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夢幻泡影-삶과 꿈,살아가는 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54건

  1. 2009.10.06 겨울을 기다리며 (4)
  2. 2009.09.14 영문 블로그를 열었습니다 (3)
  3. 2009.07.31 한바탕 꿈을 꾸다 돌아왔습니다 (24)
  4. 2009.05.31 조국의 미래를 걱정하다 (1)
  5. 2009.05.30 산에서 곰과 마주치다! (6)
  6. 2009.05.10 나는 생각한다 고로 블로깅한다 (2)
  7. 2009.04.21 어디로 가고 있는가 (2)
  8. 2009.01.23 미국 UC 버클리로 연수갑니다. (18)
  9. 2008.12.31 아듀! 2008 (14)
  10. 2008.12.28 겨울에 생각나는 것 (11)

가을이 왔다.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고,반팔 옷가지들을 하나씩 정리해 서랍 속에 넣어둔다.

가을이 왔다는 것은 나에겐 겨울이 가까와졌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

겨울은 꿈을 꾸는 계절이다.겨울은 다시 태어날 나를 위해 준비하는 계절이다.

겨울에는 소망이 있다.겨울의 찬 바람 속에는 희망이 있다.

내가 미친듯 사랑하고 열정을 불태우고 꿈을 가졌던 시기는 모두 겨울이었다.

차가운 바람이 불면 힘이 나는 사람.

겨울을 기다린다.

나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TAG 가을, 겨울

영문 블로그를 열었습니다.주제는 지금 운영하고 있는 한글 블로그와 유사합니다.다만 콘텐츠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한글 블로그에 있는 내용을 영어로 옮긴 글도 있을 것이고 새롭게 쓴 내용도 있을 겁니다.

 일단 제목은 Web&People 로 정했습니다. 그야말로 이제 막 시작했기에 아직 별 내용은 없습니다.그래도 한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해 왔던 한국의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내용과 실력있는 비즈니스맨들의 이야기를 전할까 합니다.

 저로서는 개인적인 작은 도전 중에 하나고 (아마 personal project라고 하는게 맞을 겁니다) 미국에 있을 때 막 배우기 시작한 영작 writing을 지속하는 공간이기도 하고,Berkeley에서 ischool과 한 약속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Berkeley에서 영어로 글쓰기란 것을 해보면서 이런 걸 알게 됐습니다.제가 이제까지 한글로 계속해서 글을 써 온 것이 참 큰 자산이구나.글이란 일정한 체계를 잡아 논리적으로 쓰기 위해선 이 정도 수준에 이르기위해서도 참으로 많은 시간이 걸리는구나(사람의 재능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저로선,가끔씩 제 영문 블로그에도 들러주신다면 영광이겠습니다.콘텐츠에 대한 조언을 해 주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구요.

TAG People, WEB, web2.0

미국 UC 버클리에서 연수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한국에 돌아오니 정말 분주해 보이는 사람들과 탁한 공기,뿌연 하늘을 보면서 낯선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도착한 다음날, 교차로에서 차들이 다 지나길 기다려 우회전하려다 뒤에 있는 차들에게 빨리 안 지나간다고 욕을 엄청 얻어먹고 한국에 왔음을 다시 실감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마치 꿈을 꾼 것 같습니다. 꿈에서조차 그리운 집 앞 바다 풍경과 눈에 담아가고 싶을 만큼 아름다웠던 저녁의 노을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다 합친 것 보다 더욱 강렬했던 ‘자유’의 경험이 지금 와서 보니 가장 소중하게 남습니다.

거지에게도 정문을 허락할 만큼 개방적이고 누구에게나 토론과 기회를 보장할 만큼, 자유롭기에 더욱 강했던 버클리에서의 생활도 무엇과도 바꾸기 힘들만큼 소중했던 것 같습니다.

강렬한 꿈을 꾸다 보니 어느덧 두 발이 한국의 만만치 않은 현실 위에 놓여 있더군요. 생각해보면 한번도 현실을 떠난 적은 없지만, 아주 조금이나마 현실을 보는 눈이 달라진 것 같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돌아오기 한달쯤 전부터 현지에서의 과제 마무리 등으로 통 블로그에 들어오질 못했습니다. 좀 더 자주 만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Some birds aren‘t meant to be caged. Their feathers are just too bright.

어제 이곳 UC Berkeley에서도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분향제가 열리고,미국에 있는 한인 사회에서도 역시 최대 화두는 노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 관련 소식들이다.

