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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9.09 한국의 스타트업-(132)북팔 김형석 대표 (4)

북팔 김형석 대표. 애초에 그를 만난 것은 콘텐츠 플랫폼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어서였다. 의욕적으로 출범한 카카오페이지는 왜 실패했을까. 콘텐츠플랫폼이 정착하기 위한 조건들은 무엇이 있을까. 콘텐츠 거래 시장이 과연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는 특히 전자책과 같은 텍스트 위주의 콘텐츠가 온라인·모바일에서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된 거였다.

 그는 전자책 시장에 올인해 살아온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런 대화를 나누기에 더 적합한 인물이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궁금한 것은 디지털 세상에서 사람들이 완성된 콘텐츠로서의 텍스트를 어떻게 접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텍스트는 꼭 전자책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었다. 김형석 대표 역시 불확실한 미래와 고난 투성이의 현실을 끌어안고 고민하고 있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그는 약 2년전부터 나름대로 이 분야에 대한 답을 내리고 그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 그의 창업 스토리가 오롯이 배어 있었다.

◆불완전한 실패

김형석 대표는 1994년 현대엔지니어링에서 사회 생활을 첫발을 내딛었다. 서강대 전자공학과 87학번인 그로서는 엔지니어로서의 출발이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이 생활에 만족하지 못했다. 재미가 없었다고 한다. 아니 무엇보다, 앞으로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그를 답답하게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커리어에 대전환을 꾀했다. 그리고 이것이 그의 14년 광고 및 마케팅 분야 경력의 출발점이 됐다. 그가 IT업계로 온 것은 2000년. 당시 트렌디했던 여성포털과, 게임업체 CCR 등에서 광고와 마케팅 관련 업무를 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는 아예 광고회사에 몸을 담았다. 

 창업을 생각하게 된 것은 2007년 유행을 탔던 블로그를 보면서 콘텐츠 시장의 가능성을 엿봤기 때문. 이 생각이 사실 그 이후 그의 창업 스토리를 좌우하게 된다. “그 때 서비스2.0이라는 회사를 차리고 블로그 콘텐츠를 가공해서 PC에서 e-book 형태로 판매하는 일을 했어요. 오프라인에서 매거진 형태로 발매하기도 했죠. ‘콘텐츠 마켓을 우리 힘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던 거죠. 그땐 가능성이 있어 보였어요. 결과적으로는 잘 안됐지만요.”

 잘 안된 이유는 뭐였을까. 그는 PC 자체의 성격을 우선 거론했다. “PC는 콘텐츠 소비보다는 생산에 적합한 도구인 것 같아요. 게임 등 특정 콘텐츠를 제외하면 사람들은 PC에서 콘텐츠 소비를 잘 하진 않아요. PC는 일을 하는 도구이자 장소라는 개념이 강하죠.”

 게다가 병행한 오프라인 매거진, 이 분야는 그야말로 죽어가는 시장이었다. 이 와중에 그는 개발툴과 생산자네트워크 구축에 대한 고민을 주로 하고 있었다. “차라리 콘텐츠 소싱을 했으면 어떤 결과가 있었을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물론 그래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콘텐츠 소싱에 주력해서 좋은 콘텐츠라도 좀 확보를 해놓고 있었으면, 실패를 했을 때라도 남는 게 있지 않았을까. 여기서 남는 것이란 ‘다른 도전을 하기 위한 여지’? 일종의 그런 것을 뜻하는 것 같다. 

