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월드(www.dadaworlds.com)라는 게 있었다. 1999년 한국에서 출시된 이 서비스는 가상세계를 구현했다. ‘세계 최초의 3D 가상세계 서비스’로 해외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다다월드는 우리가 현실에서 접하는 세계와 유사한 모습으로 가상의 공간을 만들었다. 이 가상의 도시에서 사람들은 물건을 팔 수도 있고, 모여서 대화를 나눌 수도 있으며, 자신을 치장하거나 사람들을 사귈 수도 있었다. 다다월드는 이후 등장한 세컨드라이프에 비해 컨셉트 측면에서 훨씬 먼저 개발됐고 실제로 서비스를 했다. 

<2000년 당시 다다월드의 모습. 삼성증권이 입점해 있었다.>

 다다월드를 만든 사람은 광운대 건축공학과 신유진 교수. 신 교수는 미국에서 들여온 3차원 채팅 프로그램에 건축 기술을 추가해 사이버 월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가상공간에 현실세계를 옮겨 실제로 생활과 상거래가 이뤄지게 하는 게 신 교수의 구상이었다. 그는 이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다른생각다른세상이란 회사를 세워 대표를 맡았다. 다다월드는 ‘정보기술(IT) 붐’에 힘입어 1년여 만에 회원(시민) 10만명을 달성했다. 2000년에는 400개 점포를 분양했는데 눈 깜짝할 새 다 나갔다. 분양가는 평당 10만원. 10평짜리는 100만원, 200평짜리는 200만원을 받았다. 삼성증권 외환카드 성도어패럴 등 대기업도 앞다퉈 사무실을 냈다. 한양대병원은 분원을 열어 가상세계에서 진료를 시작했고, 서울경찰청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사이버 파출소 설치를 추진했다.

 다다월드를 통해 사이버영토를 확장하겠다던 신 교수의 꿈이 무산된 것은 ‘IT 버블’이 꺼졌기 때문. 분위기가 급랭하자 계약을 했던 사업자들이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입주를 포기했다. 상담도 다 끊겼다. 먼저 입주해 사업을 시작한 사업자들도 슬금슬금 빠져나갔다. 다다월드 사이버 세상은 한순간 폐허로 변했다. 학교와 회사를 오가며 바쁘게 뛰어다녔던 신 교수는 교단으로 돌아가야 했다. 

 내가 그를 만난 것은 그가 다다월드의 서비스를 재개하기 위해 움직이던 2007년 무렵이었다. 당시 그는 터23이란 것을 구상하고 있었다. 다다월드는 가상의 세계였지만 터23은 보다 현실적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고자 했다. 하지만 터23 역시 뜻대로 펴보지도 못하고 도중에 접어야했다. 그리고 다시 6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세월이 흘렀어도 그는 여전했다. 가상세계에 대한 꿈을 버렸거나, 잊고 있지도 않았다. 공교롭게도 페이스북이 가상세계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한 시점이었다. 세계적인 기업의 움직임을 보면서 그는 자신의 선견지명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오랜만에 만난 그에게 다시 옛날 얘기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선, 과거에 대한 정리가 필요했다. 다다월드는 왜 도중에 좌초됐을까.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세컨드라이프도 결국 몰락하게 된 이유는 뭘까. 그리고 그는 왜 아직도 그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걸까.

 “다다월드가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을 때, 그 당시 투자를 받기 위해 벤처캐피털을 만났었어요. 처음엔 주당 2만원에 얘기가 오갔지만 나중엔 20만원 얘기가 나올 정도로 기업 가치가 크게 올랐었죠. 하지만 그 순간 벤처거품이 꺼졌고 투자를 하겠다는 곳이 순식간에 사라졌어요. 그렇게 한 순간에 모든 분위기가 변할 줄 꿈에도 몰랐던거죠. 투자를 받아야 할 시점에 투자를 못 받으니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질 못했고, 오래 버티기 힘들었습니다.” 신 교수의 설명이다.

 세컨드라이프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어떨까. 세컨드라이프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신 교수 역시 터23을 준비했었다. 다다월드의 업그레이드 버전이었다. 그런데 이것도 뜻대로 안됐다. 그리고 얼마 안있어 세컨드라이프마저 어려움에 빠졌다.

