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당근마켓이란 서비스명을 들었을 땐, 농수산물을 거래하는 장터인가 싶었다. 그런데 당근은 흔히 생각하는 그런 당근이 아니라 당신의 근처란 의미의 당근이란다. 이름 참 잘 지었다. 그러면서 당근 본래 단어의 이미지도 쓸 수 있으니 나쁘지 않다.


 당근마켓은 한국에서는 아직 일반화되지 않은, 동네 주민들간의 일상적인 중고물품 거래 장터를 표방하고 있다. 내가 쓰지 않지만 버리긴 아까운 그런 물건들이 누구나 집에 가득 있을 터인데 그런 물건들을 집 근처 주민들에게 싸게 판매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씽크리얼즈를 창업했다가 카카오에 매각했던 김재현 대표가 당근마켓으로 생애 두 번째 창업에 나섰다.


생애 두 번째 창업


김재현 대표가 전태연, 김현학, 김태년 등 3명의 공동창업자들과 함께 씽크리얼즈를 창업한 건 2010년 초. 이후 2년반만인 20126월 씽크리얼즈를 카카오에 매각하고 나서 그는 창업멤버들과 함께 카카오에 들어가서 일을 하게 된다.


 카카오에서 카카오플레이스팀에 들어간 그는 여기서 김용현 팀장을 만나게 된다. 당시 김용현 팀장이 팀을 이끌었는데 김 팀장의 경우 전혀 개발 분야의 백그라운드가 없었지만 엔지니어로 계속 생활해 온 김재현 대표와 죽이 잘 맞았던 것 같다. 두 사람은 수시로 여러 가지 사업 아이템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김용현 대표는 대학때 경제학을 전공하고 삼성물산에 4년 정도 다니다가 네이버에 들어갔다. 네이버에서 4년 정도 일한 뒤 카카오로 이직했다가 카카오 플레이스 등 사업을 기획했고 김재현 대표와 만난 것이다. 김용현 대표는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 창업을 생각해 온 인물이지만 어느 분야에서 해야할지에 대한 막연함과 비개발자로서 개발 분야를 해결해야한다는 점 때문에 우선 사회 생활을 하면서 경험을 쌓는 쪽으로 해 왔다고 한다.


 두 사람에겐 2015년이 분기점이 됐다. 먼저 김용현 대표가 카카오를 나왔다. 그는 그냥 쉬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름에 김재현 대표가 회사를 나왔다. 씽크리얼즈에 함께 있었고, 카카오에서도 같이 일했던 에드(전무익)의 영향이 컸다. “에드가 지역 장터를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얘길 했어요. 그러면서 일이 시작됐죠.”


 김재현 김용현 두 사람이 계속해서 지역과 관련된 일을 고민하고 있었던 것도 이런 일을 시작하는데 밑바탕이 된 것 같다.


 “카카오에 들어가고 나서 사내 장터가 활성화돼 있는 것을 봤어요. 사내 장터에서 거래되는 물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많고, 만족도도 높은 걸 보면서 처음엔 회사 한 곳에서만 하지 말고 회사들을 모아서 해보면 어떨까 이런 생각으로 이어지게 되더군요.”


 정작 아이디어를 냈던 에드는 제주도 카카오 본사로 발령이 나서 갔고 김재현 김용현 두 사람이 이 일을 하게 됐다. 처음엔 판교장터로 시작했다. NHN엔터, 카카오 등 판교 지역에 있는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끼리 물건을 사고 팔 수 있게 한 것이 판교장터의 개념이었다. 20156월 회사를 퇴사한 그는 바로 그 다음 달인 20157월 판교장터를 열었다.


<당근마켓 창업멤버들. 앞쪽 당근색 후드티를 입은 이들이 김재현(왼쪽), 김용현 공동 대표. 뒷줄은 왼쪽부터 정창훈(아이폰 개발) 정우람(안드로이드 개발) 박선영(서버 개발) 전무익(R&D) 권예슬(디자인총괄). 사진은 동행한 케이큐브벤처스 이채영 팀장께서 수고해주셨다.>


당신 근처의 마켓


판교장터에 대한 호응은 높았다. 같은 지역에서 근무하면서 지나치면서 알 법한 사람들끼리 쓰던 물건을 사고 팔다보니 서로 필요로 하는 물건을 상대방이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생각보다 괜챦은 반응을 접한 김재현 김용현 두 사람은 이 장터를 확대한 방안을 논의한다.


 “가산디지털밸리로 확대할까 하는 생각을 하고 그 동네를 가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하면 너무 제한적인 것 같았습니다. 꼭 기업들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구요.”


 판교장터는 인증을 각자 자기 회사의 이메일 아이디로 했다고 한다. 페이스북이 하버드대학교 이메일 아이디로 인증을 했던 것처럼 그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에게만 거래가 가능하게 하려면 이메일 인증이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다. 그런데 회사 이메일을 쓸 정도 회사면 상당한 규모가 있는 회사이고, 이런 회사가 얼마 없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시장을 넓히려면 다른 방법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이들은 지역 장터로 눈을 돌리게 된다. 굳이 회사가 아니더라도 지역에 있는 주부, 직장인, 학생 등 모두를 끌어들이자고 한 것.


