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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27 한국의 스타트업-(28)이노무브 장효곤 대표 (8)

스타트업을 하시는 분들을 만나 그들의 사업 아이디어나 창업 과정을 듣다보면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여기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우선 이 사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다.대중적으로 성공하긴 힘들겠구나 싶은 경우도 간혹 있다.이거 참 기발한 걸 하고 무릎을 치는 경우도 있고, 창업자의 아이디어나 자세에 감탄하기도 한다.아무리 정신을 집중해도 도무지 뭔지 모르고 알쏭달쏭한 상태에서 헤어지기도 한다.

 이노무브 장효곤 대표를 만났을 때 나는 우선 그의 기발한 생각에 무릎을 쳤다.그런 생각을 했다는 점에서도 놀랐지만 그가 접근하는 방식도 많은 것을 생각케했다.스스로를 ‘헝그리 벤처’라고 소개하는 장 대표를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 근처에서 만났다.

<장효곤 대표가 아트폴리와 리드빌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 제공=꼬날>

◆예술 사업에 뛰어든 컨설턴트
 이노무브의 대표작은 아트폴리.미술 작가와 대중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다.아직 대중들에게 널리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에겐 대중들과의 접점을 마련해주고 미술 작품을 쉽게 접하기 힘들어 어려움을 겪는 대중에게는 그 통로를 마련해주겠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이런 일을 하려면 처음부터 미술에 대한 상당한 관심이 있어야 할 것 같다.미술작품이라는 분야에 대해 생각을 해야 하는데,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이게 선뜻 떠오르지 않을 것 같은 분야이기 때문이다.그런데 장 대표는 이와 전혀 무관한 인물이다.나는 그를 만나기 전 그가 아트폴리 사이트에 자신을 소개한 것을 봤다.직접 인용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저는 미술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미술과 관련된 일을 하던 사람도 아닙니다. 학교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Northwestern 대학의 Kellogg School에서 MBA를 하였습니다. 아트폴리를 시작하기 전에는 주로 경영 컨설팅 분야에서 일하였습니다.
 저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드는 이노베이션을 매우 좋아해서, 2004년에 독립하면서 회사이름도 이노무브(Innomove)라고 지었습니다. 이노베이션에 투신하게 된 데에는 개인적 경험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첫 직장인 CJ에 있을 때에 음료 ‘솔의 눈’을 기획하면서 이노베이션의 맛을 처음 보았습니다. 경영컨설팅 회사인 Bain & Company에 있을 때에는 업계 최초의 온라인 보험회사인 교보자동차보험을 기획하였습니다. 개인적인 경제적 이익은 없었지만,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것을 세상에 내놓았다는 보람은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하지만, 그런 결과보다 더 좋았던 것은 과정이었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그 과정이 참으로 즐거웠습니다. 그래서, 그런 일만 하면서 살기 위해 2004년에 독립을 하였습니다.(중략) 아트폴리를 시작한 것은 정말 우연이었습니다. 2007년 어느 봄날 갤러리를 운영하는 후배와 커피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분야에선 어떤 재미있는 것을 만들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직업병적인 습관이 있는데, 그 날도 기존 미술시장의 한계와 새로운 시도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었고, 문득 인터넷으로 미술작가와 일반 대중을 연결한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후배에게 해 보라고 했더니 오히려 저보고 직접 해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럴까?”하고 시작했습니다.”

◆멀리 봐야 길을 잃지 않는다
 그가 직접 자기 자신을 소개했듯, 그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86학번이다.잘 나가던 컨설턴트였고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괄목할 만한 성과도 있었다.그런 그가 그 좋은 직장을 나와서 창업을 결심하게 된 데는 어떤 동기가 있었을까?
 ‘새로운 변화시키는 것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 즐거웠고 그것만 하면 인생이 행복할 것 같다.’ 이게 그의 결론이었다. 그래서 그는 과감하게 자신의 사업을 시작했다.

 창업을 어떻게 하게 됐는가를 얘기하다가 그는 불쑥 ‘멀리 봐야 길을 잃지 않는다’라고 말했다.마치 무슨 주문같았다.올해 들은 말 중 이만큼 강렬한 말도 없는 것 같다.그는 이런 이야기를 갑자기 왜 했을까.

