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NHN에서 ‘책 읽기 캠페인’의 일환인 학교 도서관 만들어주기 행사 취재차 제주도에 함께 가자는 말을 들었을 때는 걱정이 먼저 앞섰다.
 “음...기사 쓰기가 쉽지 않을텐데..”

아무래도 NHN이 이런 것을 잘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행사가 구성될 것이 뻔하고 그걸 거창하게 포장하기란 참으로 낯간지러운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었다.그래도 공식적인 행사에는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신조이기도 하고,예전부터 NHN 채선주 실장이 도서관 행사 때문에 지방을 갈 때마다 나도 한번 같이 따라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데다,또 한편으로는 네이버의 이런 면을 한번 봐두는 것이 내 책에 실린 콘텐츠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참여하기로 했다.

 원래 같이 가기로 했던 타사 기자들이 10명이나 빠지면서 전체 인원이 확 줄었고(개인적으로는 소수가 움직이는 걸 훨씬 좋아라하지만) 이 캠페인을 총괄하고 있는 권혁일 이사도 급한 일정이 있어 못 온다고 해서 출발 전에는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 것이 사실이었다.그러고 보니 왠지 떠나기 전에는 분위기도 좀 가라 앉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3가지 결정적인 이유 때문에 제주도에 도착하자마자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우선 NHN과 함께 학교 도서관 짓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사단법인 ‘작은 도서관을 만드는 사람들’을 이끄는 김수연 목사의 존재 때문이었다.그리고 마치 동화 속에 나올 것 같은 학교의 모습,그리고 거기서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때문이었다.

 정말 아름다운 학교였다.서울엔 이미 눈이 내렸다는데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토산 2리에 위치한 토산초등학교 운동장 위로는 천사들이 이 지역에만 빛을 모아서 쏘아주는 듯한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동행한 한 기자가 장탄식을 했다.“학교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


<토산 초등학교 입구에서 바라본 풍경>

 마치 그림책을 펼쳐놓은 것 같았다.실제로 아이들이 이 학교를 다닌다기 보다는 영화 촬영을 위해 세트장을 만들어놓은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하지만 거기서 아이들은 분명 교실 교실을 뛰어다니며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PC를 통해 인터넷을 이용하고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있었다.


<책 읽는 버스에서 책을 보는 어린이들>

 초등학교 어린이들 틈에 섞여서 책을 고르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문득 나도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그 중에 한 명,마르고 까무잡잡하고 왠지 소심해 보이는 한 어린이의 모습이 바로 나였다.그 시절의 나처럼 이들도 이 학교에서 자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문득 눈물이 났다.나는 그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어떤 꿈을 갖고 누구와 함께 시간을 보냈을까.이 어린이들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평소에 전혀 올 일이 없었던 초등학교를 와 보니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있었다.그 학교가 생면부지의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나는 초등학교 시절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울산의 한 시골 초등학교를 다녔지만 그냥 어슴푸레하게 담임 선생님의 얼굴만 그려졌다.내가 학교에서 더 많이 책을 접하고,훌륭하게 살아간 사람들의 경혐을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고,세상이 굉장이 넓고 다양한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책을 통해 더 많이 배웠다면 난 좀 다른 사람이 돼 있지 않았을까.

<책 읽는 버스>

 그렇게 생각이 미치니 ‘작은 도서관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런 활동이 참 의미있게 느껴졌다.이를 지원하는 NHN도 다르게 보였다.아울러 NHN이 단순히 홍보 목적으로만 이런 행사를 진행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게 됐다.책을 읽는 것은 꿈을 주는 행위이고 이런 행위들은 사실 여기에 있는 이 어린이들의 미래를 송두리째 바꿔 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

 김수연 목사님과 나눴던 대화가 계속해서 귓가에 남았다.

 “보통 책을 읽으라고 어른들은 쉽게 말합니다.하지만 어린이들이 책을 읽을 환경이 돼 있지 않습니다.어린이들이 보다 더 많은 책,좋은 책을 접하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우리의 미래는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을 겁니다.
 우리는 서양 세계의 문물을 받아들이고 그들이 이룩한 결과를 많이 따라했습니다.하지만 그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과정에는 신경쓰지 않습니다.그들이 그런 문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어린 시절부터 책을 읽고 생각하고,상상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기 때문입니다.인터넷에 정보는 많습니다.하지만 거기서 사람들이 생각을 하지는 않습니다.어린이들은 책을 읽고 꿈을 갖고 상상을 하면서 자라납니다.

 책 속에 길이 있다.이것이 정말 흔한 말입니다.하지만 이것을 실천하는데는 인색합니다.인생을 살면서 정말 어려운 것은 지식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지식을 습득하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계속해서 실천하면서 내가 얻은 지식을 삶에 적용해야 하는 것,이것이 인생인 것 같습니다.시행착오를 줄이고 보다 바르고 가치있게 살기 위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죠.그런데 우리는 평생 지식을 그냥 습득하는데만 시간을 다 바칩니다.어린 시절부터 책을 읽고 그것을 삶에 적용하는 훈련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죠.우리가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을 이 어린이들에게 그대로 물려줘야 되겠습니까?”

<어린이들에게 강연하고 있는 김수연 목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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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혜진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저는 왜 그 자리에 가보지도 않았고(더군다나 일년도 더 넘게 지난 일인데!)
    기자님 글로 읽고 있을 뿐인데
    기자님이 눈물이 났다는 부분에서 저도 순간 울컥할까요... ㅎㅎㅎ

    저 역시 초등학교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생각해 보네요...

    2009.03.02 17:56
    • wonkis  수정/삭제

      남겨주신 댓글 덕분에 저도 다시 예전 글을 돌이켜봤습니다.고맙습니다.

      2009.03.03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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