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브랜드 남자 구두는 어쩌면 그렇게 한결같이 다 비슷한 디자인일까. 그렇다고 아주 개성있는 것을 찾으면, 너무 과해서 평소 일하러 갈 때 신을 수가 없을 정도다. 나의 경우는 구두에 대해서만 가끔 그런 생각을 했지만 패션에 관심이 많거나 그 쪽에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더 갈증이 있을 것이다. 디자이너 이름이 붙은 패션 의류나 잡화는 너무 비싸거나 개성이 너무 과하고, 그냥 대중 브랜드 제품은 너무 평범하거나 비슷비슷하고.


 그런데 이런 불만이나 불편함은 패션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도 다른 사이드의 고민일 따름이지 마찬가지로 한다. 옷을 디자인해도 대량 오더가 아니면 어디 공장에 맡기기도 힘들고, 만들어도 손님을 찾아서 판매하기도 힘들고. 그러다보면 항상 비슷비슷한 상품들만 나와 있게 된다.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 느끼고 있는 이런 갈증을 해소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브라켓디바이는 이렇게 시작됐다.


어느 날 보니 창업을 하고 있었다!

브라켓디바이 창업자 김다정 대표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창업을 생각해본다던가, 자신이 기업을 세운다던가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정신을 차렵니 이미 창업을 해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어쩌다가 그는 이 길로 들어서게 된 걸까.


 서울대학교 의류학과 04학번인 김다정 대표는 졸업하고 국내 굴지의 유통기업 L사에 취직했다. 본래 패션이나 옷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약간은 막연하게) 의상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그 회사에 들어갔다. 처음엔 인턴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회사 생활은 그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 인턴 시작부터 크게 어긋났다. 그는 옷에 관심이 있었지만 회사는 유통회사였고 그의 관심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어느 날 회사에서 선배가 물어보더라구요. 너는 패션에 관심이 있어서 왔니, 아니면 유통 쪽에서 일하고 싶어서 왔니? 옷이 좋아서 들어왔다고 했더니, 그러면 이런 데서 일하지 말고 옷을 사는 사람이 되라고 하더군요. 하하


 그래서 그는 유통회사를 나와 진로를 바꾸게 된다. 삼성전자에 입사를 했다. 이번에도 의류쪽은 아니었다. 사실 의류나 패션 쪽에 명확한 진로 의식이 없을 때였어요. 옷을 파는 것과 사서 입는 것을 좋아하는 것의 차이가 뭔지만 어렴풋하게 알게 된 거죠.


 그가 삼성전자에 입사했을 때는 전 세계적으로 상당히 어렵던 시절이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었다. “단말기 쪽으로 갔으면 좀 재미를 붙였을 지도 몰라요. 그런데 전 통신 장비, 통신 기술? 이런 분야에서 일을 했거든요. 2년 반 정도 있었는데 별 재미가 없더라구요.”


 그는 다시 학업으로 돌아갔다. 서울대에 가서 MBA를 마치고 컨설팅 회사에 들어갔다. 네모파트너즈라는 국내 컨설팅회사에서 근무했다. 국내 로컬 컨설팅업체로서의 한계도 분명히 있었지만 그래도 일은 재미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결국 자신의 관심사를 떨쳐내지 못했다. 그것과 완전히 무관한 삶을 계속 산다는 게 그에겐 힘든 일이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의류 생산과 유통에 대한 불만, 불편. 이런 것을 누군가는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뭔가 기회가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런 일을 하고 싶으면 창업을 하는 수밖에 없다는 얘길 들었어요. 하지만 바로 창업을 하기엔 전 큰 회사에서만 일해봐서 스타트업이 뭔지 너무 몰랐죠.”


초보 창업자가 구성한 막강 멤버들

그래서 그는 지인의 권유로 스타트업 리니어블에 입사했다. 그에겐 처음 경험하는 스타트업의 세계였다. 리니어블은 미아방지용 팔찌를 만드는 회사다.


 “회사를 설립한다는 거, 창업가가 된다는 거, 사실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거든요. 스타트업의 문화도 잘 몰랐구요. 그런데 가서 일하면서 스타트업의 창업가, 벤처기업 문화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된거죠. 특히 문석민 대표를 보면서 대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뭐랄까.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대표라면 나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그런 생각? 리니어블 대표와 함께 일하면서 보니 기존 직장생활에서 봤던 직장인들과는 다른 사람이었어요.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자세. 전 그런 사람을 별로 못 봤거든요. 저도 그런 사람으로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자, 이렇게 김다정 대표는 창업을 결심하고 그 세계로 들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가 가장 필요한 건 사람이었다. 창업을 하면서 사람 모으는 게 가장 힘들다면 힘들 수도 있는 일이다. 마음이 맞고, 실력이 있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 다행히 그에겐 절친이 한 명 있었다.


