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전 처음 봤을 때 패기있는 대학생 창업가였다.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난 그는 여전히 창업가였지만 좀 달라져 있었다. 자신만만하게 거창한 비전을 선포하기보단 한 걸음씩 가겠다고 했다. 사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배웠다고도 했고,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부끄러워 숨고 싶은 심정’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지난 사업 과정을 들으며 부끄러워할만하다기 보다는 그가 상당히 성숙해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꿈을 품고 있었다. 어찌보면 이제 그는 꿈을 이야기하기보다 꿈을 실현해나가는 사람이 돼 있었다. 무엇보다 한동안 연락이 잘 닿지 않았던 그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는 것이 나는 너무 반가왔다. 퇴근길에 하이퍼커넥트 안상일 대표를 만나 그간 살아온 얘기를 들었다. 7년 만의 만남은 뜻깊었다. 

◆꿈은 있었지만 현실화하지 못했다

7년 전 대학생 안상일은 레비서치라는 벤처기업의 대표였다. 2007년 2월 서울대 사내벤처로 시작한 레비서치는 검색기술회사였다. 당시 이 회사가 내세운 ‘신뢰도 추정 알고리듬’이라는 것은 개개인의 평판을 모아 편차를 최소화한 뒤 수치로 표시하는 기술이다. 서울대 재료공학과 00학번인 안 사장과 수학과 01학번인 김형주 CTO(최고기술책임자)가 주축이 된 서울대 재학생들 7명이 모여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 그는 서울대 벤처동아리인 서울대학생벤처네트워크에 들어가 창업으로 대박을 친 선배들을 만나고 이들의 노하우를 직간접적으로 접하면서 창업의 꿈을 키웠다. 감을 익히기 위해 직접 장사 경험도 해 봤다. 학교에서 김밥도 팔아보고 IT분야 컨설팅 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본격적인 사업은 레비서치가 처음이었다. 

 당시 안 대표는 네오위즈와 첫눈을 만들었고 블루홀스튜디오와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를 설립한 장병규 대표를 롤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장병규 대표가 개발한 국내 토종 검색엔진 ‘첫눈’을 뛰어넘는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가졌다. ‘구글을 뛰어넘는 검색 기술을 우리라고 못 만들란 법이 있냐’ 그의 패기있는 일성이 기억난다. 우선 서울대 전체 시스템에서 레비서치의 검색 기술을 사용하고, 샌프란시스코에 법인을 세워 국내보다 미국에서 먼저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게 당시 그의 계획이었다. 홈페이지도 오픈하고 신뢰도 추정 알고리듬이라는 것의 신선함이 관심을 끌면서 투자가 이어졌다. 

 하지만 불과 1년여만에 곳곳에서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우선 2008년 리만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투자자들이 손을 거두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제품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에 대해 그는 냉혹하게 평가했다. 

 “프로덕션 능력이 없었습니다. 꿈은 있었으나 현실로 이뤄낼 역량이 없었어요. 어쩌면 그게 학생 창업의 문제점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죠. 당시 저는 비전은 명확했지만 이를 서비스화하고 비즈니스화하는 방법을 잘 몰랐습니다.”

 투자가 중단되자 30여명에 달하는 직원들과 함께 하기 어려워졌다. 서비스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현실은 혹독했다. 자동차와 집, 예금 등 모든 재산을 팔아 임직원들의 마지막 월급과 회사 미지급금을 해결하고 나니 빈털터리가 됐다. 아니, 개인적으로 상당한 빚도 떠안게 됐다. 

<하이퍼커넥트 창업멤버 3인방. 왼쪽부터 안상일 대표, 정강식 CTO, 용현택 COO>

◆내가 선택한 삶

왜 평범한 삶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크게 실패를 경험하고 그는 한때 그런 생각도 했다고 한다. “평범하게 대학 졸업하고 취직해서 돈 버는 친구들을 부러워하기도 했어요. 나는 왜 평범한 삶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그 전엔 사실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죠. 처음부터 저는 창업의 길을 갔으니까요. 하지만 실패를 겪고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어지자 평범하게 사는 길을 거부한 것에 대해 처음으로 후회가 밀려오기도 하더군요. 때론 삶이 너무 힘들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담담하고 차분하게 그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래도 삶을 포기할 순 없지 않은가. 그는 아직 젊었다. 실패를 했지만 그동안 축적된 사업 경험도 있었다. 이제 와서 그가 토익공부하고 상식시험보고, 면접 준비해서 대기업에 들어갈 리도 만무했다.

 그때 장병규 대표의 도움을 받게 됐다. 안 대표는 과거 병역특례로 네오위즈에서 일하면서 장병규 대표를 알게 됐다. 처음 그의 사업 목표를 세우는데 장 대표가 상당한 롤모델 역할을 했는데 이번엔 실패한 뒤 재기할 수 있는 도움도 얻게 된 것이다.