 그는 2000년 교보생명을 컨설팅하고 있었다.당시 장 대표는 교보생명에 온라인자동차보험 사업을 제안했다.
 “지금은 온라인으로 보험을 판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죠.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습니다.그런데 당시엔 그게 엄청난 논쟁거리였습니다.”
 “아 그랬나요?”
 “사람들이 설마 온라인에서 보험을 사겠어? 이런 생각들을 많이 했습니다.온라인을 뭘 믿고 보험을 사지? 판매원도 없이? 가능할까? 이런 생각이 대부분이었습니다.그래서 최고경영자를 비롯해 임원진들을 설득하기 힘들었죠.”
 “그래서 어떻게 하셨나요?”
 “세계 최초에 벤치마크가 어딨습니까 라고 말하고 밀어붙었죠. 하하”

 장 대표는 그때 이런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앞으로 세상은 점점 온라인으로 갈 텐데. 그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유독 보험만 오프라인에서 계속 판매하게 될까.절대로 사람들이 온라인에서는 보험을 안 사게 될까.그렇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 내 생각이 맞다는 건데.흔들리지 않으려면 멀리 봐야 한다.그래야 사람들의 반대와 비판 속에서 길을 잃고 헤메지 않게 된다.”

 그는 미술 작가와 대중의 만남이라는 아트폴리를 기획할 때도 이런 생각을 했다.“앞으로도 미술은 사람들이 계속 오프라인에서만 접하게 될까.미술작품을 보려면 꼭 현장에 가서 감상하는 방법밖에 없을까.그렇지 않을거다.그렇다면 이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작가와 대중의 만남
 그가 처음 생각한 것은 미술이 유독 음악에 비해 대중화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미술은 왜 대중화가 부족할까? 그는 우선 이런 생각을 했다
 “100여년 전 에디슨이 축음기를 만들고 유럽에서 LP를 만들면서 일반인이 집에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그 전에는 불가능했죠.베토벤의 교향곡을 듣고 싶으면 음악회에 가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축음기와 LP가 이걸 바꿨죠.물론 당시에도 저항은 많았습니다.LP의 음악은 진정한 음악이 아니라는 둥.하지만 better than nothing 아니겠습니까.이로 인해 음악의 대중화가 이뤄졌습니다.새로운 산업도 생겼습니다.”

 그가 볼 때 미술은 아직 original market이다.그는 수요와 공급 모두에 대중화에 대한 욕구가 크다고 생각했다.
 “그림 그리기를 포기하고 좌절하는 작가들이 왜 그러는지 아십니까”
 내가 잠시 말 뜻을 생각하는 사이 장 대표의 말이 이어졌다.
 “외로워서 그럽니다.물론 돈도 중요하죠.하지만 외로움이 가장 큽니다”

 자기가 아무리 열심히 그림을 그려도 아무도 봐 주질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그림 그리기를 포기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그의 말을 듣다보니 글쓰기와 비슷한 것 같았다.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사람이 자신의 글을 아무도 읽지 않는다면 글을 왜 쓰려고 하겠는가

 그렇다면 아트폴리의 핵심은 가급적 많은 작가들이 그림을 올리고 많은 대중들이 여기에서 새로운 작품,새로운 작가를 만나는 것 아니겠는가.그러면 아트폴리는 모든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가?

 장 대표는 아트폴리가 핵심 타깃으로 하는 작가들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아트폴리에서 말하는 미술 작가들은 어쩌면 이런 사람들일 겁니다.평소엔 ‘내가 작가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죠.미술가가 되고 싶은 꿈은 있는데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중에도 물론 여러 유형이 있습니다.자기 작업실도 갖고 있고 그림도 종종 그리지만 다른 일(이를테면 가르치는 일이라던가 등등)을 병행하는 사람들.회사에서 전혀 다른 직종에 종사하면서 미술작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이들,일러스트레이터나 디자이너로 일하지만 어릴 때부터 대학때까지 배운 그림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는 이들.작가가 되려고 하는 진지한 이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아트 2.0, 미술의 새로운 세계
 아트폴리에 작품을 올린 작가들이 기뻐하는 것은 자신의 작품에 누군가 댓글을 달고 관심을 보여준다는 것이다.작품의 노출과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이 그의 자평이다.
 그러면 돈은 어디서 벌까? 아트폴리를 통해서 매매나 작품 의뢰가 발생하면 가장 좋다.이노무브는 수수료 수입을 얻을 수 있고,작가는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고 사람들은 저렴한 가격에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그런데 아직 이 부분은 갈 길이 멀다는 게 장 대표의 설명이다.

