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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4/09 김길연 엔써즈 사장의 창업스토리

**이 글은 제가 지난 달 디지에코(DIGIECO)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김길연 엔써즈 사장의 창업 스토리는 꼭 한 번 써보고 싶었던 이야기였습니다. 지면 상에는 여러가지 제약 조건때문에 쓰지 못했는데 길이 제한 없이 한번 맘껏 써 봤습니다. 길어서 자칫 지루해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그의 이야기는 충분히 읽어 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혹 너무 길게 느껴지신다면, 전적으로 제 글솜씨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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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벤처업계에서 최고로 화제가 됐던 기업은 단연 엔써즈였다. 창업자들이 400억원대에 회사를 KT에 매각했다는 이유가 첫번째였다. 같은 해 세계 2위 소셜커머스 업체 리빙소셜에 회사 주식을 넘긴 티켓몬스터를 제외한다면 정말 오랜만에 들려온, 성공적으로 창업후 회사를 팔아 현금화를 한케이스였기 때문이다. 2006년 검색업체 첫눈이 NHN 350억원에 매각된 이후 5년만에 들려온 벤처업계의 낭보였다.

 하지만 현금화에 성공했다는 것이 다가 아니다. 이 회사를 화제의 중심에 있게 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 회사를 만든 김길연 사장이 가진 남다른 스토리 때문이다. 김길연 사장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크게 실패한 뒤 절치부심 창업에 재도전해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그가 처음 창업을 했다가 실패했던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다. 하지만 두 번째 도전과 성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김길연 사장으로부터 들은 그의 두 번에 걸친 창업 스토리를 소개한다

◆벤처 열풍 타고 첫 도전

김길연 사장은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 95학번으로 입학했다. 99년 졸업하자마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과에 99학번으로 들어갔다. 대한민국에서 이공계 출신이 밟을 수 있는 대표적인 엘리트코스를 거쳤다. 좋은 학교에서 공부를 잘 하고 있던 그는 2000, 벤처 창업에 뛰어들었다. 벤처 붐이 한창이던 시절이었다.

당시에는 SK에 가나, ETRI에 가나라고 말할 정도로 실제 프로그램 코딩 실력 있는 학생들은 전부 다 벤처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저 역시 그런 분위기 속에 벤처 창업에 몸을 던진 셈이었죠.”

그는 아이템에 자신이 있었다. 그가 잡은 아이템은 음성 인식 기술이었다. 음성을 인식해 자동으로 작동하게끔 하는 기술이다.

성공만 하면 대박이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불 켜’, ‘불 꺼같은 명령어만 돼도 수익이 괜찮을 것 같았죠. 아이템 자체가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데다 이걸 제대로 하고 있는 곳이 거의 없었거든요.”

처음부터 김 사장은 사업 계획을 공격적으로 책정했다. 해외 시장에도 나가면 크게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생각만큼 간단치 않았다. 예를 들어 스페인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해법이 없었다. 계속 따로 만들어야 하니 리소스가 많이 들었다. 그래서 한국 시장을 일단 잡고 가자는 전략을 세웠는데, 결과적으로는 한국 시장도 잡기 어려웠다.

기술 자체가 너무 첨단이었다. 2011년 애플이 음성인식서비스 SIRI를 출시했는데 이것도 가끔씩 에러가 발생할 정도다. 한국의 벤처기업이 무려 10년도 더 전에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개발하겠다고 나선 것이었다. 무엇보다 10여년 전에는 컴퓨터의 성능도 크게 떨어졌다.

기술 개발이 뜻대로 안되다보니 사람 관리가 잘 안됐다. 똑똑한 직원이 나가자 핵심 인력들이 줄줄이 나가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결론적으로 기술이 핵심인 회사에서 기술 개발에 제대로 안됐고, 핵심 인력을 잡아두지도 못했다. 성공은 요원해보였다.

