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요괴워치나 헬로카봇 등 최근 만화영화를 보면 주인공들이 손목 시계에 대고 말을 하거나 누군가를 호출하는 등의 장면이 자주 나온다. 그래서인지 지금 세대의 어린이들은 손목 시계를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 용도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덜 한 것 같다. 마치 어른들이 스마트폰을 매일같이 사용하는 것처럼.


 그러다보니 어린이들을 위한 스마트워치 개발에 나서는 업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키위플러스는 그런 업체다. 이 회사의 장점이 있다면, 창업자들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굴지의 전자업체 출신들이라는 점. 그리고 하드웨어 뿐 아니라 디자인,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서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과 강점을 가진 인물들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23기 아헴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과 01학번인 서상원 대표는 학부 시절부터 일찌감치 창업에 나섰다. “첫번째 사업은 사실 창업이라고 말하긴 뭐하다라고 쑥스러워 하지만, 어쨌든 웹호스팅 사업으로 그의 첫 창업 이력이 시작됐다. 첫 사업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학업과 

사업을 병행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다 아직 동기도 뚜렷하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그는 다시 한번 창업에 도전했다. 이번에는 당시 인기를 끌고 있던 웹하드 솔루션 사업이었다. 웹하드 사업자들에 대한 사이트 및 데이터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었는데, 많은 업체들과 계약을 체결하는 등 승승장구하는 듯 했다. 그런데 계약까지 체결했고, 업체들이 상당한 매출이 발생했는데 돈이 들어오질 않았다.


 “분명히 엄청나게 매출이 나오고 있는데 솔루션 비용을 내질 않더라구요. 학생 시절에 경험이 없어서 그랬죠. 이쪽은 관리 비용이 계속 들어가는데 상대방이 돈을 제때 내지 않으니 사업을 계속 할 수가 없었습니다.”


 1년 남짓 사업을 운영하면서 소득이 없지는 않았다. 이때 웹하드 업체들로부터 발생되는 엄청난 데이터를 처리하면서 그는 데이터 보관과 처리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카이스트 석사과정을 거쳐 박사과정에 진학하면서 당시 배운 이런 문제의식은 다시 한번 창업으로 이어졌다.


 두 번의 실패를 겪은 그는 철저하게 기술 기반의 회사를 설립했다. 카이스트 연구실에서 함께 문제의식을 나눴던 선배, 동료들이 공동으로 아헴스(AHEMS)라는 클라우드 기술 회사를 2009년 창업했다. 아헴스의 주된 기수 영역은 클라우드 관리 솔루션. 그리고 분산파일시스템과 기존 CDN 서비스를 접목시킨 클라우드 컴퓨팅 네트워크였다.


 특히 아헴스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는 단순히 가상머신을 임대해 주는 것에서 벗어나 상황에 맞게 자원 할당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장점이었다. 내부 자원이 부족할 경우 아마존 등 외부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호환성을 제공할 수 있었다.


 아헴스의 이런 기술력은 클라우드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열심이던 통신사들의 관심을 끌었다. 창업한 지 불과 2년 뒤인 2011년 아헴스가 KT에 인수되면서 서 대표 역시 KT에 입사를 하게 됐다.

 

어린이용 스마트워치 시장의 발견


KT에서 1년 가량 클라우드 사업 부문장을 지낸 뒤 그는 LG전자로 적을 옮겼다. 2012년이었다. LG전자에서도 그가 맡은 일은 당연히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그는 LG전자에서도 소프트웨어 분야의 기술 개발과 사업화 부문을 맡았지만 그 동안 소프트웨어 업무만 해 왔던 그에게 LG전자에서의 경험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는 계기가 됐다.


