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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2.29 한국의 스타트업-(222)카팜(Car Farm) 박도일 대표

중고차 시장은 그 어떤 시장보다 불신의 장벽이 높은 시장이다. 거래를 하고 나서 누구라도 뭔가 속았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물론 신차나, 휴대폰 구매 시장도 그런 측면이 다분히 있지만 신차나 휴대폰 구매의 경우엔 속았다는 느낌이 가격에만 적용된다. 즉 가격적인 손해만 보면 된다. 그런데 중고차에서는 품질에 대한 불신의 벽도 굉장히 높다.

이처럼 가격과 품질에 대한 불만, 불신이 팽배한 시장이지만 거래는 엄청나게 이뤄진다. 불편하고 불투명하기 짝이 없는 중고차 시장의 거래규모가 신차 시장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의 중고차 등록 대수는 346만대에 달했다. 167만대에 불과한 신차 등록 숫자의 2배를 뛰어넘는다. 중고차를 사고 파는 수요는 많은데 과정이 너무 불편하고 신뢰가 바닥이다. 불만이 곳곳에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를 바꿔보려는 시도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대부분 기존 딜러들에 의한 거래 관행에 의존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에 소개하는 카팜은 딜러를 배제한 중고차 거래 시스템에 도전하고 있다. 재미있는 시도다.

신차 딜러에서 중고차 매매상으로

카팜의 창업자 박도일 대표는 푸조와 아우디, BMW 등 수입자동차 업계에서 딜러로서 일을 시작했다. “2005년에 처음 시작해서 2011년까지 수입자동차 업계에 있었어요.”

수입자동차의 국내 판매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할 때쯤 그는 그 업계를 떠난 것 같다. 그쪽 분야에서 별로 비전을 찾기 힘들었다는 설명. 최연소 과장이 되고, 항상 해당 브랜드의 전국 판매순위 10위 안에 들 정도의 실적을 냈지만 영업이 설 자리가 없어져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영업맨이 가져가는 마진이 점점 줄어들고, 영업을 열심히 하는 메리트가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한 것 아닐까.

그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세일즈맨이라는 자신의 직업 자체에 회의를 느꼈다고 한다. “세일즈라는 직업이 언젠가, 그것도 좀 빨리 대체될 것 같다는 게 제 생각이었죠. 영업직이 미래에 사라질 것 같았어요. 꼭 신차 판매쪽이 아니더라도. 보험이든 뭐든. 핵심적인 것은 기술로 다 커버가 가능하고. 점점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듣고 뭔가 물건을 구매하는 것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요즘에 보면 BMW는 차에 대해 설명만 해주는 월급 직원을 뽑아서 배치하고 있습니다. 차 판매 실적 부담이 없는 직원이에요. 손님에게 차를 사라고 강권하지도 않죠. 그냥 친절하게 설명만 해 줘요.”

자동차도 그렇고, 보험도 그렇고, 전부 시장에 정보의 비대칭과 불확실성이 큰 분야다. 손님이 딜러나 영업사원을 잘 신뢰하지 않을뿐더러 분쟁이 잦은 영역이다. 어느 순간 이런 분야에서 영업맨이라는 중간의 과정이 불필요한 과정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게 그의 예상이었다.

어쨌든 그는 그래서 중고차 시장으로 들어왔다. 물론 중고차 시장으로 넘어온 가장 큰 이유는 더 돈을 벌 수 있을 거란 생각때문이었다. “신차는 사실 사람들도 브랜드를 보고 사고, 영업사원도 브랜드에 힘입어 매상을 올립니다. 차가 잘 되도, 잘못되도 다 브랜드 탓이죠. 그런데 중고차는 그렇지 않아요. 영업사원의 역할이 크고, 매우 중요합니다. 세일즈맨에게 돌아가는 책임도 훨씬 크고요.”

중고차 분야에 와서도 그는 승승장구했다. 차 영업을 하면서 비교적 꾸준히 계속해서 성공 가도를 달려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교만해지고, 세상에 겁 날 게 없다는 생각도 했다고. “저는 밖에 나가서 막 계약을 갖고 들어오고 그럼 직원들이 이것을 처리하느라 바쁠 정도였어요. 정말 일이 잘 풀렸죠.”

