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그는 살이 쪽 빠져 있었다. 얼굴이 더 작아 보였다.

살이 많이 빠졌네요?”

미국에서 살면서 야식을 못 먹어서 그래요 ^^”

에스이워스 홍민표 대표는 20137월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어느 덧 미국에서 일을 벌인 지 3년이 다 되간다. 그 동안 한국에서 사업을 해 왔던 그는 왜 미국으로 갔을까. 미국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살고 있는 그가 잠깐 한국에 들어왔을 때 만나 그 동안의 얘기를 들었다. 벌써 IT 분야에서만 세 번째 창업을 하는 그를 이제야 소개하는 것이 뭔가 이상하긴 하지만(공교롭게 몇 차례 기회를 놓쳤다),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국이 낳은 대표적인 해커이자 스마트폰 앱 보안회사 에스이웍스를 운영하고 있는 홍민표 대표다.

더 큰 시장으로 가자

그는 2012년말까지 쉬프트웍스란 보안업체의 대표였다. 연말에 회사를 정리하고 다른 보안업체 에스이웍스를 차렸다. 모바일 시대에 맞게 모바일 앱에 최적화된 보안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를 설립했다. 그런데 그는 회사를 차리자마자 이듬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본사를 아예 미국 델라웨어에 등록하고 샌프란시스코에 사무실을 냈다. 무슨 계기가 있었을 것 같다.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인가요?”

그렇죠. 그런 이유가 있죠. 그런데 계기는 사실 따로 있어요.”

그가 2008년 쉬프트웍스를 처음 설립할 때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룩아웃(Lookout)이라는 미국의 보안 회사가 있었다고 한다. 현재 그 회사의 기업 가치는 15000억원을 상회할 정도.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그 회사를 보면서 그는 시장의 한계를 절감했다. “더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더 큰 시장에서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에스이웍스는 창업을 하자마자 미국으로 옮겼죠.”

그의 말에 따르면 미국에서 글로벌 영업을 하려면 미국에 주소가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실제 그곳에서 사업을 하고 있어야 했다. “여기도 마찬가지에요. 곧 떠날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투자를 하려고 하겠어요?”

실리콘밸리 진출은 이처럼 현실이기도 했지만, 그의 오랜 꿈이기도 했다. “예전부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을 하고픈 꿈이랄까, 동경이랄까 그런 게 있었어요. 물론 막상 가보니 현실은 완전히 달랐죠. 하하

<홍민표 대표와 오랜만에 만난 정다운 친구처럼 얘기를 나누며 그간의 소식도 듣고 사진도 찍었다. 미국 생활을 통해 훨씬 더 단단해지고 IT분야의 사업가로서 훨씬 더 성숙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에게 실리콘밸리에 있으면서 느낀 점을 물었다. 규제가 별로 없다는 것, 엔지니어 파워가 세다는 것, 그리고 제품이 정말 완벽해야 한다는 것 등을 꼽았다. 아울러 흔히 생각하는 칼퇴근 문화따윈 없다는 것도 지적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사업을 한다고 하면, 5시에 칼퇴근하고 근사한 곳에서 식사하면서 취미생활을 즐기고, 여유롭게 일하는 그런 풍경을 떠올리쟎아요? 그런 사람들이 물론 가끔 있긴 있죠. 하지만 대부분 벤처기업들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더라구요.”

규제가 별로 없다는 것도 그에겐 신선한 부분이었다. 이런 사업도 될까 싶은게, 실리콘밸리에서는 다 가능하다는 것. 제품을 일단 출시하고 수정 보완해가면서 판매를 늘려가는 방식이 실리콘밸리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다고 한다.

세계적인 모바일 보안업체 만들고파

, 어쨌든 홍 대표가 이렇게 고생하면서 미국에서 정착하려고 애쓴 건 최근 출시한 스마트폰 앱 전용 보안 솔루션 앱솔리드의 미국 및 해외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에스이웍스를 창업하고 나서 바로 메두사헤어라는 모바일 전용 보안 소프트웨어를 내놓았다. 메두사헤어는 초기 출시 이후 몇 차례의 업데이트와 성능개선 등을 거쳐 올 3월에 앱솔리드로 재탄생했다.

앱솔리드는, 쉽게 말해 해커가 앱에 악성코드를 심는 것을 막아주는 프로그램이다. 앱에 악성코드를 심으면 무슨 일이 생길까. 혹시 내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일까. 그런 측면보다는 앱을 만든 기업체들이나 앱을 통해 광고를 하는 회사 등 기업들이 피해를 보게된다는 게 홍 대표의 설명. 앱의 소스코드를 해킹해 악성코드를 심으면 앱의 광고를 통해 A라는 회사에 들어가야 할 광고수익이 악성코드를 심은 곳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려면 앱에 보안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시간과 인력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 이런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게 해 주겠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개발자가 앱을 앱솔리드 사이트에 올리면 1~2분 안에 프로그램의 구조 정보를 담은 소스코드를 볼 수 없도록 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글 플레이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무료 앱 중 85%가 보안 조치가 허술해 손쉽게 앱의 소스코드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커가 앱의 소스코드를 빼낸 뒤 악성코드를 심거나 위·변조한 앱을 배포해 사용자 모르게 개인정보를 빼내는 데 악용할 위험이 있다. 한때 세계 해킹대회에서 우승을 한 적도 있고 세계 3대 해커로 손꼽히는 인물이 전하는 해커에 대한 경고다.