 이런 논의 과정을 거쳐 2015년말 당근마켓이 문을 열었다. 여러 가지 이름을 놓고 고민했지만 결국 개발자인 박선영씨의 아이디어가 채택됐다. ‘당신 근처의 마켓을 줄여서 당근마켓이다.


 당근마켓은 지역 중고 물품 거래 장터를 표방하고 있다. 최대 반경 7km 안쪽의 동네로 거래가 제한된다. 기본적으로는 자신이 사는 행정구역상 을 중심으로 중고 물품을 거래하는 것이다. 앱을 깔고 등록을 하면 지역 인증을 하게 된다. GPS로 해당 지역에 사는 사람임이 확인되면 내가 사는 지역의 동네 사람들이 올려놓은 상품을 볼 수 있다.


 거래는 만나서 이뤄진다. 굳이 택배를 쓸 필요 없이 만나서 직접 물건을 주고 받는 것이다. 가까운 지역에 살기 때문에 만나서 물건을 팔고 현금을 받는 것. 한 번 거래를 한 사람과 다시 거래를 하는 경우가 10% 이상 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서비스가 출시된 지 1년 정도 됐는데 어느덧 월 사용자 수가 10만명을 넘겼다.


지역주민들과 거래하는 따뜻한 장터


당근마켓의 가격은 기본적으로는 판매자가 올리지만 가격 흥정을 할 수도 있다. 판매자와 직접 대화를 나누는 것도 가능하다.


 아직까지 수익모델은 없는 상황. 거래가 이뤄져도 수수료 등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작년말 케이큐브벤처스, 캡스톤파트너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향후 추가적으로 투자를 유치하면서 사용자 기반을 확대하는 것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수수료를 받지 않다보니 업자들이 난립할 우려가 있다.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 쇼핑몰이 생긴 셈이다. 그래서 이런 사업자들을 걸러내는 것에 상당히 집중하고 있다.


 “사업자 중에 일반 판매자로 가장하고 물건을 올리는 사례들이 있어요. 기존에 회원들간 물품 중고거래를 진행했던 카페들을 봐도 이런 비슷한 문제들이 있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이를 관리하기 위해 운영진들이 직접 일일이 게시물을 체크하고 강퇴시키는 등의 방법을 썼죠.”


 하지만 당근마켓은 IT 기업이고 개발자가 전체 직원의 60%가 넘는 기술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일일이 확인하는 방법이 아닌 좀 더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 업자들이 올린 게시물을 분류하는 머신러닝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이들이 하고 싶어하는 것은 한국판 크레이그리스트와 같은 것을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으면서 의문이 생겼다. “한국엔 왜 지금까지 크레이그리스트같은 게 없었을까.”


 “카페들이 해 오긴 했어요. 하지만 기업화되지 못한 거죠. 각 분야별이나 지역별 예를 들어 자동차 동호회, 분당맘 모임 이런 식으로 지역이나 기호분야별 모임들이 온라인에 만들어져 있고 이런 카페를 통해 회원들간 중고품 거래가 이뤄지긴 했습니다. 각 직장별로 만들어진 장터도 있었구요. 하지만 분산돼 있었고 이를 규모를 키우고 지역별 장터를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곳은 없었습니다.”


 김재현 대표는 과거 씽크리얼즈 시절에도 쿠폰모아와 같이 커머스 관련 사업을 했었다. 카카오 시절 3년을 거쳐 그가 다시 들고 나온 것도 커머스였다. 좀 더 따뜻한, 지역 기반의 사람 냄새 나는 그런 온라인 장터를 만들 수 있을까. 서비스가 성장하더라도 기존의 중고물품 거래 서비스들과는 다른 수익모델을 고민하고 있다는 김재현 대표.


 “한국도 그런 문화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역 주민들과 싸게 물건을 거래할 수 있는 따뜻한 장터를 만들어가고 싶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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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과 소셜네트워크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이럴 때 무엇을 하는게 좋을까.’

 이런 고민은 누구나 할 수 있다.회사를 다니면서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서 이런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면 착실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하지만 여기에 덧붙여 ‘이런 변화를 주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정도의 고민을 하게 되면 자기가 몸담고 있는 곳이 어디든 가만히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기 힘들게 된다.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창업을 하던가 그럴 만한 능력을 지닌 사람,또는 기업을 찾는 수 밖에 없다.

 인터넷업계에서 일하면서 이런 고민을 해 온 4명의 젊은이가 있었다.이들은 NHN과 다음이라는 국내의 성공한 인터넷기업에서 일하면서도 다가오는 변화에서 자신들이 주역이 되고 싶어했다.그들이 뭉쳐서 올초 회사를 차렸다.이 회사의 이름은 씽크리얼즈다.

◆30대 초반 훈남 벤처
 씽크리얼즈를 차린 사람들은 30대 초반 엇비슷한 나이의 4명의 남자들이다.김재현,전태연,김현학,김태년.