그래도 이대로 사업을 접을 수는 없었다. 김길연 사장은 SL2에서는 기술총괄(CTO)를 맡고 있었다. 그는 이 기술에 나름의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사업을 접게 되기까지 음성 인식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응용을 시도해 봤다. 처음 2년 동안은 기술 개발에 주력했지만 기술을 적용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이후 휴대폰에 넣어 보기도 하고, 영어 발음 교정에 활용도 해 봤다.

거실 탁자 위에 놓고불 꺼라고 말해 봤는데, TV의 소리에 반응해 다시 켜지거나 하는 문제가 있었어요. 집 밖에서 명령하는 시스템도 생각해 봤죠. 전화를 걸어서불 켜, 불 꺼하는 명령을 하는 경우인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잘 쓰지 않았습니다. 이 서비스에 대해 돈을 10만원이라도 더 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죠.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1000세대 정도가 있는데, 각 집마다 10만원 정도 받으면 1억이쟎아요. 그리 큰 시장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나마 사람들이 10만원라도 더 낼 것이냐 하면 결코 그렇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수익을 내지 못하고 4년째에 접어들자 회사 분위기가 침체되고 인원이 자꾸 나가면서 뒤숭숭해졌다. 회사 내에서 논란이 계속됐다. 하다 보니 음성 인식 자체보다는 음성 합성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알았는데 회사의 주력 사업을 갑자기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최고 경영자의 의사결정이 필요했지만 본질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모르는 분야는 함부로 하면 안된다

SL2가 시도한 음성 인식 기술은 일종의 소프트웨어였다. 소프트웨어를 잘 팔아 봐야 10만원인데, 답이 안 나왔다. 1000세대면 1억밖에 안 되는데 아파트 공사는 2년 걸리니 2년에 1억짜리라는 결론이다SL2는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하드웨어 사업을 시작했다. 소프트웨어가 작동하는 하드웨어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하드웨어를 같이 하면 소프트웨어와는 달리 가격을 쳐주니까..그런 막연한 생각에 하드웨어를 했습니다.”

SL2는 우선 띵동 누르면 통화하는 거랑 전화 걸면 전화 받는 음성 인터페이스를 100만원 패키지에 만들어 팔았다. 1000세대에 10억이니 어느 정도 규모가 됐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하드웨어를 처음 만들어 보니 초인종을 누르는 부분이 불량이 잘 난다는 것을 알게 됐다. SL2가 당시 들어간 곳은 도곡동의 고급 아파트. 입주하기 전 절반이 아파트 키를 받아간 상태에서 벌써 불량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과외하려고 과외 선생이 왔는데 띵동 누르는데 소리에 잡음이 껴서 들리지 않는 거였어요. 그래서 휴대폰으로 전화 걸어서 문 열어달라고 해야 했죠. 이 정도면 심각한 버그였습니다. 하드웨어 장비는 거실에 박혀 있었는데 이것을 떼서 수정을 해야 했어요. 키를 안 가져간 곳은 그냥 가서 가져오면 되는데 키를 가져간 곳은 일일이 약속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500가구나 되니까. 그래서 그냥 밤 7시반-8시쯤 갔습니다. 사람 있을만한 시각에. 띵동 누르는 것이 안 되니 문을 두드려야 했다. 그런데 집이 크니까 약하게 두드려서는 안 됐어요. 주먹으로 세게 쳐야 했죠. 그런데 새 집이니 그렇게 두들기는 것을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직접 현장에 나가 책임을 졌어요. 10억원 어치 납품했지만 손해배상 나오기 시작하면 2, 3배로 물어줘야 하니깐 회사가 무너지게 되므로, 수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새 집에 들어가서 뜯고, 1층에서 납땜 고친 뒤 다시 올려서 끼워 넣었습니다.

이런 걸 누가 좋아하겠는가. 새 집에서. 드라이버로 뜯고 다시 넣는 일인데. 1차 수정은 됐지만 만족할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어쨌든 수정은 됐다. 그런 작업을 하면서하드웨어는 함부로 만드는 것이 아니구나. 소프트웨어는 수정하면 되는데하는 것을 배웠다. 이 작업은 SL2에서 한 일종의 마지막 AS였다.

