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카와'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2.15 NHN 일본 시장 진출기=(2)1억원으로 버티다
  2. 2008.02.15 게임에 재미말고 무엇이 있을까?

“1억원 밖에 안 되네?”
한게임의 창립멤버인 남궁훈 NHN USA 대표(당시 한게임 이사)는 2002년 하반기 경영진 회의가 열리기 전 받아든 보고서를 통해 한게임재팬에서 2001년 하반기부터 2002년 상반기까지 1년간 집행된 비용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임대료를 제외하고 한게임재팬이 한해동안 쓴 비용이 모두 합해서 1억원밖에 안됐던 것이다.
 “아니 직원이 그래도 20명은 될텐데,물가도 훨씬 비싼 일본에서 어떻게 1억엔도 아니고 1억원 갖고 버틸 수가 있었을까.”
 내부 경영진 회의에 허위 보고를 할 리는 없고,그 동안 NHN재팬이 겪었을 고충이 짐작이 됐다.

 NHN재팬은 처음부터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택했다.천 대표 본인이 일본어와 영어에 능통했기에 직원들부터 시스템까지 모두 일본식으로 했다. 천 대표를 제외한 초기 20명의 직원이 모두 일본인이었다.
 NHN재팬은 일본인들이 오프라인에서 가장 즐겨하는 ‘마작’을 온라인으로 만들어 서비스를 시작했다.하지만 초기에 너무 인지도가 낮고 온라인게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도가 없어서 사업이 사업이 아니었다.
  “무슨 행사를 하거나 사람을 만나기 위해 일본 IT기업체 사람들에게 요청을 해도 이런 회사가 있나? 하는 반응으로 거절당하기 일쑤였습니다.정말 당시엔 모두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었죠.”

 이러다보니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리가 없었다.그래도 천 대표는 차근차근 회사를 소개하고 다녔다.열심히 발품을 판 덕분에 일본 인터넷업계에서 그의 이름은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2001년 9월 천 대표는 일본의 미디어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됐다.그리고 발표가 끝난 뒤 자리를 돌면서 인사를 하다가 그날 지금의 모리카와 부사장을 만나게 된다.모리카와 부사장은 당시 소니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다.모리카와 부사장은 당시 소니가 CS디지털(위성 디지털)스카이퍼펙트(스타TV 같은 것)방송을 시작했는데,하드웨어 업체에서 미디어 회사로 변신하는 소니의 미디어 사업부에서 일하고 있었다.

 모리카와 부사장은 처음 천양현 대표와 대화에서는 큰 인상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새로운 비즈니스긴 하지만 돈을 벌지는 못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그도 그럴 것이 라그나로크와 같은 MMORPG는 모르겠지만 당시 웹보드 게임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하기 힘든 시절이었다.

 남궁훈 이사의 짐작대로 한게임재팬과 수장인 천양현 사장은 2001년 겨울과 2002년 봄,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야했다.자본금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그는 우선 자기 방부터 뺐다.직원들 월급이 급해서였다.당장 자신이 잘 곳이 문제였다.일도 많았고,마음도 편치 않았기에 천 사장은 회사에서 잠을 자기로 했다.

 회사에서 자기로 했지만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따로 침대를 두자니 직원들 보기가 뭐 해서 그냥 직원들이 모두 퇴근하고 난 뒤 책상을 붙여서 잤다.직원들이 아침에 출근했을 때 사장이 회사에서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의기소침해할 것도 걱정됐다.그래서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아침 일찌감치 일어나 시부야 거리를 돌아다녔다.거리를 다니면서 하루 일과를 생각하고 고민거리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 한계가 왔다.돈이 없어서 직원들에게 2∼3개월씩 월급을 못 주는 일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2002년 여름의 일이었다.

 2002년 여름 천 대표는 20여명 남짓한 직원들을 모아놓고 비장한 말을 했다.
  “낮에는 각자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고 밤에만 나와서 일할 수 있는 사람만 일을 해야겠다. ”
 말이 안되는 소리였다. 무보수로 일하라는 말이나 다름없었다.생계는 아르바이트로 해결하고 밤에 나와서 공짜로 일해달라니.그런데 의외로 직원들이 많이 나가지 않았다.딱 2명이 2주일 안에 회사를 떠났다.
 “2명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자금 담당이었다는 점이죠.회사 자금 사정을 훤히 알다 보니 회사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다른 사람들이야 뭐 그 사람들 만큼 그렇게 크게 와닿지 않았겠죠.어려움이 있어도 일시적이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저랑 자금 담당자 2명을 제외하곤 회사 재무 사정을 잘 몰랐으니까요” 그가 껄걸 웃으며 한 말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밀어붙일 순 없었다.결국 한게임재팬은 어쩔수 없이 유료화를 서두르게 된다.당시 한게임재팬의 동시접속자수는 불과 4800명 밖에 안되는 수준이었다.

게임이 '재미' 말고 어떤 다른 것을 제공할 수 있을까?

