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그는 한국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분야의 시초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인물이다. 아직 벤처 전문 액셀러레이터란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절에 스타 창업가들과 힘을 합쳐 프라이머를 설립하고 아이디어나 팀도 아직 제대로 구성되지 않은 창업팀에 멘토링과 투자를 병행하는 시도를 했다. 그게 2010년 이었다. 그 뒤 5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면서 그와 프라이머가 겪은 도전과 성과, 그리고 시행착오가 고스란히 한국 스타트업 투자업의 판도를 바꾸는 새로운 역사가 됐다.

세월이 흘러 이제 어느덧 나이는 50줄이 넘었고 머리는 희끗희끗해졌지만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창업에 대한 열정으로 여전히 반짝이는 그의 눈빛과 크지 않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를 보고 느끼면서 창업과 혁신이라는 그의 인생의 도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

최근 권도균 대표를 보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그가 근자에 출간한 책 때문이었다. ‘권도균의 스타트업 경영 수업이라는 책을 보면서 정말 대학교 등에서 수업 교재로 쓰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그가 책을 쓰게 된 계기도 수업 교재로 쓸 만한 책을 하나 만들고 싶다는 생각때문이었다고 한다.

대화는 책 이야기로 시작됐지만 5년째 프라이머를 운영하면서 든 생각과 앞으로의 계획,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견해 등으로 이야기가 옮겨갔다. 차분하면서도 벤처 비즈니스 전체를 아우르는 조리있는 설명, 사업의 성공과 실패를 직접 겪어본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통찰력, 그리고 스타트업에 대한 따스한 시선.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와 분위기에 빠져있다 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스타트업을 만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엄청 바쁠텐데, 언제 이렇게 글을 쓰셨는지.

원래 이렇게 책을 낼려고 작정했던 것은 아니고 페이스북에 틈틈이 글을 올려놨었어요. 그동안 프라이머를 하면서 나름대로 스타트업 경영에 대한 생각을 했었거든요. 어느새 보니 60개나 되더라구요.”

그래도 책으로 내기는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텐데요

그렇죠. 그 전에 전자신문에 칼럼 형태로 글을 기고하는 과정이 없었으면 엄두를 내지 못했을 거에요. 작년초부터 전자신문에 칼럼을 연재했어요. 요청이 들어왔을 때 가능할까 싶었는데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꽤 많으니까 할 수 있겠다 싶었죠. 그런데 신문에 글을 쓴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군요. 안쓰다 쓰니까 주말 이틀 동안 꼬박 아무것도 못하고 글 쓰는 작업에만 몰두했어요.”

페이스북에 틈틈이 올린 60개의 칼럼에서 출발

칼럼을 그냥 모아놓은 건 아닌 듯 한데요

칼럼을 6개월 동안 81개를 썼어요. 매주 3개씩 썼죠. 연재가 끝나고 어떤 분을 만났는데, 이분이 직원들 교육용으로 제 글을 묶어서 활용하고 있다고 감사인사를 하더라구요. 그때 아 이걸 묶으면 스타트업을 위한 교재가 될 수도 있겠구나알게 됐죠. 그러면서 책으로 출간하기로 결정을 한 거에요. 그래도 사실 책을 내기 위해선 상당수 칼럼을 거의 다시 써야 했어요. 8개월이나 걸리더군요.”

고생 많이 하셨겠습니다.

글 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 한 번 실감했죠. 그래도 이제 책도 내고 그랬으니 본업으로 돌아가야죠.”

프라이머가 어느덧 시즌3에 접어들었죠?

지난 7월로 시즌3가 끝났습니다. 2010년에 처음 시작해 시즌1때는 5억원을, 시즌2때는 7억원을 투자했어요. 합해서 27개 기업에 투자했는데 올해초 시작한 시즌37개월간 22개 기업에 2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규모도 커지고, 투자하는 회사고 부쩍 늘어나고 그랬죠.”

그만큼 좋은 회사가 많은가 봅니다.

