면 이런 시간들이 필요하다. 어느날 등장한 벼락스타를 좋아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진짜 이야기는 오랜 기간의 수련과 고난의 광야 생활 속에 숨어있다. 

 물론 꿈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지치지 않는 끈기와 노력, 변함없는 소신도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함께 할 사람들이 있다면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데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곳은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진 ‘김기사’ 앱을 만드는 록앤올의 박종환 대표다.  

◆친구의 꿈에 매료되다

록앤올은 세 남자의 꿈과 신뢰, 그리고 신념으로 만들어진 회사다. 이들의 스토리는 10년을 훌쩍 넘긴다. 공동대표인 박종환, 김원태와 기술총괄이사 신명진 등 세 사람은 부산 남자들이다. 그리고 부산에서 대학교를 졸업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하지만 이들을 함께 있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은 이들이 같은 꿈을 갖고 서로를 신뢰했다는 점이다.

 부산동아대학교 컴퓨터공학과 91학번인 박종환, 김원태는 동갑내기로 학교 다닐때부터 친구사이였다. 창업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보지 않았던 대학생 박종환이 벤처와 창업이라는 화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8년. 당시 그는 미국 야후가 대박이 나고 창업 동료들이 엄청난 부자가 됐다는 뉴스를 접하게 된다. “벤처가 뭐길래 사람들의 인생이 이렇게 바뀔 수가 있지?”

 그때 친구인 김원태는 KTIT(한국통신정보기술)에 다니고 있었다. 부산대 대학원 전자계산학과에 들어가 지리정보를 전공으로 하고 내비게이션 개발 관련 일을 하고 있었던 김원태의 꿈은 정확한 내비게이션을 만드는 것. 더 나아가 지리 상의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런 친구의 꿈은 박종환을 사로잡았다. 부산대 전자계산학과 석사과정에 재학중이던 박종환은 즉시 KTIT 입사 면접을 봤는데 공교롭게도 개발자 티오가 없었다. 

 개발자를 뽑지 않는다고 그냥 포기할 수는 없었다. 마케팅 담당자가 필요하다는 회사의 말에 박종환은 마케팅 분야로 입사를 했다. 그리고 그는 여기서 당시 사업부장으로 일하고 있던 안병익(현 씨온 대표, 포인트아이 창업자)을 만나게 된다. KTIT는 KT연구개발원에서 1998년 사내벤처제도를 만들면서 내부 인력들이 시작한 벤처회사였다. 지리정보서비스를 만드는 게 주된 업무였던 이 회사에 입사하면서 박종환은 자신도 모르게 내비게이션 사업의 초기 모습부터 접하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김원태의 과 후배인 신명진을 만나게 된다. 이렇게 이들의 오랜 인연이 시작됐다.

◆내비게이션 13년 ‘외길’

안병익과 김원태, 박종환, 신명진 등 KTIT 인력들 일부는 2000년 따로 독립해 나와 포인트아이라는 회사를 차리게 된다. 연세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지리정보시스템을 계속해서 연구해 온 안병익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았다. 포인트아이는 위치기반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만드는 회사였다. KT에서 독립해 나왔지만 멤버들 대부분이 KT 또는 KTIT 출신들이다. KT와 관련된 일들이 이 회사의 기본적인 수익 기반이 됐다. 

이 회사는 KT의 초기 LBS(위치기반서비스)는 거의 다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서치, 친구찾기 서비스는 물론 ‘케이웨이즈’와 같은 길안내 서비스도 포인트아이에서 개발했다. 

 케이웨이즈는 2004년 당시 KTF에서 GPS 기능이 포함된 원칩단말기가 처음으로 나오면서 개발된 내비게이션 서비스였다. 휴대폰을 통해 길안내를 받는다는 개념의 초기 형태다. 그 뒤로도 포인트아이는 내비게이션과 위치기반서비스(LBS)를 접목한 다양한 서비스와 기술 개발을 했다. 2006년에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도 하는 등 승승장구했지만 2009년 다른 회사에 인수됐고, 창업자 안병익 대표도 2010년 회사를 떠나게 된다.  

 이런 변화가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내비게이션과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한 산업이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했기 때문이었다. 그 변화를 가져온 동력은 2009년 11월 애플 아이폰의 국내 출시였다. 아이폰의 출시를 보면서 내비게이션과 위치정보 서비스에 10년 이상의 시간을 바쳐온 이들은 놓칠 수 없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는 생각을 똑같이 하게 된다. 물론 분야는 조금 달랐다. 

