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속해 있는 Berkeley ischool 교수와의 미팅때 사용하기 위해 집에 있는 온갖 자료를 뒤적이던 중 눈길을 끄는-시기적으로는 좀 지났지만- 신문 기사를 하나 발견했다.

올 5월 18일자 뉴욕타임스 비즈니스 섹션 1면에 실린 '뉴욕타임스와 그 불확실한 미래'(The New York Times and the Uncertain future)라는 기사였다. 일단 제목이 재밌지 않은가. 우리 식으로 말하면,** 일보에 '**일보와 불확실한 미래' 이런 제목으로 자신들 스스로 그런 기사를 쓴 셈이니 말이다.한국에서도 이런 기사가 나올 수 있을까? 자신들의 이름을 버젓이 표기하면서 그러기란 상상하기 쉽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기사를 내보내는게 처음은 아니다.비즈니스 섹션과 미디어 페이지 등을 통해 뉴욕타임스는 신문의 미래에 대해 계속해서 물음을 던지고 있다.)

일단 이런 질문을 던진다는 것 자체가,그리고 이런 글을 메인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이 뉴욕타임스가 그나마 다른 어떤 신문사보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대비를 잘 해 오고 있다는 자신감을 반영하는 것 같다.

섹시한 제목과 달리 결론은 그닥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뉴욕타임스는 지금까지  많은 역경을 겪으면서 성장한 것처럼 앞으로도 지금의 고난 이상의 성취를 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끝을 맺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사 자체가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았다. 우선 뉴욕타임스는 스스로 앞으로 절대로 광고 시장이-경기가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그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을 것이며, 의미있는 디지털 광고 수입을 유지하면서 추가적인 정기 독자(온-오프라인 모두)를 발굴하는 것 사이에서 접점을 찾기가 극히 어려울 것이란 점을 인정하고 있다.

즉 디지털 광고 수익이 늘어날수록,오프라인 독자의 수가 줄면서 결국 전체 수익이 감소할 수 밖에 없는 현상을 타개할 방법이 뚜렷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신문산업의 연구 결과 보고서들은 뉴스의 디지털화에도 불구하고 디지털화에 따른 수익 증대 효과가 오프라인 수익 감소분을 상쇄할 만큼에 미치지 못함을 보여준다.

글을 쓴 David Carr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뉴욕타임스의 지배구조와 뉴스 콘텐츠 장벽의 문제,새로운 수익원 발굴의 어려움을 모두 거론한다.뚜렷한 답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가닥 희망을 품고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미디어가 첨예하게 변화하는 이 시대에 뉴욕타임스의 지배구조와 비즈니스가 지탱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

이 글은 한편으론 자신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공개적으로 이런 질문을 던져도 모두가 당연하게 여길 만큼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치 이런 질문을 스스로와 독자들에게 던질 수 있어야, 그의 표현대로 지탱할 수 있는 당위성과 방법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절박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신문의 위기,인터넷 때문이 아니다?>에 이은 2편입니다.=

토론에서 신문의 시나리오는 2가지 정도로 제시됐다.그런데 이게 사실 좀 허탈하다.내용인즉슨,우선 신문사가 지금 갖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쥐어짜서' 일단 살아남는 것에 주력하는 방안이다.산업 자체의 미래가 매우 불확실한 만큼 일단 살아남는게 중요하다는 논리인데,비용을 최소화하고 현재의 인력으로 결과를 최대화하는,즉 이익을 현실화하고 비용을 미래로 전가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두번째는 좀 더 공격적이다.현재보다 미래에 투자할 것을 권고한다는 점에서 공격적이다.즉 현재의 어려움을 감수하더라도 10년 후를 위해 신문 자체가 아닌 정보 시장에서의 리더가 될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비용을 현재화하고 이익을 미래로 미뤄두라는 말인데,경영자 입장에서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지..

이런 내용을 듣다보면 Philip Meyer가 이미 2004년 그의 저서 'Vanishing Newspaper'에서 지적한 것과 흡사한 것 같다.그 이상의 논의가 이뤄지기 힘들었기 때문이기도 하고,그만큼 아직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으로도 보인다.

난상토론 끝에 나온 결론은 사실 좀 뻔했지만,한편으론 의미심장했다.신문이든,방송이든-물론 미국의 언론사를 염두에 둔 토론이긴 했지만-빨리 영향력에 집착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그리고 1편에서 언급했듯이 좀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신뢰를 회복하는 것에 주력하는 것이 결국 미디어로서 지금의 신문사,방송사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것이다.

해당 분야에서 신뢰받는 1인미디어로서의 기자 개개인을 키워나가는 것도 신문사가 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됐다.앞으로는 논란이 되는 기사를 많이 쓰고,영향력을 과시하려고 애쓰는 기자들보다 신뢰를 주는 기자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고 있느냐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한국의 신문사들은 어떤 시나리오를 갖고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web 2.0 Expo 취재를 전후해 관련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내 신분을 밝히고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이거였다.

