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기준으로 쓰여진 글입니다.제 기존 블로그 http://www.hankyung.com/wonkis 에서 작성됐습니다.)


주제넘는 얘기일지 모르지만 '임원기'라는 사람의 개인 역사를 한번 써 본다면 2007년 4월은 그야말로 가장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난생 처음 책이란 걸 내게 됐으니 말이다.

 임원기에게 첫 책,'네이버,성공 신화의 비밀'(출판사:황금부엉이)을 쓸 수 있도록 영감을 불러 일으켜주고 호기심을 자아내게 만든 문제의 인물들 중 한 사람을 최근 다시 만날 수 있었다.임원기의 책에서 한 장을 구성했던 최휘영 NHN 사장이 바로 그 사람이다.

(사람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실제로 내가 전체 분량의 4분1 남짓한 'NHN의 사람들' 부분을 쓰는 데 전체 책 집필기간의 절반 이상을 쏟아부은 것도,이 부분이 가장 재밌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여하튼 내가 나름의 주관을 갖고 책에서 주저리주저리 썼지만 언론인 출신이자 창업 멤버가 아닌 사람으로 처음 NHN의 수장이 된 최휘영 사장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자연스런 일일 것이다.최 사장은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내가 궁금한 것은 이거였다.

 

장면1.3개월여 만에 최 사장을 만나다.-"좀 더 멋지게 보일 껄 그랬어요"

 분당 NHN 본사 16층에 있는 최 사장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인사를 나누자마자 최 사장이 하는 말,"아니 저에 대해서 이렇게 자세히 쓰시는 줄 알았으면 좀 더 멋지게 보일 껄 그랬습니다 하하"

 '꾸밈이 없고,소탈하고 겸손하다.' 나는 책에서 최 사장을 이렇게 표현했다.그런데 내 책을 다 읽은 그의 반론이 나왔다."겸손한 게 아니라니깐요.절박한 겁니다."

 뭐가 절박한 것일까?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을 이끌고 있고 매 분기 사상 최대 이익과 매출을 경신하고 있는 그에게 절박한 것은 무엇일까?

 

장면2.계속 이어지는 담배.-"얼굴이 좀 거칠어지셨네요"

 그의 말을 듣고 안색을 유심히 보니 확실히 과거보다 좋지 않다. "얼굴이 좀 거칠어지셨네요."

 "원래 얼굴이 좀 검은 편이긴 합니다만,아무래도 담배도 많이 피워대고,요즘 이래저래 신경 쓸 일도 많고 해서..얼굴이 썩 좋진 않을 겁니다."

 그가 신경쓸 일이 많긴 많다.올해 초부터 단독 대표이사가 됐으니 말이다.그의 말이 이어진다.

 "연초까지만 해도 게임 총괄하는 CGO(천양현 NHN재팬 대표)라는 체제가 있었고,김범수 NHN USA 대표와 함께 NHN 대표이사를 같이 맡고 있었는데..상황이 많이 달라졌죠.이제 국내외를 다 총괄하는 단독 대표가 됐고,CGO제도도 없어졌구요.담배가 확실히 늘어난 것 같습니다."

 

 원래 인터뷰나 대화 중에 담배를 수시로 무는 그였지만 이날은 좀 더 양이 많은 것 같았다.최근 NHN 관련해서는 이슈도 정말 많았다.회의할 때 담배를 많이 피운다는 그이기에 요즘처럼 회의가 많은 시절엔 담배가 더 늘 수밖에 없다. "이틀에 세 갑 정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국세청의 세무조사까지.여기에 음란물 파동과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둘러싼 논란,검색 결과 편집을 제한하자는 입법 추진 등 인터넷포털을 둘러싼 이슈는 끊이지 않는다.인터넷포털의 선두 기업인 네이버는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요즘 계속 회의가 이어집니다.정말 골치아픈 일 투성이입니다.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도 많고..여기에 사회적 이슈는 계속 터지고..정말 어찌해야 할지."