한인 마트에서,교회에서,학교에서,미용실에서,때로는 한인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 거리 곳곳에서 최근 며칠 간은 삼삼오오 모여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이에 따른 한국 사회의 변화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내가 느낀 바로는-이 지역에 국한된 것이긴 하지만- 국내외 언론과 인터넷 미디어를 통해 소식을 접하고 있는 한인 사회의 반응은 '조국의 미래를 걱정하다'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찌보면,밖에서 볼 때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상황들 투성이이기 때문이다.

왜 전직 대통령이 자살을 할 정도의 상황이 왔는가? (아니,왜 한 나라의 대통령까지 한 사람이 자살을 하기에 이르렀나).또는,자살을 한 것이 맞는가?

왜 추모를 하겠다는 사람들을 이렇게 철저하게 막으려고 하는가?

한국에서 정치와 비정치의 경계는 무엇인가?

그를 죽음으로 몰고간 진정한 동기,또는 배경에 대해선 왜 심도깊은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채 그의 죽음을 추모하느냐 하지 않느냐로 싸우고 있을까

분명한 것은,조국의 미래가 걱정된다는 것이다.왜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전후의 상황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가? 언제까지 이렇게 계속해서 사안마다 서로 갈라져서 싸워야 하는가. 법과 공권력,미디어의 역할과 전문성,권위가 완전히 무너져 버린 듯한 한국 사회의 희망은 무엇인가.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가던 날 아침,아내가 딸 아이에게 이렇게 말하는 걸 들었다.

"엄청 큰 공원(요세미티)에 가서 곰도 보고 노루도 보고 마운틴 라이언도 보자.얘네들은 동물원에 있는 애들이 아니라 진짜로 거기서 사는 애들이야.재밌겠지?"

찬물 끼얹기 싫어 가만히 있었지만,속으로는 '아니,저러다 동물도 하나도 못 보면 애가 실망할텐데..어찌 뒷감당을 하려고 저럴까...'

그런데 이게 왠일? 첫날부터,요세미티에 가자마자,우리 가족은 산길에서 야생 그리즐리 베어와 마주쳤다! 다행히(?) 우리 가족만 있었던 것은 아니고 다른 외국인들이 있어서 곰의 공격은 받지 않고 가만히 관찰을 할 수 있었다.(사실 처음부터 곰은 사람을 공격할 의사 따윈 없어보였다.첫날 마주친 갈색 그리즐리 베어 1마리와 검은 색 그리즐리 베어 1마리는 평화롭게 땅속에 있는 뭔가를 꺼내 먹으면서 유유자적 한가로운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세상에 무슨 이런 공원이 다 있는지....공원 전체에 곰과 노루가 우글거리는 것 같았다.사흘동안 곰과 4번,노루와 4번 마주쳤다.Mirror Lake를 보고 슬슬 걸어나오는데 산길 바로 앞에서 노루 한 마리가 나뭇잎을 뜯어먹고 있었다.더 놀라운 것은 이 노루는 사람을 보고도 전혀 놀라지도 않고 천천히 자기 할 일을 다 하고 우리 앞을 유유히 걸어갔다!!

요세미티에 살고 있는 동물들은 사람을 하도 자주 봐서인지,사람을 별로 신경쓰지도 않고 항상 묵묵히 자기네 할 일만 하는 것 같았다. "응 또 우리 집에 쟤네들이 놀러왔구나" 이렇게 생각하듯...

새끼곰과 마주쳤을 때는 좀 더 가까이 가서 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아무래도 근처에 무지막지하게 큰 어미곰이 있을 것 같아서 얼른 돌아서 차로 돌아와야 했다.

한편으론 동물과 인간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고,한편으론 야생의 동물들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순수한 자연의 터전마저 하나둘 인간에게 빼앗기는 것 같아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해발 3000미터 가까운 산길을 차를 몰고 올라다가 보니 낭떠러지 밑 고목들 사이를 짙은 색의 그리즐리 베어 한 마리가 어슬렁 거리고 있었다.너무나 쉽게 노출돼 있는 그들의 삶이 어느 때까지 보호받을 수 있을까.

