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하는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물론 당연히 돈을 벌자는 것이 기본이지만,모두들 돈에 대한 욕심만 갖고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특히 사업을 하면서 세계적인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꾼 사람들이 있다.소프트웨어 업계에는 그런 이들이 제법 있었다.조선,자동차,휴대폰,LCD,하다못해 세탁기,오토바이 헬멧까지..제조업에서는 한국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분야가 많다.그런데 소프트웨어에서는 우리는 아직 세계 무대에서 한번도 힘을 써보지 못했다.이들의 꿈은 이런 어려운 현실에 대한 반작용에서 출발했다.

 얼마전 티맥스소프트가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것을 보면서 다시 한번 소프트웨어 업계의 현실을 생각하며 안타까움을 곱씹었다.세계적인 소프트웨어를 꿈꿨던 IT기업 하나가 또 저물어가는구나.

 소프트웨어란 분야는 한국 기업들에게 유난힌 넘기 힘든 벽이었다.티맥스소프트 뿐 아니라 안철수연구소,핸디소프트,시큐어소프트 등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세계인들이 쓰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겠노라 야심찬 꿈을 꿨지만 아직까지 그 꿈을 이룬 기업은 없다.오히려 무리한 확장을 꾀하거나 섣부르게 해외에 나섰다가 치명적인 손실만 입고 물러나야 했다.SaaS(Software as a service) 시대인 요즘엔 인터넷 상에서 나타난 수많은 서비스들도 같은 꿈을 꾸었지만 대부분 그 꿈을 실현하지 못했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불가능의 영역으로 남아있는,세계적인 국산 소프트웨어라는 꿈을 꾸는 이들이 요즘 속속 재기를 모색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1990년대말 프리챌을 창업하고 자유와 도전을 기치로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회사를 만들려고 했던 전제완 사장은 2002년 주금 가장 납입 혐의로 갑작스레 구속되면서 날개가 꺾였었다.그런 그가 지난해 유아짱이라는 소셜방송 회사를 창업하면서 재기를 선언했다.이 회사는 짱라이브라는 개인 방송 플랫폼을 선보이고 방송홈피라는 개념을 들고 나와 세계 시장을 무대로 한판 승부를 벌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2000년대초 해외 시장 개척에 앞장섰던 김규동 전 핸디소프트 대표 역시 다시 해외 시장을 종횡무진 누비는 꿈을 꾸며 컴백했다.그는 JDF라는 벤처를 창업하고 전세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애니메이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그의 비전은 단순명쾌하다.'세계에서 통하는 비즈니스를 하자'

 시큐어소프트를 창업하고 세계적인 소프트웨어의 꿈을 꿨던 김홍선 대표는 안철수연구소 대표로 컴백했다.안철수연구소를 통해 시큐어소프트 시절 이루지 못했던 꿈을 다시 꾸고 있다.그가 오면서 안철수연구소 역시 이제는 고인이 됐지만 김철수 전 사장이나 창업자인 안철수 박사가 이루지 못한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는 꿈을 다시 꾸는 듯 하다.김 대표가 온 뒤로 이 회사는 글로벌 M&A를 추진하고 보안업체에서 종합소프트웨어업체로 변신을 꾀하는 등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큐어소프트 초창기 멤버로 김홍선 대표와 같은 꿈을 꿨던 이경준씨는 노매드커넥션이라는 벤처 회사를 설립하고 역시 시큐어소프트 시절 이루지 못했던 세계적인 소프트웨어의 비전을 실현하려고 애쓰고 있다.노매드커넥션은 모바일 IPTV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업체다.모바일 분야의 핵심적인 소프트웨어로 세계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 이경준 대표의 생각이다.

 이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이들과 함께 했던 세대들 중 같은 꿈을 꾸면서 다시 도전에 나서는 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세계 시장을 제패하는 소프트웨어. 불가능한 꿈을 꾸는 이들의 새로운 도전이 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까.이들이 공통적으로 외치는 것은 하나다."명예회복도,엄청난 부도 별로 미련없다.세계인들이 우리 제품을 쓰는 것을 볼 수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

김규동 대표는 지금까지 만난 스타트업 대표들과는 많이 달랐다.2000년대 초반 핸디소프트라는 유명 벤처의 CEO를 역임하는 등 산전수전 다 겪어서일까? 차분하지만 힘이 있었고 젊은 세대들이 오히려 감히 갖기 어려운 꿈을 거침없이 말하는 대범함도 있었다.다시 꿈을 꾸는 벤처 1세대라는 점에선 전제완 사장을 연상케하는 부분도 있었다.

 약속한 시간에 나타난 그는 인사만 나누고 바로 회사와 자신의 비전과 관련된 프리젠테이션을 시작했다.간간이 유머를 섞기도 했지만 대체로 진지했고,그의 오랜 경험이 묻어났고 탄탄했다.3시간을 넘겨 대화가 이어졌지만 시간이 부족했다.그의 25년간에 걸친 IT 분야 경력도 대화를 풍성하게 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특히 스타트업에서 누구도 성공을 확신할 순 없지만 그의 발표에선 꿈과 비전이 명확했다.“‘되면 좋고’식의 막연한 비전은 결코 실현될 수 없다.꿈과 비전은 3D 영화보다 선명해야 한다.” 그는 이렇게 발표를 시작했다.아주 오랫만에 느끼는,나직하지만 패기있는 발표였다.

