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사업을 하기에 앞서 장사를 하면서 사업 감을 익힌 사람이 드디어 회사를 차렸다고 하면 그 회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일찌감치 인생의 방향을 잡고 계속 한 우물만 파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그 우물이 맞는 우물인지, 내가 남을 속이거나 피해를 주지 않고 올바르게 우물을 파고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일 거다. 이런 생각이 과도하면 우물을 파는 것이 잘 안될 수 있다. 그래도 잘 해냈다면 재능 못지 않은 진정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프렌즈큐브 김영민 대표는 장사로 내공을 쌓은 후 창업에 나섰다. 그리고 그 창업 과정은, 누구 못지 않게 필연으로 이르는 수많은 우연으로 점철돼 있었다. 

◆정직하게 사업을 하고 싶다

81년생인 김 대표가 처음 창업에 나선 것은 2002년. 대학에 다니고 있을 때였다. 경제학과를 전공하고 했던 그는 병역특례를 가기 위해 여러차례 신청했지만 그때마다 잘 안됐다고 한다. 당시 그가 얼핏 들은 정보는 “서울대 KAIST 아니면 병특 못간다”는 것. 물론 이는 잘못된 정보였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일견 낙심한 그는 병특으로 군복무를 하겠다는 생각을 접고 “돈이나 벌자”고 다짐했다. 

 그래서 2002년 시작한 것이 애견쇼핑몰. 말 그대로 애견을 도매업자로부터 사다가 일반에 파는 일이었다. 장사는 제법 됐다. 이때 그가 발견한 것은 장사의 어두운 면이었다. 그 사업에서는 판매하는 애견에 대한 정보를 조금만 부풀려도 판매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정직하게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부끄럽지 않게 돈을 벌고 싶었죠.”

 그 시장에서 답을 찾지 못하는 그는 2004년 봄, 사업을 접고 군입대를 했다. 2006년 8월에 제대하고 편입을 준비한 김 대표는 이듬해인 2007년 3월 고려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3학년으로 편입하게 된다. 

 과를 바꿔 학교를 들어갔기에 공부가 힘들법도 했을텐데, 한번 사업에 눈 뜬 그는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2007년 하반기부터 중고차 매매 일을 하기 시작했다. 

 “중고차 딜러를 하려면 자본이 꽤 있어야 하지 않나요?”

 “네 그래서 다른 중고차 매매상과 같이 했죠. 혼자서는 하기 힘들더라구요. 제가 차를 파는 역할을 맡았는데 곧잘 파니까 합작을 하는데 어려움을 없었습니다.”

 하지만 중고차 매매 시장도 오래 있을 곳은 못됐다. 어느날 문득 그는 학교로 돌아가서 제대로 학업을 마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래도 배운 것은 있었죠. 어디나 가면 그 시장의 룰이 있습니다. 그 시장의 룰을 제대로 알게 되면 사업의 감을 잡는데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두 번의 장사를 하면서 그 룰을 빨리 깨우칠 수 있었죠.”

 1년여 중고차 매매를 했던 그는 2008년 2학기에 복학했다. 2010년 상반기까지 한눈 팔지 않고 학업에 열중했다. 사업을 두 번 하면서 학업에 필요한 돈은 모았기에 걱정없이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그러다 2010년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왜 IT에서 창업할 생각을 못했을까

 스마트폰 쓰는 사람이 하나둘 씩 생기고, 카카오톡으로 사람들이 만나서 대화를 하기 시작하고..이런 변화를 보면서 한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아, 왜 IT 분야에서 창업할 생각을 못했을까.”

 사실 그는 IT 분야에서 창업을 하는 것이 일찌감치 준비된 사람이었다. 2000년 선배들이 운영하는 회사에 있으면서 일을 도우는 틈틈이 프로그래밍을 배웠다고 한다. 그 덕에 고려대 컴퓨터공학과에 들어갈 수 있었다. 2002년 애견쇼핑몰 사이트도 그가 직접 만들었다. 

 자신의 경력과 경험을 떠올려보자 IT분야에서 창업을 하기 위한 훈련을 해 왔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한다. 그는 이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신이 길을 열어주신다”

 같이 수업을 들었던 친구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팬택을 다니던 공대출신 친구와 함께 창업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한번 실력을 점검할 겸, 2010년 10월 스타트업 위크엔드에 참여했다. 때마침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와 한 팀이 돼 소개팅을 컨셉트로 한 서비스를 기획, 1등을 하기에 이르른다.