뜻하지 않게 약속을 지켜서 인지 아내는 의기양양해 있었고,딸 아이는 너무도 신기한지 집에 오는 내내 종알거렸다. "애기 곰이 혼자서 풀을 먹고 있어.아빠곰이 애기 곰한테 먹을 걸 갖다 주러 어딜 갔나봐.아빠 곰이 빨리 와야겠다. 그치?"
주로 언론인들이 구독하는 월간 '신문과 방송'이라는 잡지에서 서면 인터뷰 형식으로 제 이야기를 실었습니다.'블로그를 통해 세계로 나가고 싶다'는 제 최근의 생각을 비교적 잘 정리해 주셨네요.   한국이란 호수에서 인터넷이란 바다로 가자
가끔 새벽에-오전 5시 30분쯤?- 베이 브리지(Bay Bridge)를 넘어 샌프란시스코로 가곤 한다.내가 사는 Emeryville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가야 하는 이 다리를 갈 때마다 항상 놀라는 것은 그 이른 새벽에 차가 정말 많다는 것이다.아직 동이 트지도 않은-섬머타임때문에 이전 기준으로는 새벽 4시30분인 셈이다-새벽인데 베이 브리지의 5차선 도로가 차량들의 불빛으로 가득차 있다.어떨 때는 속도를 내기 힘들 정도다.

이 많은 사람들이 이 이른 시간에 다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이들은 어딜 향해 그렇게 열심히 달려가고 있을까.이 길고 긴 다리 너머에는 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어떤 존재가 있는 걸까.

미국 생활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자기 자신을 많이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물론 그만큼 한국보다 외롭기는 하다.나처럼 가족과 함께 계속 같이 있는 사람은 좀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나 역시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삶(전화도 안 걸려오고,찾는 사람도 없고,별로 약속도 없는)을 살고 있다.가족도 없이 혼자 사는 사람들의 삶은 이보다 더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서 만나는 사람들은 참으로 쓸쓸해보인다.아니 쓸쓸하기보다는 고독하고 강인해 보인다고 할까..모두가 외롭기 떄문에 각자 자기 자신의 내면에 깊이 몰입하고(그럴 시간이 많으니깐) 자아가 아주 단단해져 있다는 느낌도 받는다.누군가 남이 들어올 틈도 많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사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하는 곳이다.간섭도 많지 않고 자유롭다는 것은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그 아주 단순한 원리를 완전하게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다.그 무거운 책임 떄문에 그 새벽부터 어딘가를 향해 질주하는 것일까.

한국에서는 바쁘다는 핑계-사실 구실에 불과하지만-로 애써 미뤄뒀던 그런 질문을 여기선 많이 하게 된다.지금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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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블로그에 흔적을 남기지 못했습니다.저도 참 오랫만에 들어왔는데,오는 26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캠퍼스 정보통신대에서 연수를 하게 됩니다.버클리에서 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는데,인터넷 민주주의에 대한 주제를 다루는 것이라 흥미롭고 기대도 많이 됩니다.

너무 빠른 시일 내에 결정된 일이라 준비 핑계로 블로깅도 못하고 지냈는데,재밌는 소식 많이 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다른 블로거분들은 실리콘밸리 코너를 따로 만들어보라고도 하시는데,여러가지 생각해보겠습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들 받으시길....요즘 갈수록 블로거로 살아간다는 것에도 철학과 기준이 절실해지는 세상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해를 거듭할 수록 한 해가 끝나고 다른 해가 시작된다는 것에 솔직히 점점 무감각해집니다.미술관옆동물원에 보면 춘희가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나는데, 저는 정말 공감했습니다.

"어렸을 때 내가 언제 저렇게 나이를 먹을까 하고 생각했던 그런 나이에 막상 도달했을 때 충격을 받지 않는 것은 아마 나이를 한살씩만 먹어서일꺼야"

올해도 어느덧 정신차리고 보니 한 해가 다 지나갔네요.언제부턴가 해가 가기 전에 그 다음 해의 목표를 나름대로 세우고 연말에 결산을 하곤 했는데,요즘엔 연 단위로 끊기 벅찬 일들이나 목표들이 자꾸 생기면서,연말 결산이라는게 의미가 약해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나름대로 정리를 좀 해봤습니다.

저에게 의미있었던 몇 가지 일들을 보니
-임원기닷컴(http://limwonki.com) 오픈..제 나름대로는 아주 진지한 시도였습니다.
-무릎을 다쳐 한달간 깁스를 했던 일
-정치부 발령..새로운 생활의 시작.
-블로그 히어로즈 한글판 부록 발간
-북핵 6자 회담 베이징 취재
-네이버 책 영문화 작업..
-딸과 대화 시작.
-베트남/라오스 ODA 출장
-한경블로거 대상.

그 밖에도 자잘한 일들이 있었지만,미디어의 변화와 인터넷에서 활성화되는 여론의 움직임을 밖에서 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었습니다.