중고차 매매를 한 지 3년이 채 안된 시점에서 일이 터졌다. 대금을 떼이는 일이 발생한 것. 그 때까지 그런 일은 상상조차 못했지만, 수억원대의 돈을 떼이고 빚까지 지게 됐다.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한국형 비피닷컴

어려움이 닥치자 그는 다시 처음의 문제 의식으로 돌아왔다. 결국 딜러로 지내는 삶이 비전이 없을 것 같다는 문제 의식. 그렇다면 자신도 기존 중고차 매매상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또 다른 중고차 매매상이 되는 것 보다는 다른 시장을 창출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시장을 완전히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에요. 다만 다른 길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거죠. 차 공유 서비스가 확산된다고 기존 렌트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쟎아요. 차를 공유하는 새로운 시장이 생긴 거죠.”
중고차 매매 과정의 불편함과 불신,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그가 찾은 것은 기존 딜러(중고차 매매상)들과의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는 방식이 아니었다. 이 비용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 “중고차 딜러들도 먹고 살아야 하쟎아요. 여기서 비용을 줄이려면 딜러들 마진을 줄이는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딜러들도 힘들어지죠.”

중고차 딜러 출신이어서 그럴까. 그는 기존 중고차 딜러들과 경쟁해서 그들의 시장을 가져오는 방식은 선택하지 않겠다고 했다. 어차피 그 쪽 시장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있을 것이란 판단. 대신 그는 소비자들간의 직거래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뒀다. 기존 중고차 딜러 없이 거래하돼, 딜러와 연계해서 하는 서비스처럼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즉 직거래 시장의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이다. 그래서 카팜을 만들면서 직거래 도우미라는 컨셉을 가져왔다.

그의 이런 생각은 미국 중고차 매매업체 비피닷컴(www.beepi.com)과 상당 부분 유사하다. 비피닷컴은 온라인 중고차 거래 사이트인데, 기존 딜러를 통하지 않고, 구매자와 판매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한 서비스다. 더 비싼 값에 팔고, 더 싼 값에 살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정책을 모토로 성장하고 있다. 차량을 맡기면 30일 이내 책임판매를 보장해준다. 얼마 동안 걸릴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매수인과 매도인이 만날 필요도 없다. 딜러를 상대할 필요도 없다. 모든 과정을 비피닷컴이 다 알아서 해 준다. 그런데도 기존의 딜러를 통한 방식보다 더 차를 비싸게 팔 수 있고, 구매자 입장에서는 싸게 살 수 있다. 운행 이력 보고서는 당연히 기본적으로 제공되고, 차를 판매하겠다고 내놓은 사람도 차가 팔릴 때까지 그냥 차를 타고 다닐 수 있다.

사실 비피닷컴의 가장 큰 장점은 강력한 환불보장 정책이다. 강력한 환불보장 정책 때문에 매력도가 크게 상승해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구매자가 구매 후 마음에 안들면 무조건 차 구매 비용을 환불해준다. 차를 사면서 들어간 각종 운송비 등도 다 돌려준다. 구매후 10일이 지나지 않았고 1000마일 이내로 자동차를 이용했다면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든, 지난밤 꿈자리가 뒤숭숭했던, 이유 불문하고 환불을 받을 수 있다. 환불을 했다고 해서 차량 판매자에게 다시 돈을 받아내는 것도 아니다. 자기가 떠안고 알아서 판매를 진행한다. 정말 엄청난 서비스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환불 정책을 실시하는데도 미국에서 비피닷컴에 실제로 접수되는 환불 요청은 1% 미만이라고 한다. 그만큼 품질에 대한 까다로운 통제가 있기에 가능한 시스템이다.

물론 카팜이 한국형 비피닷컴을 지향한다고 해도 강력한 환불보장 정책은 도입하기 힘들다. 일단 취득세 등 차량 구매시 붙는 세금 문제 때문이다. 하지만 품질에 대한 까다로운 검수와 소비자 편의 조치는 비피닷컴 수준으로 하겠다는 것.

