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시력 문제로 고통을 받는 인구는 무려 45억명에 달한다고 한다. 인간의 오감 중 시력에 의존하는 비중은 90%를 차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시력이 그저 잘 보는 문제 뿐 아니라 성장 과정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일일이 다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시력이 이렇게 중요한 만큼 평소 눈을 관리하고 눈의 상태를 체크하는 게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병원은 고사하고 안경점에 들를 시간이 없거나, 돈이 많이 들거나, 관심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느끼는 이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다면 단순히 편의가 증진되는 정도가 아니라 어려운 이들을 돕는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휴대용 검안기를 개발한 오비츠의 김종윤 대표가 217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뜻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김종윤 대표는 중3때 미국으로 건너갔다. 어린 학생이 미국의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커뮤니티 활동을 열심히 했다고 한다. 아예 자신이 몇몇 유학생 커뮤니티를 운영하기도 했다. 스포츠 행사나 각종 행사를 외부 지원을 받아 진행하기도 했다.

미 로체스터 대학 광공학 전공으로 2008년 입학한 그는 이듬해 군 입대를 위해 한국에 들어왔다. 제대를 한 뒤 서울대 교환학생으로 오게 되면서 한국에서의 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그때 그는 사실상의 첫 사업을 하게 된다. “스쿠터 쉐어링 사업을 기획했어요. 2011년이었죠. 프라이머 엔턴십에도 들어갔고요.”

그러데 그는 이 시기를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갔던 때라고 설명했다. “제가 사실 잘 모르는 분야였죠. 당시 트렌드를 좀 따라가려고 헀어요. 스쿠터 쉐어링이라. 제가 아니라 다른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사업이죠. 그냥 의욕만 앞섰어요. 그리고 뭐랄까. 정말 겉으로 보이는 것에 치중을 많이 했어요. 그럴 듯하게 보이는 사업을 하려고 한 거죠. 열심히 하기는 정말 열심히 했어요.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영혼이 없이 열심히만 한 거죠.”

자신에 대한 냉정한 평가. 이 사업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명확한 동기가 부여되질 않았다고 한다. 사실 본격적으로 제대로 시작도 못 한 채 사업을 도중에 접었다. 그리고 2012년 미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건강을 해치고, 마음에 상처도 입었다. 자책을 하려고 치면 시간만 낭비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터.

그래도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했다. ‘본업을 열심히 하자가 그 당시의 마음가짐이었다. “공부를 해야했어요. 본업, 즉 전공인 광공학으로 돌아간 거죠. 그때의 생각은 공부 열심히 해서 바슈롬에 취직하자. 이거였습니다. 하하

본업에서 진짜 아이템을 찾다

그런데 사업가 기질이 어디 가질 않았다. 결국 사업을 해야 하는 운명이었을까. 1년여 얌전하게 수업을 듣고 학교 공부를 따라갔지만 2013년부터 다시 그는 창업 대회를 나가기 시작했다.

달라진 점이 있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런 분야가 아니라 자신의 전공이자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구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겪은 뼈저린 실패가 그에게 준 교훈이었다. 다행히 미국에 돌아와 학교 생활을 하면서 운 좋게 플라움시과학연구소(Flaum Eye Institute)에서 연구원으로 일할 기회를 얻게 됐다. 학부 전공자로서는 특이한 경험이다. 특히 시과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윤근영 교수에게서 배울 수 있었다는 게 큰 장점이었다.

아시아에서 유독 근시가 많습니다. 그런데 연구자들 사이에서 그 원인을 놓고 여러 가지 분석을 하거든요. 아직 딱 떨어지는 답이 나온 것은 없어요. 이를 위해선 다양한 사례 분석 뿐 아니라 엄청난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이 데이터를 우선 습득하면 연구에 상당한 진척이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창업 아이디어가 여기서 시작됐죠.”

