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 내부에서 한동안 회자되던 ‘이해진 굴욕 시리즈’가 있다.NHN 창업자인 이해진씨가 NHN이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에 겪었던 일종의 에피소드다.업계에서 알만한 분들은 다 들었겠지만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사례 하나 정도를 드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이미 한참 지난 일이니 이해진 NHN 창업자께서도 너그러이 봐 주시리라 믿는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03년의 어느 날.당시 NHN이 입주해 있던 강남 스타타워(현 강남파이낸스센터)가 오전부터 술렁거리기 시작했다.갑자기 그날 정보통신부로부터 장관(당시 진대제씨)께서 NHN을 방문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정통부 장관이 IT기업을 방문하는 것이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지만 갑작스런 통보인 데다가 NHN으로서는 단독으로 정통부 장관의 내방을 받는 것이 처음이었던지라 법석을 떨 만했다.일단 대외 업무를 담당하는 홍보실이 난리가 났고 당시 이해진,김범수 두 공동 대표도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김범수 사장이 그날 외부 일정이 많아 이해진 사장이 장관 방문시 손님 접대를 맡기로 했다.회사가 고위층 손님 맞이에 한참 시끄러울 때 문득 정통부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장관이 다른 일정 때문에 NHN 방문을 할 수 없게 됐다는 거였다.
 이 때 당시 NHN에서는 그러려니 했다.실망스럽긴 했지만 갑작스런 방문이 취소됐기에 한편으로는 안도의 한숨도 내쉬었다.그럼 이때 진대제 장관은 무슨 사정이 있었던 걸까.당시 야후의 창업자인 제리양이 한국을 방문해 진대제 정통부 장관과 미팅을 가졌다.진 장관으로서는 해외에서 온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서 기존 약속을 취소한 셈이 된 것이다.

 한달 쯤 지났을까.인터넷기업인들과 진대제 정통부 장관의 오찬 미팅 자리가 있었다.당시만 해도 이해진 창업자가 활발하게 대외 활동을 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 자리에 이해진 창업자가 직접 참석했는데 그는 장관에게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했다고 한다.

“야후 사람들 만나느라고 NHN 방문을 취소하셨다면서요? 저희가 준비 많이 했었는데..나중에 꼭 한번 들러 주십시오”

나름대로는 당시에 좀 삐졌다는 것을 은연중에 표시한 셈이고,한편으로는 국내 인터넷기업에 대한 관심을 간곡하게 표현한 것이었다.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말이었는데,진대제 장관이 이를 아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제가 NHN을 방문하기로 했다고요? 전혀 그런 일정이 있었던 적이 없는데요? 뭘 잘못 아신 것 같습니다”

 어느 쪽 말이 맞는진 모르겠지만 이 발언으로 자리가 일순 썰렁해졌다.참석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러다보니 아무래도 이날은 서먹한 가운데 자리가 마무리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날 일이 기억에 남았나보다.IT기업인들과 정부 쪽 사람들의 미팅이 열렸을때 진대제 장관이 유난히 이해진 창업자에게 아는 척을 했다.그때 분위기를 만회해보려했는지는 몰라도 이해진 창업자와 함께 직접 동행하면서 참석자들에게 소개해주기 시작했다.

 “소개해 드리겠습니다.이 분은 네이버를 창업하진 ‘이해찬’ 사장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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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4년 전만 해도 사정이 이랬다.이와 비슷한 일화가 또 있다.같은 해 NHN은 모 신문사에서 수상을 하게 됐다.시상식에는 이해진 창업자가 직접 참여했는데 시상을 하던 그 신문사 회장께서 이렇게 물어보면서 (본인의 느낌이었겠지만) 자리가 일순 싸∼해졌다고 한다.

 “저 그런데 NHN이 뭘 하는 회사인가요? 제가 들어본 적이 별로 없어서요.”

하긴 뭐 지금에야 제법 널리 알려졌지만 당시엔 NHN을 NHK의 오타로 잘못 알 정도로 알려져 있지 않던 시기니 그럴만도 했다.