 하여간 그에게 그런 ‘여지’는 허용되지 않았다. 2년여만에 사업은 실패로 끝났다. 한편으로는 너무 여유롭게, 스타트업치곤 별로 부족함없이 사업을 한 것도 실패의 원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창업은 좀 쪼들려서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야 절박함을 갖고 뭔가 결과물을 내놓으려고 하거든요. 첫번째 창업은 방향만 못 잡고 시간만 보냈던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의 말을 종합해보면 첫 창업에서 그가 겪었던 어려움은 이거였다.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은 있었지만 확실한 방향성은 없었다. 그래서 회의를 거듭하면서 회사는 계속해서 ‘개발중’이었고, 뭐든 만들고 있다는 현실이 ‘그래도 우리는 뭔가 하고 있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어쨌든 아이디어와 열정만 갖고는 안된다는 깨달음이 성과였다면 성과였다. 결국 경험 말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게 그의 결론. 그가 첫 창업에 대해 ‘불완전한 실패’라고 규정하는 것은 이때문이었다. 시도조차 제대로 해 보지 못했다는 뜻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

실패를 겪은 뒤 후유증은 분명히 있었다. 돈도 잃었지만 그에겐 다른 도전을 하기 위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자책감이 더 컸다. “고객DB든, 서비스든, 콘텐츠 등 뭐든 남았어야 해요.” 

 홍보대행사에 들어가 일하던 그가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것은 때마침 불어닥친 ‘스마트폰 붐’. 첫 창업당시 그를 괴롭혔던 문제의식, 즉 ‘PC는 콘텐츠 소비를 하기 적합한 도구가 아니다’라는 의문을 스마트폰은 일거에 해소해줬다. “스마트폰은 확실히 콘텐츠 소비도구에요. PC와는 완전히 다르죠! 이건 되지 않을까? ”

 순식간에 여러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창업을 하고픈 욕구가 다시 꿈틀거렸다. 그렇게 고생하고 자책의 시간을 가졌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당연히 자금은 부족했고, 과거 창업을 같이 했던 동료들이 다시 힘든 길을 가려고할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그런데 말이에요, 어느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하다가 망하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만약 남이 먼저 하는 것을 본다면?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어느날 남이 먼저 해내는 것을 본다면? 내가 당장 좀 편하게 살기 위해 선택하지 않았던 그 길에 누군가 어려움을 무릅쓰고 도전해 성공해내는 것을 본다면? 이건 정말 못 참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이죠. ”

 그래서 그는 다시 도전에 나섰다. 2011년 3월이었다. 옛 전우 박대령 이사가 달려왔다. 이번엔 정말 바닥에서 시작했다. 사무실을 구할 돈도 없어서 커피숍에서 모였다. 커피숍에서는 잠을 잘 수 없기 때문에 낮 시간에 모여 회의를 하고 각자 집에 돌아가 개발을 해서 다시 모여 회의를 하는 식이었다.

 일이 시작되면 도와주는 손길이 있는 법. 지인이 3000만원을 빌려줘 종로에 창문도 없는 골방을 사무실겸 얻었다. 절박함은 속도를 높여줬다. 5월 앱개발을 시작했는데 6월에 바로 출시됐다. 앱 이름은 북팔. 회사 이름과 같다. 책(book)에 친구(pal)를 합성했다. 무료책을 기치로 내걸었다. 처음에 200권을 공짜로 풀고 광고 등을 통해 수익을 얻겠다는 계획으로 출발했다. 그에겐 사람들이 일단 책을 보게 하는 게 중요했다. 

 “처음 앱을 내면서 연말까지 앱 다운로드 10만건만 달성할 수 있으면 대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왠 걸, 100만건이 넘는 다운로드를 기록했죠.”

 북팔을 시작할 때 그의 생각은 ‘3년 동안 비즈니스 생각하지 말고 콘텐츠만 쌓겠다’는 것. 첫 실패에서 얻은 교훈이었다. 콘텐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보다 ‘콘텐츠’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100만건이 넘는 어마어마한 다운로드가 이뤄지자 생각이 달라졌다. “어? 이거 수익이 나겠는걸?”

 종로 골방에 있던 사무실을 강남으로 옮겼다. 엔젤투자이긴 하지만 투자도 좀 받았다. “광고를 붙이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다운로드 수가 되니깐요. 그런데 광고 시장이 너무 빠르더군요. 특정 시장을 겨냥해 광고 상품을 개발하다 2-3달 지나가다보면 해당 광고 시장이 사라져버리는 거에요.”

◆죽음의 골짜기, 끝이 보인다!