 

장면3.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 수장의 하소연-"국내 기업이 역차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최 사장 집무실에는 그의 책상 말고 탁자가 2개가 더 있다.책상에 가까운 쪽의 둥그렇고 조그만 탁자는 그냥 편하게 차 한 잔 하면서 담소를 나눌 때 사용하는 자리고 집무실 한 가운데 있는 큰 직사각형의 탁자는 회의를 하거나 공식적인 인터뷰를 할 때 사용하는 공간이다.

 최 사장은 이 날의 만남에서 큰 직사각형의 탁자를 사용했다.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얘기다.

 

 아니나다를까.그는 구글에 대한 이야기를 오랫동안 했다.NHN으로서는 가장 신경쓰이는 회사인 구글이 한국에서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으니 어찌 신경쓰이지 않으랴.특히 최근 구글은 공격적으로 인재를 채용하고,NHN의 검색 인력 상당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런 것보다 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되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이미 구글에 비해 국내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말도 했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자국어 검색엔진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국가 프로젝트로 밀고 있고 유럽 국가들도 자국어와 문화를 보호하기 위해 자국어에 최적화된 검색엔진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그런데 우리는 구글의 연구·개발(R&D)센터 인건비까지 정부가 보조해 줍니다.작년 산자부에서 대대적으로 했던 행사 기억하시죠? 서비스 측면에서도 구글은 우리나라 법과 제도를 따르지 않아 개인정보 유출 등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습니다.국내외 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줬으면 합니다."

 

장면4."우두커니 창밖을 바라보며 서 있곤 합니다."

 걱저이 많아서 그럴까.그는 요즘 사람을 만나는 일이 점점 싫어진다고 한다."개인적인 모임이건 공식적인 자리이건 수많은 사람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뭔가 답변을 기대하는 거죠. 어렵습니다. 제가 대답해 줄 수 없는 부분도 많구요."

 

 그러다보니 일부러 약속을 잡지 않고 혼자서 생각에 잠기는 날도 많다고 한다. "가끔 약속 없는 날 회사 집무실 책상 옆에 우두커니 서서 한참동안 창 밖을 응시하다가 퇴근하곤 합니다."

 우두커니 서서 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 그는 이에 대해선 대답을 회피했다. 아마 술 한잔 해야 그 다음 얘기를 털어놓을 것 같다. 하지만 이미 대화를 나눈 지 2시간쯤 됐고 밖에선 비서가 계속 그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고,결제를 받으려는 임직원들이 방문 앞에 줄을 서 있었다. 전화벨 소리는 계속 울리고....

 

 여기서 최 사장 집무실을 나오면서 계속 생각했다.최 사장의 진짜 고민은 무엇일까? 아마 그건 공정위 조사도,세무조사도,음란물 사건도 아닐 것이다.그것 때문에 더 골치가 아플 순 있지만 본질적인 고민은 아닐 것이다.그가 기업가라면 아마 실적과 사업이 가장 큰 고민이었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NHN이 올해 매우 중요한 일을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일본 검색 시장 진출.여기서 다시 한번 실패한다면 글로벌 기업 NHN의 미래는 낙관할 수 없다. 그 점때문에 고민이 많은 그에게 국내의 수많은 이슈들이 더 힘들게 하는 점이 많을 듯하다.

 국내 시장에선 구글과 경쟁해야 하고 미국에선 게임의 성과를 내야 한다.수익성이 들쭉날쭉한 일본 게임시장에서도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서야 한다.그가 이런 보고를 받는 회의실 장면을 그려보면 그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단독 대표이사로서의 고독함도 그가 겪는 어려움 중 하나일 것이다.그는 진지하고 속 깊은 대화를 할 상대가 필요하다.

 

 국내 조직의 문제도 그가 당면한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다.조직이 커지면서 생긴 이질적인 임직원들의 융합 문제다.그는 항상 "NHN은 잘 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문제가 많고 내부적으로 이를 조율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라고 말하곤 했다. 이게 그의 엄살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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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NHN, 최휘영

왠만한 기업체를 운영하는 사장이 자기 회사가 있는 건물에서 봉변을 당할 일은 많지 않을 것이다.특히 그 봉변이 사장을 몰라보는 빌딩 경비원이나 직원들에 의해 발생할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그런데 그런 일이 일어났다.