 안병익 대표는 위치기반 전문가로 자부해왔지만 한번도 소비자를 직접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만들지 못하고 대기업인 KT의 서비스를 위한 솔루션을 만드는 일에 주력해 왔다. 아이폰의 등장과 포스퀘어의 열풍을 보면서 그는 자신이 꿈꿔왔던 위치기반 서비스가 구현되는 것을 눈으로 처음 확인했다.그 자신도 못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반면 박종환, 김원태, 신명진 등 3인방은 독자적인 내비게이션 개발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됐다. 그들의 꿈이 구체적으로 실현될 기회가 다가온 것이다. 분야는 달랐지만 이들은 공통적인 한계도 절감하고 있었다. 포인트아이에 있으면서 솔루션 업체의 한계를 절감했다. 통신사에 의존해서 솔루션을 만드는 것이 아이폰 시대가 열리면서 더 이상 유효한 비즈니스가 아니게 된 것이다.

 2010년 5월 김원태, 신명진은 ‘록앤올(LocNall)’을 창업했다. 그 이듬해 1월 박종환도 합류해 본격적인 기획과 개발이 시작됐다. 박종환과 김원태가 공동 대표를 맡고 신명진이 기술 부문을 총괄하기로 했다. 포인트아이 출신 연구진들도 대거 합류해 회사의 인력이 충원됐다. ‘로큰롤처럼 신나는 위치기반서비스를 만들자’는 뜻에서 록앤올을 명명했다. 위치(Loc) 기반의 모든 것을 한다는 뜻도 담았다. 십수년간 내비게이션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몽땅 쏟아부어 승부를 보기로 작정했다.

◆사용자들이 만드는 ‘길 위의 정보’

그런데 이들이 내비게이션으로 창업을 한다고 했을 때 주위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렸다고 한다. 무모한 도전이라는 것이다. ‘미친 짓’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SK텔레콤, KT 등 거대 통신회사들이 위치기반 정보와 관련 서비스를 장악하고 내비게이션 전문업체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당연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실력은 누구보다 자신있다고 자부하는 이들이었지만 자본도 부족하고, 당연히 인력도 적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들은 ‘그 누구보다 더 좋은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하고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박종환 대표는 “김기사를 만들기위해 국내 내비게이션 300개를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큰 차이 없이 비슷하더라구요. ‘과연 사용하기 가장 좋아서 모두 비슷한 모습들이 됐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됐죠. 좀 더 편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했습니다. ”

 고민을 거듭한 이들이 만들어낸 것이 특허를 받은 ‘벌집 사용자 메뉴’. 앱을 실행하면 벌집 모양으로 디자인된 메인화면이 나타난다. 벌집 화면에서 특정 목적지를 출발지로 지정한 다음 다른 목적지를 도착지로 지정하면 실시간 교통 정보를 볼 수 있다.

 기존 내비게이션은 길을 찾기 전 도착지와 출발지를 몇 번의 과정을 거쳐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록앤올이 개발한 김기사 앱은 벌집에서 지정된 도착지와 출발지만 터치하면 알아서 최적의 경로가 나타난다. 또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벌집에 등록시키면 사진의 위치를 탐색해 길을 찾아준다. 직관적인 UI로 쉽고 빠르게 길을 검색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박종환 대표는 “벌은 꿀을 찾기 위해 날아갈 때 최단경로로 길을 찾아가는데, 이에 착안해 벌집 UI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벌집 하나하나가 목적지인 셈이다. 

 실제로 김기사에서는 새로운 장소를 추가할 때마다 현재 위치와 거리를 기준으로 벌집이 배치된다. 또한 한 번도 안간 곳은 검은색, 한 번간 장소는 녹색, 그 이상 자주 가는 곳은 오렌지로 색깔이 표시돼 한 눈에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경로 재탐색 기능이 빠르고, 블랙박스 기능을 갖춘 것도 김기사의 장점이다. 김기사는 스마트폰 카메라와 블랙박스 기능을 연계했고 차량 유리창에 화면을 반사시키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기능도 제공한다. 박종환 대표는 “내비게이션에 소셜 기능을 접목해 더 빠르고 정확한 길을 안내할 뿐 아니라 실시간 정보를 그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며 “해외에도 진출해 김기사 열풍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게 다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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