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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1.18 한국의 스타트업-(142)우아한언니들 설보미 대표 (5)

여성의 사회 진출이 크게 늘었다고 하지만 직장맘들의 현실은 고달프기만 하다. 통계청 통계를 봐도 20대 미혼 여성의 취업률은 높지만 출산을 한 뒤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굳이 통계를 들먹이지 않아도 주위에서 매우 흔하게 보는 장면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을 찾는 이들이 너무 많다. 직장에선 직장인의 역할을 해야 하고 집에서는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 학교나 유치원 기록부에 엄마 아빠 이름과 전화번호를 다 남겨도 아빠에게 전화를 거는 교사는 거의 없다. 일단 무조건 엄마를 찾는다. 일을 하다 말고 수시로 걸려오는 아이, 남편, 학교 전화에 뛰어나가는 사람들이 엄마들이다. 

 이런 현실을 목격하고 실제로 겪으면서 엄마들을 위한 직장, 여성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고 싶다고 작정한 여성이 남편의 창업을 보고 용기를 얻어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여성들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당차게 이야기하는 이 여성은 설보미 대표. 회사 이름은 우아한 언니들. 이번엔 언니들의 도전기다.

◆남편과의 약속

‘우아한 언니들’이라는 회사명을 듣는 순간 당연히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우아한 형제들. 눈치 챘겠지만, 우아한 형제들의 창업자인 김봉진 대표와 우아한 언니들의 창업자 설보미 대표는 부부다. 

 중앙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웹디자이너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설보미 대표. 김봉진 대표와 만나 결혼을 하고 2004년 첫 아이 출산을 앞둔 시점에 회사를 그만뒀다. 당시 삼성전자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했지만 몇 년의 공백기가 있어 출산 직후 회사로 복귀하기는 쉽지 않았다. 스스로도 웹디자인 쪽 일을 하기엔 감이 떨어졌다고 판단했지만 그냥 주부로 살아가는 것은 체질에 맞지 않다고 판단한 설 대표. 

 남편과 대화를 하던 중 핸드메이드 가구와 관련된 사업을 같이 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둘이서 거의 1년 가까이 전국 방방곡곡의 이름난 핸드메이드 가구를 찾아 다녔고 결국 가구점을 열었다. 2008년까지 온라인 판매 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매장을 열고 가구를 팔았다. 두 사람에겐 이게 첫 사업인 셈. 그런데 보기좋게 실패하고 말았다. 2년이 채 안돼 사업을 접었다.

 그래도 나중에 창업을 할 때 도움이 됐을 것 같은데요? 나의 질문.

 “맞습니다. 얼굴이 두꺼워졌죠. 하하” 설 대표의 대답이다.

 어쨌든 일을 해야겠다고 판단한 설 대표는 2009년 이모션이라는 회사에 들어가서 PM 업무를 했다. 중간에 둘째를 출산하느라 휴직을 한 적도 있지만 2012년초까지 회사를 계속 다녔다. 남편이 2010년 우아한 형제들을 창업하면서 그녀는 ‘반드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제가 2012년초까지 집에 돈을 제대로 못 갖고 왔어요. 아내가 제 대신 집안 경제를 떠받친 거죠.” 설 대표를 만날 때 함께 자리한 김봉진 대표가 옆에서 아내의 말을 거들었다. 

 하지만 설 대표 역시 남편 못지 않게 사업을 하고픈 열망이 강했다. 비록 첫 도전은 실패했지만 말이다. “저보다 사업가 기질은 더 많은 것 같아요.” 이번에도 김 대표의 설명이다. 둘이 동시에 창업을 하기엔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한 이들은 남편이 먼저 사업을 시작했고, 아내는 직장을 다니면서 틈틈이 남편이 차린 회사에 나가 일을 도와주고 배웠다. 그리고 그때 남편에게 다짐을 했다고 한다. “우아한 형제들 자리 잡으면 나도 나중에 내가 하고 싶은 일 할꺼에요.”

 그리고 설 대표는 2012년 초, 이모션을 나왔다. 약속대로 우아한 형제들이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여성을 위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

회사를 나왔지만 바로 창업을 하진 않았다. 아직 사업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어떤 일을 할 지 고민하고 공부를 했다고 한다. 파트너를 찾는 것도 문제였다. 다행히 이모션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지유경 실장과 뜻이 통했다. 두 사람은 ‘엄마들이 다니기 좋은 회사를 만들자, 아이 키우면서 일하는데 눈치 안봐도 되는 회사를 우리가 만들어보자, 엄마들을 위한 서비스로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어보자’는 데 뜻을 같이 했다. 2013년 2월, 두 사람은 팀을 결성하고 본격적인 창업에 나섰다. 설 대표의 두 번째 도전이다.

