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살아온 길을 돌아본 적이 있으신지? 어느 덧 올해도 연말이 가까워지고 있어 그런 생각을 한번쯤 하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그런 생각을 하노라면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좋은 의미로, 어떤 이에게는 나쁜 의미로. 그리고 어떤 이에게는 아무러해도 좋은 그런 의미로.

돌이켜보면 인생의 진로를 결정하는데 반드시 어떤 극적인 순간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하루하루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온다는 것이 지금의 모습으로, 하나의 결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일 뿐. 그 과정에서 특별히 극적인 결단의 순간이 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떤가. 다만 시간을 헛되이 보낸 게 아쉬울 뿐. 오늘도 시간은 흘러가고, 알 수 없는 미래를 보면서 한 가지만 붙들고 간다. 나는 세상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 누군가에게, 세상에는 어떤 존재와 의미가 될 것인가, 그리고 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번에 소개하는 리나소프트 김성관 대표는 ‘그래 결심했어!’ 따위의 극적인 순간 없이 창업의 길에 들어서 반평생을 창업과 개발에 바쳤다. 그는 삶을 통해 어떤 질문을 던졌고, 무엇을 발견했을까. 이 글을 읽는 분들이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홈페이지 만들면서 시작한 창업인생

부산 동의대학교 컴퓨터공학과 92학번으로 입학한 부산 사나이 김성관. 그는 대학교 3학년때인 1990년대 후반부터 홈페이지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그는 정말 코딩이 재밌었다고 한다. “학교에서 기본적으로 코드 짜는 걸 배우긴 하죠. 하지만 자기가 재밌어서 열심히 파지않으면 어느 수준 이상 올라갈 수가 없어요. 저는 정말 재밌었어요. 매일 새벽 2-3시까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열심히 코딩을 했죠.”

재밌어서 한 일이 돈이 됐다. 당시 친구가 디자인을 맡고 김성관이 프로그램을 짰다. 학생들이었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하게 외주를 받아 홈페이지를 만들어준 셈이었고 비용을 아끼기 위해 이들에게 일을 맡기는 경우가 제법 있었다. 한달 동안 합숙해서 친구와 둘이 홈페이지를 만들면 500만원은 거뜬히 벌었다고 한다. “당시 한 학기 등록금이 150만원 정도 하던 시절이었죠. 벌어서 둘이 나눠도 충분히 등록금은 커버가 됐어요.”

코딩을 하다보면 재미있고, 돈도 벌고,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이렇게 좋은 일이 있다니! ‘이렇게 쭉 하면 되겠다’라고 막연하게나마 생각하고 있었다. 홈페이지 경지대회에서 1등을 하기도 하는 등 제법 인정도 받았다. PC통신 천리안 나우누리가 유행하던 시절에 그에게는 일감이 더욱 쏟아져 들어왔다.

같은 대학 같은 과에서 석사과정까지 끝마친 그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대학원을 졸업한 뒤 LG전자에 갈 기회가 온 것이다. 하지만 그는 창업을 하기로 결정한다. “당시 어찌보면 철없는 생각일 수 있죠. 그렇게 해서 언제 돈을 버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창업을 하기로 했죠. 지금까지 계속 해왔던 일이기도 했구요.”

그의 공식적인 첫 창업은 2002년. 당시 웹에이전시 회사를 차렸다. 그런데 그는 창업을 하고나서 현실의 벽을 처음으로 느꼈다고 한다. “‘아 그냥 등록금 벌 요량으로 홈페이지 외주 제작을 하는 것과 창업을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쉽지 않더라구요.”

<리나소프트 김성관 대표>

◆모바일에서 기회를 찾다

창업은 했지만 하고 싶은 분야는 잘 손에 들어오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전자책의 세계를 접하게 된다. “전자책 세상이 곧 올 것 같았어요. 사람들이 PC나 휴대폰으로 책을 보는 그런 세상. 이건 좀 될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석 달 동안 잠도 자지 않고 밤을 새서 전자책 솔루션을 만들었다. 이름 하여 리얼뷰. 생각만 했던 것을 실제로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감도 생겼다. 이메일 수집기로 전자책 솔루션을 무작정 뿌렸다.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선 그 방법밖에 없었다. 그때 모 과자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제법 널리 이름이 알려진 이 회사와 계약을 맺고 카달로그를 전자책으로 만들어주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업체별로 e북도 만들었고 직원들 10명을 채용하기도 했다.