블로그만 놓고 보면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작년에 비해 포스팅 수는 줄었고,제가 시간을 쏟는 부분에 있어서도 확실히 일과 분리가 되면서 절충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그럼에도 일단 현재까지는 '연착륙을 했다'는 정도로 위안을 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기쁜 것은 올해는 독서와 대화,그리고 여행 3가지 분야에 있어서 비교적 균형을 갖춘 첫번째 해라는 점입니다.이런 생활이 축적되어 간다면 당장 효과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서서히 모습을 갖춰갈 것이라는 기대를 해 봅니다.

블로그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나고 나서 블로거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해 봤고,뚜렷한 답을 내지는 못했지만 언젠가는 제가 막연하게 그리고 있는 기자블로거의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합니다.

올해도 너무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올해는 특히 여러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람은 정말 혼자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많이 느끼고 배웠습니다.항상 격려를 아껴주시지 않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TAG 송년, 연말
우리나라에서는 나 같은 사람이 제법 있을 것이다.겨울만 되면 군대 시절이 생각나는 사람들 말이다.

94년 11월에 군에 입대해 97년 1월에 제대한 나는 군대에서 '제대로' 겨울을 3번 보냈다.평택 미군 부대에 있었기에 전방에서 군생활을 한 분들 처럼 힘들게 훈련 일변도의 군생활을 하지도 않았고 눈 치우느라 군 생활을 다 보내지도 않았다.하지만 대신 눈길에서 운전은 정말 실컷 했다.

당시 평택 안정리 미군 부대엔 정말 눈이 많이 왔다.지금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로..어떻게 그렇게 눈이 많이 오는 동네가 있을까.그때만 그랬을까.

용산 헌병대에서 대기하다가 나를 픽업하러 온 선임병장을 따라 평택 자대로 들어가던 날도 눈이 펑펑 내렸다.나와 이 병장은 발목까지 오는 눈을 헤치고 막사로 걸어갔었다.제대하던 97년 1월의 그날에도 눈이 정말 많이 왔다.마지막 군용 물품을 반납하고 갖고 나갈 짐만 챙겼건만 더플백이 한가득이었다.(주로 전자제품,CD,책 등이었던 것 같다) 부대 입구까지 나가는 버스를 놓친 나는 그 무거운 더플백을 한쪽 어깨에 들쳐메고 터벅터벅 시외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갔다.

신기하게도 군 생활에 숱한 경험을 했을 법 한데,가장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제대하던 날 눈이 하염없이 내리던 그 날의 풍경이다.스물세살 팔팔했던 나는 10km 가까이 되는 외곽도로를 따라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아마 그 길을 걸어가면서 나름대로 군 생활을 떠올리고,정리했던 것 같다.그때 여러 기억들을 다 떠올렸기 때문일까.지금은 그닥 떠오르는 게 없다.2년2개월을 보냈고,여자친구를 사귀다가 헤어졌으며 수많은 곤욕을 치루기도 하고 기쁜 날을 겪기도 했건만 이제는 별로 떠오르는 게 없다.군 생활 중 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한 사람을 제외하면 일일이 기억하기 위해선 정말 오랜시간 생각해야 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눈 내리던 그 날의 기억만이 오래 오래 남는다.그 당시 그 자리에 누가 있었는지,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고민했는지는 모르는채 말이다.기억이란 정말 이상한 것이어서-무라카미 하루키가 한 이 말에 난 아주 동조하는 편이다-나는 당시 제대하던 날 눈 내리던 길을 하염없이 걸으면서 풍경 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하지만 나중에 생각나는 것은 이 풍경 뿐이었다.나는 분명 그때 여러가지 크고 작은 기대감과 골치아픈 문제들로 많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주변의 풍경 따윈 아무래도 좋았을 터였다.

하지만 12년가량의 시간의 지나고 나서 기억에 남는 것은 내가 당시 신경도 쓰지 않던 그런 일들이다.내가 그때 그렇게 고민했던 것들은 지금 와선 기억도 나질 않는다.

어제 딸 아이를 데리고 영화관에 갔다가 다시 그 옛날 생각이 났다.딸에게는 첫 영화관 나들이인 셈인데,우리의 선택은 핀란드 애니메이션 '니코'였다.아빠를 찾아 날고 싶은 사슴(순록?)의 이야기인 이 애니메이션은 러닝타임 1시간20분내내 눈이 내렸다.눈으로 가득한 화면을 보면서 나는 다시 그 시절을 떠올렸다.

겨울이 오면,특히 눈이 내리는 날이 오면 그 날의 그 풍경이 머리 속에 아련하다.더플백을 메고 끝도 없이 걸어야 도달할 것 같은 길의 저쪽을 향해 혼자 걸었던 그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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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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