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Startup Accelerator)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스타트업 창업을 도와주는 그런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설립자의 의지나 방향성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컨설팅, 소규모 투자, 벤처캐피털(VC)과의 연결, 아이템의 사업화에 대한 각종 자문, 인력 (채용) 지원, 심지어 사무실 공간까지 제공해주고 있다.  

 꿈과 의지, 목표는 분명하지만 구체적인 노하우가 부족한 창업자일수록, 경험이나 자본이 부족할수록, 이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의 도움을 받으면 창업에 유리한 점이 많다. 실제로 이런 장점을 알고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들을 찾아가거나 도움을 받기 원하는 이들이 많다. 한국의 스타트업코너에서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를 만나 그들의 창업 지원 철학과 기준, 계획, 동기 등을 상세히 다뤄보기로 했다. 이미 지금까지 간간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를 소개해왔지만 좀 더 일관되게 이들의 생각과 계획을 아는 자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첫번째 주인공은 네오플라이를 총괄하고 있는 네오위즈 권용길 CTO(최고기술책임자). 네오플라이를 1번 타자로 내세운 것은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로서 국내에선 제법 역사를 갖고 있는데다 최근 액셀러레이터로서 역할과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스타트업 인큐베이션과 투자, 사무실 입주 및 각종 인력 지원 등 국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중 가장 광범위한 활동 범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네오위즈 신사옥에서 네오플라이 권용길 센터장을 만났다.

<네오플라이 권용길 센터장이 네오플라이 판교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가 서 있는 복도에 줄지어 있는 사무실들이 네오플라이에 입주하는 스타트업들이 사용하게 되는 공간. 18개 업체까지 입주가 가능한데 현재 9개 업체가 들어와있다. 각 개별 기업마다 독립적인 공간이 제공된다.>

◆삼성에서 벤처로 인생을 바꾼 청년

서울대학교 계산통계학과 93학번인 권용길 센터장은 졸업후 전산과학과 대학원에 입학했다. 그리고 석사 학위를 받고 1999년 삼성전자에 입사, 펌웨어 개발 팀에서 일했다. 대한민국의 수재들이 걸어가는 과정을 밟은 셈이다. 그런데 삼성전자에 잘 다니던 그는 1년여만에 회사를 뛰쳐나와, 벤처기업에 입사를 하게 된다. 때는 2001년 2월. 그가 들어간 회사는 네오위즈였다. 당시 이미 벤처거품이 꺼진 상태. 네오위즈에 그는 창업멤버로 들어간 것도 아니었다. 그가 입사했을 당시 네오위즈는 직원 50명 수준의 벤처기업이었다. 하지만 이미 상장도 한 상태. 그야말로 좀 애매한 시점에 들어갔다고도 할 수 있다. “뭔가 새로 시작해보고 싶었어요. 한편으론 삼성전자에서의 생활이 스스로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도 있구요.” 웃으면서 권 센터장이 한 말이다.

 그가 입사하고 나서 네오위즈는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요즘엔 피보팅이라고 한다. 입사하고 바로 다음달 아바타 서비스를 시작했고 얼마 안있어 게임 회사로 변신했다. 게임 사업이 급성장하면서 네오위즈는 순풍에 돛 단듯 순항하게 된다. 그리고 권 실장은 일본 시장 개척의 임무를 띄고 2007년 네오위즈재팬으로 떠났다. 네오위즈가 게임온을 인수하면서 그는 게임온에서 근무하게 된다. 그리고 중간에 잠깐 한국에 들어오기도 했지만 2011년 하반기 귀국하기까지 일본에서 4년반 동안 머무르게 된다. “일본 현지 직원들 틈에서 같이 회의하고 보고서 작성하고 이러다보니 일본어가 부쩍 늘었죠. 일본에서 사업은 순탄치 않았지만 수많은 시행착오를 한 덕에 여러가지를 배울 수 있었죠. 무엇보다 제품은 시장에 내놓기 전에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성공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한 뒤에도 다시 도전했을 때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네오플라이, 제2의 탄생

2011년 3월 쓰나미가 일본을 덮쳤고, 그해 가을 그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보니 자연현상으로서의 쓰나미 못지 않은 엄청난 쓰나미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력인 게임 사업 부진 등으로 네오위즈게임즈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이었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실시됐고 그는 위기를 겪고 있는 조직에서 최고기술책임자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올해 3월 그는 네오위즈가 설립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네오플라이를 총괄하는 센터장도 겸임하게 됐다. 