저는 지금이 스타트업 캄브리아기라고 표현을 해요. 캄브리아기는 지질 시대 구분에서 고생대의 최초의 기간인데 이 시기에 생물군이 가장 많이 출현을 하는 대시기쟎아요. 스타트업의 최근 발흥이 이 시기와 비견될만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2~3년이 절정일 것 같아요.”

좋은 팀이 많으면 지원 프로그램도 확충해야겠네요.

저희가 엔턴십을 1년에 1회 진행해왔어요. 우선 서류로 지원을 받는데, 800팀이 지원을 합니다. 정말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많아요.올해 시즌3의 경우 22개팀에 투자를 했는데 10개는 엔턴십에 들어온 팀이었고 나머지 12개는 일반투자를 진행했습니다. 곧 시즌4를 시작할 계획인데 시즌4에서는 엔턴십을 연 2회로 늘리기로 했어요. 그만큼 좋은 팀이 많아서죠.”

"지금은 스타트업 캄브리아기...향후 2~3년 절정에 달할 것"

시즌4 투자금액은 어느 정도 될까요

“100억원 정도 할 예정입니다. 올 가을부터 시작되구요. 외부 자금을 받지 않고 파트너의 자금만으로 할 생각입니다.”

자체자금만으로 하는 이유가 있나요

프라이머를 그동안 운영하면서 느낀 게 Flexible이 중요하더군요. 이 업이 매우 불확실한 것에 투자하는 것이지만 의미있는 일을 찾아내는 건데, 그거려면 투자의 자유가 필요합니다. 투자의 규모보다는 그게 더 중요해요.”

파트너가 어떻게 구성돼 있나요. 프라이머 1기때는 장병규 네오위즈 창업자, 이택경 이재웅 다음 창업자, 송영길 부가벤처스 대표 등 쟁쟁한 인물들이 많이 포함돼 있었는데요.

우선 제가 있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싸지닷컴의 이기하 대표, 지란지교소프트 창업자 오치영 대표가 있습니다. 씽크리얼즈 창업자인 김재현 대표, 코스닥 상장사인 슈피겐의 김대영 대표, 그리고 대웅제약의 윤재승 대표도 참여합니다. 그리고 인포뱅크 두 분 대표 중 한 분과 스트롱벤처스도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100억원이라. 기존 투자금에 비해 상당히 많네요. 투자 기간이 있겠죠.

“3년간 매년 30억원에서 40억원 가량을 투자하게 됩니다. 지금 정말 창업하는 팀들이 많이 있지만 여전히 창업하기 좋은 시기인 것 같습니다. 모바일 비즈니스가 막 폭발하려는 이때, 창업을 해야 한다고 청년들에게 얘기하고 있어요.”

요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도 많이 생겼고, 정부 지원프로그램도 많이 있습니다. 프라이머의 역할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한때 고민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주 초창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들이 늘어나면서 프라이머는 얼리 스테이지(early stage)로 가야 하나 아니면 투자 금액을 올리고 좀 더 모델이 검증된 팀에 투자를 할 것인가를 고민한거죠. 그러다보니 팀을 선정할 때 그런 고민이 좀 엿보였습니다. 그래서 시즌2의 팀을 보면 아주 초창기 스타트업과 약간 성숙한 팀이 섞여 있습니다. 그런데 시즌3에 와서 다시 얼리 스테이지로 돌아왔어요. 저는 이것을 병아리 인큐베이팅에서 달걀 인큐베이팅으로 돌아왔다고 표현하곤 하는데, 그야말로 정말 초기 상태의 기업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는 게 프라이머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프라이머가 어떤 팀을 뽑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저는 사람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장래성이 있는 사람과 그런 팀을 뽑는게 대단히 중요하죠. 흙 속에 묻혀 있는 인재를 발굴해서 키워내는 것. 항상 그런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사업이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장거리 경주같은 것. 조급해하지 말기를.."

액셀러레이팅이라는 게 뭘까요.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것?

