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그렇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게임 분야의 일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 개발이든, 마케팅이든, 기획이든,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간의 차이가 너무나도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한다고 하더라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데는 제법 시간이 걸린다. 한국의 스타트업 일백쉰일곱번째 주인공은 컴투스프로야구매니저를 만든, 에이스프로젝트의 박성훈 대표다.

◆채팅방 만남으로 시작된 엔텔리전트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고려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한 학생 박성훈은 이듬해인 1999년 1학기까지는 착실히 학교생활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질풍노도의 시기인 20대 초반에 진득하게 학교를 다니는 것만큼 어려운 게 없는 법. 게다가 1999년은 전국에 벤처열풍이 몰아치던 시기였다. 휴학을 하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던 그는 1999년 11월19일 나우누리 채팅방에서 경희대 영문과에 재학중이던 소태환을 만나게 된다. 

 채팅방에서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다들 나가버리는 바람에 두 사람만 남게 된 상황. 어색한 마음에 이것저것 얘기하던 둘은 단번에 서로가 상당히 상대방을 보완해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창업을 결심하고 사업 아이디어와 함께 기획을 하고 있던 소태환은 개발자를 찾고 있었고, 그의 이야기를 들은 박성훈은 그 다음날 바로 짐을 싸서 부산 집을 나와 양재역으로 갔다고 한다. 정말 대단하다. 두 사람의 뜻이 정말 잘 통했거나, 박 대표가 놀라운 판단력의 사람이거나, 아니면 너무 무모한 사람일 수 있다. 물론 그 뒤의 사업을 보면 (결과적으로는) ‘무모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어쨌든 그의 설명을 더 들어보자.

 “처음엔 웹서비스를 기획했었어요. 커뮤니티 사이트 이런 것을 만드는 것도 기획했었구요. 그런데 잘 안됐죠. 그래서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하자고 얘기를 했죠.”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게임. 게임을 정말 좋아하는 두 사람은 게임 사업을 하기로 했다. 열심히 게임 사업을 기획해서 우선 테스트를 받아보기로 했단다. 두 사람은 경희대 창업보육센터에서 하는 창업경진대회에 자신들의 기획안을 갖고 도전했다. 그리고 여기서 권준모 교수(전 넥슨 대표, 현 네시삼십삼분 의장)를 만나게 된다.

 게임 회사 창업에 의기투합한 권준모, 소태환, 박성훈 등은 2001년 엔텔리전트를 만들었다. 그런데 잠깐. 여기에 내가 몰랐던 비하인드 스토리가 하나 있었다. 엔텔리전트는 훗날 넥슨에 인수되면서 권준모 대표는 넥슨 대표도 지낸다. 모바일 게임업체로 널리 알려진 이 회사의 시작은 모바일게임이 아니었다고 한다. 

 “원래는 아케이드 게임을 하려고 했어요.”

 “그럼 모바일게임은 어떻게?”

 “에이스프로젝트 창업멤버인 이성일이 다른 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저랑 친구였거든요. 만날 때마다 모바일게임의 새로운 세상이 온다고 계속 얘기를 했어요. 그러면서 모바일게임 세상을 알게 됐죠.”

 이렇게 해서 시작된 엔텔리전트의 모바일게임 사업. 이 회사가 무럭무럭 성장해 넥슨에 인수되고 엔텔리전트 창업멤버들은 모두 넥슨에서 함께 지내게 된다. 

◆야구를 좋아하는 세 친구

넥슨 생활은 2009년 끝났다. 엔텔리전트 창업멤버들은 권준모 의장을 필두로 고스란히 나와 네시삼십삼분을 만들게 된다. 권 의장의 한마디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제 다시 새로운 것을 해볼 때다!”

