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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6.30 한국의 스타트업-(162)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 (1)

‘그래! 바로 이거야!’

토스(Toss)라는 서비스를 처음 접했을 때 든 느낌은 딱 이랬다. 정말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일상 생활 속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행동이지만 할 때마다 불편하고 귀챦기 짝이 없는 일을 편하게 해결해 주는 것이 바로 이런 서비스란 생각이 들었다.

토스는 쉽게 말해 계좌이체를 모바일에서 아주 쉽게 할 수 있게 해 주는 그런 앱 서비스다. 그런데 이게 기존에 나와있던 모 통신사의 주머니(Zoo Money) 이런 것들과는 편리함이라는 측면에서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 더 놀라운 것은 이것을 만든 사람이 치과의사 선생님이라는 것. 이번 주인공은 토스를 만든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다.

◆창업에 뛰어든 치과의사

요즘 의사 선생님들을 이 코너에 소개하는 사례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통계를 뽑아보진 않았지만 창업을 하는 의사선생님들에게 분명히 어떤 흐름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승건 대표는 서울대학교 치대를 졸업하고 실제 치과의사 생활을 했던 의사선생님이다. 01학번인 이 대표는 2007년 서울대 치대를 졸업하고, 삼성의료원에서 6개월, 민간 장애인 병원에서 6개월의 인턴을 거쳐 이 후 3년 동안 공중보건의로 군 생활을 대신하게 된다. 

 사실 그를 만나면 아마도 누구나 이런 질문을 먼저 할 듯 싶다. “아니, 치과 의사가 왜 그 좋은 직업을 놔두고 아무 상관도 없는 분야에서 창업을 했나요?”

 “물리학이나 철학 이런 것을 공부하고 싶었어요. 고등학교때 그랬죠. 대학도 그런 쪽으로 가고 싶었는데, 집안 형편상 빨리 돈을 벌 수 있는 그런 전공을 택해야 했어요. 집안 사정이 아주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치대를 갔죠.”

 그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여러가지로 재능이 있었던 것 같다. 중학교때는 프로그래밍 대회에 나가기도 했단다. 그런데 꼴등을 하는 바람에 좌절하고 그 뒤로 그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하는데. 그리고 결정적으로 20대가 되서 환경이 달라지면서 그는 또 다시 고민에 빠지게 된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갑자기 집안 형편이 폈어요. 제가 돈을 빨리 벌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되는 그런 상황이 된 거죠.”

 그래서 그는 스물셋부터 뭘 하고 살까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막연하게나마 그가 생각한 것은 만날 수 없는 범위의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싶다는 것. 의사는 내가 만나는 소수의 사람들을 위해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지만, 그는 더 폭넓은 활동을 하고 싶다는 거였다. 

 “기술혁신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 그런 걸 처음 생각하게 됐어요. 그 당시에. 공보의 기간 중에 독서모임을 가지면서 생각을 많이 했죠. 그리고 제대하고 아이폰을 써보고 무릎을 쳤어요. ‘이런 게 세상을 바꾸는 거구나!’하고 말이죠.”

 제대하고 선배가 하는 치과병원에서 일하던 그는 2011년 4월, 약 4년간의 의사생활을 뒤로 하고 드디어 결심, 개인사업자로 등록하면서 사업가의 첫 발을 내딛었다.

◆Ghost protocol

2011년 준비 기간을 거쳐 그가 처음 내놓은 것은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2012년 선보인 ‘울라블라’는 구상 단계에서 당시 스타트업 컨퍼런스인 제 1회 비런치(beLaunch)에 나가 Top20에 뽑히기도 했다. 그런데 이 서비스는 어떻게 됐을까. “페이스북이 친구 태깅을 할 수 있게 하면서 그냥 정리됐어요. 사실 지금은 SNS들이 다 할 수 있는 그런 서비스이지만, 당시엔 일종의 틈새 시장으로 나왔던 거거든요.”

 카카오톡과 채팅플러스 제휴를 맺기도 했고, 2013년에는 설문조사 앱을 만들기도 했다. (그는 집단 투표 앱이라고 설명을 했는데, 내가 듣기엔 주로 정치적인 이슈에 대한 설문조사앱으로 보였다.) 아이디인큐가 만든 오픈서베이의 좀 덜 심각한 버전이라고나 할까. 다vote for Kakao. 카카오톡에서 작동하는 앱이었다. 

 예를 들어 일본 극우 정치인의 발언이 문제가 됐을 때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한다든지, 국내 정치인의 처신이 도마위에 올랐을 때 이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알아볼 수 있는 그런 앱이다. 그룹투표라는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사실은 특정 주제에 대한 대중의 생각을 들어보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카카오톡이라는 대형 메신저를 통해 서비스를 했는데도 초기 반응에 비해 성장세는 신통치 않았다. 20만명이 넘는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순항하는가 싶었지만 돈이 되질 않았다. 카카오톡과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경우가 많아지면서 다른 서비스에 의존해서 성장해야 하는 숙명적인 어려움도 겪었다.

 잇따라 실패를 겪으면서 그의 마음은 복잡해졌다. 애시당초 그가 도전했던 서비스들을 보면 소비자들이 원하는게 무엇인지가 분명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모바일에서 뭔가 세상을 바꿀 만한 것을 해보고 싶었고, 자신이 보기에 재미있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시도했지만 시장의 반응이 없었던 것이다.

