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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0.31 한국의 스타트업-(100)타파스미디어 김창원 대표 (7)

별명은 슈퍼맨. 별명처럼 한국인같지 않은 외모가 우선 눈에 띈다. 미국인을 연상케 할 정도의 큰 덩치에 안경을 쓰면 선해보이지만 안경을 벗으면 갑자기 인상이 부리부리해진다. 타파스미디어를 최근 설립한 김창원 대표는 아블라컴퍼니 노정석 사장과 함께 과거 태터앤컴퍼니 공동 대표를 지내다가 구글에 회사를 매각한 뒤 구글에서 3년반 정도 일을 했다. 태터앤미디어는 구글이 아시아에서 인수한 유일한 벤처기업이기에 그와 그의 회사도 제법 유명세를 탔다. 

 그가 새로 시작한 타파스미디어는 미국에 설립한 미국 법인이다. 하려는 사업이 독특하다. 한국에서 태동해 특화된 웹툰이라는 장르의 세계 진출이라는 다소 색다르고 엉뚱한 그런 목표를 갖고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지만 한국의 웹툰 문화를 갖고 미국을 포함한 해외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보겠다는 포부다. 싸이가 자신이 만든 스타일의 음악을 들고 세계 무대로 나가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것과 비교해볼 수 있을까.

◆세계적인 기업에서 일을 배우다

김창원 대표는 원래 서울대에 입학했지만 졸업은 하지 않고 얼마 안 있어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미시간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 물리학과에 입학한 그는 졸업후 삼성전자에 취직했다.

 삼성전자에서 그가 일한 곳은 무선사업부. 글을 쓰기 좋아하는 그는 삼성전자에 근무하면서 틈틈이 잡지 등에 글을 기고했는데 통신 기술과 무선인터넷의 발전 방향에 대해 쓴 그의 글을 읽고 그를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김창원 대표는 글을 맛깔나게 재미있게 쓰는 편이다. 평소 대화할 때 드러나는 기묘한 유머감각이 글에도 배어 있다.) 인젠을 창업했고 태터앤컴퍼니를 만든 아블라컴퍼니 노정석 사장이었다. 당시 노정석 사장은 두번째 창업인 젠터스에서 쓴 맛을 보고 SK텔레콤 ‘대리’로 근무하고 있었다. 

 무교동의 한 낙지집에서 만나 식사를 함께 하며 대화를 나눈 두 사람은 금방 친구가 됐다. 벤처업계 젊은 벤처인들 사이에서 형님뻘로 통하는 노정석 사장은 평범함과는 완전한 극단에 있는 인물인데, 이런 사람과 만나자마자 대화가 통하고 친구가 됐다는 점에서 김창원 대표 역시 만만치 않은 인물임은 분명한 것 같다.

 그때 만난 인연은 계속 이어졌다. 뜻이 통한 두 사람은 태터앤컴퍼니에서 다시 만났다. 2005년말 노정석 사장이 태터앤컴퍼니를 창업하고 2006년 김창원 대표가 이 회사에 공동 대표로 합류한 것이다. 두 사람의 만남과 의기투합은 좋은 결말을 맺었다. 2008년 태터앤컴퍼니를 구글이 인수하면서 이 회사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구글이 인수한 벤처기업’ 이 됐다. 

 그 뒤로 한동안 김창원 대표는 구글에서 일했다. 2년여 구글코리아에서 PM(프로덕트매니저)로 있었고 2010년 이후엔 구글본사로 넘어갔다. 본사에서 블로그&닷컴의 서비스기획과 리뉴얼을 담당하였으며, 구글플러스 프로젝트의 PM이자 유일한 한국인 멤버로 활약했다.

◆웹툰에 빠져 창업을 꿈꾸다

그가 아마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그 좋은 회사를 다니다 왜 창업을 하겠다고 뛰쳐나왔냐?”는 걸거다. 아무리 예상했던 일이라고 할 지라도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창업을 고민하던 시점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직장으로 손꼽히는 구글에 다니고 있을 무렵. 구글코리아에서 2년을 일하다 본사로 건너갔기 때문에 “회사에 다시 입사한 것 같았다”고 회고할 정도로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살았다고 한다. 미국에서 공부를 했고 외국계 기업에서 일해왔고 영어를 구사하는데 문제가 없었지만 그래도 그는 한국인. 한국 사람이 외국 회사의 본사에서 일하는 게 녹록했을 리 없다. 더군다나 경쟁이 치열한 구글이니. 

 본래 그는 만화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학창 시절 남들이 흔히 보던 유명 만화가들의 작품도 그는 전혀 접하지 않았다. “저는 만화책을 즐겨 보고 그런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웹툰은 즐겨보게 됐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한 방법으로 그가 웹툰을 보게 된 것은 아닐까. 만화책과 달리 웹툰은 호흡이 짧으면서도 시대상을 반영하거나 그날그날의 이슈가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픽보다는 스토리 구성에 더 강점이 있는 게 웹툰이기도 하다. 기묘한 유머감각을 갖고 있는 김 대표로서는 기존의 만화보다는 재치가 넘치고 시대의 이슈가 반영된 웹툰이 더 맞았을지도 모른다. 하여간 생전 만화를 안 보다 어느 날 갑자기 웹툰을 열심히 보는 자신을 보면서 김 대표 스스로도 놀랐다고 한다. 그가 가장 열심히 찾아본 것은 야후코리아에서 제공하던 웹툰서비스. 