 “사람들이 그림에 관심은 있는데 가격이 비싸서 작품 구입을 망설이는 줄 알았죠.그런데 막상 해 보니 관심 자체가 없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관심을 갖도록 교육하고 토양을 만들어주는 일도 직접 나서서 해야겠더라구요”

 그의 말을 들으면서 이렇게 생각해봤다.“앞으로도 과연 사람들이 계속 미술에 무관심하게 살까.온라인으로 그림을 구매하고 내 사진이 아닌 내 초상화나 나를 주제로 한 아트워크로 소셜네트워크 프로필 사진을 장식하는 것에 계속 사람들이 관심이 없을까”

 그렇진 않을 것 같았다.최소한 지금보다는 훨씬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질 것 같았다.SNS가 활성화 될수록,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다양한 표현에 목마를 것 같았다.미술관에 가기가 힘들어질만큼 생활이 바빠질수록 좋은 작품을 온라인에서 찾아서 감상학고 주문하는 일이 늘어날 것 같았다.

 장 대표 역시 그런 생각을 한 것이다.그는 미술 대중화의 첫 걸음으로 초상화 의뢰 사업을 시작했다.누구나 아트폴리 사이트에 들어와 작가에게 자신의 초상화를 의뢰할 수 있다.작가와 직접 대화도 가능하고 자신의 원하는 바를 주문도 할 수 있다.그는 이것을 ‘아트 2.0’이라고 표현했다.
 초상화 의뢰는 글로벌로 진행해도 될 것 같았다.아트폴리는 국제화를 준비하고 있었다.“해외에서 더 잘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이미 장 대표는 영어 버전을 준비해놨다.

 ◆리드빌드,책의 미래를 보여주겠다
 “지금의 e-book(전자책)이 책의 미래일까요?”
 대화를 나누던 도중 그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던졌다.나는 흠칫했다.
 “글쎄요.지금 한국 시장에서는 전자책도 아직 제대로 하질 못하고 있는데.”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뭐가 책의 미래일까요”
 “리드빌드는 책의 미래를 보여주고 책의 미래 비즈니스를 하는 사이트입니다.” 그가 다음에 하고 싶은 말은 최근 오픈한 서비스 리드빌드였다.

 리드빌드는 웹 기반의 책이다.오프라인의 책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겨놓은 것이 아니라 웹을 기반으로 책이 만들어지고 책을 통해 사람들이 연결되고 소통하는 구조다.책별,페이지별,문단별 인터넷 주소가 다 있다.인용,댓글 등이 가능하고 책과 책의 내용이 링크로 이어지는 것도 가능하다.책을 쓸 때 사람들이 고민하는 길이 부담도 없고 출판사를 정하는 문제로 스트레스 받을 필요도 없다.

 블로그와의 차이는? 과금 기능이다.그는 리드빌드가 정착되 나가면 구독 모델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저자 입장에서는 꾸준히 글을 쓰면서 구독료를 받을 수 있고 독자와 대화를 해 나갈 수가 있다.독자 입장에서는 싼 가격에 짧은 호흡의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할 수 있으며 자주 업데이트되기까지 한다.저자와 직접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기존 책은 읽는데 많은 끈기를 필요로 합니다. 200-300 페이지 책을 만들기 위하여 비핵심적 내용도 포함될 수 있죠.만연체적 구조라서 저자의 생각의 구성을 알기 어려울 때도 많습니다.책 전부,또는 관심 있는 부분 수십 페이지를 읽어야 하지만 리드빌드는 그렇지 않습니다.읽기 편한 ‘화두 + 문단’ 구조이고 페이지의 요점을 화두로 제시하고 자세한 내용은 이하의 문단들로 풀어 쓰죠.관심 없는 화두는 화두만 보고 자세한 내용은 건너뛸 수 있습니다.”

 그는 전자책과 종이책,리드빌드의 차이점을 간략하게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짧은 호흡과 잦은 소통,반복되는 이동과 다양한 만남이 계속 이어지는 요즘 사회의 움직임과 맞아 떨어지는 출판 모델인 것 같다.그리고 그는 이것이 전자책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화를 나누다보니 2시간이 훌쩍 넘었다.성찰적인 질문을 자주 던지면서도 기묘한 유머가 있는 장 대표와의 만남은 좀 뜻밖이었고 여운이 길었다.
 나는 그와 헤어져 나오면서도 계속 이 말을 중얼거렸다.
 ‘멀리 봐야 길을 잃지 않는다’
 ‘멀리 봐야 길을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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