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20대에 접어든 이후 나름의 개똥 철학이랍시고,이런 기준을 갖고 있었다.

1.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2.그런 사람을 변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사랑'이다.

훈련도 아니고,질책도 아니고,칭찬도 아니고,교육도 아니고,오직 진실한 애정,사랑만이 사람을 변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서 나름대로 깨달은 것 같았다.(남녀간의 사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30대가 되고 나서 언제부턴가,명제 1과 명제 2 사이에 아주 큰 간격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뭔가 두 명제를 이어주는 조건이 없으면 둘은 절대 만날 수 없는 너무나 멀리 떨어진 존재가 되는 것이다.두 명제를 각각 하나의 별이라고 한다면 수백만 광년이나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래,사람을 변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사랑이라고 치자.그런데 사람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다는 거지?

지금까지 내가 발견한 답은 '용기'다.한때 나는 그것이 '희생'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기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기에 '희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요즘엔 '용기'가 더 중요한 것 같다.희생 역시 용기 없인 안되기 떄문이다.

위의 명제에서 '사람'이라는 단어에 꼭 다른 사람을 떠올릴 필요는 없다.나를 집어넣으면 생각하기 편하다.나는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그런 나를 변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사랑이다.

그럼 누가 나를 사랑해야 나는 변할 것인가? 부모님,배우자,형제,친지,친구들,은사님 등 다양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아닐까?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어찌 남이 나를 사랑하겠으며,내가 변화될 수 있겠나?

그런데 내가 나를 사랑하기란 항상 쉬운 일만은 아닌 것 같다.돌이켜보면 잘못한 결정에 대해 후회하는 경우보다 내가 스스로에게 떳떳치 못했을 때 후회하는 일이 많은데,그런 경우 대부분은 내가 나를 온전히 사랑하지 못해서인것 같다.그리고 100이면 100 원인은 '용기'가 없어서였다.

부족한 자신을 감싸안기 위해서도,실패한 뒤에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도,아픈 가운데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서도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사랑이고 거기서 핵심은 '용기'였던 것 같다.

자신을 변화시키는 일에 대해 얘기했지만,사실 난 요즘엔 아예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용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필요한 용기의 정도는 다르겠지만,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에 있어서도,하지 않던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에 있어서도,남들이 뭐라고 해도 나의 길을 가는데 있어서도,나만 혼자 딴 것을 하는데 있어서도,사람들과 생긴 갈등을 풀어나가는데 있어서도,자신의 부끄러움을 고백하는데 있어서도,일상 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사실 나는 용기가 있는가,없는가를 시험받고 있는 것 같다.

내가 하루하루의 생활에서나 내가 세운 여러가지 계획들,살면서 치르는 시험들 중에서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보다는 내가 얼마나 용기있게 대처했느냐가 훨씬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가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이다.

청춘은 곧 정열이라지만,정열 역시 용기가 없으면,담대함이 없으면 실천되지 않는 공허함뿐이다.

하지만 나도 어렴풋하게나마 안다.하루하루 생활 가운데 용기를 내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내가 자신을 돌이켜보고 가장 큰 후회의 눈물을 흘릴 때는 비겁한 행동을 했을 때임을.그렇기에 더더욱, '용기'가 있다면 세상은 살아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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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봉이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어렵네요..
    하루하루 용기를 낸다는것.. 하루에서 수백번 바뀌는 생각들을 바로 잡아줄 수 있는 용기말이죠..

    매일같이 생각합니다. 아직 많은 나이를 먹진 않았지만 취직에 허덕이거나 아직까지 자신이 가야하는 길을 모르고 시간만 낭비하는 이들을 볼때마다 이것이 지금의 내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주위의 말들을 무시할 순 없지만, 자신이 처한 환경이나 주위사람들의 말때문에 너무 쉽게 흔들리는게 사람의 마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용기라는 단단한 뿌리가 땅 속 깊숙히 내리고 있다면 달라지겠죠.

    2008.12.07 17:18
    • wonkis  수정/삭제

      ㅎㅎ 제가 글을 쓰면서 풍긴 분위기가 그대로 기봉이님에게도 전달된 듯 하네요..

      2008.12.08 14:03
  2.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임기자님 블로그에서 제일 멋진 글을 발견했어요.
    최곱니다. ㅎㅎ

    용기없는 사랑은 거짓입니다. 말뿐인 사랑. 행동이 없는 그림자 같은 사랑이죠.
    결국 남들이 하는 사랑을 따라하다가 포기하게 됩니다.

    전 사랑이 제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적도 있는데요.
    어느날 용기가 났어요. 스스로 놀랄 정도였죠.
    그래서 지금은 임기자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믿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이니까요. 힘은 바로 자신의 마음에서 오고
    그 마음은 용기에서 온다. ㅎㅎㅎ 이런 생각이 드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담에 뵐때 책 몇권 가져갈꼐여 ^^

    2008.12.08 16:37
    • wonkis  수정/삭제

      하하 이런 과찬을....간만에 소개할 내용이 궁금합니다.저는.

      2008.12.10 00:22
  3. 꼬날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살면서 끊임없이 해야만 하는게 '선택' 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선택'에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재미'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임기자님 글을 읽고 보니 결국 그 모든 것에는 '용기'가 따를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

    2008.12.0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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