 ‘, 사업이 정말 쉬운 게 아니구나.’ 그는 그때 사업의 어려움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지금도 휴대폰이 고장나도 욕 많이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럴 수도 있지. 만든 사람의 아픔이 느껴졌기 때문이란다.

사업을 한다는 것은 처음 생각했던 가정들이 계속해서 처참하게 무너지는 과정의 연속이었다하드웨어까지 끼워서 하면 더 잘될 거라 생각했지만 더 안 되고 남는 게 하나도 없었다무엇보다 매일 사람을 대면해야 한다는 게 힘들었고 그와 몇 명의 창업자들이 그런 문제 전부를 다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힘들었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싫었다. 문 두드리고 500개를 수거하며 욕먹을 생각하면 싫었다. 하필 때도 겨울이었다.

불쌍해 보이려고 잠바도 더럽게 입고 진동 드라이버 가지고 갔어요. 2005년이었죠. 주인 없는 집에 들어가면 도배하는 아줌마가 있었어요. 같이 차를 마시기도 했죠.. 하다 보니 요령이 생겼는데 집에 들어가서 욕 안 먹으려면, “101동부터 108동까지 다녔는데, 여기 107동이 전망이 제일 좋다고 말하면 굉장히들 좋아했습니다. 이렇게 욕 안 먹는 방법까지 터득했죠. 동별로 팀을 짜서 도는데 누가 하고 싶었겠습니까. 밑에 있는 직원들은 정말 하기 싫은 일이었을 겁니다. 40명에서 50명 정도였고 하드웨어 팀은 납땜을 했고 AS는 전 직원이 했습니다. 그거 하면서 사업에 대해 아이템을 무턱대고 시도하는 것이 답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음성인식이 만만치 않게 느껴졌구요. 사업하다 처음으로 회사가 이렇게 무너질 수 있겠구나, 무너지면서 손해배상까지 오면 정말 어려워질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때 잠 못 자고, 아침에 일어나기 싫은 기간을 몇 개월간 보냈습니다. 장기적으로 보고, 힘들어도 버틸 수 있는 끈기가 중요하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2005. 김길연 사장은 결국 SL2를 정리했다.

첫 창업에 실패했지만 청년 김길연은 여전히 젊었다. 2005년 회사를 정리한 뒤 그는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 입사했다. 대학 시절부터 프로그램은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직장 생활에서도 자신의 기술분야 전문성을 살리는 일을 하면 되겠지 싶었다. 하지만 큰 조직에서 일한다는 것은 그에게 (비록 실패했지만) 창업 시절의 자유로움에 대한 그리움만 더 크게 했다. 결국 짧은 직장 생활을 청산하고 그는 2006년 다시 회사를 차렸다.

아이템을 뭘로 할까 생각하면서 그는 기술 분야이면서도 여러 분야로 확장이 가능하고 핵심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가 어딘지 고심했다. 일단 돈을 좀 벌어야 했기 때문에 소위 SI라고 불리는 외주 용역도 닥치는 대로 맡아서 했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날 문든 동영상이 점점 중요해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색을 하다 보니 동영상이 쌓이는 데 사람들이 이런 동영상을 찾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거죠. 물론 동영상도 검색하는 것이 있긴 하지만 동영상의 제목, 즉 텍스트를 보고 찾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방식은 글로벌이 안되고 남의 회사 SI밖에 안될 것이라고 판단했죠. 그러면 결국 동영상 화면만 갖고도 검색이 가능해야 하는데 그게 되려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배우다

정보기술 업계에서 많이 이야기하는, 컴퓨터로 돈을 버는 원칙이 있다. ‘나는 잠을 자도 컴퓨터는 돈을 벌어오는 구조여야 한다는 것. 글로벌로 가려면 기술적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 확장성 있고, 기술적 차별성 있으며 SI가 아니어야 한다. 김 사장은 창업 실패를 겪은 뒤 두번째 창업에서는 이런 원칙을 하나씩 세워갔다.  