 JDF. Joy,Dream,Fun의 약자인 이 회사의 이름만 들어도 ‘아 뭔가 엔터테인먼트와 관련이 있는 회사구나’하고 짐작할 수 있다.JDF는 여기에 교육을 추가했다.이 정도에서 단순히 에듀테인먼트 회사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김규동 대표가 갖고 있는 비전은 그보다 훨씬 컸다.이 회사 발표 자료에 Beyond Walt Disney라고 써 있듯,세계 시장에서 디즈니를 뛰어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결국엔 그렇게 가야 하겠지만 이 회사는 동화책이라는 교육 콘텐츠와 디지털 애니메이션이라는 분야를 결합,미취학 아동 시장에서 출발점을 찾았다.

 비즈니스는 명쾌하다.동화책을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온라인에서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애니메이션을 가질 수 있는 고유 번호를 부여하는 것이다.예를 들어 ‘오즈의 마법사’란 동화책을 사면 이 회사의 온라인 사이트 플라니닷컴(flaani.com)에서 이용할 수 있는 인증 번호를 얻을 수 있다.내 사진을 이 사이트에 등록하면 내 얼굴을 기반으로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진다.즉 내 얼굴이 들어간 오즈의 마법사 주인공 도로시 아바타가 만들어진다.이 새로운 도로시는 원작 동화와 똑같이 허리케인에 휩쓸려 가고 허수아비,사자 등을 만나는 모험을 겪는다.자신의 얼굴이 들어간 ‘오즈의 마법사’ 애니메이션이 탄생하는 것이다.‘우리 아이가 세계 명작 동화의 주인공이 되는 꿈을 이뤄주는 플라니’ ..JDF가 서비스할 플라니의 소개 책자 첫 페이지에 있는 말이다.

 JDF의 플라니는 동화책을 오프라인에서 판매하는 것이 일차적인 수익 모델이다.동화책을 사면 온라인 애니메이션을 공짜로 얻을 수 있다.동화책 가격은 기존 어린이 동화책 가격대와 동일하게 형성할 계획이다.이왕 같은 값이면 애니메이션, 그것도 자기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애니메이션도 만들 수 있는 동화책을 사는게 훨씬 낫지 않을까?
 생각보다 개발 기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지금까지는 그의 생각대로 진행되고 있다.지난해 말에는 KT가 주최한 벤처어워드에서는 대상을 수상하면서 주목을 받았다.2006년 1월 출범한 지 꼬박 4년만에 외부의 공식적인 인정을 받았다.올 여름부터 그는 제품을 본격적으로 판매할 계획이다.뉴미디어와 방통 융합 상품을 활용해 판매처를 다각화하고 새로운 실험을 할 준비도 끝마쳤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됐나
 “핸디소프트 재직 시절 일본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그때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의 주인공 얼굴에 친하게 지내던 일본인의 얼굴을 대신 넣어서 선물로 보낸 적이 있었다.아주 짧은 동영상이었고 반쯤 장난으로 했는데 그 친구의 반응이 너무 열광적이었다.이런 걸로 사업하면 크게 성공하겠다는 말도 그 친구가 덧붙였었다.한참 잊고 있었는데 2005년 여름 핸디소프트를 나온 뒤 고민하던 중 그 일이 떠올라 2006년 회사를 차리게 됐다.1년 정도 준비 기간을 가지려고 했는데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그만큼 공을 들였다.”

-드라마가 아닌 동화,애니메이션 쪽으로 선택한 이유는
 “어린이,특히 미취한 아동을 대상으로 한 시장이 훨씬 수명이 길고 활력이 넘치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5억명의 순수한 마음을 지닌 어린이들이 전 세계에 있고 매년 5000만명 이상이 새로 태어난다.개인적으론 무엇이 어린이들의 눈을 사로잡을 것인가를 고민하다 어린이들에게 행복한 기억을 남겨주고 싶어서 시작하게 됐다.”

-저작권 관련 문제는 없나.
 “전혀 없다.세계적인 명작 동화의 경우 스토리에 대한 저작권은 소멸된 것들이 대부분이고 창작 동화들의 경우는 저작권자와 협의하면 된다.현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피노키오,걸리버,오즈의 마법사 등 12권을 확보했고 콘텐츠 확보를 위해 여러 회사들과 접촉하고 있다.”

-꼭 책을 구매해야만 즐길 수 있다면 제약이 있을 것 같은데
 “물론 동화책 판매가 다는 아니다.온라인만 이용하려는 고객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도 개발하고 있다.아이패드 등 최근 출시되고 있는 새로운 디지털 기기에 적합한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플라니닷컴을 플랫폼으로 하는(마치 애플의 모델과 같은) 동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의 온오프라인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꿈을 품고 있다.”

-큰 성공을 이미 경험한 바 있는데 왜 벤처를 하게 됐나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인으로서 성공하고 한국 상품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핸디소프트는 국내에서 제법 인정을 받았지만 결국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다.그래서 다시 시작했다.꿈을 펼치기 위해선 자신이 직접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서는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다.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꿈을 이루고 싶다.”

-그럼 미국 시장 공략이 우선인가
 “국내에 한정하지 않고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하지만 미국 우선은 아니다.한국 중국 일본만 합쳐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 형성된다.이미 중국 일본쪽으로는 작업을 하고 있다.국내와 해외를 동시 진행할 계획이다.미국 시장의 경우엔 핵심적인 네트워크에 들어가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으려고 한다.과거 경험상 그들의 핵심부에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만 맴돌면 절대 자리를 잡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상암동 JDF 회의실에서 플라니에 대해 설명하는 김규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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