 “2013년에 처음으로 국내에서도 어린이용 스마트워치, 즉 키즈워치라고 불리는 제품이 나왔습니다. 그걸 처음 접하고 저도 자녀가 있고 그러니까 한 번 사서 써 봤어요. 그런데 상당히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여기에 분명히 시장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이 제품이 엄청나게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그가 이 분야에서 사업을 했을까. 잠재적인 경쟁제품을 보면서 시장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한편, 자신이 만들면 이보다 더 잘 만들 자신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봤기 때문. 서 대표가 어린이용 스마트워치에서 주목한 것은 자녀들의 현재 상태나 위치를 확인하고 싶은 부모들의 수요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 그리고 스마트워치가 그런 수요를 충족하는 데 최적의 제품이라는 점이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만 돼도 스마트폰을 쓰지만 5세에서 8세 정도의 어린이들은 아직 한글 타이핑을 하는 것이 익숙치 않고, 유해 콘텐츠 노출 등에 대한 우려가 많은 데다 분실의 위험 등으로 인해 스마트폰을 쓰기 힘들다. 스마트워치가 있어서 자녀들의 위치 파악이 되고, 통화도 가능하면서 간단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으면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스마트폰 보유 비율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어요. 어린 자녀들의 스마트폰 중독을 우려하는 부모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201243%였던 초등학생 저학년 어린이의 스마트폰 보유비율은 201434%로 뚝 떨어졌고 이후로도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LG전자에 재직중이었기 때문에 그는 자본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2013년말이었다. 카이스트 후배인 이준섭 대표가 신생법인 키위플러스의 대표를 맡았다. 서 대표와 이 대표는 LG전자와 삼성전자에 있는 카이스트 출신들의 후배들을 모아 회사 멤버를 꾸리고 제품을 기획하고 디자인을 했다. 제품 기획과 개발에만 꼬박 16개월 이상 걸려 드디어 20158, 키위플러스의 첫 어린이용 스마트워치 제품이 나왔다. 출시전 테스트 버전의 개발이 완료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생각지 못한 변수가 나타났다.


 

배터리 전쟁


첫 제품을 딱 만들었는데, 정말 잘 나왔다고 생각을 했는데, 아무것도 안하고 전원을 켜놓고 대기 상태로만 있어도 배터리가 2시간밖에 안가더라구요. 정말 절망적이었습니다.”


 배터리가 2시간 밖에 못 버티는 제품을 도저히 시중에 팔 수는 없었다. 키위플러스가 만든 키위워치는 국내 최초의 안드로이드 OS 기반 어린이용 제품이었다. 기존 어떤 제품보다 얇고, 고사양을 자랑했다. 기존의 제품들은 위치 추적과 전화 통화 정도가 고작이었지만 키위 워치는 영어학습, 한자학습 등 콘텐츠는 물론, 음성 인식 기능을 통해 부모와의 실시간 문자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했다. 굳이 전화통화를 하지 않아도 이모티콘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좋은 기능이 아무리 많이 들어 있어도 대기 시간에서 2시간 밖에 못 버티면 쓸 수가 없었다. 실제로 몇 번만 사용하면 채 1시간도 버티질 못하는 걸 발견했다.


 “사업을 접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위기였습니다.”


 서상원 대표를 비롯한 전 직원들이 달려들었다. 부품 하나하나의 성능을 점검하고 콘텐츠와 소프트웨어의 기능도 다시 살폈다. 이미 스마트워치 제작 경험이 있는 중국의 샤오미 개발진들과 면담을 신청해 이들이 어떻게 배터리 사용 시간을 늘렸는지,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최적화했는지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약 석 달 간의 기간 동안 오직 최적화에만 공을 들였다. 기적처럼 배터리 시간이 늘었다. 2시간에 불과했던 배터리 지속 시간(대기 시간 기준)70시간으로 늘었고 2016년에 접어들어선 100시간으로 늘었다.


 초기 마젤란기술투자로부터 10억원의 투자를 받은 데 이어 20164월 후속 투자를 유치하면서 키위플러스 경영진에도 변화가 생겼다. 투자자들의 책임 경영 요청에 의해 최대주주인 서 대표가 키위플러스 대표에 취임한 것이다. 서 대표는 키위플러스 대표 취임 이전엔 핀플레이 대표를 맡고 있었다. 핀플레이는 스마트워치 제품의 통신사 유통과 A/S 등의 사업을 하고 있었다. 키위플러스는 제품의 기획과 생산에만 주력하고 핀플레이가 유통 및 판매 이후 서비스를 책임지는 구조였다. 서 대표는 핀플레이와 키위플러스 모두에서 단일 최대주주였다.