 사실 이들이 당시 스타트업 위크엔드에 참석했던 것은 또 다른 목적도 있었다. 함께 창업할 동지를 구하기 위한 거였는데 점찍어둔 사람이 있었다. 외대 불문과 재학중인 강윤모씨였다. 강윤모씨가 이 행사에 올 것이란 첩보(?)를 입수하고 대회에 갔는데 강씨는 당시 참석하지 못했다.

 세 사람의 만남은 당시 성사되지 않았지만 기회는 다시 왔다. 이들의 만남이 운명이었을까. 운명은 천천히 자신의 계획대로, 자신의 방향으로 간다고 하지 않던가. 이듬해 5월 원주에서 열린 스타트업 위크엔드에 강윤모씨도 참여했다. 김 대표는 친구와 함께 이미 1월부터 소개팅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프로토타입을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 원주 스타트업 위크엔드에서 이들은 뮤직앤배틀이라는 음악 오디션 서비스로 상을 받은 뒤 강윤모 이사도 합류가 결정됐다. “스타트업 위크엔드 가는 버스를 타기 전에 정말 고민했어요.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결국 그곳에 간 것이 인생에 변화를 주는 계기가 됐죠.”

 강 이사가 합류하고 디자이너가 들어오면서 팀의 틀이 만들어졌다. 강 이사에게 왜 이 회사에 왔는지 물어봤다. “꿈이 커 보였습니다.” 

 이들은 더 이상 연습이나 공모전 차원이 아닌 본격적인 대중을 위한 서비스 개발을 위한 기획에 들어갔다. 팀이 갖춰진 뒤 서비스는 처음의 프로토타입 단계와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분당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한 프렌즈큐브 창업멤버들. 맨 왼쪽이 김영민 대표>

◆친구의 친구는 친구다

“우선 소개팅의 느낌을 제거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장이 너무 한정될 것이란 생각을 했고, 좀 더 대중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봤거든요. 무엇보다 학생들이 연애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인간관계 확장이나 유지를 위해 언제든 활용할 수 있는 툴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럼 일종의 LinkedIn의 한국판 서비스라고 봐야할까? 쉽게 말하면 그렇게 설명할 수 있겠다. 하지만 김 대표는 LinkedIn의 한국판 서비스 컨셉트는 궁극적으로는 프렌즈큐브의 서비스 중 한 항목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럼 프렌즈큐브가 그리는 그림은 뭘까. 왜 강윤모 이사는 김 대표의 아이디어를 듣고 꿈이 크다고 생각했을까. 프렌즈큐브는 ‘친구의 친구는 친구다’에서 출발한다. 나의 친구 뿐 아니라 친구가 신뢰하는 친구가 기본 연결된다. 친구의 친구의 친구까지 연결될 수도 있다. 물론 이 과정에는 모두 개인의 동의 과정이 들어가 있다.

 이들이 이 서비스를 만든 것은 지인의 지인을 소개받을 때 가장 신뢰할 수 있는데 그런 통로가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는 너무 특정 목적, 예를 들어 소개팅이나 직장 연결 등에만 국한돼 있다. 경험이나 취미, 관심사, 가치관, 다양한 생각 등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는 모든 연결고리가 다 계기가 될 수 있는 그런 서비스. 프렌즈큐브가 지향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작년 9월 미완성의 테스트 버전이 나왔다. 올 5월23일에는 베타 버전이 출시됐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에서 모두 쓸 수 있다. 주소록을 기반으로 친구가 형성되고 그 친구의 친구도 찾을 수 있고 소개를 받을 수 있다. 관계를 확장하다보면 꼭 직장이나 소개팅에만 한정되지 않은 다양한 인간관계의 확장을 기대할 수 있다. 마음껏 할 수 있게 하고 사용자들이 만들어가는 관계를 보면서 승부를 보는 스타일이다. 더 많은 것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이도저도 안 될 수도 있는 모델이다. 사람들을 유인할 수 있는 재미요소와 함께 확장의 모티브가 필요한 이유다.

 김 대표에게 프렌즈큐브의 핵심을 담아서 한 문장으로 소개를 해보라고 주문했다.