 CTO인 그가 왜 네오플라이를 총괄하게 됐을까. 그리고 그는 어떤 방식으로 네오플라이를 이끌어 갈 생각을 갖고 있을까. 그는 엔지니어가 회사의 주축이 되는 스타트업의 특성상 CTO인 그가 이런 기업들을 발굴·지원하는 데 보다 유리한 조건에 있다고 보고 있다. 기술을 잘 이해하고 엔지니어들의 생각과 생활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가 센터장으로 오기 전 네오플라이는 일종의 역할 공백 상태에 있었다. 2008년 4월 최환진 이사(현 이그나잇스파크 대표)가 설립한 네오플라이는 벤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해 선데이토즈, 아이쿠 등을 발굴하는 등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2012년 한 해 동안, 스타트업 창업 지원과 관련해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모회사가 한창 구조조정을 하고 있던 시기이기도 했고, 구심점이 없었던 탓도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는 네오플라이 센터장으로 부임하면서 네오플라이를 스타트업 인큐베이팅부터 벤처 투자, 유망 기업 입주 기회까지 제공하는 종합 스타트업 지원센터로 만들었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현재 국내에 있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중 네오플라이처럼 종합적인 지원을 하는 곳은 드물다는 생각이 들었다. 판교 네오플라이 사무실 옆 공간에는 18개 벤처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독립된 사무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미 마이리얼트립, 아이엠컴퍼니, 가치온소프트, 아이디어보브, 스파코사, 랭귀지웍스, 락인컴퍼니, 아르케소프트, 원데이원송 등 9개 업체가 입주해있다. 게임 회사는 2개에 불과하다. 오히려 게임업체을 볼 때 보다 철저하다고나 할까, 아니면 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도 있다.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게 기업가정신

그는 네오플라이의 목적을 ‘네오위즈 창업정신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네오위즈 창업정신은 무엇일까. 스몰 스타트, 즉 ‘작게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 ‘실패를 여러번 빨리 경험할수록 성공과 가까워진다’가 두번째다. 권 센터장은 “제 아무리 고수라고 해도 실제 서비스가 시장에서 통할지는 출시되기 전엔 아무도 모른다”며 “중요한 건 실패한 뒤 계속해서 사업을 할 수 있는 용기와 자질”이라고 말했다.

 권 센터장의 이런 철학이 반영돼 네오플라이는 투자 및 지원 대상 스타트업을 선정할 때 ‘실패를 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인가’에 가장 많은 비중을 둔다. 그는 “처음 사업 계획서를 세울 때 아이템 그대로 사업을 계속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빨리 실패를 겪도록 도와주고 재도전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네오플라이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네오위즈의 창업정신일 뿐 아니라, 그가 한국과 일본에서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웠던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를 사뭇 다르게 정의했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의 역할은 흔히 생각하듯 성공을 가속화하는 것보다 사실 실패를 가속화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흔히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라고 하면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관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는 빨리 실패를 겪어보고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액셀러레이터라고 규정했다. 

 권 센터장은 “네오플라이 자체도 스타트업으로서 함께 고민하고 시장을 개척해나갈 파트너를 찾고 있다”며 “1년에 10개 정도의 스타트업을 발굴·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투자 규모는? 엔젤 투자자와 VC(벤처캐피털)의 중간 정도 규모라는 게 그의 설명. 현재 3개 회사와 투자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올해 안에 10개 회사를 투자할 계획이라면, 하반기에는 좀 더 속도를 낼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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