피터 드러커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경영은 평범한 사람을 데리고 탁월한 결과를 내는 것이라고요. 인큐베이팅, 엑셀러레이팅도 마찬가지입니다. 훌륭한 사람을 데리고 훌륭한 결과를 내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것입니다. 사실 그 과정에서 엑셀러레이터가 어떤 가치를 더했는지 불확실하죠. 별로 한 게 없을 수 있습니다. 평범하지만 장래성이 있는 그런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 그래서 프라이머는 낮은 밸류로 적은 금액을 투자하지만 가치를 더해서 크게 키우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아주 바닥에서부터 시작하는 거죠. 사업이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장거리 경주와 같습니다.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죠. 그 장거리 경주를 할 수 있는 인재를 찾아내 함께 달리는 겁니다.”

요즘 창업이 붐처럼 되면서 거품이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거품일 수 있죠. 하지만 거품은 결국 발전을 낳습니다. 좋은 사람, 좋은 재원들이 모이면서 산업이 단단해지고 있는 걸 느낍니다. 돈이 된다는 생각에 잠재력이 있는 인재들이 창업으로 몰리는 거죠. 기존의 생각을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1990년대 웹 시대보다 훨씬 더 큰 문이 열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창업 문화 관련해 아쉬운 부분이 있을텐데요

주변에 노이즈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등 식의 속설, 그와 관련된 너무 많은 잡음들. 어설픈 사람들의 조언. 이런 것 때문에 훌륭한 사업가, 자질있는 사람들이 흔들리고 엉뚱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죠.”

"성공비결 운운하는 주위의 감언이설에 속지 말라...사업엔 성공비결따윈 없다"

성공비결이 없다는 말씀이지요

. 성공비결 따윈 없습니다. 우리는 그런 걸 가르치려고 하지 않습니다. 성공에 이르는 쉽고 빠른 길? 저는 그것을 사탄의 유혹이라고 부릅니다. 답은 경영자가 고객과 함께 찾아가는 겁니다. 쉬운 길은 없어요. 그런데 세상의 유혹이 너무 많죠. 프라이머는 그래서 경영자가 딴 짓을 못하게 합니다. 그렇게 하면서 경영이 무엇인지 체득하게 하는 거죠.”

프라이머의 지나온 5년을 돌이켜보신다면.

프라이머를 하면서 두 가지 목적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스타트업을 인큐베이팅하면서 그들을 돕고 그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창업후 성공적으로 회사를 매각하거나 새로운 창업에 도전한 사업가들이 엔젤투자를 배울 수 있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엔젤투자 문화나 그런 그룹이 한국에 이전에 전혀 없다시피 했기 때문에 학습이 필요하다고 봤어요. 엔젤투자도 사실 배워야 합니다. 시행착오가 필요했죠. 함께 투자하면서 배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함께 했던 이택경 대표는 매쉬업엔젤스를 차려서 별도로 하고 계시고, 류중희 대표로 퓨처플레이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감사하고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라이머가 앞으로도 그런 역할을 해 낼 수 있도록 지치지 않고 창업가들을 찾아내는 일을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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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균은? (출판사 저자 소개에서 발췌)

대한민국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의 개척자이며 대표적인 멘토로 알려져 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11년간 컴퓨터 분야 엔지니어와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35세에 독립해 5개의 회사를 창업했다. 이 중 1997년과 1998년에 각각 설립한 이니텍과 이니시스를 보안?전자 지불 분야 국내 1위 기업으로 성장시켰고, 2000년대 초반에 두 회사 모두 코스닥에 상장시켰다. 이후 사업의 본질에 충실한 경영으로 4000억 원이 넘는 기업 가치의 회사들로 성장시켰고, 새로운 일을 도모하기 위해 2008년 말 모든 경영권을 매각했다.

2010년 대한민국의 창업 환경에 적합한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프라이머를 벤처 1세대 창업가들과 함께 설립했다. 프라이머는 국내 대표적인 스타트업들을 발굴, 투자했으며 성공적인 기업들을 다수 탄생시켰다. ‘잠재적인 창업가들을 발견하고, 큰일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경영 지식과 지혜를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경영의 범주를 기업 이외의 다양한 분야로 확장해, 경영 지식으로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발견하고 잠재성을 발휘해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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