<세컨드라이프>

 “세컨드라이프도 결국 실패로 끝나는 것을 보면서 이런 생각마저 들더라구요. 가상세계는 역시 안되는 걸까. 어디가서 가상세계의 ‘가’자도 꺼내기 힘든 상황이 됐죠.”

 왜 안되는 걸까. 그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가상의 세계라는 것을 억지로 만드는 것에 집착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 그냥 사람들이 살아가고 뭔가를 할 수 있게 해 준다면 사람들이 모이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세계가 형성되는 것 아닐까.’ 이런 생각에 이르른 그는 ‘사람들을 모으게 하는 동인이 뭘까’에 생각이 미쳤다.  

 “어떤 경제적 이익이 있거나, 명예를 얻거나, 시간가는 줄 모르게 즐겁거나 하면 사람들이 모이지 않을까요. SNS는 명예나 소통의 욕구로, 게임은 재미있으니까 사람들을 끌어당기죠. 그런데 세컨드라이나 다다월드의 경우 정체성이 애매했던 것 같아요. 소통을 하기는 어렵고, 시간가는 줄 모르게 즐겁다고 하기엔 게임보다는 훨씬 그런 요소가 약했구요. 결국 게임의 외양을 하고 있는데 게임보다 재미가 덜하고 게임보다 퀄러티가 떨어졌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그가 생각한 것은 경제적 이익을 얻게 하자는 것. 그는 이것을 ‘소셜네트워크마켓(SNM)’이라고 이름붙였다. 사람들이 인터넷 상에서 물건을 팔 수 있고 이로 인해 직접 이익을 얻게 하자는 게 그의 구상. 

 자기가 갖고 있는 중고 물품을 판매할 수도 있고 중소기업이 만든 물건을 판매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할 수도 있다.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물건을 팔게 하면 이를 활용하기 위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인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물론 여기엔 판매자 뿐 아니라 추천만 해도 리워드를 받게 해 주는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누구나 물건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오픈마켓의 가상세계 버전’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네트워크를 극대화한다는 점, 그리고 추천만 해도 리워드를 받아 이를 통해 물건을 사고 팔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물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온라인 다단계 아니냐는 의혹을 극복해야 한다. 

 그의 새로운 구상은 과연 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까. 사실 그는 1999년부터 같은 생각을 해 왔다. 그것을 구체화하는 방법에서 차이를 보였을 뿐이다. 그가 그 당시에 얼마나 앞선 생각을 하고 이것을 실현했는지는, 이어진 세컨드라이프나 싸이월드, 페이스북 등의 행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다다월드나 세컨드라이프가 실패로 귀결됐던 것은, 결국 이 시스템이 유지되기 위해선 게임의 요소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인데 게임의 요소에 의존할수록 점점 현실과 괴리된다는 거였다. 가상세계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서는 생명력을 오래 가져갈 수 없다는 게 그가 세컨드라이프의 실패를 보면서 배운 점이라고 한다. 

 물론 실패의 원인을 다른 데서 찾을 수도 있다. 사람들이 가상세계에서 제2의 삶을 계속 영위하고픈 마음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것도 물론 원인이다. 다다월드를 만들었던 신 교수는 그래서 또 다른 대안을 찾고 있다. 그는 결국 사람들이 현실에서 살아가듯이 가상세계에서도 결국 제2의 삶을 살아갈 것이란 점을 굳게 믿고 있다. 다만 아직 그럴 만한 환경이 구축되지 않았고,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만한 강력한 유인책이 없었을 따름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신 교수는 “억지로 가상 세계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들어와 살으라고 할 게 아니라 사람들이 경제활동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게 하면 너도나도 들어오고 싶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우선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팔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이것을 통해 가상세계가 하나 둘 씩 만들어져 가는, 그런 방법을 이번에는 택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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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에 쓰여졌던 글입니다>

신유진 광운대 건축학과 교수께 안부 겸 전화를 했다가 내년초를 목표로 다다월드를 전면 개편한 서비스를 출시할 것이란 말을 처음 들었다.자세한 내용을 더 듣고 싶어서 광운대를 방문하겠노라고 하고 월계동에 있는 광운대 참빛관 10층 신유진 교수의 연구실을 찾아갔다.