 “웹툰을 너무 자주, 많이 보면서 한편 느낀 것은 약간의 허탈감이랄까. 왜 그런 거 있쟎아요. 만화를 너무 열심히 보고 나면 한편으로는 스트레스도 풀고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 내가 괜히 시간 낭비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고. 할 일도 많은데 말이죠. 그러다가 어느날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아 웹툰을 보면서 시간낭비하지 않는 방법이 있다! 웹툰으로 사업을 해보면 되겠구나!’ 그래서 이 분야를 알아보기 시작했죠.”

 그가 발견한 것은 웹툰이라는 장르는 한국에서 시작해 한국이 키워낸 놀랍고 혁신적인 IT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이라는 것. 하지만 한국의 시장 상황은 썩 좋지 않았다. 네이버 다음 등 극소수 포털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고 이들이 국내 시장에 안주한데다 독점 구조라서 성장이나 해외 진출에 대한 의지도, 계획도 없는 상황이었다. 미국은 웹툰 시장이 전무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지만 웃음과 재미라는 코드는 어차피 모두 같은 법. 형식이 문제가 아니기에 점차 웹툰 방식의 서비스를 하려는 업체들이 생겨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한국이 원조인, 희귀한 분야인데 뺏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동지들을 규합했다. 

◆웹툰으로 세계시장에 새로운 한류 모델 만든다

그의 이런 열정과 준비태세를 보고 UC 버클리 하스 스쿨을 졸업한 장영준씨가 CCO(최고콘텐츠책임자)로 공동 창업을 하기로 했다. 장영준씨가 합류하면서 하스 스쿨 출신 또는 버클리 출신의 우수한 실리콘밸리 인재들이 타파스미디어에 합류했다.

 창업진들에 대해 장영준 공동창업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아직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거나 가진것을 모두 버린 사람들이 여기 타파스 미디어에 모였습니다. 공동창업자 김창원 대표님, 자식이 둘이고 멀쩡히 수억대 연봉 받으시던 분이 이 아이디어에 대한 열정 하나, 저와의 신뢰 둘, 이렇게 무기 삼아 회사 때려치우고 새로운 도전에 온 몸을 던졌고,  저는 그 약속에 답하기 위해 학교를 한학기 조기 졸업하고 모든 안정된 취직 자리를 던졌습니다. 우리 웹개발자들 역시 대기업의 기회를 버리고 우리의 비전에 동참해주셨으며, 마케팅 팀은 모두 하스출신의 유능한 제 친구들로서 역시 대기업 자리대신 우리의 프로젝트에 동참해주었습니다. 작가들 역시 모두 출중한 실력이 있으나 대기업이 시키는대로 그림만 그리는 환경보다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우리를 선택해주었습니다. 우리는 모든 다른 기회를 포기하였고, 이제 두 손에 가진것이 없이 시작했습니다. 가진 것이라고 한다면, 열정과 실력에 대한 자신감, 그 두가지 가슴에 품었을 뿐입니다.”

 타파스미디어에서 타파스(Tapas)는 스페인어로 핑거스푼, 또는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소량의 음식을 뜻한다고 한다. 그만큼 사람들이 누구나 쉽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그런 콘텐츠와 플랫폼을 만드는 회사가 되겠다는 지향점이 담겨 있다.

 타파스미디어는 웹툰을 미국에서 서비스하는 전문 포털 타파스틱(www.tapastic.com)을 10월8일 오픈했다. 모바일 앱도 만들었다. 타파스틱의 미션은 우선 2가지. 웹툰 문화가 거의 없다시피한 미국 등 서구 사회에 한국의 시작한 웹툰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대표 플랫폼이 되겠다는 것.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일으키고 이를 선도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한국 작가들의 해외 진출을 도와 한류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보겠다는 것. 타파스틱에는 현재 50여 편의 작품들이 연재 중인데 지금까지 10편의 한국 작품을 선정해 현지에 최적화된 번역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연재를 지원하고 있다. 김 대표는 “타파스미디어의 목표는 타파스틱을 통해 새로운 플랫폼을 제공하고 시장 구조를 개편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김 대표의 별명은, 모두에서도 밝혔듯이 수퍼맨이다. 스타트업과 대기업, 글로벌기업, 벤처기업을 두루 다니며 경험하고 학습한 그가 처음으로 하는 창업은 그의 별명과 가장 잘 어울리는 만화라는 분야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수퍼맨을 포함한 영웅히어로를 앞세운 DC와 마블 코믹스의 수퍼맨 군단과 경쟁해야 할 처지가 됐다. 수퍼맨과 수퍼맨의 대결인 셈이다. 이 정도면 한국의 스타트업 100회째로 손색이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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