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일주일 전의 일이다.평소 가깝게 지내는 다른 회사 선배와 저녁을 함께 하게 됐다.처음엔 사람이 몇명 더 있었지만 시간이 조금씩 흐르면서 그 선배와 나만 남아 얘기를 하고 있었다.광화문의 어느 허름한-광화문연가,pianoman 등 옛날 노래가 나오는-바였다.

 기자 생활만 20년 가까이 한 이 선배는 언론 분야 뿐 아니라 인생에 있어서도 대선배이지만 내가 평소 느끼기로는 인터넷이나 뉴미디어에 대해선 큰 관심이 없는 듯 했다.근데 이 선배는 최근 내가 쓴 책을 봤다고 하면서 먼저 얘기를 시작했다.이 선배가 불쑥 던진 질문이 흥미로웠다.

"그런데 원기야,네이버가 언론사를 조만간 인수하지 않을까?"
"왜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니 책 읽다보니 난 그런 생각이 들던데..야,네이버가 언론사 인수하면 파워가 엄청나겠구나.사람들이 지금도 네이버 통해서 기사 보고 네이버를 통해서 다양한 정보를 접하는데,언론사 하나만 제대로된 거 하나 갖고 있으면 거기서 나오는 미디어권력,온라인 파워가 장난이 아니겠구나.사람들의 눈과 귀를 모두 장악하겠구나.이런 생각이 들더라구"
"글쎄요...다음이라면 혹시 몰라도 네이버는 좀 생각하는게 다를 것 같은데"
"그래? 다음은 그럴 가능성이 있어?"
"저도 정확히는 모르죠.그런 소문만 들었기 때문에..하지만 다음이 지향하는 방향을 보면 얼마든지 가능성은 있다고 보는데요"
(사실 2-3년전인가,다음이 한겨레를 인수하려고 검토작업을 했다는 얘기를 업계에서 들은 바 있어서 한 말이었다.물론 결국 철회했다고 했지만)

글로 옮기기엔 너무나 긴 대화가 그 뒤로도 계속 이어졌다.선배는 계속해서 네이버가 언론사를 인수할 것이라고 했고,나는 하더라도 다음이 먼저 할 가능성이 높고,네이버가 설사 인수하더라도 내 생각에는 결코 최선의 선택은 아닌 것 같다는 요지의 말을 했던 것 같다.
(하긴,내가 네이버 속을 어찌 알겠는가? 얘기하다보니 내가 선배를 설득하고 있는 것 같아 결국 대화가 중단되긴 했다)

사실 이런 대화는 기자들이 가진 두려움을 보여준다.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현상에 대한 두려움.기자들이 갖고 있는 특권? 또는 장점? 이런 것들이 하나씩 사라져가는 시대에서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언론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걱정,기자의 미래상은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두려움.

그날 먼저 자리를 뜬 한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정말 궁금하지.궁금해.그런데 걱정만 하고 있는 거지.모르니깐.뭘 좀 알아야 고민도 하고 그러지.사실 제대로 뭘 알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아직은 소수일지 몰라.넌 좀 알겠니?"

기자들은 광범위한 정보를 다룬다는 점,그리고 매체가 주는 신뢰성-이를 부정하는 이들은 코웃음도 안 치겠지만-훈련받은 글쓰기를 통해 절제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었다.하지만 동시에 모든 기자들은 점점 깨닫고 있다.인터넷이 수십억명의 개인에게 열어놓은 수많은 글쓰기와 정보 제공의 기회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자들의 대체제로 부각하고 있는지를.

그들은 개개인으로 따지면 광범위한 정보를 다루지도 못하고,얼마나 정확한지 신뢰도 주지 못하며 따로 훈련을 받지도 못해 글도 엉망인 경우가 많다.하지만 위키피디아를 비롯해 숱한 집단지성,웹20.이 보여주듯 하나하나의 개개인들이 모인 웹의 모습은 기자들의 각 분야의 영역을 떄로 능가할 만큼 무섭게 단련되고 발전하고 있다.누가 시키거나 돈을 주지도 않는데 그들은 서로 교정해주고 데스크를 보며,남들이 모르는 신기한 정보를 열심히 찾아 올려놓는다.

얘기가 약간 빗나간 듯 하지만,그 선배의 의도는 이런 엄청난 힘을 가진 플랫폼을 소유한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또는 인터넷서비스기업)이 언론 권력마저 장악할 때 그야말로 빅브라더가 되지 않겠냐는 우려인 것 같다.무엇보다 그 선배가 보기에 포털사로서는 충분히 시도할 만한 일이지 않겠냐는 것이다.포털에서 들으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사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결코 적지 않다.

물론 나는 같은 현상을 보고 다르게 생각을 했었다.그렇기 때문에 언론사를 인수할 필요가 없을 거라고 얘기한 거였다.언론이 정보 독점력을 지닌 권력기관에서 개개인이 참여하는 새로운 미디어로 변화되는 시기에 더 무서운 것은 포털이 언론사를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새롭게 만들어지는 인터넷,온라인에서의 블로그나 커뮤니티,또는 다양한 표현 방식을 통해 거리낌없이 소통하는 열린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그게 프리미엄 뉴스 서비스일지,맞춤형 뉴스가 될지,전국민블로거 서비스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즉 언론사 입장에선 정보가 완전히 열릴 때를 대비하지 않는다면 과거 정보 장악 또는 콘텐츠 공급 방식의 대응이 결코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지금 일부 국내 포털이 아직 닫힌 방식을 고수하면서 자신들 사이트내에서 만들어진 콘텐츠 위주의 승부로 가는 것이 아직 언론사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 역시 답은 모르겠다.내가 옳다고 생각지도 않고,그 선배 생각이 틀렸다고 말하기도 쉽지 않았다.우리의 그날 대화는 별 결론 없이 끝났다.어차피 무슨 결론을 기대했다기 보다는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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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직원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대로 가다가는 기자들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이 줄어들고, 기자간담회라든지 기자시사회가 특정분야에 유명한 블로거들을 초대하는 블로거간담회나 블로거시사회로 바뀔 여지는 얼마든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형태의 개인화된 언론이 존재하고 검색엔진이 롱테일의 간극을 메꿔주면... 임기자님 말씀대로 굳이 인수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한 번 움켜쥔 권력은 그렇게 쉽게 이동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기존 언론의 보복이 두려워서라도 암묵적인 기자계급의 특권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구요~ 역설적으로 그런 연유로 또 거대 포털이 언론을 인수할만한 것 같기도 합니다~