예상을 뛰어넘는 다운로드 성과를 보이긴 했지만 이것이 그대로 눈에 보이는 수익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다시한번 헝그리 정신의 필요성을 절감한 김 대표. 사무실을 상암동으로 옮기고 조직도 추스렸다. 

 북팔은 기존 종이책을 전자책화해 서비스하기도 하지만 모바일에 특화된 글을 쓰는 작가들이 콘텐츠를 만들어 올려놓고 독자들을 만나게 해 주는 플랫폼 역할도 하고 있다. 즉 무료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인 동시에 전자책을 사고 파는 장터 역할도 하는 것이다.

 특히 김 대표는 기존 책의 전자책 버전이 아닌 소셜 퍼블리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소셜퍼블리싱은 오프라인의 출판방식으로 출판되지 않는 개인화된 출판방식을 뜻한다. 그는 모바일 전자책 시장이 바로 이 소셜퍼블리싱의 성장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왜?

 “한해 국내 출판물 시장을 최대한 크게 잡아 2조원이라고 볼 때, 이중에서 최대 20%가 전자책으로 팔린다고 해도 4000억원을 넘지 못합니다. (2016년 전세계시장 종이책 대비 전자책의 비중은 17.6%, 한국콘텐츠 진흥원 기획조사 자료) 출판 사업 구성을 원작-출판-유통-플랫폼으로 구분해 볼 때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만드는 서비스를 통해 출판 또는 유통이 기대할 수 있는 매출은 전체의 15% 수준이죠. 즉 전자책 업계가 기대하는 전체 매출이 500억원에서 600억원 수준이라는 뜻입니다. 이를 상위 두세개 업체가 나누고 1위 업체가 50%를 챙긴다고 해도 300억원에 불과하죠. 이는 미래의 성장성을 담보로 사업을 펼치는 벤처기업이 할 몫이 아닙니다.”

 자 그럼 소셜퍼블리싱은 왜 희망이 있을까. 커머스와 광고에서 수익을 찾기 때문이란 게 그의 설명. 두 시장은 합쳐서 수십조원에 달한다. 좋은 작가의 글을 무료로 출판하고 광고, 커머스와 결합해 수익을 내면 된다는 게 그의 생각. 그래서 김 대표는 우선 기성출판시장에 소외된 개별 작가들을 네트워킹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이것을 ‘출판의 소셜화’라고 불렀다. 이를 전자책으로 제작하여 무료콘텐츠로 배포하고 광고 비지니스와 결합시켜 수익을 만드는 게 북팔의 역할. 여기에 작가를 매니지먼트하고 수익을 쉐어하여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까지 지향하고 있다. 

 그의 이런 생각은 차근차근 실현되는 중. 북팔은 8월말까지 누적 다운로드 240만건을 기록했다. 북팔을 통해 콘텐츠를 생산하는 작가는 1200명에 달하며 이들이 만들어낸 전자책은 무려 2000여권이다. 소비자들은 4000만권에 달하는 전자책을 다운로드했다. 

 비즈니스 모델은 3가지. 콘텐츠는 무료로 제공하고 서비스를 유료로 하는 방식이 첫째다. 예를 들어 책장에 꽂을 수 있는 책의 수를 제한하는 방식 등이다. 일부 콘텐츠를 유료로 판매하는 방식이 두번째 BM. 마지막으로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그는 콘텐츠의 경우 플랫폼이 직접 콘텐츠를 소싱하는 능력 뿐 아니라 책임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콘텐츠 플랫폼을 만들면서 여기에 참여하는 출판사나 유통업자들에게 각자 자신들의 책임하에 제품을 알아서 가져오고, 판매하라고 하면 시장 형성 자체가 안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직도 제이커브의 골짜기에 있는 상황입니다. 죽음의 골짜기를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어요. 그래도 그 어려운 가운데서도 팀웍을 유지하고 꿋꿋이 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연말께는 월 BEP를 맞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본격 매출은 내년부터죠. 이제부터는 서비스 고도화가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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