 그는 장 대표로부터 돈을 빌려 매물로 나온 온라인 커뮤니티 업체를 계약금만 주고 인수해 운영했다. 틈나는 대로 컨설팅 일도 계속했다.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일을 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닥치는대로 일을 했다. 그러던 중 다시 사업의 기회가 찾아왔다. 결국은 아이디어가 중요했다.

 “2011년 구글이 웹RTC(Real Time Communication)를 공개한 적이 있었어요. 이 기술을 활용하면 P2P로 영상 음성 등을 주고받을 수가 있어서 비용을 낮출 수가 있죠. 서버비용 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거거든요. 이걸 모바일에서 활용해보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한 게 다시 창업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이 기술을 보고 처음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것은 그의 친구인 정강식.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00학번으로 대학시절부터 동아리에서 함께 생활했던 정강식은 대학 졸업 후 금융결제원에 들어가 일을 하고 있었다. 금융결제원에 다녔지만 그는 계속해서 뭔가 새로운 걸 만들 수 없을까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직접 코딩하는 것을 좋아해 회사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이것저것 만들어보기도 했다고. 그는 웹RTC를 보면서 이를 상용화하는 회사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하고 2013년 친구 안상일을 찾아갔다. 안상일은 이날 그에게 네오위즈 병역특례 시절 알게됐던 친구 용현택을 소개해줬다.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 석사를 마치고 벤처기업을 창업했지만 앱을 만들어 실패를 경험한 용현택은 2013년 8월 친구 안상일을 만나러 갔다. 역시 창업 경험이 있는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인것. 셋이 다함께 만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날 셋은 영화 ‘설국열차’를 함께 봤다. 그리고 바로 함께 창업했다. 

 기획은 안상일이, 개발은 정강식과 용현택 두 사람이 함께 했다. 정강식은 금융결제원을 다니면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집에 와서 개발에 몰두하는 고단한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항상 코딩이 취미이자 장기였기에 즐겁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11월에 결과물이 나왔다. 첫 작품에 이들은 스페인어로 ‘행운’이라는 뜻을 가진 ‘아자르(Azar)’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세계 최초의 모바일 비디오메신저

아자르는 쉽게 말하면 영상채팅서비스다. 안상일 대표는 모바일 비디오 메신저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모바일 비디오 메신저로는 세계최초란다!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이같은 방식의 앱이 없다는 게 그의 설명. 

 이 서비스를 위해 구글의 웹RTC를 기반으로 하이퍼RTC라는 플랫폼을 하이퍼커넥트가 만들었다. 실시간 영상 음성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최적의 플랫폼이란 게 안 대표의 설명. 무엇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 안 대표는 “유저 1인당 비디오 메신저 비용이 한달에 0.3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안 대표가 서비스를 보여줬다. 전 세계에 있는 누구든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과 영상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친구를 사귈 수도 있고 외국어를 배우는 데 활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게임처럼 시간을 즐겁게 보내기 위한 방안도 될 수 있겠다. 그렇다. 그냥 즐기는 서비스다.

 “사실 다들 외롭잖아요. 누구든 대화를 나누고 싶은 상대를 찾고 있구요. 그런 사람들이 세상엔 정말 많습니다. 그래서 이 서비스가 될 거라고 생각했죠.”

 이번에 이런 그의 생각은 맞아떨어졌다. 작년 11월에 출시해 8개월여만에 사용자 850만명을 모았다. 어마어마한 숫자다. 이용자의 10% 안팎만 한국 사람이고 나머지는 죄다 외국인들이다. 앱을 실행하면 전 세계에서 이 앱을 실행한 사람들이 뜬다. 그 중 나와 대화를 나눌 만한 사람을 앱이 추천해준다. 외국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언어를 몰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간단한 인사말 정도는 앱에서 알려준다. 지역에 따른 언어 팁이 뜬다. 

 핵심은 유료화 모델. 그냥 단순히 비디오 메신저라고 생각했지만 세계인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에서 기발한 유료화 모델이 탄생했다. 대화 상대와 지역을 특정하려면 돈을 지불해야 한다. 성별을 선택할 수도 있고 특정한 지역의 사람들을 선택할 수 있다. 이를테면 여성들하고만 대화를 하고 싶으면 성별을 특정하면 되는데 이러는 데 돈이 든다. 영국에 사는 사람하고만 대화를 나누고 싶으면 이 역시 특정할 수 있다. 돈만 내면 말이다. 이게 돈이 됐다. 매출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수익모델이 없는 서비스는 하지 않겠다. 이게 그가 첫 사업 실패에서 얻은 교훈이었다. 실행력이 최선이다. 비전이 아무리 좋아도 만들어내지 못하면 소용없다. 두번째 교훈. 마지막으로 소비자들이 선택해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세번째 교훈. 그는 이런 세 가지 교훈을 기반으로 아자르를 만들어냈고, 보란듯이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픈 마음이 계속 있었어요. 특히 글로벌 시장에 통하는 걸 만들고 싶었죠. 이제 시작일 뿐이지만 시작이 좋습니다. 소비자들이 선택해주고 이용한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제 진짜 세계적인 서비스가 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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