    2008.11.11 00:22
    • wonkis  수정/삭제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인수 가능성에 무게를 두시는군요.저 역시 이미 2,3년전에 인수 검토를 했던 다음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합니다.현금이 1000억원 정도 있다고 하는데(올 연말께) 그 정도만 해도 지금 힘겨워하는 언론사들에게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을 듯.

      2008.11.11 17:32
  2. 뜬모씨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주 불가능한 상상은 아닐 것 같습니다. 이미 중소매체들(특히 연예관련)은 태터툴즈와 같은 블로그 서비스업체와 '제휴'라는 미명 아래 광고수익을 보장받으며 다음블로거뉴스에 종속되고 있지 않습니까. 블로거뉴스인 줄 알고 보았더니 사실은 어엿한 중소 언론매체의 기사인 걸 알고 포털의 힘이 무섭다는 걸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2-3년 전만 해도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각각의 홈페이지를 찾아가서 보곤 했는데, 요새는 정말 포털 아니면 굳이 찾을 홈페이지가 없더라고요. 이러나저러나 포털의 힘이 장난아니게 세진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네이버보다는 다음이 (의도했건 아니건간에) 적어도 인터넷상에서는 여론장악력이 무섭게 크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2008.11.11 10:35
    • wonkis  수정/삭제

      다음은 여론 장악 능력을 키우면서(말씀하신대로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네이버랑 차별화되는 모습으로 가고 있습니다.그것이 자연스럽게 언론과 결합될 수 있을 듯 합니다.

      2008.11.11 17:33
  3. 포털사이트와 방송사가 결합한다면?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를 들어 인기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이나 TV 토크쇼(스펀지 같은 경우), 토론 프로그램 같은 것들은 포털 사이트 내에 별도의 게시판을 만들어 놓는 경우도 많은데, 포털 사이트의 카페나 블로그 기능 등을 활용해서 방송사의 프로그램 홈페이지처럼 활용한다면... 혹은 드라마 같은 데서 나오는 소품이나 OST 등을 파는 쇼핑몰을 만든다든지 한다면... 재밌을 것 같군요. 방송에 대한 시청자와 청취자의 참여를 많이 높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2008.11.11 13:09
  4. 테리  수정/삭제  댓글쓰기

    포털이 언론사를 인수하는 순간 포털저널리즘은 사라지고 인터넷매체중 원오브뎀이 되지 않을까요?

    2008.11.11 15:03
    • wonkis  수정/삭제

      포털 저널리즘이 뭔지 분명치 않긴 합니다만,만약 언론사를 인수한다면 성격이 달라질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2008.11.11 17:34
  5. 바보천사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음미디어는 언론에 대한 야심이 있는 건 분명 해 보입니다.
    포털이 언론을 인수한다! 반대로 언론이 포털화 될 수도 있겠습니다.
    포털이 언론과 합력사 관계까지는 괜찮다고 생각되지만 만약 포털이 언론사가 된다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있을 듯 합니다.
    다음과 네이버.
    또다른 조선일보와 경향신문이 될까요?

    2008.11.11 17:13
  6. 글쎄요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히려 현정부의 인터넷 포털 장악 및 압박 전략의 일환으로
    포탈을 언론사로 몰고 있으니
    포탈 입장에선 이러나 저러나 언론사 취급이라면 진짜로
    언론사 인수하서나 설립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닌걸로 보이는군요.

    2008.11.11 21:43
  7.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08.11.13 21:03
  8. 도이모이  수정/삭제  댓글쓰기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 같네요. 다만, 다음은 명박이에게 상당히 찍혀 있는 상태이며 언론사들과 관계가 상당히 나빠져있는 상태여서 복잡하게 고민할 것은 많이 보입니다.

    2008.11.16 16:27
    • wonkis  수정/삭제

      맞습니다.아마 그런 점도 고려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2008.11.16 22:22
  9.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08.12.03 18:42
    • wonkis  수정/삭제

      역시 그런 논의에 대해 잘 아시는군요.그런데 일부 분들은 이런 논의에 대해 터무니없는,머리 속으로 상상만 한 것을 함부로 쓰지 말라는 지적도 하시더라구요.여러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저 역시 님 의견에 상당히 동의하고 있기에 이렇게 글을 써 본 겁니다.저 역시 기자의 변화라던가 언론사의 변화에 대해선 워낙 하고 싶은 얘기들이 있지만,사실 좀 얘기를 벌리기에 엄두가 나지 않기도 하고,스스로 정리가 좀 됐는지 자신이 없기도 하고 그렇네요.
      글을 쓰기 위해선 참으로 수백번 수천번 생각을 해서 정리가 돼야하는 걸 새삼 절감합니다.

      2008.12.0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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