 이만하면 되겠다 싶었지만 창업을 하면서 검증을 받고 싶었다. 카이스트 출신으로 벤처 창업계의 전설로 통하는 장병규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대표를 찾아갔다. 당시 장 대표는 본엔젤스를 정식으로 설립하기 전 엔젤 투자를 진행하고 있었다. 장 대표를 찾아갔을 때 김 사장은 얼마쯤의 기대가 있었다. “그래도 학교 선후배고,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이런 기대는 첫 만남부터 여지없이 깨졌다. 장 대표는 김 사장을 만나자마자 대뜸 물었다.

이 분야에서 대표적인 경쟁사가 어디죠?”

생각하지 못한 질문이었다. 별로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100% 없다고 확신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봐도 그 자리에서 답이 나오질 않았다. 사업 검증 및 투자 요청차 찾아갔던 첫 만남은 이렇게 5분여 만에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두 번째로 찾아갈 때 김 사장은 단단히 준비를 했다. 경쟁사들의 동향에 대해 나름대로 심도깊은 조사를 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만나자마자 장 대표는 경쟁사는 묻지도 않고 다른 것을 먼저 물었다.  “특허 문제는 어떻게 할 건가요?”

이 질문에도 김 사장은 말문이 막혔다. 그는 그대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세 번째 만날 때부터는 장 대표가 어떤 질문을 할 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팀이 어떻게 구성돼 있나요그래도 이번 질문에는 답변할 거리는 있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팀 구성을 듣더니 팀 구성원에 부족한 점이 있다는 점을 일깨웠다. 그 부족함을 메우는 게 다음 번 만남의 조건이었다.

처음엔 오기가 생겼지만 계속 퇴짜를 맞으면서 오히려 마음을 비울 수 있게 됐다. 네 번째로 찾아가자 장 대표는 기술 개발 계획을 물었다. 질문의 양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다섯 번째로 찾아가자 장 대표는 향후 발생할 여러가지 문제에 대한 해결 시나리오를 어떻게 세웠는지 확인했다. 다섯 번의 확인이 지나고 나서도 장 대표는 바로 투자를 결정하지 않았다. 장 대표는 소프트뱅크벤처스의 문규학 대표를 소개시켜줬다. 문 대표는 오랫동안 벤처 기업을 인큐베이팅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장 대표의 기대대로 문 대표는 소프트뱅크 소속이면서 엔써즈에 들어가 일을 하고 양사의 관계를 이어줄 청년 두 사람을 파견했다. 이 두 사람이 스탠퍼드 대학 출신의 셔먼 리와 에빅사라는 벤처 기업을 창업한 경험이 있는 카이스트 출신의 이준표 이사였다. 코딩 능력 뿐 아니라 비즈니스 감각이 탁월한 두 사람이 들어오면서 엔써즈는 팀 구성에 있어서도 균형을 잡게 됐다. 

◆웹하드 문제를 해결하다

엔써즈의 원천기술은동영상 검색’. 동영상의 DNA를 분석해 같은 동영상을 판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검색엔진에서 검색을 하면 제목만 다른 똑 같은 동영상이 수십 개 올라와 있어 필요한 영상을 찾는 것이 어려운데, 엔써즈는 동영상 당 하나씩만 결과를 얻기 때문에 필요한 동영상을 쉽게 찾게 해 준다.

엔써즈는 이런 기술을 기반으로 2008년 하반기부터 동영상 검색 포털 엔써미(Enswer.Me), 온라인 동영상 유통관리 플랫폼 애드뷰(AdView), 콘텐츠 모니터링 및 유통 관리 솔루션 플랫폼-V(Platform-V) 등을 차례로 시장에 선보였다.

이중 먼저 두각을 나타낸 것은 플랫폼-V. 엔써즈가 이 플랫폼을 개발한 이유가 중요하다. 엔써즈는 본래 동영상 검색에 특화된 회사였다. 하지만 검색을 위해선 그에 걸맞는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기껏 검색을 했는데 그 동영상이 불법콘텐츠라서 보는데 제약이 있거나,그걸 다운받았다가 문제가 생기거나 아니면 나중에 찾아보니 사라지거나 하면 되겠습니까?”