 신 교수는 긴장과 흥분,기대와 걱정이 교차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다다월드로 한 번 실패를 겪었던지라 그 시절의 악몽이 다시 기억날 법도 하다.먼저 그에게 7년 전의 상황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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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23에 대해 설명하는 신유진 교수>

-다다월드가 사실상 문을 닫은지 벌써 7년이 지났다.
 “다다월드 오픈했을 때 3개월여 만에 회원이 10만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두 달만에 가상 세계의 건물 200여 곳에 대한 분양 대금으로 6억원이 현금으로 들어왔다.매달 현금을 벌 수 있는데 굳이 증자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그게 패착이었다.당시 삼성증권에서 주당 3만원(액면가 5000원)으로 하면 이틀 새 100억원을 끌어오겠다고 제안했었는데 호통을 치고 쫓아냈었다.

 1999년말에는 아무 수익도 없는 벤처기업도 주당 가격이 40-50만원씩 하던 시절이어서,수익성이 있는 사업이 그 정도 가치 밖에 안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최소 수십만원은 받아야겠다고 마음먹었고 그 당시엔 현금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에 증자에 성급할 필요도 없었다.그런데 몇 개월 안 가서 IT버블이 꺼져버렸고,모든 투자자들이 등을 돌렸다.줄을 서서 대기했던 사람들이 모두 투자도 안하고 다다월드에 입점도 안 하겠다고 통보를 해 왔다.정말 눈 깜짝할 새 일이었다.

 당시 직원이 벌써 70명이었는데 자본금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었겠나.그 뒤로 6개월 버틴 게 한계였다.계약하겠다고 하고,도와주겠다고 했던 사람들도 막상 IT버블 꺼지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되자 싹 다 돌아섰다.그 사람들을 이해는 했지만....참으로 힘들었던 시기다.”

그는 잠시 말을 중단하고 옛날 기록들을 보여줬다.프로젝터로 스크린에 비춰 1999년과 2000년 국내외 언론에 보도됐던 다다월드 관련 기사와 방송을 하나씩 끄집어냈다.1999년에 이미 다다월드는 세컨드라이프 이상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국내외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던 시기다.당시 인터넷,닷컴이라는 말만 나오면 묻지마 투자가 이뤄지던 시대적 분위기도 한 몫 했을 거다.

-다다월드를 다시 부활시킨 이유는.
 “앞으로는 가상현실세계를 지배하는 자가 진정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자가 될 것이다.우리가 제일 먼저 가상 세계를 구축했지만 실패하는 바람에 세라에 주도권을 내주게됐다.다행히 세라는 현실에서 못하는 일을 한다는 식으로 개념화돼 비즈니스적인 측면이 약하다.도박과 섹스의 천국으로 변질되는 등 문제점도 많다.아직은 린든랩도 세라를 활용해 무엇을 어떻게 할 지 생각을 못하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아직까진 다행히도 구글이나 MS처럼 글로벌 거대 기업이 가상세계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움직임도 별로 없다.나는 여기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마지막으로 우리가 다시 도약할 수 있다면 그것은 지금 뿐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터23이 세라와 다른 점은 뭔가
 “세라보다 그래픽이 훨씬 좋고 사용자 편의성이 뛰어나고,이런 것들은 다 부차적인 부분이다.터23은 21세기형 미래 도시를 가상의 공간에 세우는 것이다.그냥 제2의 삶을 산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그냥 심심풀이나 자극거리를 찾으로 들어오는 공간이 아니라 진짜 비즈니스가 열리는 곳이다.어찌보면 첫번째 삶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으며 자신의 실제 삶에 영향을 미친다.”

-‘터23’이란 이름에 어떤 의미가 있나.
“다다월드 이름이 안 좋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문 닫아(다다)’와 발음이 유사하다는 것이다.그래서 이번에 공간을 터 보자고 생각했다.23세기를 지향한다는 뜻에서 23을 붙였다.이미 준비는 끝마쳤고 투자자들과 서비스 개시 시기를 놓고 협의중이다.영어와 한국어 2개 국어로 매뉴얼을 구성해 서비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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