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의 창업자인 이해진 CSO와 김범수 NHN USA 대표,온라인게임업체 넥슨의 김정주 대표와 김상범 넥슨 이사,XL게임즈의 송재경 사장,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간에는 공통점이 있다.한국의 인터넷 산업을 좌지우지하는 걸출한 인물들이라는 점이다.이 밖에도 무시못할 공통점이 있으니 공과대학,그것도 서울대나 카이스트의 86학번이라는 점이다.<이미 책(네이버,성공신화의 비밀)에서 이 내용을 일부 언급한 바 있지만 그때 못다한 얘기도 일부 있고 추가된 부분도 있어서 다시 한번 쓰게 됐다.>

 이해진 CSO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 출신이다.NHN의 김범수 사장도 서울대 산업공학과 86학번 출신이다.대학 입학때 재수를 해 이해진 CSO보다 한 살 위인 김 사장은 지난 98년 11월 게임사이트인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을 설립해 2000년 7월 당시 이 사장이 운영하던 네이버와 합병,현재 NHN USA의 대표를 맡고 있다.

 온라인게임 업체 넥슨의 김정주(34) 대표 역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이다.김정주 대표는 국내 최초의 그래픽 기반 온라인게임인 `바람의 나라‘를 개발한 주역이다.이해진 CSO와 김정주 대표의 관계는 대학원 시절에서도 계속 이어진다.1991년 대전 카이스트 기숙사의 5~6평 남짓한 방에서 이해진 김정주 당시 두 대학원생은 같이 생활했다.카이스트 기숙사 룸메이트 둘이 각각 현재 국내 최대의 인터넷기업을 세웠다는 점은 참으로 기묘한 인연이라고 할 수 있다.

 카이스트 룸메이트 신화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이해진 김정주 두 대학원생이 같이 쓰던 방 옆에서는 송재경 김상범 두 동기생이 방을 같이 쓰고 있었다.송재경씨는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를 만들어 국내 최고 흥행 개발자로 꼽히는 사람이다.그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을 거쳐 카이스트 석사과정 90학번으로 입학했다.김상범씨는 넥슨 초창기 멤버로 메이플스토리 퀴즈퀴즈 등을 만든 거물급 개발자다.그는 카이스트 86학번,석사과정 90학번이고 송재경 사장과 대학원 시절 룸메이트로 같이 생활했다.

 둘은 대학 시절 학교에서 천재로 불렸다는 점에서도 닮았다.송재경 사장은 카이스트 재학시절 내내 학교 내에서 화제가 될 만한 개발 사례를 양산했고 김상범 넥슨 이사는 90년 카이스트 석사과정에 수석으로 입학했다.김정주 이해진 송재경 김상범 이들 네 명은 당시 카이스트내에서도 소문날 만큼 친했다고 한다.91년 카이스트에는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천재 청년 4명이 함께 동거동락했던 셈이다.


 국내 최대 온라인게임업체 엔씨소프트를 이끌고 있는 김택진 사장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이다.그는 송재경씨와 함께 리니지를 만들었다.

 서울대-카이스트는 아니지만 다음의 이재웅 사장은 연세대 전산학과(현재 컴퓨터공학과) 86학번으로 프랑스 유학을 거쳐 지난 95년 2월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설립한 인물이다.다음 이재웅 사장은 이해진 NHN CSO와 청담동 진흥아파트 위아래층에 살며 20년간 알아온 사이다.동네친구라고 할 수 있다.두 사람의 인연은 같은 아파트 위 아래층에 살며 서로 친해진 부모님들이 당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새내기 이해진 씨와 연세대 전산과학과 새내기 이재웅 씨가 같은 연배에 같은 전공이란 이유로 서로 아들을 소개하며 시작됐다.

 86학번이 이렇게 인터넷산업 성장의 주역으로 등장한 이유가 특별히 있을까.넥슨의 김상범 이사는 “PC가 처음으로 보급되던 시기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특히 카이스트의 경우 당시 한국에서 처음으로 인터넷(지금과는 많이 다른 형태였지만)에 접속할 수 있는 PC가 들어온 시기였다.서울에 있던 카이스트를 이전하는 문제 때문에 90학번 석사과정 새내기들만 덩그마니 대전 카이스트에 있었고 다른 학번들은 아직 서울에 있던 때였다.