 서을선 마케터는 김다정 대표의 친구다. 8년간 교사 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런데 거기서 한 일이 대박이다. 의류공장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돌아왔더니 김다정 대표가 창업을 하겠다고 덤비고 있었다. 1순위 협력자가 될 수밖에.


 다음으로는 네모파트너즈에서 전략컨설팅 업무를 하면서 김다정 대표와 호흡을 맞췄던 장찬미. 장찬미 마케터는 호주 유학시절 동대문에서 옷을 사다 현지 마켓에서 옷을 팔기도 했던 경험이 있다. 김다정 대표는 무엇이든 다 팔 수 있는 능력자라고 소개했다.


 김다정 대표가 주저없이 브라켓디바이의 핵심멤버라고 소개하는 정안나 MD. 김 대표는 그녀를 자신이 종종 다니던 의류상에서 처음 봤다. 내심 영입순위 1순위로 꼽고 있었는데 정안나 MD는 그새 동대문에서 도매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가 사업을 접고 진로를 고심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녀도 기꺼이 합류했다. 개발자의 경우 일찌감치 합류가 결정된 멤버가 있었으나 결혼 문제로 합류를 뒤로 미뤘다. 하지만 외부에서 개발 업무를 하기로 했다.


<브라켓디바이 창업멤버들. 앞줄 오른쪽이 김다정 대표. 이후 시계 반대 방향으로 정안나MD, 서을선 마케터, 장찬미 마케터.>


 이들은 절실했다. 모두에게 최소한 하나 이상씩의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올해초 팀을 구성하고 빠르게 움직여서 지난달 사이트를 오픈하고, 628일 드디어 이들의 첫 제품을 와디즈를 통해 공개했다. 제품이 있기 때문에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려고 한 것이다. https://www.wadiz.kr/web/campaign/detailBacker/8916

첫 제품은 착한 여름 스카프다.


디자이너와 소비자 만나는 오픈플랫폼 꿈

브라켓디바이가 하려는 건 뭘까. 첫 상품이 착한 스카프인 이유는 뭘까.


 브라켓디바이의 의도는 단순하고 명확하다. 디자이너의 다양하고 개성있는 디자인의 의류나 잡화 등을 상품화해 소비자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디자이너들은 고객을 만날 수 있으니 좋고, 소비자들은 보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질 좋은 상품을 만날 수 있다.


 지금까지 이게 안되고 있는 이유는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자신들이 디자인한 제품을 상품화하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아무리 멋진 옷을 디자인해도 브랜드가 없으면 옷가게에서 팔기 힘들다. 최소한 일정 수준 이상의 주문이 들어온다는 전제가 돼야 옷을 공장에 맡겨서 만들어낸다. 일정 수량이 안 나올 것 같으면 생산 비용이 확 올라간다. 그래서 희귀한 디자인의 옷은 가격이 비싸지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그 옷을 잘 선택하지 않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차별적 디자인의 제품을 거의 원가 수준에 판매함으로써 기존 유통업체들이 가져갔던 마진을 소비자와 디자이너에게 돌려주자! 이걸 하려고 하는 게 브라켓디바이다.

이번에 와디즈를 통해 올려놓은 착한 여름 스카프의 경우 가격이 12500원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마진 없이 원가에 부가세, 카드 수수료 정도만 붙은 가격. SPA 제품 가격이 2만원대 후반 정도 되는 걸 감안하면 확실히 싸긴 싸다.


 이처럼 브라켓디바이는 처음엔 디자이너들을 선별, 상품 디자인을 올려놓게 한 다음 소비자들이 이걸 보고 구매 의향을 표시하면 주문이 들어가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소량 주문이 들어가도 브라켓은 할 수 있다. 다른 상품 여럿과 함께 의류 공장에 주문을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량을 만들어줄 수 있어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은 오픈플랫폼 만드는 게 꿈이란다. 디자이너들이 작품을 올려놓고 소비자들이 선택하고, 수량이 몇 매 이상 되면 공장에 주문해서 만드는 그런 시스템 말이다

 

 “가격이나 평가 등도 수요자와 공급자들이 다 알아서 하는 오픈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요. 디자이너들은 만들고 싶은 옷을 만들면서 자신의 옷을 좋아해주는 소비자를 만나고, 소비자들은 독특하고 개성있고 쓸모 있는 다양한 옷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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