“신뢰관계 안에서 사람을 찾을 때 프렌즈큐브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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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브스쿨’에서 맛봤던 그 달콤한 꿈을 잊을 수 없었나보다. 마치 한여름밤의 꿈처럼 찰나의 순간에 지나가버렸지만 2000년 아이러브스쿨에 있을 때 이들은 행복했었다. 매일 밤을 세고 사람들이 모이고 스토리를 만들어나가는 것을 보고 자신들의 인생도 새롭게 시작되는 것 같았다. 그들이 예상치 못했던 것처럼, 아무도 예상치 못하게 아이러브스쿨은 성공의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 그 뒤 1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다른 일을 하면서도 그때 그 기분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돌고 돌아 다시 창업의 자리에 섰다. 엔키노 성기범 대표와 임준규 이사의 이야기다. 인터넷 벤처 초기 시절 못 다 이룬 그 꿈을 이들은 이제 모바일 시대를 맞아 다시 이루려 하고 있다.

◆아이러브스쿨에서 벤처의 꿈을 꾸다

홍익대 산업공학과 89학번인 성기범 대표는 졸업직후 고려대 산업공학과 대학원에 들어갔다. 홍익대에서 당시 막 군대에서 제대한 김영삼 대표(홍익대 87학번)를 만났다. 나이차도 얼마 안 나고 성향도 비슷했던 이들은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군 복무를 마치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MIS(경영정보시스템) 과정을 김영삼 대표와 함께 이수하게 됐고 여기서 프로그래머가 되는 기반을 닦았다.

 97년 삼성전자 정보통신연구소 기술기획팀에 입사해서 만난 사람이 당시 임준규 과장이었다. 임준규 과장은 LBS(위치기반서비스)를 개발하면서 창업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성기범 대표 역시 김영삼 대표와 함께 만났다 하면 창업 이야기꽃을 피우곤 했기에 임준규 과장과도 번죽이 잘 맞았다. 

 때마침 김영삼 대표가 아이러브스쿨을 창업하고 증가하는 트래픽으로 정신이 없던 시절이었다. 2000년초 성기범, 임준규 두 사람은 삼성을 그만두고 나와 아이러브스쿨에 합류했다. 성기범은 마케팅 홍보팀장으로, 임준규는 기획팀장으로 각각 입사했다. 

 이들이 처음부터 대박만을 노렸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사회적 분위기가 젊은이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너무나 눈앞에 빤히 보이는 엄청난 기회들을 그냥 지나치기도 힘들었다. 사용자들의 열광적인 반응과 주변의 부추김도 이들에게 대박의 꿈을 꾸게 했다. 실제로도 아이러브스쿨의 사회적 파장효과는 엄청났다. 하지만 회사를 어떻게 경영할지, 어떤 식으로 확장시켜나갈지, 매각한 뒤 어떤 길을 택해야 할지 감이 없었던 이들은 결국 회사를 잃었다. 

최종 결정이 나기 전, 2001년 1월 성기범, 임준규 두 사람은 먼저 아이러브스쿨을 떠났다. 하지만 손에 얼마간의 돈은 쥔 상태였다. 2001년 4월 성 대표는 밸류랩이라는 벤처 인큐베이팅 회사를 차렸다. 자신은 완결짓지 못했지만 벤처의 꿈을 후배들을 통해 이루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성기범, 임준규 뿐 아니라 김영삼 대표도 합류했다. 그야말로 아이러브스쿨 출신들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하지만 뜻밖의 실패로 지쳐있던 이들은 미래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달랐다. 밸류랩에는 성기범 대표 혼자 남아있게 됐다.

◆다시 시작해보자

밸류랩은 2002년 북모임이라는 일종의 사이버 서재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다. 가상의 도서관에 내가 정보를 직접 등록하고 이 정보를 사람들과 공유하는 컨셉트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등록하자’를 기치로 내 걸고 시작했다. 이런 것을 하면 어떤 편리함이나 이득이 있을까.

 “예를 들어 반지의 제왕 DVD를 등록했다고 합시다. 나와 친구든 온라인에서 어떤 관계를 맺은 사람은 상대방이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지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쉽게 그것을 빌려달라고 하거나, 자신이 갖고 있는 어떤 다른 것과 교환할 수 있죠. 서로 상대방이 무엇을 갖고 있고, 그 중 어떤 것은 필요없다고 생각하는지까지 알면 여러가지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Who has what?”을 주제로 한 북모임 서비스는 당초 모든 물건을 등록할 수 있게 하자는 개념에서 출발했지만 우선 가장 등록이 쉬운 책으로 출발을 하면서 이름이 그렇게 붙었다고 한다. 지역 정보가 결합되면 지역을 기반으로 어떤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갖고 있는지가 파악이 된다.