 키위 워치는 당초 2015년말 출시될 때는 롯데백화점에 팝업 스토어를 열고 직접 판매를 하는 구조였다. 4000개 가량 팔렸는데, 신통치 않은 실적일 수도 있지만 이때 입소문이 나면서 통신사들과 협상이 용이해졌다. 제품의 성능을 확인한 통신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올해 4월부터는 KT 대리점을 통한 판매가 시작된 것이다.


<키위플러스 서상원 대표(왼쪽 네 번째)와 직원들. 사진=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Go Global!


처음부터 키위플러스는 국내 시장에 머물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한국에서 팔면 수백만대 정도는 팔 수 있겠지만 글로벌 시장을 지향했다. 세계적인 키즈 스마트워치 제조업체가 되겠다는 것.


 글로벌을 지향하는 이들의 지향점은 라인캐릭터를 앞세운 점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글로벌 10억명 다운로드, 매 월 2억명 이상 접속하는 라인메신저로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네이버 라인과 제휴를 맺었다. 라인키즈폰이라는 애칭도 생겼다.


 무엇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부모에 대한 추가적인 서비스를 출시하는 한편, 판매 이후의 관리에도 공을 들였다.부모 전용 앱을 출시, 자녀의 위치를 확인하는 한편, 경고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게 만들었다. 부모가 앱을 먼저 다운로드한 다음에 특정 콘텐츠를 등록하면 자녀의 키위워치에서 해당 콘텐츠를 쓸 수 있는 구조다. 영어, 수학, 과학, 국어 등 학습 콘텐츠를 비롯, 아이 주변 위험 인물을 경고하는 늑대 탐지기서비스도 제공한다.


키위워치는 분명 전자제품이지만, 이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키위플러스와 핀플레이 창업멤버 및 직원들은 소프트웨어 쪽에 상당한 강점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이 회사를 다른 경쟁사들과 구별짓는 요소라는 게 서 대표의 설명. 소프트웨어의 강점이 배터리 최적화, 다양한 콘텐츠 등 경쟁력을 갖게 했다.


 창업멤버들의 주된 경력이 클라우드 분야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데이터 처리에 대한 경쟁력은 향후 서비스 확장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 같다. 키즈폰을 통해 축적되는 엄청난 양의 위치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린이와 부모를 연결하거나 어린 자녀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고안할 수 있다는 게 서 대표의 구상.


 “키즈폰 앱은 부모들이 거의 예외없이 무조건 위치 추적에 동의하는 서비스입니다. 여기서 자녀들의 동선이나 움직임에 대한 막대한 양의 데이터가 쌓이고 있어요. 앞으로 어린 자녀들과 이들의 부모들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겠습니다.”


by wonkis


**이 글은 디지에코 스타트업 스토리(www.digieco.co.kr)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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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TRE)의 이철희 대표는 예전부터 쓰레기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쓰레기는 버려야 할 것이고 쓸모 없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는 쓰레기를 다시 활용하는 것에 엄청난 부가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춥고 배고픈 나날들이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그는 자신의 이런 생각이 맞다는 것을 입증하는 관문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중국에서 발견한 사업기회

그는 본래 건축학 전공으로 대학에 들어갔다고 했다. 00학번이라고 하니까 16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여러 가지 이유로 대학을 마치진 못했다. 아마 경제적인 이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건축사무소에서 일하고 인테리어 업체에 들어가 일을 했다고 한다.


인테리어 회사에서 2년쯤 있다가 중국에 프로젝트를 나갈 일이 있었어요. 중국에 가서 보니 중국 인테리어 시장이 급성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냥 사무실에만 앉아서 행정적인 일만 처리했으면 아마 그런 생각을 크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현장을 다니는 일을 했다. 현장을 다니다보니 이쪽 분야가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고 많은 물자와 사람이 모인다는 것도 알게 됐다.


