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의 주제와는 상관없지만,내 생활에서 벌어지는 일 중 제법 재밌는 일이 생겼다.쇠고기 문제로 한창 나라가 시끄러운 상황에서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나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 중단과 관련해 논의를 한 것이다.외교통상부 출입기자인 나는 당연히 현장에 있었고,그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을 수 있었다.

 내 예상과 달리 전개되서 참으로 흥미진진한 자리였다.예민한 문제라서 얘기를 안 할 줄 알았지만,이제 한국에서의 임기를 며칠 안 남겨둔 버시바우 대사는 유명환 장관과 나눈 대화 내용을 상당히 털어놨고,거기에 자신의 느낌까지 직설적으로 전달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3일 오후 3시30분에 유명환 장관을 광화문 외교부 청사 17층에서 만났고 정확히 50분동안 대화를 나눈 뒤 4시20분에 나왔다.나는 다른 기자들과 함께 2층 로비에서 황금마차(고위 공무원만 이용하는 엘리베이터를 지칭)를 타고 오는 버시바우 대사를 기다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 틈에 나도 섞여 있었다.사진은 연합뉴스 선배께서 찍으셨다.)

그는 잔뜩 상기돼 있었다.기자들이 질문을 하려고 하자 그는 자기가 먼저 "할 말이 있다"며 준비한 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 마디로 그의 결론은 '놀랐다'는 것이고 '실망했다'는 것이다.국제 과학과 사실에 근거해 이뤄진 협상에 대해 재협상 운운하는 것이 그로서는 이해가 안되고 더욱이 과학과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추측성 염려와 단순 불안감때문에 사람들이 시위를 하고 이것을 정부가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에 우선 놀랐다고 한다.그리고 그로 인해 고시를 연기하는 것을 보면서 '실망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원문은 다시 올리겠다..상당히 격앙된 어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이런 실망은 한국인들에 대한 충고성 멘트로 이어졌다.즉 미국쇠고기에 대해 좀 더 공부하기를 시작할 것을 희망한다는 거였다.공부를 좀 더 하고나면 논의를 건설적인 방향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글로 그냥 이렇게 쓰기만 해도 그가 상당히 흥분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런데 오늘 있었던 버시바우 대사의 인터뷰에서는 분위기가 훨씬..뭐랄까..강했다.그가 한국인이 공부를 좀 더했으면 좋겠다고 할 때는 어투가 아주 강했고,비꼬는 분위기마저 느낄 수 있었다.사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협상을 한 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안되겠다고 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더욱이 그에겐 이런 일들이 과학적 근거는 없이,전부 소문과 막연한 두려움으로 벌어지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번 일에 대한 미국의 대표적인 시각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그의 발언이 낳을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 같다.버시바우 대사의 성격(상당히 직선적이라고 하고 혹자는 강경파라고 평하기도 한다)을 감안해야 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아무리 외교적으로 포장하고 본국에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더라도(마치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는 듯한 제스처를 미국 본국은 일부 취하고 있다) 결국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우병 파동이나 촛불 집회에 대해 미국 사람들의 진짜 속내를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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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경험과 연륜을 정말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가면 갈수록 점점 예전에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들이 다 맞다는 걸 깨닫게 된다.난 왜 아버지와 좀 더 대화하지 못했을까.

1.나는 지금 어떤 위치에 있는가?
-나는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

1.자리보다 더 가치있는 사람이 돼라.
-PD로 있는 학교 선배가 하셨던 말씀인데,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얼마전에 만나서 여쭤봤더니 정작 본인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웃었다.보통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만 그 말은 결국 그 자리에 가면 누구나 그 만큼은 한다는 뜻.자기 자리를 넘어서는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사람은 도태된다.

1.운명은 정말 정해진 것일까
-정말 궁금하다.정해진 것이라면 나는 지금 무슨 짓거리를 하고 있는 거란 말인가.

1.나는 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
-책상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하는 한계,TV 보기를 지겨워하는 한계,답답함을 못 참는 한계,때로 자신을 용납 못하는 한계,그 밖에 셀 수 없는 나의 한계들

1.나와 우리 딸의 관계는?
딸이 나를 너무나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신기하기까지 하다.이 조그만 아이와 나는 어떤 관계일까..(물론 부녀관계이지만...아직도 부녀관계라는 것이 뭔지 잘 실감이 안 난다) 얘는 나를 언제 봤다고(?) 이렇게 좋아하는 것일까..그러고보면 핏줄이란 정말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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