그는 미국 시장 진출을 통해 해외 고객을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고객의 90%는 한국기업들이고 미국 고객은 10%에 불과하다. 최소한 미국 및 해외 고객을 절반 수준으로 끌어올릴 정도로 글로벌 영업을 확대하려고 한다.

미국에 가서 실리콘밸리에 있으면서 그는 현지 생활을 이득을 톡톡히 본 것 같다. 현지에서 메리 민(Mary Min)이라는 창업가 출신의 인재를 회사에 영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메리 민은 게임회사를 창업하는 등 잇따른 창업을 통해 회사를 성공적으로 매각하고 대형 IT기업에 막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홍 대표는 우연한 기회를 그를 만나 설득해 회사에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사업을 확대하고 주요 투자자 및 파트너를 연결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줄곧 미국에 살던 홍 대표가 이번에 잠깐 한국에 들어온 것은 미국에서의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다. 에스이웍스는 이미 창업 초기 소프트뱅크벤처스, 퀄컴벤처스 등으로부터 20억원의 투자를 받은 바 있다.

“‘남의 돈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달려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러시아 속담인데 제가 항상 명심하려고 하는 경구죠. 투자를 받을 때는 항상 조심하려고 합니다.”

미국 생활이 외롭지는 않을까. 현지에서 4명의 현지 직원을 채용했고 주간에는 사무실에 나가 있겠지만, 주말과 밤에는 혼자 있어야 하는 생활이다. 생각보다 한국인으로 현지에 진출해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 사업가가 별도 없다는 점도 어려운 부분이다.

외롭죠. 스스로 이방인이라는 인식도 상당히 있구요. 그걸 이겨내는 것도 해외 시장에 나가서 겪어야 할 숙명적인 일인 것 같습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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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디캠프 센터장은 27년 동안 기자 생활을 했다. 이 기간 동안 대부분 산업 현장을 누볐다. 유통 시장을 취재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첨단 산업 현장이 그의 주된 취재 영역이었다. 그런 그가 보기에 지금은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시기다.

나는 그와 운좋게 같은 회사에서 근무했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는 데스크로 모셨고, 2011년에는 같은 부서에서 함께 일했다. 331일 아침 일찍 만난 그는 여전히 열정이 넘치고, 바빴다. 데스크로 모셨을 때보다 더 활기가 넘쳐 보였다.

그의 첫마디는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거였다. 스타트업을 제 값 주고 인수, 혁신을 외부에서 사오는 것이 국내에서도 일반화될 것이라는 거였다. 그는 제 값혁신에 방점을 찍었다. 혁신이 필요한 데 대기업에서는 혁신이 나오기 힘들다는 건 마치 상식과도 같은 일이다. 구글이나 애플도 그런 점을 알기에 거액을 주고 스타트업을 인수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한국에서는 그런 일이 드물었다. 되레 스타트업의 모델을 그대로 베끼거나 고사시키는 작전으로 나가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것을 그는 어디서 느꼈을까. 그는 작년 삼성이 미국 스타트업 루프페이를 인수해 삼성페이를 만든 것이 모범적 협업 사례라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나 내년쯤에는 한국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하는 사례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이 조직문화를 스타트업처럼 바꾸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해서도 일부에선 가능하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중요한 변화가 곧 닥칠 것을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김광현 센터장은 앞으로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연결해주고 협업을 도와주는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미 100여명의 스타트업 종사자 및 대기업 관계자를 모아놓고 매달 디 파티(D. Party)를 열고 있다. 푸드테크, 여행, 패션 등 다양한 분야의 주제를 정해놓고 얘기를 나눈다.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네트워크 장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네트워크를 통해 스스로 성장하고 깨우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창업 1세대들의 멘토도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기존 자신의 제한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자들에게 잘못된 조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사업에 대해 창업가 본인만큼 고민을 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는 것이다.

그에게 좋은 벤처기업이 요즘에 정말이 많이 늘어나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즉답을 피한채 돌려서 말했다. “요즘 대기업을 그만두고 나와 창업을 하는 30대 중후반이 스타트업의 주력들입니다. 이 중에 좋은 멤버들이 많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창업지원기관이 늘어나면서 기업가정신을 잃고 자금지원에 안주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보였다. 김 센터장은 이미 경쟁력을 잃은 스타트업이 창업지원센터에 의지해 연명만 하는 사례가 자주 보인다면서 뛰어난 기술과 훌륭한 인재가 고인 물에 갇혀있는 듯 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창업지원기관의 수장으로 있으면서 그가 느끼는 가장 안타까움은 훌륭한 아이템을 가진 창업팀이 깨지는 것을 볼 때. 대부분 리더십의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카리스마가 지나치거나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과신하는 경우 팀이 깨질 때가 많다고 한다.

이날 디캠프는 서울 역삼동에서 설립 3주년 기념 성과발표회를 열었다. 디캠프가 지난 3년간 투자와 프로그램으로 지원한 스타트업은 모두 3287개에 달한다. 직간접 투자 금액은 2235억원에 이른다. 누적 방문자는 17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만 디캠프는 8개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를 진행했다.

올해 김광현 센터장이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뭘까. 그는 창업팀 급증에 따라 점점 부족해지는 공간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고 밝혔다. 좋은 팀을 발굴해내서 키울 수 있는 내부의 역량을 확충하는데도 신경을 쏟고 있다.

스타트업을 잘 구별해서 볼 줄 아는 안목이 중요합니다. 경쟁력 없는 곳을 가려낼 수 있어야 진짜 잘 하는 업체들이 클 수 있는 거죠.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보듬어 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에요.”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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