 “중국 프로젝트 일이 끝나고 한국에 들어왔는데 계속 그 생각이 나더군요. 그래서 직접 내가 해 보자하고 결심하고 중국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때 그는 사업 기회만 보고 달랑 단돈 200만원만 들고 중국에 갔다. 회사 직원으로서 중국에 갔을 때와 사업을 하러 중국에 갔을 때는 상황이 달랐다. 고객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았다. 인테리어 사업을 해 본 경험과 그동안의 인맥 등을 활용해봤지만 결국 현지에 있는 한국 사람들의 일거리를 맡아서 했다.


 하지만 이런 일이 계속 되긴 힘든 구조였다. 현지인들의 사업 거리를 확보하지 못하자 일거리를 갈수록 줄어들고 갖고 있는 돈은 바닥이 났다. “수중에 돈이 한 푼도 없어서 정말 길거리에서 한달 반 정도 생활을 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기를 쓰고 일감을 따 내 그럭 저럭 버티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3년차부터는 한국 사람들 일감은 거의 안하고 중국인들의 일을 많이 했습니다. 자리를 잡은 셈이죠. 그러다가 5년이 지나서 한국에 다시 들어왔습니다.”


 결국 중국에서 중국 현지 일을 따내긴 했지만 중국에서 사업하는 것의 어려움을 뼈져리게 깨달은 그는 돌아오는 것을 택했다. 2010년이었다.


 

첫 시도와 실패

이철희 대표가 한국에 돌아온 것은 중국 사업의 어려움때문이기도 했지만 중국에서 인테리어 일을 하면서 쓰레기를 활용한 사업에 관심이 생겼기 때문. 중국에서는 아직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 사업을 하면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봤다.


 귀국하자마자 그는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개인 사업으로 인테리어를 했던 것을 제외하면 사업 경험도 부족했고 관련 시장에 대한 지식도 부족해 사업이 쉽지 않았다.


 그는 당초 쓰레기 가운데 소재화할 수 있는 재료를 찾고 있었다. 그냥 쓰레기를 재활용해 물상품을 제작하는 정도가 아니라 다양한 물건으로 만들 수 있도록 소재화할 수 있는 재료를 찾았다. 소재화할 수 있는 재료를 찾는데는 시간이 걸렸고 그의 사업은 진척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빚만 떠안은 채 2013년에는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날 커피 전문점을 지나던 그는 종량제 봉투가 터져 상당히 많은 양의 커피 찌꺼기가 흩어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처음에는 그냥 지나쳤지만, 똑같은 광경을 몇 차례 본 뒤 '커피 찌꺼기를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하게 되더군요.”


 쓰레기의 재활용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해 온 그이기에 가능한 물음이 아니었을까. 어쨌든 그는 커피 찌꺼기가 엄청나게 버려지고 있다는 것, 0.2%의 결과물(커피)을 얻기 위해 99.8%가 버려지고 이는 커피 생산의 현실을 알게 된 것이다.


 “커피 찌꺼기를 버리는 일은 커피 전문점을 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커피를 취급하는 모든 사람들이 당면한, 아주 귀챦은 일입니다. 대부분을 그대로 버리니까 손실이기도 하구요. 소각하는 과정에서의 환경적인 문제도 무시하기 힘들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찾던, 쓰레기 재활용의 궁극의 지점을 커피 찌꺼기에서 찾았다. 커피 찌꺼기는 일단 어디에서나 쉽게 수집할 수 있다. 즉 공급이 부족할 걱정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히려 커피 찌꺼기를 수집한다고 할 때 쌍수를 들어 환영하거나 수집에 도움을 줄 이들도 많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쓰레기나 찌꺼기 중 비교적 다루기 쉽고, 천연재로 그대로인 상태(물이 첨가되긴 했지만)라는 점도 고려했다.