"그래서,신문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이런 질문들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전제를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우선,1)신문이 가치 있는 정보 제공자로서의 위치를 이미 상실했다는 것, 2)기꺼이 돈을 주고 사 볼만한 신문들이 이제 별로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 그것이다.그리고 그런 전제 하에 과연 신문산업이란 게 명맥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사실상 결론이 나온-질문인 것이다.

웹2.0 엑스포 마지막날(4월3일) 식사를 하면서 참석자들과 나눈 난상 토론에서 상당한 분량을 차지했던 것도 이 주제였다.나는 이 주제에 대해 대화를 하고 싶어 질문을 던졌고(사실 내가 하지 않았더라도,분위기상 그런 질문이 나올 것 같아서 선수를 쳤다), 상당히 의미있는 발언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토론에는 나를 포함해 기자가 3명(블로거 기자1명,신문기자 2명),인터넷기업 팀장급이 1명,공학 석사과정의 학생 1명,교수(연사로 나왔던 컴퓨터 디자인 분야 전문가)가 1명,실리콘밸리 지역 웹2.0기업 대표 1명 등 총 7명이었다.

신문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선,어느 누구도 자신있게 얘기할 수 없듯이 나 역시 마찬가지다.다만 신문산업 입장에선 위기라고 할 만한 이런 상황에서 원인을 잘 살펴본다면 어떤 결론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토론은 이렇게 시작됐다.
(사실 '위기'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을 지 모른다.최소한 미국에서 미디어 분야의 종사자들을 만나면서 내가 느낀 바로는 그렇다.신문산업이란 미국에선 이미 존재가 없어져 버린 것으로 간주되는 것 같다.이미 1990년대후반부터 이들은 신문산업에 대해 'vanishing'이란 표현을 썼다.)

신문의 위기에 대해 웹 2.0 엑스포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지적된 것은 기본적으로 신문의 위기가 인터넷때문이 아니라는 점이다.신문의 위기는 이미 인터넷이 발달하기 이전부터 시작됐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었다.

인터넷의 보급과 블로그 등 1인 미디어의 활성화로 인해 시민 저널리즘이 발달하면서 신문의 위기가 촉발된 것이 아니다? 분명 맞는 말 같다. 그런 현상으로 인해 신문의 위기가 가속화됐을 수는 있지만 그것 때문인 것은 아닌 것 같다.일부에서 제기되는 신문의 전문성 부족(또는 깊이 있는 정보의 부재)도 핵심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인가?

Integrity and Impartiality. 이 두가지를 상실했기 때문이다.(각각을 어떻게 우리말로 정확히 번역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다.특히 Integrity라는 단어는 감은 오지만 도저히 정확히 옮기기 힘들었다.그냥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듯)

즉 신문산업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내부적으로 존재한다는 뜻이다.신문이 언제부터인가 integrity를 상실하고 균형잡힌 일관된 논조로 독자를 설득해 나가는 것에 실패하고 실망감을 주는 일이 반복되면서 이미 내부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미국의 사례에선,주로 9.11과 관련된 미국 주요 신문들의 보도 행태가 언급됐다.그때부터 독자들이 미국 주요 신문들로부터 본격적으로 등을 돌리는 시점이 됐다는 것이다.신문이 독자의 신뢰를 상실하게 된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인데,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작년 쇠고기 파동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까?)

물론 인터넷의 발달과 독자들의 생활 변화 등을 배제할 수는 없다.대안 미디어들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개개인의 생활이 점점 바빠지면서 차분하게 앉아서 신문을 이리저리 들춰볼 시간이 없어진 것도 중요한 이유이긴 하다.( 이와 관련해 참석자 중 하나는 이런 말을 던졌다. "도대체 누가 어제 일어난 일에 더 이상 관심을 갖는단 말인가?")

결국 전문성에 있어선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 뒤지고,속보성에 있어선 블로거들에 미치지 못하며,신랄한 비판에 있어선 인터넷 논객들에게 미치지 못하는 신문이 설 자리가 마땅치 않다는 건인데,이런 주장에 대해 반박을 하기란 쉽지 않다.

reasoned cogency를 신문이 다시 정립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은 비록 해당 신문의 논조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도 끌어안거나 혹은 수긍하게 할 수 있는,그런 힘이 되게 때문이다.그리고 그것만이 신문이 자신의 길을 다시 모색할 수 있는 첫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게 난상 토론의 미약한 결론이었다.

그러면,신문은 미래를 위해,혹은 너무나 힘든 현재를 위해 어떻게 대비하고 싸워야 하는가? 원인이 그렇다치면,reasoned cogency를 쌓아가면 되는 것인가? 그런데 이것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 아닌가? 현실적으로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건가? 인터넷이나 새로운 미디어의 가능성에는 어떻게 대비하는 것이 좋을까? 이에 대해 몇가지 대안이 제기됐다.다음 글에서 정리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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