결제까지 해결한다

기존 직거래 방식은 딜러를 통해서 거래하는 것에 비해 금전적인 이득이 더 있다는 것 외에는 전부 단점 투성이다. 일단 시간이 많이 걸리고, 온갖 서류작업 등 불편을 감수해야 하며, 최종적으로 상대방을 신뢰하기 힘들다는 문제까지 있다. 서류 작업 및 차량 보증 문제를 해결해주고 결제까지 안전하게 해 주면 직거래의 문제가 상다부분 해소된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거래가 늘어나면서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라는 판단.

온라인에서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사이트를 만들기로 한 박 대표는 생소한 IT(정보기술) 분야의 창업에 도전하기 위해 패스트트랙아시아(FTA)의 패스트캠퍼스에서 창업 관련 수업도 들었다. 물론, 함께 창업할 사람을 만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다행히 그는 패스트캠퍼스에서 선데이토즈와 로켓오즈에서 개발을 했었던 엔지니어 박순우를 만났다. 신민호, 정준모 등이 합류하면서 창업 멤버가 갖춰졌다.

<카팜 창업자 박도일 대표(오른쪽)와 박순우 CTO>

카팜은 기존의 중고차 매매상들처럼 차량을 매입하지 않고, 판매자와 구매자를 직접 연결, 중고차 유통이윤을 뺀 금액으로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최대한의 금전적 이득이 갈 수 있도록 조율하는 게 핵심이다. 비피닷컴과 마찬가지로 카팜이 사실상 중개업체, 즉 딜러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차량을 미리 매입하는 방식을 쓰지 않는다는 것. 그러다보니 고정 비용이 적게 발생하기 때문에 마진을 낮추고도 판매자와 구매자에게 이득을 돌려줄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박 대표는 카팜의 시세분석 결과 평균적으로 판매자는 중고차 매매상에 판매할 때보다 약 7~9%의 높은 금액으로 판매할 수 있고, 구매자는 5~6% 정도 저렴한 금액으로 중고차 거래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량 판매 신청이 들어오면 중고차 성능진단평가사를 통해 정밀 점검, 가격을 제시하고 이 가격에 판매될 수 있도록 구매자를 찾아주는 것이다. 1월에 카팜(www.carfarm.kr)시범서비스를 시작했고 34일에 정식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카팜은 다만 거래시 약간의 수수료만 받을 예정이다. 현재 중고차 거래에서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딜러가 개입되면 10%에서 15%까지 가격 차가 발생하는 것에 비해 카팜은 1.5% 안팎의 수수료만 받는 것을 모델화하고 있다.

그는 성장을 위해 금융부분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지금의 구조에서는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관리 직원의 숫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고차 구매에서 불편함을 해소해주게 되면 궁극적으로 남는 문제는 금융이기 때문이다.

현재 딜러를 통해 거래하더라도 카드 결제를 하면 수수료율이 무려 8.8%에 달한다. 때문에 대부분 현금이나 캐피탈 할부금융으로 결제를 하는데 이자율이 터무니없이 높다는 게 그의 분석. 카드결제나 캐피탈사를 통한 할부금융에서 이자율과 수수료율을 현실화할 수 있으면 금융 부분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편의가 완성될 것으로 보는 것. 아울러 카팜도 인력 구조가 끝없이 비대해지는 걸 막고 거래 규모 성장을 통해 회사가 발전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카팜에서는 계약금만 카드 결제를 하고 나머지는 가상계좌를 통해서 계좌이체를 진행하고 있다.

사실상 딜러의 역할을 하고, 딜러나 마찬가지이지만 기존 딜러와 직거래의 장점을 결합한 케이스다.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는 영업을 하지 않고, 차를 매입하지도 않습니다. 정확한 가격을 제공하고 안전한 거래가 이뤄지도록 도와주며, 모든 최종 결정은 소비자들에게 맡깁니다. 대신 거래 안전을 보장하고 차량 구매시 일정 기간의 보증도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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