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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13 숙적 (6)

숙적

책 다시보기 2008.10.13 17:31 Posted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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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적'은 지금은 고인이 된 일본 작가 엔도 슈사쿠의 1985년 작품이다.나는 for book 사가 올 8월에 출간한 번역본을 최근에 구입해 읽었다.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순전히 엔도 슈사쿠라는 작가 때문이다.엔도슈사쿠의 '숙적'이 드디어 우리나라에서 번역돼 출간됐다는 소식을 듣고,바로 서점으로 뛰어가 2권으로 구성된 이 책을 사가지고 와서 단숨에 읽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야스메 소세키 등 일본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이 많지만 나는 나 나름의 기준으로는 엔도 슈사쿠를 최고의 작가로 치고 있다.아마 그의 작품이 유달리 감동을 주기 때문인 것 같다.삶에 대한 철학이나 종교관,문체 등등이 유난히 더 잘 와닿는 까닭도 있다.어쨋든 그의 작품은 나를 단 한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재미와 감동 그리고 책을 읽고 난 뒤 한참동안 사색에 잠기게 하는 것까지 일관되다.

내가 처음 접한 그의 작품은 '침묵'(1966년) 이었다.2001년 아는 분이 나에게 이 책을 선물해 주면서 처음으로 엔도 슈사쿠란 작가를 알게됐다.그리고 그에게 빠져들었다.나는 이 책을 즉시 당시 사귀고 있던 여자친구(지금의 아내)에게 선물했고 나랑 정서 코드가 비슷한 아내는 당시 '침묵'을 2001년에 자신이 읽은 최고의 책으로 꼽은 바 있었다.

그의 책의 가장 큰 특기는 사람의 심리 묘사다.심리 묘사가 너무도 생생해 읽다보면 내가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전지적 작가 시점을 주로 사용하지만 느닷없이 작가가 1인칭으로 개입해 재미를 주기도 한다.

'날은 저물고 길은 멀다','깊은 강','삶을 사랑하는 법','회상' 등 그가 쓴 수많은 책 중에서 극히 일부만 한국에서 번역,출간돼 있지만 어느 것 하나 그냥 지나칠 작품이 없다.엔도 슈사쿠는 본인이 카톨릭 신자였고 신과 인간의 조우를 자신의 삶 뿐 아니라 작품에서도 가장 중요한 소재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종교 서적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하지만 그의 작품은 대부분 종교가 없는 사람이라도 어떤 대중 소설보다 재밌게 느끼도록 만들어졌다는 것 때문이 주목을 받았다.

작가 소개때문에 얘기가 길어졌지만 본론을 얘기해보자.
혹시 인생에 걸친 '숙적'이 있는가? 아니면 준 것 없이 미운 사람이나 괜히 첫 만남부터 호의를 갖게 만드는 만남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가? 그런 경험이 한번이라도 있다면 이 소설은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다.

'숙적'은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침략했던 왜군의 두 선봉장 고니시 유키나가(소서행장)와 가토 기요마사(가등청정) 두 사람의 이야기다.하지만 좀 더 분명하게 말하면 이 책의 주인공은 4명이다.1권의 주인공은 임진왜란의 주범인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고니시,가토 세 사람이고 2권은 고니시와 가토 그리고 고니시의 안사람인 이토가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이 소설이 한국인에게 재밌는 것은 임진왜란에 대한 일본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이 소설에서 왜군들이 이순신 장군에 대한 공포 못지 않게 내재적으로 질 수 밖에 없었던 한계를 안고 조선 침략에 나섰다는 것이 소설 전체에 생생하게 실려 있다.

오다 노부나가,도요토미 히데요시,도쿠가와 이에야스 등 전국시대 3대 명장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되는 '대망'을 읽어본 사람에게 고작 임진왜란 선봉장인 두 장수의 이야기를 그린 '숙적'이 싱거울 수 있다.하지만 '숙적'은 대망보다 더 피부에 와 닿는 현실적인 이야기다.거창한 영웅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나에게 닥쳐올 수 있는 삶의 선택의 자리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가토와 고니시가 평생에 걸쳐 벌이는 숙명의 대결도 흥미롭다.전혀 다른 기질의 두 사람이 계속같은 길을 걸어가면서 마주칠 수 밖에 없는 것도 그렇고 알면서도 종말을 향해 치닫는 대결의 모습 역시 관심을 끈다.

카톨릭 신자였던 엔도 슈사쿠는 고니시에 상당한 무게를 실어 글을 썼지만 책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것은 역시 독자의 몫이다.남자답고 강인하며 단순한 가토에게 훨씬 끌리는 독자도 있을 것이고 세심하고 유약하지만 심지가 굳고 고집스럽게 자신의 길을 지켜간 고니시가 끌릴 수도 있다.운명은 고니시로 하여금 패배자의 길을 걸어가게 했지만 고니시의 총명한 아내 이토는 결국 남편 평생의 숙적인 가토 기요마사를 쓰러뜨리게 된다.과연 이 두 숙적의 대결에서 승자는 누구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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