 한동안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입소문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2005년 코리아닷컴과 제휴를 맺으면서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확장, 8000여명의 사람들이 5만5000권의 책 정보를 올려놓게 됐다. 

 “서비스가 막 확장하고 있던 시점에 당시 인기를 끌던 미니홈피 스타일로 변경을 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이 방식을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국내에서 성과가 빨리 나오지 못하면 글로벌에서 승부를 봐야했는데 글로벌화를 못한 것도 아쉬웠구요.”

 한국에서 사업하는데 한계를 느낀 성기범 대표는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거기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07년 다시 귀국해 IT와 전혀 무관한 분야에서 일했다. 그래도 그는 마음 속에 계속 다시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때 계기가 마련됐다. 

◆사람들의 스마트폰 ‘홈’을 장악하겠다

2010년말 성 대표는 학창 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연세대컴퓨터공학과 88학번 출신인 문현정씨를 2010년말 다시 만나게 된다. 그때 문현정씨는 미국 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비자발급 관련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한다. 서류를 미리 정해진 양식으로 작성을 해서 대사관에서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게 해주는 방식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문현정씨는 미국 국무부로부터 표창까지 받았다. 그런데 저작권이 본인의 소유가 아니라 미국 정부 소유가 되면서 미국의 전혀 엉뚱한 업체가 이것을 활용해 돈을 벌게 된다.

이것을 보고 분노한 성기범, 문현정. 두 사람은 “우리가 만든 것을 우리가 떳떳하게 팔아서 자립하자”고 의기투합, 2011년 8월8일 창업했다. ‘아빠의 자격’이라는 이름으로 두 사람의 팀을 만들고 SK텔레콤의 상생혁신센터에 아이디어를 제안해 1인 창조기업으로 선정됐다. 이때 ‘환전왕’이라는 앱을 만들어 5만건이 다운로드되는 등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어떤 은행에서 환전을 하면 가장 싼 지, 얼마나 이득을 보는지, 해당 은행 중 내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어딘지 등을 알려주는 앱이었다. 

 이들의 다음 프로젝트는 ‘꽃 인식 앱’. “꽃에다 앱을 갖다대면 무슨 꽃인지 바로 알려주면 재밌지 않을까? 확장되면 꽃이 아닌 다른 분야로도 얼마든지 넓힐 수 있고, 그러면 사용될 곳이 많을 것 같은데..” 이런 생각에서 출발했다. 임준규 부사장이 합류했고 디자인을 맡을 손범진 팀장이 새로 들어오면서 팀 구성이 완료됐다. 그런데 인식을 한 이미지를 프로세싱 하는 과정에서 이것을 배경화면으로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착안하게 된다. 

 “이제 모두들 PC를 손에 들고다니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배경화면에서 모든 것을 바로 하는 그런 시대가 될 거라고 생각했죠. ‘스마트폰의 홈을 장악하자! 배경화면은 결코 그냥 배경화면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게 출발점이 됐습니다. ”

 그렇게 해서 나온 앱이 키노(Kino). 처음엔 동영상으로 배경화면을 만들 수 있는 그런 앱으로 출시됐다. 어떤 동영상이든 키노 앱을 활용하면 스마트폰 배경화면으로 바꿀 수 있다. 배경 화면을 여러가지 자신의 입맛대로 변화시키거나 복수의 배경화면을 깔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아이폰에서는 안된다. 안드로이드폰에서만 가능하다. 

 사람들이 각자 찍은 동영상으로 배경 화면을 만들고 자신의 배경화면을 남과 공유도 할 수 있다. 그러면서 바탕화면에서 이미지와 동영상을 주고 받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될 수 있다는 게 엔키노의 구상이다. SNS 기능이 추가된 새 버전의 키노 앱은 3개월 뒤 출시될 예정이다. 궁극적으로는 특정 앱이 아니라 바탕화면이 개인적인 미디어 공간이 될 것이란 게 성 대표의 가정. 즉 광고업체들이 이제 특정 앱을 실현해야 하는 그런 광고판이 아니라 개개인의 휴대폰 바탕화면에서 직접 광고를 하고자 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그런 시대에 앞서 스마트폰 홈을 미리 장악하겠다는 계획. 인식 앱을 만들려고 했다가 일이 커졌다. 아이러브스쿨 출신들의 재미있는 실험이 무르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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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원기의 人터넷 人사이드 ::