<김재현 대표가 씽크리얼즈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 제공=꼬날>

이 중 김재현 대표와 전태연 이사,김현학 이사 세 사람은 숭실대학교 전산학과 대학원에서 만났다.2004년의 일이다.그 뒤로 계속 같이 일하고 고민하고 창업까지 하게 됐으니 횟수로 7년째 이어지는 관계다.예전에 소개했던 레블릭스나 티켓몬스터처럼 오래 알고 지내 죽이 맞는 남자들이 의기투합해 차린 스타트업이 씽크리얼즈다.씽크리얼즈를 방문했던 9일, 자리에 함께 있었던 본앤젤스의 이미나 팀장은 “대표적인 훈남 벤처”라고 이들을 소개했다.

 학부 학번으로는 김재현 대표가 98학번,전 이사가 99학번,김 이사가 00학번이지만 세 사람은 마음이 맞아 친구처럼 지내게 됐다고 한다.사람의 인연은 묘한 일이다.2006년 NHN에 입사한 전 이사는 김 대표를 추천해 회사로 끌어왔고 김 대표는 김현학 이사를 2008년 회사로 끌어왔다.세 사람은 같은 회사에서 일하게 됐다.

 NHN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김재현 대표는 계속 창업을 고민해왔다.그래서 2008년에 김 대표는 오픈업이라는 창업 모임에 자주 얼굴을 들이밀었다고 한다.“거기 오시는 분들은 전부 스타트업 사장님들이었는데 저만 혼자 NHN 검색개발팀 대리였죠.좀 뻘쭘하긴 했습니다 하하” 거기서 그는 다행히(?)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일하고 있으면서 창업에 관심이 있었던 김태년씨를 만날 수 있었다.

 올초 김재현 김현학 전태연 세 사람이 회사를 차리고 서비스가 시작된 뒤에도 김재현 대표는 자신들의 약점을 메꿔줄 사람에 대한 갈증이 계속됐다.창업자 3명이 모두 개발자라는 점 때문이었다.“셋다 개발자였기 때문에 경영이나 기획쪽에서 약점이 생길 수 밖에 없죠.그래서 사람을 찾고 있었습니다.”그때 김 대표에게 떠오른 사람이 김태년 이사였다.김태년 이사를 영입,4명이 된 그들은 비로소 진용을 갖췄다.

 이들의 만남이 유비,관우,장비 3명의 의형제가 제갈량을 만난 격이 될 수 있을까.이들이 동의할지는 모르겠다.그들의 만남과 관련된 대화를 하던 중 전태연 이사가 김재현 대표를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했다.“김 대표가 인복은 확실히 있는 것 같습니다.하하”

◆모바일에서 기회를 찾고 싶다
 씽크리얼즈는 처음부터 모바일을 노렸다.포켓스타일과 쿠폰모아는 모두 모바일에서의 소셜커머스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한 서비스다.씽크리얼즈는 처음부터 자신들의 쇼핑사이트를 구축하기보다는 기존의 쇼핑몰이나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를 한데 모아서 소비자 편의를 극대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포켓스타일의 경우 그 중에서도 쇼핑에 주력했다.여성들의 심리를 공략하는 한편 모바일에서도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려는 보세쇼핑몰의 욕구가 맞아 떨어졌다.때마침 아이폰과 갤럭시가 국내에서 경쟁하며 스마트폰 보급이 급속히 증가하기 시작한 것도 도움이 됐다.김 대표는 “콘텐츠는 좋은데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쇼핑몰들이 많은 것을 보고 여기서 기회가 있겠다 싶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1월에 문을 연 포켓스타일의 경우 앱스토어에서 10만 다운로드건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이를 업그레이드한 포켓스타일2를 8월에 선보일 쯤 이들은 지금 한창 뜨고 있는 다양한 소셜커머스 서비스를 한데 모아 보여주는 쿠폰모아를 런칭했다.

 쿠폰모아는 포켓스타일의 승인이 늦어지면서 일주일만에 만든 서비스였지만 이게 먼저 떴다.지금도 매일 2만명 이상씩 다녀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쿠폰모아나 포켓스타일 모두 입점 비용을 따로 받지는 않고 있다.현재까지 포켓스타일의 수익모델은 일주일에 한두차례 실시하는 반짝쿠폰이 전부다.소셜커머스 요소를 도입하는 한편 참여자들이 많을 수록 세일 폭이 커지도록 조정했다.(물론 한도는 있다)

◆진정한 소셜커머스를 보여주겠다
 전태연 이사는 소셜커머스에서 아직 보여줄 것이 많다고 보고 있다.소셜 요소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다고 보는 것이다.그리고 진정한 소셜이 도입될 때 수익모델이 자리잡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근 소셜커머스가 가격 파괴를 앞세우고 있지만 사실은 가격결정방식을 파괴한 것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가격 결정방식이 파괴됐지만 그 와중에 아직 진정한 소셜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이제부터죠”

 씽크리얼즈는 이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이들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신개념의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김 대표는 “모바일을 좀 더 활용하면 기존 PC기반의 웹에 갇힌 소셜 개념이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아직 대부분의 소셜커머스 서비들이 모바일의 특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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