허가받지 않은 채 불법으로 복제돼 유통되는 방송 콘텐츠를 비롯해 불법물이 판을 치는 동영상 시장을 이대로 두고선 동영상 검색 시장은 꿈도 못 꾸겠다고 생각한 김 사장은 아예 합법적인 동영상 시장을 만들어가기로 결심했다.

웹하드가 가장 문제였다. 2009년 초까지 국내 130-140여개에 달하는 웹하드는 대부분 방송사나 영화사 등 콘텐츠 제작사에 댓가를 지불하지 않고 운영되고 있었다. 여기서 유통되는 영화,드라마,뉴스 등 다양한 동영상이 합법적으로 거래되고 이를 통해 방송사를 비롯한 저작권자,유통사가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다면 이 시장이 열릴 것으로 판단한것이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이 일을 엔써즈는 해냈다. 80여개에 달하는 웹하드와 방송사,엔써즈가 계약을 맺고 엔써즈의 독자적인 저작권 관리 솔루션을 웹하드에 2009년말부터 적용키 시작한 것이다.웹하드는 방송 콘텐츠를 합법적으로 유통할 수 있게 됐고 이용자들은 안심하고 다운로드할 수 있게 됐으며 방송사들은 뜻하지 않은 수익을 얻게 됐다. 엔써즈도 솔루션 사용료 및 일정 수수료를 얻게 됐음은 물론이다.

 엔써즈는 한 분야의 기술에서 가장 앞서면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엔써즈의 동영상 검색 및 저작권 관리 솔루션에 대한 기술은 저작권 문제를 해결함은 물론 인터넷에서 동영상과 관련된 각종 통계치를 잡는데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최근까지 동영상 분야의 가장 큰 애로 사항 중 하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얼마나 뿌려지고 어떻게 소비되는지 전혀 파악이 안된다는 거였다. 대용량 데이터를 모니터할 수 없는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써즈의 기술로 동영상을 통계화, 온라인시청률을 수치화할 수 있게 됐고 여태 모호했던 광고단가도 매길 수 있게 됐다. 엔써즈는 불법 동영상을 정식 수익 채널로 삼을 수 있는 길을 연 셈이다. 

◆구글 이기는 회사 만들어 보자

엔써즈는 2011년 영어권 최대 커뮤니티 숨피를 인수했다. 한류를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였다. 한류 콘텐츠의 핵심은 사진과 동영상. 엔써즈는 특히 동영상에 강했다. 하지만 막상 사업을 확장하려고 하니 벤처기업의 역량으로는 서비스 개발과 인프라 구축, 네트워크 확장 등을 한꺼번에 할 수가 없다는 것이 점점 명확해졌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던 어느 날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와 김일영 KT 부사장이 갑자기 찾아왔다. 2011년 봄이었다.

두 사람은 김길연 사장에게 다짜고짜 말했다고 한다.

구글을 이길 수 있는 회사를 같이 만들어 봅시다.”

뜻밖이었지만 그 큰 뜻에 마음이 움직였다.

내심 동영상 분야에서는 우리가 세계 최고 기술을 갖고 있어 잘하면 유튜브를 뒤집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KT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얘기에 무척 놀랐죠.”

KT를 만나면서 김길연 사장의 꿈이 일단락 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가 갖고 있던 꿈은 더 커졌다. 매각 관련 자료에 상세히 나오진 않았지만 김 사장이 자신의 지분 전부를 KT에 판 것은 아니다. 소프트뱅크 역시 갖고 있던 지분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엔써즈는 KT와 김 사장, 소프트뱅크의 균형 아래 세계 시장에서 동영상으로 구글을 뛰어넘는 회사를 만들어나갈 꿈을 품고 있다.

김길연 사장의 취미는 조깅이다. 갈 때는 뛰고 올 때는 걷는다. 그렇게 하는 이유가 뭘까.

대망에서 오다 노부나가가 말을 타고 가다가 오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장면이 생각나서 나름의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 저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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