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산업에도 자라’(ZARA)와 같은 포지셔닝이 가능할까. 1인 가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밥 해 먹을 시간은 없고, 점점 바빠지고 있지만 음식만큼은 그래도 매 끼니 색다른 것을 먹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나면 가능하지 않을까. 아니, 어차피 어제와 똑같은 점심을 먹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테니, 시대적 변화를 기대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 아닐까. 플레이팅은 쉐프의 음식을 집에서 간편하게 주문해 먹을 수 있는 서비스다. 그런데 그냥 있는 음식을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아니다. 플레이팅을 창업한 장경욱(폴 장) 대표가 한국의 스타트업 253회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미국에서 경험한 첫 창업


장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에서 듀크대를 졸업했다. 경제학과 심리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대학 졸업후에도 귀국하지 않고 미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사회 경험을 했다. 그의 첫 직장은 사모펀드(PE)였다고 한다. 10대후반부터 20대에 걸친 시절을 미국에서 보내서 그런지 그는 장경욱이라는 한국 이름보다 폴 장이라는 미국에서 쓰던 이름을 더 많이 쓰는 듯 했다.


생각해 보니 미국에서 13년을 살았네요. 미국에 갈 때부터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반드시 성공해서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요.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직장도 구하고 사회 경험을 쌓은 후에는 창업에 도전했습니다.”


 그의 첫 창업 아이템은 화면잠금 서비스. 그런데 그는 B2C가 아닌 B2B 방식으로 했다고 한다. 화면잠금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SDK와 광고플랫폼 등을 만들어 업체들에게 파는 식이었다. 2년 정도 했는데, 망하지도 않았지만 별다른 성공도 거두지 못했다. “해피엔딩은 아니었죠. 그냥 본전 정도 하고 사업을 매각했으니까요.”


 그래서 그는 다시 한번 사업에 도전하기로 했다. 건설 쪽 일을 하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그도 미국에서 주택 건설과 관련된 일을 기획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개인이 직접 자신의 집을 짓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 주택 건설 기획 등을 대행하는 업무도 많죠. 그런 일을 해보려고 했어요.”


 스타트업을 하려면 한 가지만 할 줄 알아서는 안된다는 게 그의 철칙. 그래서 그는 직접 코딩도 배우고 사이트 기획을 하는 것도 배웠다고 한다. 어떤 서비스가 됐던 기본적인 컨셉은 자신이 잡을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비록 성공적인 매각은 아니었지만 창업부터 기획, 개발, 판매, 영업, 그리고 매각에 이르기까지 사업을 하면서 겪을 수 있는 한 사이클을 겪어본 그는 사업을 하는 것이 자신에게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아마 계속해서 사업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쨌든 그의 두 번째 창업 도전이 막 시작되려던 시점에 그의 진로에 변화가 생긴다.


<폴 장 플레이팅 대표가 사업 모델을 설명하고 있다.> 


권도균 대표 만나 귀국 결심


주로 미국 동부 지역에 살던 그는 2015년 여름, 행사 참여를 위해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왔다가 프라이머의 권도균 대표를 만나게 된다. “권도균 대표와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생고기를 가정에 공급하는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누게 됐습니다. 마침 음식 재료나 요리 쪽에 관심이 있던 터라 한국 시장에서 해 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2015년 여름에 귀국한 그는 바로 프라이머 7기로 한국 창업계에 데뷔했다. 두 번째 창업은 한국에서 시작한 것. 하지만 아이템은 바로 수정했다. 고기 유통 사업을 하기엔 자신의 경험도 너무 부족하고 시장에 대한 확신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신 그는 자신이 관심이 있었고 어릴 적부터 봐 왔던 음식 유통 사업을 시작했다. 장 대표는 “10년 넘게 어머니께서 오리 요리 음식점을 운영하셔서 아르바이트, 홀서빙, 설거지 등을 도우면서 어깨너머로 많이 배웠다고 설명했다. 어머니의 식당 운영을 보면서 음식점 사업이 가장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그는 다시 그 업에 뛰어들었다.


 물론 그가 이 사업을 시작한 것은 어릴 적의 경험 때문만은 아니었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식사를 제때 하기도 바쁜 현대인의 생활이 일반화되면서 집에서나 회사에서나 또는 외부 어디에서든 다양한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 욕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욕구는 늘어나는 데 비해 배달음식은 아직 피자 치킨 등 아주 일부 메뉴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배달음식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지만 비슷비슷한 음식이 많은 반면 쉐프가 조리한 맛있는 음식을 집에서 먹는 기회는 아직 많지 않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그가 사업을 시작하던 2015년 하반기에는 아직 보기 드물었지만 지금은 이미 맛집 음식을 배달해주는 서비스, 반조리 음식을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 반찬만 갖다 주는 서비스 등등 다양한 음식 배달 서비스가 나와 있는 상태다. 이런 시장에서 플레이팅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뭘까. 그는 빠른 메뉴 회전율 + 쉐프가 직접 요리 개발 + 저렴하고 간편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외식업계의 자라 된다


 결국 쉐프가 조리한 맛있는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질리지 않도록 다른 메뉴로 바꿔가면서 먹을 수 있게 해 준다는 것. 그는 이것을 외식업계의 자라가 되겠다라는 말로 표현했다.

그는 요식업도 패션계 못지않게 빠른 속도로 트렌드가 변하는데 일반 음식점은 트렌드에 맞처 그때그때 메뉴를 개발하고 대처하기 힘들지만 우리는 시장의 트렌드에 빨리 맞춰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플레이팅은 점심, 저녁을 당일에 만들어 냉장 시스템을 갖춘 오토바이로 배달한다. 샐러드, 푸팟퐁커리, 차슈덮밥, 파스타, 벤또 등 다양하다. 음식 가격은 1만원 내외, 배송비는 없다. 플레이팅 애플리케이션에서는 메뉴 설명과 재료, 칼로리, 고객 평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처음엔 유명 쉐프와 계약을 맺고 음식을 만들었다. 그런데 메뉴 개발이 계획했던 대로 빨리 되질 않았다. 그래서 쉐프를 고용해 내부에서 기획을 하고 메뉴를 개발하고 직접 조리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플레이팅의 사무실을 찾아갔을 때 사무실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부엌에서 음식 조리가 한창이었다. 세 명의 쉐프가 보조 요리사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전자렌지에 바로 데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게 포인트. 집이나 사무실에서 언제든 편하게 시켜먹을 수 있는데, 메뉴를 자주 바꿀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한 것이 특징. 벌써 10만명 가까이 다운로드 했고 서초 송파 강남 등 강남 3구와 용산구 성동구 등 일부 지역에서만 서비스가 가능했지만 곧 분당 판교 등 수도권 일대로 확대할 예정이다. 월 주문 건수는 평균 30%씩 늘어나며 순항하고 있다는 설명.


 최근에는 기업이나 모임 등 행사에서 케이터링 대신 플레이팅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야근하는 직원들을 위한 '셰프의 구내식당'이라는 서비스를 출시해 일부 메뉴를 할인해서 판매하기도 한다.


 “장기적으로는 음식 재료가 만들어지는 농장부터 각 가정의 테이블까지 우리가 사용한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서 제공하는 홈 다이닝 서비스로 키우고 싶습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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