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문자를 보낼 때 말투나 내용이 달라지는 것은 상대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직장 상사나 부모님께 문자를 보낼 때와 친구나 동생에게 문자를 보낼 때 말투는 물론 내용이 다른 것도 당연하다. 애인과 대화를 나눌 때는 물론이다. 문자만 그런 게 아니다. 상대방에 따라 당연히 대화나 행동이 달라진다. 

 스캐터랩은 오고가는 문자 대화 속에 담긴 감정을 분석해내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그냥 재미있게, 가볍게 즐길만한 서비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회사의 대표는 아주 진지하다. 소소한 일상생활상의 고민 해결 뿐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거대한 데이터를 구축, 컨설팅 보고서를 만들어 다양한 관계에 대한 피드백과 조언을 하고 싶다는 것.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다.

◆음악청년의 창업 도전

대학시절 그는 음악청년이었다. 사실 지금도 그렇다. 다만 사업을 시작한 후 바빠서 미처 예전만큼 활동을 못할 뿐이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03학번인 김종윤 대표는 밴드활동도 하고, 자신이 만든 음악웹진도 운영하는 등 음악에 푹 빠져서 살아왔다. 그가 운영한 음악웹진 이름은 ‘스캐터브레인’. 지금 회사 이름 스캐터랩도 여기서 유래가 됐다. ‘scatter’는 ‘뿌리다’는 뜻을 갖고 있다. 자신의 생각이나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을 세상에 뿌리고 확산시키고 싶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밴드활동을 하면서 그는 외교부에서 인턴 생활도 했다. 외교부의 대외적인 행사와 관련된 홈페이지 관리, 온라인 홍보 등의 일을 했다고 한다. 낮엔 인턴, 밤엔 공연을 하는 생활이 계속됐다. 체력도 좋다. 그가 활동한 밴드의 이름은 매드라마(MAD LLAMA). 라마는 동물 이름이다. 왜 이런 이름으로 했을까. 좀 쌩뚱맞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더니 김종윤 대표의 설명이 이어졌다. “라마가 좋아요. 뭔가 세상을 초월한 포스가 있는 동물이에요.”  그의 말을 듣고 문득 에버랜드에서 봤던 라마의 모습을 떠올려봤다. 글쎄. 그러고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하여간 취향도 특이하다.

 그는 음악이 좋았고 음악을 계속 하고 싶어했던 것 같다. 그런데 대학에서 들었던 수업 하나가 그의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경영학과에 입학했지만 사회학을 복수전공으로 했어요. 사회학 수업이 재밌더라구요. 사회학 강의를 더 열심히 들은 것 같아요.”

 대학 4학년때 들은 사회학 수업은 팀을 짜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게 과제물이었다. 그때 그는 문자와 감정의 상관관계에 대한 프로젝트를 했다고 한다. 아무 주제나 해도 됐을텐데, 왜 하필 이런 어려운 주제를 했을까. “여자친구와 문자를 주고받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특정 감정을 지니고 있는 사람에게 보내는 문자에는 분명히 감정이 담겨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죠. 여기까지는 당연한 건데, 이걸 문자나 글에 대한 의미분석을 통해 파악해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한 거죠.”

 일단 다양한 감정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수집할 필요가 있었다. 당시 과제물을 할 때는 설문조사 방식으로 사람들의 문자메시지를 수집했다.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상황에 따라 어떤 문자를 보내는지 데이터를 수집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데이터수집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부끄럽지 않은 서비스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에게는 친한 친구 2명이 있다. 중산고등학교 동기동창들이다. 셋은 2011년 8월 스캐터랩을 창업했다. 때마침 정부의 예비기술창업자 프로그램에 선정돼 7000만원의 지원금도 받게 됐다. 이 자금은 이들의 시드머니가 됐다. 

 그가 생각한 서비스의 특징은 개발을 외주로 맡길 수 없다는 점. 서비스를 얼마나 정교하게 구축하느냐, 얼마나 기술력이 뒷받침되느냐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회사의 핵심을 외부에 맡길 수는 없다. 친구들이 개발을 맡았다. 2012년 3월에 서비스를 오픈했다. 서비스명은 텍스트앳(TEXTAT). 