사람들이 항시적으로 시력을 측정하고 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 분석하게 한다면 이것이 나중에 빅데이터가 됐을 때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관건은 많은 사람들의 눈의 정보를 주기적으로, 자주, 오랫동안 측정하는 방법을 찾는 것. 역시 휴대용으로 간편하게 할 수 이게 해 주는 게 최선이다. 오비츠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창업 초창기 시절의 김종윤 대표.>

그가 이런 생각을 처음 했을 때는 2013. 그때만 해도 연구소 내에서 학생 프로젝트로 시작됐다고 한다. 윤근영 교수와 대화 도중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런데 로체스터 Regional Competition’ 대회에 나가서 덜컥 상을 받게 됐다. 그가 대학을 졸업하기 직전이었다. 상금은 25000달러. 미국은 각 지역사회별로 엔젤투자자들이 이런 대회를 열어 젊은 유망 벤처기업에 투자를 하거나 아이디어에 투자를 하곤 하는데 그가 그런 사례가 된 것이다. 상금이 자본금이 됐다. 윤근영 교수도 적극적으로 도와주기로 했다. 연구소 안팎에서 기술적인 부분을 도와줄 사람들도 모았다. 2014년이 되면서 사업은 급물살을 탔다.

가장 많은 정보를 가장 정확하고 가장 간편하게

그의 사업은 대단히 심플하다. 휴대용, 또는 간편하게 누구나 쓸 수 있는 시력 및 눈 검사 장비를 만들어내는 것. 정확하게 측정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에, 무엇보다 적당한 크기로 만들 수 있는 게 바로 기술력의 응집을 보여주는 척도다.

시력만 정확하게 측정해 줄 수 있어도 쓸모가 많을 것 같은데, 그는 무려 45가지의 눈에 대한 정보를 측정하는 장비를 만들었다. 아쉽게도 아직 개발중인 제품이기 때문에 즉석에서 눈을 측정할 수는 없었다. 물론 시제품 정도는 나와 있지만 제품 오픈을 앞두고 막바지 테스트가한창이라고 한다.

김종윤 대표가 동영상으로 보여준 오비츠의 눈 측정 장비는 눈에 대한 45가지 정보를 파악해낼 수 있으면서도 한 손에 쥐고 쓸 수 있을 정도로 크기를 줄였다. 안과나 안경점에 갔을 때 시력을 재는 기기보다 크기를 훨씬 줄이면서도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오비츠는 미국과 한국에 모두 법인을 갖고 있다. 미국에서는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있고 한국에서는 소프트웨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이다. 양쪽 모두 엔지니어, 즉 개발자들이 핵심이다. 내년 1월게 알파테스트를 실시하고 3월부터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장비 자체를 대규모로 팔아서 돈을 버는 모델은 아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렌탈을 하는 업체나 개인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를 축적하면 그것이 가장 강력한 힘이 될 것인란 게 김 대표의 예상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MIT미디어랩의 연구팀이 주도한 EYENETRA라는 업체가 있고 보스턴대가 중심이 된 Smart Vision Labs가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하버드대학교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PLenOptika라는 곳도 극비리에 유사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비츠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기술력. 소형화 기술과 측정 방식에 관한 기술에서 이미 특허를 취득하고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하면서 초기부터 30만 달러를 투자받았고 한국의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퓨처플레이, TIPS, KOICA 등 쟁쟁한 투자회사 및 협력 기관으로부터 투자를 받아냈다. 총 투자금액이 15원을 훌쩍 웃돈다.

오비츠의 제품은 단순 시력검안기가 아니다. 국내 안과병원에서는 라식 및 라섹 수술용 장비로 쓰이는 그런 수준 높은 장비를 휴대용으로 만든 것이다. 시력 측정이 중요한 이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 활용도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시력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눈에 대해 잘 알아야 합니다. 두뇌 발달, 학습력, 바른 성장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죠. 이것만 잘 알려져도 수많은 잠재 고객들과 빈곤층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무엇보다 그에겐 자신이 사업을 하는 이유, 동기, 그리고 나아갈 방향을 찾은 것이 중요해 보였다. 그래서인지 오비츠의 회사 표어가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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