    2012/06/29 14:07

7명이서 무려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공동운명체로 살아왔단다. 그 정도면 강산도 변하는 시간인데 한 두명도 아니고 일곱명이 똑같이 일관되게 마음을 지켰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이래서 사람은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 아무 이유없이 그냥 같이 지낼 순 없으니까. 그러기엔 젊은 날의 마음은 너무 변덕스럽고 세월이 흘러 나이가 조금만 들어도 지치거나 자신만의 세계에 빠지기 쉬우니까. 같이 오래 지내다보니 이들 중에는 두 커플이나 결혼하는 일도 생겼지만 그러면서 더 친밀해지고 결속력은 더 강해진 것 같다. 2000년에 처음 뭉쳐 지금껏 초심으로 게임을 만들고 있는 레드픽게임즈의 7인. 그 중 나는 이들을 이끌고 있는 신봉철 대표를 만났다.

◆그 정도는 우리도 만들 수 있어!

부산대 시각디자인학과 93학번 신봉철 대표는 군 제대 후 학부를 졸업하던 즈음인 2000년,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한다. 부산대에서 시간강사로 강의를 하고 있던 선배가 온라인게임을 같이 만들어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던 게임은 CCR의 포트리스. 포트리스를 보고 디자이너로서 어떤 느낌이 들었냐고 했더니 그의 대답이 이랬다. “인기를 많이 끌던 게임이었죠. 하지만 우리도 그 정도는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게임 만들어보겠다고 2000년에 회사를 차렸죠.”

 그로서는 첫 창업이었다. 회사 이름은 드림미디어. 신봉철 김진의 정현옥 임영우 노현태 구자만 신훈교 등 7명에 처음 제안을 한 선배 등 10여명이 이때 모였다. 대학 선후배로 구성된 모임이었다. 회사도 부산에 차렸다. 잠수함이 주인공인 ‘배틀마린’이라는 온라인게임을 뚝딱 만들어 창업한 첫 해에 세상에 내놓았다. 이들이 처음에 생각했던 자신감이 근거없는 게 아니었음이 입증됐다. 나오자마자 이 게임은 당시로서는 놀라운 기록인 동시접속자수 2만명을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끌었고 회원수도 250만명을 넘어섰다. 단기간이었지만 이들이 게임을 만드는 계기가 됐던 포트리스의 성적을 앞서기도 했다고 한다.

 자신감이 생긴 이들은 턴제 슈팅게임 ‘비틀윙’을 개발했다. 이들의 실력을 본 CCR이 찾아와 이 게임을 퍼블리싱 했다. 드림미디어는 2003년까지 총 3개의 온라인게임을 만들었고 새로운 게임 개발을 시도하고 싶었던 신봉철 대표(그는 드림미디어에선 대표가 아니었음)를 비롯한 창업멤버들이 나와 2004년 2월 탑픽이라는 온라인게임 개발사를 설립했다. “2년 뒤엔 서울 가자!” 부산에서 시작했지만 서울 입성을 노린 이들은 2006년 분당으로 이사를 왔다. 그리고 그 이듬해 첫 작품을 출시했다.

 이들의 첫 작품은 나나이모. 캐주얼 비행슈팅 역할수행게임(RPG)였다. 당시로선 재미있는 시도였고 가능한 모든 게임 기능이 구현됐다.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었지만 그러다보니 개발 기간은 좀 오래 걸렸다. 2007년에야 출시된 이 게임은 넥슨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고 중국에 진출해 텐센트가 서비스를 했다. 텐센트가 서비스를 맡으면서 중국 현지에서 최고 동접 13만명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텐센트가 개입하면서 게임 개발 방향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마음이 내키는 걸 해야지

