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등급위원회(게임위)의 도덕적 해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게임위가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등급위원의 자질에 관한 문제부터 게임위 퇴직자의 부적절한 행위,게임업계와 등급위원의 사사로운 만남 등 구성원,조직,심사 과정에 이르기까지 게임위가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음을 드러내는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발단은 게임위 정책심의지원팀장을 지내다 지난 7월 퇴직한 이 모씨가 지난달 27일 언론사에 실명 제보를 하면서 비롯됐다.당시 이씨는 “게임위가 명백한 근거 없이 법정처리기한(15일)을 넘겨 심의를 지연하면서 몇몇 업체로부터 급행료 5000만원을 제의받았다”며 “게임위가 업계에 피해를 끼치고 불법행위가 생길 수 밖에 없는 행정 편의주의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이때만 해도 ‘법정 처리 기한인 15일을 지켜야 비리가 근절될 수 있다’는 주장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지난 6일 정동배 게임위 등급위원이 아케이드 게임 업체 ‘골드드림’의 실제 사주라는 손 모씨와 이 모가 자신에게 3백만원의 뇌물을 전달하려 했다고 긴급 기자회견을 열면서 사건은 급진전했다.

 정 위원의 이날 발표에 따르면 이모씨가 저녁에 전화를 해 한번 만나자고 했으며,이 만남에는 등급을 부여 받았다가 위변조돼 등급 부여가 취소된 골드드림이라는 게임업체 실제 사주 손 모씨가 동석했다.자정을 넘은 시각,2차 자리는 호프집에서 가졌는데 2차에는 정 위원의 아들이 함께 나갔었고 2차가 끝날 무렵 손 모씨라는 사람이 치킨 상자를 건네줬고 이를 받아 냉동실에 보관했다고 한다.며칠이 지나 아는 사람이 정 위원의 집에 와 치킨 상자를 열었다가 300만원 현금이 들어있는 것을 보고 정 위원에게 알려 정 위원은 즉시 이를 손 모씨에게 돌려줬다고 한다.

  정 위원은 “뇌물을 알게 된 시점에서 즉각 돌려줬으며 두 사람을 뇌물공여혐의로 사법당국에 고발했다” 면서 “이 과정의 일부 부적절한 처신에 사과드리며 책임을 지고 게임위 위원직을 사퇴한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이 모씨는 “그날 만남에 손 모씨라는 사람은 동석하지 않았고 다만 골드드림 관계자들이 배석했다”며 “골드드림측과 정 위원의 만남을 주선하긴 했지만 뇌물건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이 공방을 지속하면서 게임위의 구조적 문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보도자료에서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라고 한 정동배 위원은 2년전 면직된 것으로 드러났다.서울디지털대학교측은 “소송중이라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 정씨가 심각한 문제를 일으켜 2년전 면직됐다”고 밝혔다.게임위측은 “등급위원 결정은 추천 기관과 문화부의 소관이므로 게임위 관할이 아니다”며 “추천 기관과 문화부에서는 정씨가 교수에서 면직된 것을 알고 있지만 전문성 등을 높이 사 임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게임위는 뒤늦게 보도자료를 정정했다.하지만 지난해 10월 게임위 출범 당시 정씨를 등급위원으로 추천한 게임학회는 “정씨가 면직됐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답변했다.

 게임위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15일의 심의 기간을 위배하고 있다는 것도 드러나고 있다.이 모씨는 “가위바위보게임,베리인터레스팅포커 등은 접수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심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게임위측은 “비경품 아케이드 게임 심의 지연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회,해당 업체 등과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심의 지연은 인정한 셈이다.

 심의가 취소된 게임업체 관계자와 등급위원이 한밤중에 은밀하게 만나고 이 만남을 게임위 전 정책심의팀장이 주선해주는 부분은 게임위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자정이 넘은 시간에 정동배 위원이 골드드림 관계자와 만나 이들이 전해주는 뇌물이 든 ‘상자’를 받아가는 장면도 납득하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이런 일련의 사태들이 무소불위 규제 기관인 게임위가 갖는 근본적인 한계임을 지적하고 있다.‘규제’라는 막강한 힘을 지녔지만 견제할 수단이 전혀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지난해 바다이야기 사태에서 드러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비전문성과 도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게임위가 탄생했지만 10개월여만에 또 다시 비슷한 문제가 터졌다.

 즉 규제 기관은 게임 업체의 생사 여탈권을 쥐고 있을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보유한 반면,이를 견제할 수단은 거의 없고,게임업체들 중에는 심의를 받지 못하면 당장 내일이 없는 회사가 태반이며 이 때문에 심의를 받기 위해서라면 거금을 쓸 준비가 돼 있는 기업이 많다는 것이다.이렇게 되면 게임위 위원들이 아무리 청렴한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업체 사람들이 아무리 순수한 의도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각종 유혹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일본,미국 등에서는 이런 점을 우려해 업계가 주축이 된 민간 기구가 게임 등급을 관장하고 있다.일본의 ‘CERO’가 대표적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게임위 내에 윤리위원회가 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반면 게임업체들 중에는 심의 통과를 위해서라면 수억을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막강한 힘을 가진 위원장을 포함한 등급위원을 견제하는 확실한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이런 사건은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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