 사실 넥슨에 들어가기 전 이들은 모바일게임에 의지를 갖고 있었지만 큰 회사에서는 그들이 맡아야 하는 역할이 있었다. 이름부터 궁금증을 자아내는 네시삼십삼분을 만든 것은 이들이 하고 싶었던 것을 제대로 다시 한번 해보기 위한 시도가 아니었을까. 네시삼십삼분도 풀어갈 이야기가 만만치 않은 회사이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니므로 이 정도에서 넘어가고, 다시 박성훈 대표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네시삼십삼분에서의 생활은 막상 박 대표가 생각한 것과는 사뭇 달랐다. 그의 관심은 모바일게임산업을 장기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그런 콘텐츠였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 자신이 만들고 싶은 콘텐츠를 직접 해보고 싶었다. 유치원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동창이었던 전우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부산이 고향이 전우진은 프로야구 롯데의 열혈팬이자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나온 게임매니아. 박 대표의 고려대학교 컴퓨터공학과 동기동창인 이성일까지 세 사람은 야구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우리들이 정말 좋아하는 것. 처음부터 야구 게임을 만들기로 했다. 에이스프로젝트는 이렇게 탄생했다.

 2010년 회사를 만들고 1년 반 동안의 노력 끝에 네이버앱스토어를 통해 ‘플레이볼’이라는 소셜야구게임을 출시했다. “컴투스프로야구 매니저의 전신인 셈이죠. 그런데 별로 신통치 않았어요” “왜?”

 “출시 직전에 네이트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일어나면서 앱스토어 자체가 얼어붙었어요. 생각보다 사람이 모이지 않았고 이걸 장기적인 주력 콘텐츠로 하기엔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 시점에선 대안이 많지 않았을텐데”

 “그쵸 좀 더 좋은 플랫폼을 찾아야겠다. 이런 생각이 우선 들었구요. 확실히 모바일게임 플랫폼이 제대로된 것이 나올 거란 생각이 들어서 모바일판 플레이볼 게임 기획안을 만들고 1년 동안 준비를 했죠.”

 그래도 플레이볼 시도는 나쁘지 않았다. 우선 기대만큼 고객이 많이 들어오진 않았지만 1인당 매출(객단가)이 높았고, 고객 충성도가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시장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게임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한다.

◆컴투스와 손잡고 해외로!

2012년 여름부터 2013년 가을까지는 박성훈 대표의 창업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가 아니었을까. 왜? 매출이 없었으니까. 매출이 없었던 이유는 물론 모바일에 적합한 야구게임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회사는 투자도 받지 않았다. 돈이 없는데 콘텐츠 개발엔 돈이 필요하니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럼 그 시기를 어떻게 버텼나요?”

 “대표이사 가수금으로 꾸려나갔어요.”

 “투자를 받지 않고?”

 “투자를 받기엔 저희가 너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때문이었죠. 콘텐츠도 없이 투자를 유치하려고 하면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겠죠. 투자를 받으면 지분 관계가 너무 복잡해질 것 같다는 점도 있었구요.”

 에이스프로젝트가 개발하고 있었던 프로야구 게임은 기존 야구게임과 좀 달랐다. 그런데 파트너사를 구하는 과정에서 그게 걸림돌이 됐다. 유저가 매니저가 되는 스타일의 야구게임의 전형을 따르지 않은 것. 흥행을 우려한 다른 게임업체들은 고개를 절래절래. “컴투스만 저희 생각을 알아주더군요. 그 덕에 컴투스와 손을 잡을 수 있었죠.”

 컴투스와 함께 반년동안 게임을 조정하는 작업을 하고 작년 10월 드디어 컴투스프로야구매니저가 출시됐다. 1년반동안 매출이 없어서 고생했고, 대표이사 가수금으로 회사를 꾸려나갔지만 게임 출시하고 4개월도 안 돼 대표이사 가수금을 모두 갚을 수 있었다. 컴투스는 퍼블리싱만 맡은 게 아니라 아예 10% 지분 투자도 단행했다. 확실히 피를 섞어 공동운명체가 된 것이다.

 이 회사의 두번째 작품도 야구게임이다. MLB매니저를 개발중인데 올 9월께 미국 시장에서 출시할 예정이다. 이것 역시 미국 시장 경험이 풍부한 컴투스와 함께 한다. 

 “주로 야구 게임을 만들건가 봅니다?”

 “천만에요. 그럴 리가 있나요. 에이스프로젝트는 이제 시작인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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