 베타서비스 개념으로 시작했는데 어느날 어떤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가면서 갑자기 하루 방문자 수가 급증했다. 동시접속자 수가 평소에 20명에서 30명 수준이었는데 이날은 2000명을 넘어섰다. 하루 방문자 수도 평소의 100배에 가까운 7만명에 달했다. 감당이 안 됐다.

 “갑자기 방문자 수가 늘어나니깐 우리 힘으로 감당할 수가 없더라구요. 이래선 안되겠다 싶었어요. 우리 서비스가 데이터를 많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인데 앞으로 이런 일을 항상 준비해야 한다고 봤죠.”

 그런데 개발자를 구하는 것이 이들에게 너무나도 큰 과제였다.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베테랑급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스타트업에 올까? 우선 이런 의문이 든다. 게다가 실력이 있는 개발자야 있겠지만 서로 신뢰하고 뜻이 맞으면서 창업과 개발이라는 힘든 과정을 함께 할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그가 오늘날 서비스를 출시하고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분명 답을 찾았기 때문. 그는 운이 좋았다고 했다.

 “사무실 근처에 다음커뮤니케이션 출신 프로그래머 두 분이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걸 알게 됐어요. 처음엔 조언을 구하려고 찾아갔었죠. 대용량 데이터 처리하는 것에 대해 조언을 구하려고 했는데요. 서로 말도 잘 통하고 마음도 맞는 것 같았죠. 그래서 아예 팀을 합치기로 했어요. ”

 여러가지로 다 갖춰졌는데 만족할 만한 서비스가 나오는데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부끄럽지 않게 서비스할 수 있는, 그런 품질을 갖추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더군요.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개발을 할 수록 생각지 못했던 문제들이 계속 등장했어요.”

 무엇보다 유사한 사례가 없어서 참고할 게 없다는 게 이들을 가장 괴롭게 했다. “답이 있을까. 이걸 생각하면 힘들었어요. 견딜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계속 됐죠. 아마 친구들이라서 같이 의지하면서 일을 계속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세상에 없던 감정분석 서비스

텍스트앳은 문자나 대화 메시지의 내용을 통해 보낸 사람의 감정을 분석해주는 서비스다. 주로 연애중인 남녀 사이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지만 꼭 그런 경우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여러가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 간에 오고가는 수많은 메시지에 숨어있는 감정을 찾아내는 것은 유희로서도 훌륭하다. 분석을 통해 나에게 중요한 어떤 사람의 속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꽤나 유용한 일일 것이다. 재미도 있고, 새로운 시도라는 뜻에서 김 대표는 자신들의 서비스를 ‘세상에 없던 감정분석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물론 특정 느낌을 검색하거나 문장 속의 뉘앙스, 감정 등을 분석하는 서비스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텍스트앳은 방대한 DB를 구축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지향점을 갖고 있다.

 현재로선 이게 얼마나 정확할 것인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일단 초기단계에서는 사용자들이 재미있어하고 반응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데이터가 축적되면, 그리고 알고리즘이 보다 정교하게 되면 결과가 점점 유의미해질 수 있다. 스캐터랩은 이미 대화 DB를 6억건이나 구축했다고 한다. 

 이미 유료 모델도 만들었다. 텍스트앳 앱을 다운받고 대화 메시지를 통해 감정을 분석하는 것은 무료다. 하지만 상담을 받으려면 아이템을 구매해야 한다. “상담분석 서비스를 7월말에 출시했는데요, 처음에 단순 상담을 해 줄 때에 비해 분석 서비스가 나온 뒤 매출이 2배로 늘었어요.”

 현재 회원은 40만명에 달한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사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생각지도 못했던 창업을 한 김종윤 대표. 그런데 그는 오히려 창업을 하려고 마음먹고 했으면 지금보다 더 힘들었을 것 같단다. “사실 친구들하고 처음 시작할 때 그냥 ‘재밌는 거 한번 만들어보자’ 이런 생각을 하고 회사를 차렸어요. 창업을 같이 하자는 개념이 아니었죠.”

 음악청년이었던 그는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음악을 창작하고 공연을 하는 것과 비슷한 희열을 느낀다고도 했다. “밴드를 하면서 자작곡도 쓰고, 앨범도 내고 그랬어요. 누군가 나의 창작물을 돈을 내고 사는 것에 희열을 느꼈죠. 그런데 창업도 마찬가지더라구요. 힘들지만,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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