 김상범 이사는 “맨날 기숙사에서 PC를 갖고 이것저것 해보던 최초의 학번들이었기 때문에 이들이 한 시도는 전부 최초가 될 수 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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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는 지금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사업이란 게 위기가 아닌 적이 언제 있으며,위험과 기회란 것이 항상 같이 붙어다닌다고 하지만 김택진 사장이 현대전자 직원들 10명을 데리고 지난 1997년 창업한 뒤로 지금처럼 회사의 현재와 장래 비전 모두가 한꺼번에 흔들린 적은 이제껏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 엔씨소프트의 상황은 어떤 것일까.그리고 김택진 사장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김택진 사장은 최근 가족 관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는 루머에 시달렸다.물론 이것은 낭설로 확인됐지만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그를 괴롭혔다.여기에 리니지의 매출은 점차 줄어들고 있고 해외에서 새로 선보이는 게임들의 성적은 신통치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그에게 가장 큰 시련은 계속되는 핵심 멤버들의 이탈인 것 같다.특히 리니지를 만든 핵심개발자 및 기획자들이 줄줄이 회사를 빠져나간 것이 컸다.리니지는 엔씨소프트의 핵심 콘텐츠이자 사실상 회사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리니지의 아버지로 불리는 송재경 사장이 이미 XL게임즈를 만들어 따로 독립한 것은 오래된 얘기.여기에 당시 송재경 사장과 함께 리니지를 만들었던 핵심 인물 4명이 줄줄이 엔씨소프트를 빠져나왔다.

 가장 먼저 몸을 뺀 사람은 김정환 엔씨타이완(대만법인) 대표.그는 연초 대만법인장을 그만두고 송재경 사장이 차린 XL게임즈로 합류했다.바로 뒤이어 역시 리니지를 만든 박용현 리니지3 개발팀장도 회사를 나와 장병규 사장이 새로 설립하는 온라인게임개발사로 옮겼다.리니지 기획을 맡았던 최석우 이사는 가장 최근에 회사를 그만두고 그 역시 XL게임즈로 옮겨갔다.이미 박용현 팀장과 함께 리니지 개발팀의 실무급 개발자들 상당수도 회사를 나왔다.

 결국 리니지를 만든 주요 멤버 중 김택진 사장을 제외하곤 대부분 회사를 나간 셈이 된 거다.흔히 게임업계에서 김택진 사장을 가리켜 일당백을 하는 인물이라고 칭하곤 하지만 그가 외로울 수 밖에 없을 것 같다.이들이 XL게임즈로 몰리고 있다는 것도 김택진 사장에겐 불편한 소식일 것 같다.

 물론 창업멤버가 회사를 떠나는 것이 꼭 나쁜 소식은 아니다.엔씨소프트도 어느덧 창립 10주년이 됐고 회사가 커지면서 초기 멤버들은 나가고 새로운 얼굴들이 빈 자리를 메꾸는 형식으로 세대 교체도 일어나고 이러면서 회사도 발전할 수 있다.하지만 최근 엔씨소프트의 상황은 이들이 떠나면서 리니지3 개발도 차질이 생기고 빈자리가 커지는 상황이 되고 있다.

 리니지 개발의 핵심 멤버는 아니지만 김화선 부사장도 최근 엔씨소프트를 그만뒀다.김택진 사장이 아무리 막강해도 차떼고 포떼고 사업을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다른 회사와 비유를 하자면 NHN 이해진 창업자에겐 최휘영 사장이 있고,넥슨 김정주 창업자에겐 데이비드 리 넥슨재팬 사장이 있다.심지어 다음 이재웅 창업자에게도 석종훈 사장이 있다.즉 비교적 터놓고 고민도 얘기하고 함께 상의할 만한 걸출한 인물들이 곁에 최소한 하나씩은 있다.그런데 김택진 사장은 너무 고독하다.

 그에겐 그와 상의하고 때로는 그를 대신해 결정도 내려주고 책임도 질 수 있을 만한 인물이 필요하다.비단 그를 위해서뿐 아니라 국내 최대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와 한국 게임산업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그럴까.최근 김택진 사장은 오픈마루스튜디오에 푹 빠져서 산다고 한다.분당에 있는 오픈마루 스튜디오를 수시로 방문해 개발자들과 토론을 한다고 들었다.오픈마루스튜디오는 최근 침체된 엔씨소프트 조직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콘텐츠와 서비스를 생산해내는 조직이다.김택진 사장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어 엔씨소프트의 실세 조직이라는 말도 듣는다.그리고 김택진 사장은 요즘 가끔씩 집에 일찍 들어가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곤 한다고 한다.

 김택진 사장이 오픈마루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그런데 그 얘기를 듣고 한편으로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아,김택진 사장이 정말 고민이 많구나.뭔가를 잊고 싶은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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