점차 자신감이 생긴 그는 온라인잡지 사이트를 만드는 등 사업을 확장해나갔다. “그런데, 결제를 잘 안하더라구요.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서 보긴 했는데 결제를 하질 않으니 돈이 안 된거죠. 그때는 비즈니스를 너무 몰랐던 것 같아요. 지금과 같은 그런 투자나 창업 환경이 아니었는데..”

사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개인이 만든 동영상(UCC)을 홈페이지에 올릴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많은 사람들이 문의를 하는 등 관심을 끌었는데, 2007년말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터지면서 회사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2008년은 그에게 가장 혹독한 해였다. 왜 내가 창업의 길로 들어섰을까. 이런 생각을 수도 없이 하지 않았을까. 직장에 들어갈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계속 창업만 해와 그러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그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기에 잠깐 회사에 취직해 일도 했다고 한다. 그 와중에도 그는 창업의 기회를 계속 찾았다. 2010년 아이폰 관련 교육 프로그램에 갔다가 모바일 분야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개발의 욕구에 불탄 그는 프로그램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150만원 짜리 맥북을 ‘질렀다’고 한다. 당시 세 살 난 아들을 주려고 ‘공룡대탐험’이라는 앱을 만들었다. 그가 처음으로 만든 앱이었다. 심심풀이로 만든 앱이었는데 제법 사람들이 다운로드를 많이 받았다.

“아, 앱이 장사가 되는구나. 그런 느낌이 왔어요. 그래서 다시 1인 기업부터 시작했죠. 그게 벌써 2011년이네요. 지긋지긋할 법도 한데, 다시 창업에 뛰어든 셈이죠.”

◆계속 새로운 걸 해보고 싶다

2012년 그는 지금의 회사를 ‘공식적으로’ 설립했다. 리나소프트란 이름을 붙여줬다. “딸 이름이에요. 김리나. 스티브잡스가 딸 이름을 붙인 컴퓨터를 만들었쟎아요? 리사라고. 그 생각이 났어요. 부끄럽지 않은 그런 회사로 키우고 싶은거죠.”

리나소프트는 줄기차게 앱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만든 앱만 15개쯤 된다. 그 중에는 ‘싸가지없는 영어이메일’ 앱과 같은 히트작도 있었다. 그래도 그는 ‘넌 얼마나 쓰니’ 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올 1월에 출시된 이 앱은 지금까지 20만건 정도 다운로드됐다.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성적도 아니다. 다만 앱을 다운로드한 사람들이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는 건 고무적이다.

‘넌 얼마나 쓰니 앱’은 스마트폰 사용시간과 패턴을 분석하는 일종의 개인 스마트폰 관리 앱이다. 리나소프트는 이를 스마트폰 중독 방지 앱이라고 설명한다.

'넌 얼마나 쓰니'는 하루 동안 스마트폰을 얼마나 사용하고, 어떤 앱을 주로 사용하는지 확인하고 분석하는 게 주된 기능이다. 사용 패턴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분석 데이터를 제공하고 화면을 켜는 횟수 측정, 목표 사용시간 설정, 사용시간 알림 등의 다양한 부가기능으로 스마트폰 중독에 빠지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복잡한 상세 데이터를 다루지만 깔끔한 디자인과 편리한 조작법으로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다는 게 장점.

학생들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우선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자신의 시간을 관리하려나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평가가 나온다. 다만 공익적인 목적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게임 앱과 같이 폭발적인 반응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과 제휴를 맺고 사람들의 스마트폰 사용패턴을 분석하는 쪽으로 B2B 사업 개발도 가능하다. 사업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

사용자가 느끼는 장벽이 낮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얼마든지 통할 수 있다. 이미 영어, 중국어, 일본어 버전에 이어 독일어 버전도 출시됐다.

자못 진지해 보이는 그는 성격 못지 않게 앱도 그런 앱을 주로 만들었다고 한다. 좋은 앱을 만들어 (물론 돈도 벌어야겠지만) 사회에 기여도 하는 것. 무엇보다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고, 찾아가고, 도전해가는 과정이 그에게 기쁨인 것 같다.

“계속 새로운 것을 찾아서 해보고 싶어요. 오래전부터 그랬죠. 그러니까 창업을 해서 이렇게 이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요. 대학때 컴퓨터 언어를 배웠고 거기에 푹 빠졌어요. 어려운 일도 많았었지만 그때 그 기억과 당시 배운 기술로 인해 언제나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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