 사실지금도 NHN이 뭘 하는 회사인지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코스닥 대장주가 됐지만,여전히 네이버나 한게임은 알아도 NHN에 대해선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게 NHN 측의 자체 분석이기도 하다.글로벌 기업을 꿈꾸는 NHN으로서는 반드시 풀고 넘어가야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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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기준으로 쓰여진 글입니다.제 기존 블로그 http://www.hankyung.com/wonkis 에서 작성됐습니다.)


주제넘는 얘기일지 모르지만 '임원기'라는 사람의 개인 역사를 한번 써 본다면 2007년 4월은 그야말로 가장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난생 처음 책이란 걸 내게 됐으니 말이다.

 임원기에게 첫 책,'네이버,성공 신화의 비밀'(출판사:황금부엉이)을 쓸 수 있도록 영감을 불러 일으켜주고 호기심을 자아내게 만든 문제의 인물들 중 한 사람을 최근 다시 만날 수 있었다.임원기의 책에서 한 장을 구성했던 최휘영 NHN 사장이 바로 그 사람이다.

(사람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실제로 내가 전체 분량의 4분1 남짓한 'NHN의 사람들' 부분을 쓰는 데 전체 책 집필기간의 절반 이상을 쏟아부은 것도,이 부분이 가장 재밌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여하튼 내가 나름의 주관을 갖고 책에서 주저리주저리 썼지만 언론인 출신이자 창업 멤버가 아닌 사람으로 처음 NHN의 수장이 된 최휘영 사장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자연스런 일일 것이다.최 사장은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내가 궁금한 것은 이거였다.

 

장면1.3개월여 만에 최 사장을 만나다.-"좀 더 멋지게 보일 껄 그랬어요"

 분당 NHN 본사 16층에 있는 최 사장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인사를 나누자마자 최 사장이 하는 말,"아니 저에 대해서 이렇게 자세히 쓰시는 줄 알았으면 좀 더 멋지게 보일 껄 그랬습니다 하하"

 '꾸밈이 없고,소탈하고 겸손하다.' 나는 책에서 최 사장을 이렇게 표현했다.그런데 내 책을 다 읽은 그의 반론이 나왔다."겸손한 게 아니라니깐요.절박한 겁니다."

 뭐가 절박한 것일까?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을 이끌고 있고 매 분기 사상 최대 이익과 매출을 경신하고 있는 그에게 절박한 것은 무엇일까?

 

장면2.계속 이어지는 담배.-"얼굴이 좀 거칠어지셨네요"

 그의 말을 듣고 안색을 유심히 보니 확실히 과거보다 좋지 않다. "얼굴이 좀 거칠어지셨네요."

 "원래 얼굴이 좀 검은 편이긴 합니다만,아무래도 담배도 많이 피워대고,요즘 이래저래 신경 쓸 일도 많고 해서..얼굴이 썩 좋진 않을 겁니다."

 그가 신경쓸 일이 많긴 많다.올해 초부터 단독 대표이사가 됐으니 말이다.그의 말이 이어진다.

 "연초까지만 해도 게임 총괄하는 CGO(천양현 NHN재팬 대표)라는 체제가 있었고,김범수 NHN USA 대표와 함께 NHN 대표이사를 같이 맡고 있었는데..상황이 많이 달라졌죠.이제 국내외를 다 총괄하는 단독 대표가 됐고,CGO제도도 없어졌구요.담배가 확실히 늘어난 것 같습니다."

 

 원래 인터뷰나 대화 중에 담배를 수시로 무는 그였지만 이날은 좀 더 양이 많은 것 같았다.최근 NHN 관련해서는 이슈도 정말 많았다.회의할 때 담배를 많이 피운다는 그이기에 요즘처럼 회의가 많은 시절엔 담배가 더 늘 수밖에 없다. "이틀에 세 갑 정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국세청의 세무조사까지.여기에 음란물 파동과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둘러싼 논란,검색 결과 편집을 제한하자는 입법 추진 등 인터넷포털을 둘러싼 이슈는 끊이지 않는다.인터넷포털의 선두 기업인 네이버는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요즘 계속 회의가 이어집니다.정말 골치아픈 일 투성이입니다.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도 많고..여기에 사회적 이슈는 계속 터지고..정말 어찌해야 할지."