 왜 이름을 ‘우아한 언니들’로 했을까.

 “음..남편 덕도 좀 보자 싶었죠. 우아한 형제들은 이름도 좀 알려졌고 독특한 이름때문에 관심도 받았고 그랬거든요. 저희 회사 이름을 들으면 딱 느낌이 오죠? 뭔가 관련이 있을 것 같지 않나요?”

 맞는 말이다. 그런 측면에선 확실히 효과를 볼 것 같다. 우아한 언니들의 창립 이념은 엄마들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것. 엄마들은 무엇을 원할까. 설 대표는 두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경험과 고민들을 서비스에 담으려고 했다.

 “처음엔 엄마들의 카페같은 것을 생각했어요. 특히 요즘 젊은 엄마들은 사진을 올려놓고 공유하고 친구들의 근황이나 사진 보는 걸 좋아하는데 그런 부분에 특화된 서비스는 없는 것 같더라구요.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가 있지만 친구들이 너무 많죠. 나와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섞여 있어서 불편할 수도 있구요.”

 이렇게 해서 ‘수다마마’가 최근 출시됐다. 사진을 올리는 기능에 초점이 맞추져 있고 사진을 편집하는 것도 가능하며 여러 장을 한꺼번에 올릴 수도 있다. 그리고, 21세부터 50세까지의 여성들만 가입이 가능하다. 남성이거나, 여성이라도 너무 어리거나 50세를 넘으면 가입할 수 없다. 왜 나이 제한을 뒀을까. 여기엔 아주 세심한(?) 비밀이 있다.

◆엄마들의 비밀 놀이터

“시어머니가 들어오면 할 얘기를 제대로 못 하쟎아요. 그래서 연령 제한을 뒀죠. 처음엔 17세부터 50세까지였는데 미혼모들을 배려해야한다는 제안이 있어서 그랬어요. 그런데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성인 기준인 한국 나이 21세를 출발점으로 했어요.”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나 역시 딸 둘을 키우고 있는 여성 직장인이 페이스북을 즐겨 이용하다가 갑자기 그만뒀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에게 이유를 물으니 ‘어느날 시어머니가 페북에 댓글을 달았는데 시어머니가 계속 페북을 보고 있다는 걸 알게되니 페북 활동을 더 이상 할 수가 없더라’는 답을 들었다. 개인별로 편차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친정 어머니같이 편하진 않으리라. 아니, 사실 또래들의 대화는 친정어머니에게 보여주기 껄끄러운 것들도 있을 수 있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수다마마는 ‘엄마들의 비밀 놀이터’라는 수식어를 달고 세상에 나왔다. 휴대폰 인증 단계에서 여성임을 확인하기 때문에, 여성이 아니면 가입이 안된다. 물론, 남편이나 아들 등 다른 사람 명의로 된 휴대폰을 쓰는 경우 우아한 언니들에 연락을 해서 가입하면 된다. 

 수다마마에서는 자동으로 친구가 되는 경우는 없다. 친구신청을 해서 서로 맺어져야 친구가 되고 그래야 타임라인에 콘텐츠가 뜬다. 서로 얘기하고 싶은 사람들끼리 얘기하게하겠다는 것. 

 일상만 공유하는 건 아니다. 마마캐스트라는 콘텐츠 저작 및 유통 코너도 있다. 특정 주제를 정해놓고 글을 꾸준히 써서 발행을 할 수도 있다. 수다마마는 콘텐츠 발행을 통한 수익모델도 고려하고 있다. 마마캐스트가 활성화되면 광고도 가능하다.

 “며칠 운영해보니 여성들이 아이나 가족 얘기만 하는 게 아니더라구요. 오히려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런 공간이 필요했다는 뜻이겠죠. 사실 육아에 관련된 정보나 소통 창구는 이미 많이 나와 있습니다. 저희는 여성들 본인들의 이야기를 담아보겠다는 뜻으로 기획됐습니다. ”

 21세에서 50세의 여성들은 가정에서는 의사결정권자이자, 돈을 쓰는 사람들이다. 자녀뿐 아니라 자기자신, 남친이나 남편 등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영향력이 큰 사람들. 이 사람들을 어떻게 모아 재미난 사업 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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