 문제는 커피 찌꺼기가 얼마나 쓸모가 있느냐는 점이었다. 그는 각종 문헌과 논문 등을 닥치는 대로 뒤졌다. 그래서 커피 찌꺼기를 그가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대로 소재화 할 수 있는지를 실험해봤다. 그의 결론은 소재화가 가능하다는 거였다.

 

나무를 베지 않고 나무를 만드는 회사


기존 회사를 정리하고 트리(TRE)라는 회사를 설립한 게 2013년말이었다. 당시 그는 커피찌꺼기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소재를 개발할 수 있으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


 꼬박 1년 반 동안 커피찌꺼기를 쌓아놓고 실험을 계속했다. 매일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찌꺼기 수십 박스를 받아와서 테스트를 했다. 의정부에 마련한 공장형 사무실에서는 끊임없이 화학반응을 실험했다.


 “커피찌꺼기에 대한 화학반응을 통해 얼마나 견고하게 굳어질 수 있는지가 핵심이었어요.”

스타벅스, 이디야 등 커피전문점을 다니면서 커피찌꺼기를 수집했다. 업소에서는 두 팔 들어 환영했다. 가뜩이나 처리하기 골치 아픈 커피찌꺼기를 그냥 가져가겠다니 반색을 하는 게 당연. 20156월이 돼서야 이철희 대표는 나무 대용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소재화에 성공했다. 이를 입증하는 특허도 출원했고 각종 특허 신청도 해 놓은 상태다.


 이 대표를 만나던 날 그는 서울 서초구에 있는 로버트 해리스란 카페로 안내를 했다. 여기엔 트리에서 개발한 커피찌꺼기 소재의 테이블과 의자, 조명갓 등이 설치돼 있었다. 자연스럽게 이 회사에서 만든 제품을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커피숍의 사장님은 이철희 대표가 사업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투자를 했고 이 대표는 이곳과 계약을 체결하고 제품을 만들어 커피숍에 비치를 한 것이다.


 제품을 보자마자 냄새부터 맡았다. 그런데 커피 냄새가 나진 않았다. “다들 커피찌꺼기로 만든 테이블이라고 하면 냄새부터 맡습니다.” 이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설명을 따로 듣지 않는다면 커피찌꺼기로 만든 테이블이라는 것을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그냥 나무로 만든 원목 테이블 같았다. 실제 원목으로 만든 테이블과 비슷한 강도를 갖는다고 했다. 테이블 뿐 아니라 각종 인테리어 마감재, 조명, 소품 등을 만드는 데 쓰일 수 있다. 원목을 가공하듯이 나무나 합판의 형태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것이 이 대표가 본래 지향했던 부분이었다. 즉 산업현장이나 인테리어 공사 등 매우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할 준비가 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가 일단 테이블 등을 만들어 공급하는 것은 제품으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믿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제품화의 가능성이 아니라 실제 제품을 만들어 보여줌으로써 대량 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투자유치가 시설 확보가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커피찌꺼기로 만든 테이블은 기존의 원목 테이블에 비해 40%-50% 저렴할 정도고 가격 경쟁력이 있다. 테이블 사이즈가 커 질수록 가격 경쟁력이 커진다. 원목으로 큰 사이즈(예를 들어 2m 이상)의 식탁을 만들 경우 단가가 급상승하는 반면 트리의 방식은 그럴 걱정이 없다.


 “제일 중요한 것은 나무를 베지 않고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를 나무 대용 자재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이철희 대표의 말이다. 가구재로 많이 쓰이는 나무의 소비와 훼손을 줄인 리사이클 제품인 동시에, 디자인까지 접목한 업사이클 제품이라는 점이 포인트다. “트리는 '훼손하지 않으며 자연적인 것'을 추구하는 업사이클 전문 기업입니다.”


 스타벅스에 이어 이디야 등 커피 전문점에 납품을 시작했거나 계약을 체결하는 등 제품화에 대한 인정은 이미 받았다. 이제는 대량 생산과 소재를 통한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대형 가구업체나 원목을 활용해 상품을 만드는 제조업체에 소재를 판매하는 것에서 진짜 성장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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