사실 이 논의는 이번에 일본 출장을 갔다가 소니와 닌텐도에 관해 NHN재팬의 모리카와 부사장과 열띤 토론을 벌이다가 나온 내용 중 하나다.개인적으로는 일본 출장에서 가장 재미있었고 많은 숙제를 안게 됐던 대화였다.사실 이런 대화는 모리카와 부사장이 지금은 온라인게임업체인 NHN재팬에 있지만 그 전에 방송사를 거쳐 소니에서 근무를 했었기에 가능했다.나 역시 게임에 대해서는 관심이 지대하기 때문에 한층 재밌었다.그와의 대화를 그대로 옮겼다.

-모리카와:닌텐도의 최근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닌텐도도 처음엔 고스톱 같은 오프라인게임을 제공하는 회사였다.그런데 이 회사는 이제 닌텐도DS나 위 같은 게임기를 넘어선 기기를 만드는 회사가 됐다.닌텐도DS는 학교 교재로서도 활용되고 있다.교과서 자체가 DS용 소프트웨어로 제작되기도 한다.일본에서도 닌텐도 이전에는 이런 일을 상상도 할 수 없었다.학교에서는 이제까지 게임은 금지됐었는데 이제는 학교가 적극적으로 게임 콘텐츠를 사고 있다.

-임원기:휴.사실 너무 부러운 얘기다.한국에서는 아직 힘든 일인 것처럼 느껴진다.교과서가 게임기용 소프트웨어로 만들어지고 학교가 게임콘텐츠를 사는 것이 언제쯤 가능할까? 게임에도 분명히 긍정적인 측면이 있고 그것을 활용할 부분이 많을 것 같은데 한국에서는 그런 것이 원천적으로 배제되고 있다.게임은 기본적으로 나쁜 것,가까이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특히 어린이들에게 말이다.
 어린이들은 너무나 게임을 좋아하고 정말 많은 시간이 게임에 노출돼 있다.그런데 어른들이 그것을 계속 따라다니면서 막아야만 한다면 얼마나 많은 낭비인가? 활용할 방법이 사실 아쉽다.

-모리카와:사실 기본적으로는 게임업체들의 문제다.결국 게임으로 돈을 벌고 있는 게임업체들이 나서서 게임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게임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정부나 언론 탓만 하고 있어선 아무 소용이 없다.이건 게임산업이나 어린이들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게임업체들 자신들의 10년후 생존을 생각할 때도 필수적인 것이다.
 왜냐?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은 크게 성장할 수 없다.세상이 원하는 것,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만약 한국에서 게임이 많은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피해야 할 콘텐츠로 인식된다면 정말 문제다.세상이 싫어하는 산업은 결코 양지에서 클 수 없다.닌텐도의 사례는 한국 게임업체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지금까지 게임은 싸우는것,오락성이 중요했었다.이제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찾아야 한다.

-임원기:닌텐도의 사례는 잘 알겠다.하지만 게임이 과연 재미 이외의 것을 얼마나 제공할 수 있을까?게임의 기본 속성은 재미 아닌가.게임을 교육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게임의 재미 요소를 극대화해 교육적인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 아닌가.게임에 재미 말고 다른 것을 제공하라고 한다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라는 것 아닐까.사실 닌텐도가 성공한 것도 재미라는 본연의 요소에 충실했기 때문 아닌가.그 재미 중 하나로 수업 시간에도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닌텐도는 찾은 것 같다.

-모리카와:그렇긴 하다.뇌 단련 게임과 같은 것은 사실 재미와 함께 교육적인 효과가 있지만 닌텐도가 이런 것을 처음 만든 것은 아니다.우리가 곰곰히 생각해보면 과거 어릴 적에 친구들과 오프라인에서 놀던 놀이(게임이 아닌 놀이)들 중에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관계를 돈독하게 해주고 머리를 단련시키고 판단력 지구력 등을 길러주는 것이 많았다.현대사회로 오면서 자극적인 요소만 강해졌지만 닌텐도는 과거로 잘 회귀한 것이다.

-임원기:한국에서는 오히려 지금 게임이 제대로 재미 요소에만 충실할 수 있다면 산업 자체가 많이 달라질 것이란 말이 많다.즉 아직까지는 게임에서 재미조차 제대로 추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한국에서 게임은 재미라는 것 자체가 너무 다양화돼지 못하고 치우쳐 있다.재미는 사실 사람에 따라 엄청나게 다르고 다양한 요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모리카와:참 어려운 문제긴 하다.어쨋든 게임업체로서는 성장을 위해선 이런 가치를 찾지 않으면 앞으로 생존 자체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일본에서 콘솔 게임 시장이 이런 과정을 밟았다.게임은 그래픽 높이고 자극을 더 높이는 식으로 해서는 결코 시장을 확대할 수 없다.최종적으로 온라인에서 엔터테인먼트를 더 제공하지 않으면 인터넷의 의미 자체가 축소될 것이라고 생각한다.즉 온라인게임 역시 즐거움의 의미를 보다 다양하게 제공하고 기존의 재미를 뛰어넘는 다른 가치를 제공하지 않으면 크게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소리다.

-임원기:얘기를 하다보니 게임의 본질에 대한 논의가 된 것 같다.다음엔 소니와 닌텐도 얘기를 좀 더 파고들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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