카트라이더,메이플스토리로 유명한 게임업체 넥슨의 창업자 김정주 넥슨홀딩스 대표는 최근 서울 강남 선릉역 근처에 있는 자신의 회사 사무실에 차를 몰고 혼자 들어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김정주 넥슨 창업자

해가 질 무렵의 늦은 시간인지라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넥슨이 있는 선릉역의 이 빌딩은 넥슨 자체 건물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층을 넥슨이 쓰고 있어서 넥슨 빌딩으로 잘 알려져 있다.그런데 그가 차를 몰고 빌딩 외부 주차장에 차를 대려고 하는 순간 경비원이 다가왔다.

“누구십니까? 외부인은 여기에 차를 대실 수 없습니다.손님용 공간은 따로 있는데요.”
“네,잠깐 여기서 누굴 만나기로 해서요.아주 잠깐이면 됩니다.”
“그래도 안됩니다.옆으로 돌아가세요.”

김정주 대표는 결국 ‘손님용’ 주차 공간에 차를 대고 자기 사무실로 들어갔다.‘봉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사무실에 들러 볼일을 마친 그는 그냥 나가려다 직원들을 잠깐 둘러보기로 했다.개발팀이 있는 층으로 내려가니 저녁 시간이라 상당수 직원들이 저녁을 먹으러 가고 군데군데 몇몇 직원들만 남아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일을 하고 있는 한 직원 뒤로 다가갔다.조용히 뒤에 서서 직원이 테스트중인 게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느낀 직원이 뒤를 돌아보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누구세요? 여긴 어떻게 들어오셨는지요? 여긴 개발실이라 외부인이 들어오면 안되는데요?”

그 소리를 듣고 근처에 있던 직원들이 하나둘씩 몰려왔다.개발팀은 게임회사에서 가장 보안을 요구하는 곳인지라 그는 그를 알아보지 못한 직원들에게 떠밀리듯 나와야 했다.

김정주 넥슨홀딩스 대표는 ‘은둔의 CEO’라고 불린다.최초의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만들었고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게임회사 넥슨을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외부 노출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게임 관련 국내외 주요 행사 뿐 아니라 넥슨 관련 행사에도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그러다보니 ‘샤이하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그런데 그의 이런 은둔적인 성향은 외부에 대해서만 그런 것이 아니었나 보다.내부에서도 직원들도 거의 그를 만나지 못한다.특히 작년에 회사를 지주회사체제로 개편하고 넥슨을 권준모,강신철 공동 대표에게 맡긴 뒤로는 그의 이런 성향이 더욱 심해졌다.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일본에서 보내고 있다.

이 사실을 기자에게 전해준 넥슨 직원도 처음엔 자기 눈을 의심했다고 한다.그는 얼굴을 잘 알고 있었지만 김정주 대표를 만난 지 하도 오래 됐기에 ‘김 대표랑 참 닮았네’라고 생각하면서 유심히 지켜보기만 했다고 한다.긴가민가해서 말이다.

창업자를 몰라보는 직원들도 대단하지만 자기를 몰라보는 직원들을 꾸짖거나 신경질내지 않고 조용히 볼일만 보고 사라진 김정주 대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자유분방한 문화의 게임업체이기에 가능한 일일까.총수가 나타나기 1시간 전부터 대기하고 호들갑을 떠는 기업들과 너무나 대조적이지 않은가.

창업자를 몰라보는 직원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그게 무슨 자랑인가하고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NHN을 창업한 이해진CSO에게 들은 얘기를 떠올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창업자를,CEO를 몰라보는 직원들이 많은 회사가 잘되는 회사다"

김정주 사장과 이해진CSO. 두 사람은 친구여서 그런지,참 닮은 데가 많은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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