 이 때 상당히 힘들었을 것 같다. “엔지니어들이 힘들어했죠. 정말 뭐라도 만들고 싶은데 할 게 없었으니까요. 그렇다고 계속 사람들이 좋아하지도 않는 그런 서비스를 만들고 있을수도 없었죠.”

 여기서 그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문득 내가 하고 싶은 것 위주의 사업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대목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게 뭘까. 이걸 생각해보기 시작한 거죠. 그걸 찾아보자.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자고 말입니다.”

 그때부터 그는 ‘Ghost protocol’이라는 암호명같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아이디어를 무작정 모으는 거였다. “한달 반 정도 시간을 투자했어요. 아이디어 100개를 모았죠. 그 중 여덟개가 사업화할 만한 아이디어더라구요. 그래서 일주일만에 다 만들어서 일주일 동안 테스트를 해 봤어요. 그런데 이것 역시 다 안됐죠. 여덟개 중 마지막 아이디어가 토스였어요.”

 토스는 제품을 만들어보지도 못하고 실험용 홈페이지만 오픈한 상태로 사람들의 반응을 보기로 했다. 이게 2013년 12월.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이 상당했다. 어? 이거 되겠는걸? 이런 뜨거운 반응은 처음이었다. 연초 클로즈베타서비스를 거쳐 3월초 오픈베타를 시작했다.

<비바리퍼블리카 창업멤버들. 가운데가 이승건 대표. 예전에 찍었던 사진을 받았더니...다들 좀 더워보인다.>

◆금융에 서비스 마인드로 접근

토스는 서비스를 출시한 뒤 매 주 50%씩 성장했다. 그는 처음부터 기존의 실패 경험을 헛되이 하지 않도록 비즈니스모델도 갖고 시작했고, 철저하게 사람들의 어려움을 해소해주는 그런 서비스로 만들었다. 

 토스는 간단히 말해 계좌이체서비스. 그런데 이런 서비스들은 이미 기존에 많이 있다. 모든 은행들이 인터넷뱅킹을 통해 계좌이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지인들간에 돈을 편하게 보내기 위해 이통사들이 만든 이체 서비스도 이미 시중에 나와 있었다. 그럼, 토스는 어떻게 뜰 수 있었을까.

 뜻밖에 비결은 매우 단순했다. 그냥, 사람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것을 해소해준 것이다. 계좌이체를 해 본 사람들은 안다. 큰 돈을 보낼때는 상관없지만, 매달 내는 가스비, 통신비, 전기료, 각종 곗돈, 회비 등 몇만원 또는 몇천원 단위의 비교적 소액의 금액을 보낼 때마다 온갖 보안프로그램 깔고 은행 홈페이지 들어가서 수많은 번호 입력하고 돈을 보내는 게 얼마나 불편한지를... 

 이걸 편하게 해준답시고 나온 이통사들의 이체 서비스는 더 복잡하기만 했다. 포인트나 캐시 이런 것을 따로 구매해서 현금이 아닌 이런 포인트를 보내는 방식을 쓰고, 게다가 나 뿐 아니라 상대방도 앱을 반드시 깔아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하니 쓰는 사람이 늘어날 턱이 없다. 돈 한번 주고받으려면, 이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게다가 상대방에게 앱 깔으라고 연락하고 보내야하니...

 토스는 이 모든 과정을 터무니없다 싶을 정도로 단순화했다. 금액을 입력하고, 받을 사람 계좌번호를 입력하고 보내기 버튼만 누르면 끝난다. 당연히 사람들의 반응은 열광적이다.

 여기서 잠깐! 보안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이승건 대표는 은행이나 결제업체들과 계약을 체결해 그들이 보안을 담당하고 비바리퍼블리카와 토스는 간편한 계좌이체라는 서비스 영역만 맡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받는 사람이 앱을 깔 필요도 없다. 받는 사람 계좌번호를 몰라도 상관없다. 이 경우 문자메시지로 보내는 돈에 대한 내역이 전송되고, 이걸 받은 사람이 스스로 자신의 계좌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계좌로 돈이 들어오게 된다. 이 서비스는 오픈베타를 끝내고 현재 서비스 고도화 작업을 하고 있다. 7월말께 정식 서비스를 오픈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기존 서비스들이 금융업 마인드로 접근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분석했다. 계좌이체는 분명히 금융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상 생활이고 이에 대한 서비스로서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터넷기업이 서비스 마인드로 접근하면 훨씬 더 잘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그리고 이런 판단은 적중했다.

 “계좌이체는 UX나 화려한 디자인, 이런 문제가 아닙니다. 프로세스를 바꿔야 사람들에게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거죠. 아주 단순하면서도 확실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면 됩니다. 그런데 기존 서비스들은 너무 복잡하고 진입장벽이 높아 사용자들이 쓰려고 하다가 포기하게끔 만들었죠.”

 계좌이체는 은행들이 돈을 버는 주요 수단 중의 하나인데, 은행이나 금융업체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이런 거대기업들을 상대로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은행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죠. 하지만 은행들 역시 이런 부분을 오랫동안 고민해왔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솔루션을 제공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서로 협력할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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