텐센트는 나나이모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았다. 중국에서 좀 더 크게 히트를 치려면 좀 더 성인들이 즐길 수 있는 대형 작품을 만들어야한다고 판단했다. 텐센트가 주문한 것은 본격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나나이모는 청소년과 여성에 타깃이 맞춰진 캐주얼게임이었다. 돈이 더 되고 시장성이 좋은 분야는 MMORPG였고 텐센트의 주문으로 NX 라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당시 개발2본부장을 맡고 있던 신봉철 대표는 20여명에 달했던 개발2본부 직원 중 14명과 함께 회사를 나오는 결정을 하게 된다. 대신 탑픽이 투자를 하는 형식을 택했다. 탑픽에 있었으면 어쩌면 좀 더 편하게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거기선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기 힘들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었다. “탑픽은 NX 프로젝트를 계기로 본격 MMORPG에 집중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저를 비롯해 2개발본부 식구들 중 상당수, 특히 드림미디어 시절부터 함께한 일곱명은 흔히 말하는 MMORPG 장르보다는 캐주얼 게임에 강점이 있었습니다. 개개인들의 성향이 그쪽을 훨씬 좋아하기도 했구요. 잘 하는 것, 좋아하는 분야를 파고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본인이 스스로 내키지 않는 것을 하는 게 싫기도 했구요.”

 14명이 나와서 2011년 11월 설립한 회사가 레드픽게임즈(REDPIG GAMES). 직역하면 ‘빨간 돼지’이지만 아기자기한 이미지를 위해 만든 이름인 것 같다. 빨간 돼지가 표현하는 상징이 이들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장난꾸러기 같으면서 귀여운 형상이다.

 탑픽 출신들이 추가로 합류하면서 직원은 19명으로 불었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동백 지구에 새로 사무실을 얻었다. 이들의 강점은 오랫동안 함께 해오며 호흡을 맞춰왔다는 것. 5, 6년은 기본이고 10년이 넘게 같이 있던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새로 합류한 사람들도 대부분 탑픽 출신들이어서 서로의 스타일을 잘 안다. 자신들의 장점이 있는 분야에 올인하기로 한 것도 이런 서로에 대한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처음에 3억5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했지만 게임 개발을 하려면 이 정도 자본금으로는 어림도 없다. 그래서 이들은 최근 투자 유치를 위한 작업도 하고 있다.

◆한국판 앵그리버드는 우리가 만든다

레드픽게임즈가 처음으로 만든 게임은 스마트폰용 모바일게임 정글벨(Jungle Bell)과 주크로스(Zoo Cross). 둘 다 퍼즐 게임이다. 퍼즐을 맞추듯이 모양을 상하좌우로 움직여 모양이 3개 이상 맞으면 점수가 생긴다. 6월초에 출시될 예정이다. 

 탑픽이 PC게임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레드픽게임즈는 스마트폰용 게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출시가 임박한 2개의 게임 외 개발중인 3개의 게임도 모두 스마트폰 및 태블릿PC용 게임이다. “요즘 저희들의 생활만 봐도 개발할 때가 아닌 평소에는 PC를 잘 켜지도 않쟎아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필요한 대부분의 일상을 처리할 수 있고 즐거움을 누릴 수 있으니까요. 이 시장이 향후 PC 기반의 게임 시장보다 훨씬 커질 것 같습니다.”

 한국판 앵그리버드를 노리는 그런 게임도 개발중이다. 아주 쉽고 직관적으로 각도만 잘 맞춰 잡아당겨 쏴서 타깃을 맞추는 그런 게임이지만 색다른 재미 요소를 주기 위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레스토랑을 경영하면서 실내 장식이나 캐릭터를 키우는 재미가 쏠쏠한 모바일 소셜네트워크게임도 개발중이다. 내년 6월 출시를 목표로 개발중인 스마트폰용 역할수행게임(RPG)도 있다. 마을을 확장하고 캐릭터를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은 기본이고 게임 속 세계의 숨은 영웅들을 모아 나만의 군단을 만들어 악마에게 잠식당한 세계를 구하기 위해 한판 싸운다는 내용이 줄거리다. 5개 개발작들이 차례차례 출시되면서 지금은 개발 전문업체이지만 게임 서비스도 함께 하는 회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서비스 분야의 인력 충원도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나오면서 신봉철 대표에게 왜 창업을 했는지 물었다. 

“사람을 믿었습니다.” 

 뜻이 맞는 사람들과 있으면서 그들의 가능성을 믿었고, 그들과 함께하면 뭐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게 그의 창업동기였다. 많은 다른 창업자들처럼 그도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에 이끌렸다. 같은 뜻을 갖고 여럿이 힘을 합하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이룰 수 있다는 것. 이런 부분에서도 생각이 일치하기에 이들의 팀워크는 단단한 것 같다. 그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냐고? 지난 12년의 생활이, 그들이 만든 게임이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대신해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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