 

장면3.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 수장의 하소연-"국내 기업이 역차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최 사장 집무실에는 그의 책상 말고 탁자가 2개가 더 있다.책상에 가까운 쪽의 둥그렇고 조그만 탁자는 그냥 편하게 차 한 잔 하면서 담소를 나눌 때 사용하는 자리고 집무실 한 가운데 있는 큰 직사각형의 탁자는 회의를 하거나 공식적인 인터뷰를 할 때 사용하는 공간이다.

 최 사장은 이 날의 만남에서 큰 직사각형의 탁자를 사용했다.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얘기다.

 

 아니나다를까.그는 구글에 대한 이야기를 오랫동안 했다.NHN으로서는 가장 신경쓰이는 회사인 구글이 한국에서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으니 어찌 신경쓰이지 않으랴.특히 최근 구글은 공격적으로 인재를 채용하고,NHN의 검색 인력 상당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런 것보다 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되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이미 구글에 비해 국내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말도 했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자국어 검색엔진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국가 프로젝트로 밀고 있고 유럽 국가들도 자국어와 문화를 보호하기 위해 자국어에 최적화된 검색엔진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그런데 우리는 구글의 연구·개발(R&D)센터 인건비까지 정부가 보조해 줍니다.작년 산자부에서 대대적으로 했던 행사 기억하시죠? 서비스 측면에서도 구글은 우리나라 법과 제도를 따르지 않아 개인정보 유출 등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습니다.국내외 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줬으면 합니다."

 

장면4."우두커니 창밖을 바라보며 서 있곤 합니다."

 걱저이 많아서 그럴까.그는 요즘 사람을 만나는 일이 점점 싫어진다고 한다."개인적인 모임이건 공식적인 자리이건 수많은 사람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뭔가 답변을 기대하는 거죠. 어렵습니다. 제가 대답해 줄 수 없는 부분도 많구요."

 

 그러다보니 일부러 약속을 잡지 않고 혼자서 생각에 잠기는 날도 많다고 한다. "가끔 약속 없는 날 회사 집무실 책상 옆에 우두커니 서서 한참동안 창 밖을 응시하다가 퇴근하곤 합니다."

 우두커니 서서 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 그는 이에 대해선 대답을 회피했다. 아마 술 한잔 해야 그 다음 얘기를 털어놓을 것 같다. 하지만 이미 대화를 나눈 지 2시간쯤 됐고 밖에선 비서가 계속 그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고,결제를 받으려는 임직원들이 방문 앞에 줄을 서 있었다. 전화벨 소리는 계속 울리고....

 

 여기서 최 사장 집무실을 나오면서 계속 생각했다.최 사장의 진짜 고민은 무엇일까? 아마 그건 공정위 조사도,세무조사도,음란물 사건도 아닐 것이다.그것 때문에 더 골치가 아플 순 있지만 본질적인 고민은 아닐 것이다.그가 기업가라면 아마 실적과 사업이 가장 큰 고민이었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NHN이 올해 매우 중요한 일을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일본 검색 시장 진출.여기서 다시 한번 실패한다면 글로벌 기업 NHN의 미래는 낙관할 수 없다. 그 점때문에 고민이 많은 그에게 국내의 수많은 이슈들이 더 힘들게 하는 점이 많을 듯하다.

 국내 시장에선 구글과 경쟁해야 하고 미국에선 게임의 성과를 내야 한다.수익성이 들쭉날쭉한 일본 게임시장에서도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서야 한다.그가 이런 보고를 받는 회의실 장면을 그려보면 그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단독 대표이사로서의 고독함도 그가 겪는 어려움 중 하나일 것이다.그는 진지하고 속 깊은 대화를 할 상대가 필요하다.

 

 국내 조직의 문제도 그가 당면한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다.조직이 커지면서 생긴 이질적인 임직원들의 융합 문제다.그는 항상 "NHN은 잘 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문제가 많고 내부적으로 이를 조율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라고 말하곤 했다. 이게 그의 엄살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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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NHN, 최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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