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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죽음

夢幻泡影-삶과 꿈,살아가는 이야기 2008. 9. 18. 17:03 Posted by wonkis
두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두 사람의 삶은 정말 대조적이었다.

 한 사람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사람이었다.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된 집 한 채는 고사하고 차,번듯한 양복 한벌 없는 사람이었다.그는 살면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이라는 것과는 가장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도 제대로 나오지 못했고 평생 돈 걱정없이 살아본 날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아니 그가 걱정했다기 보다는 그의 가족들이 걱정했다는 것이 맞다.그는 천성적으로 낙천적인 성격이어서 별로 그런 걱정을 하지 않고 살았다.
 그렇다고 밖으로 돌거나 도박을 하는 등 나쁜 버릇이 있는 건 아니었다.그는 분명 겉으로 보기에 소시민이었다.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자식들을 낳은 아버지였던 그는 집안에서는 평범하고 무능력한 아버지였다.실패와 무능력으로 점철된 그의 인생에서 유일한 성공이 있다면 그의 자식들이 모두 훌륭하게 장성했다는 것이다.두 자녀 모두 그도 제대로 나오지 못한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부모를 부양할 만큼 경제력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그는 자식들의 보살핌을 받을 복도 없었다.자식들이 성장해 그를 모실 만한 상황이 됐을 때 그의 생명이 다했다.
 평생 넉넉하게 살아오지 못한 그의 장례식에는 사람들도 별로 오지 않았다.그 흔한 화환 하나 그의 이름 앞으로 보낸 사람이 없었다.그의 존재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찾아온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진정으로 슬퍼하고 애도했다.그로부터 어떤 금전적인 도움도 받아본 적 없었지만 그의 존재 자체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던 이 소수의 지인들은 장례식 기간 내내 빈소를 지키며 그의 명복을 빌었다.

 다른 한 사람은 세상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큼 부와 성공을 이룬 사람이었다.그는 유복하지 않은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불굴의 의지와 끊임없는 노력으로 엄청난 부를 손에 거머쥐었다.자신 뿐 아니라 그의 자식,일가친척까지 모두 평생을 다 써도 못 쓸만큼 부를 축적했다.
 그는 나이 70이 넘을 때까지 매일 5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았다.잠자는 시간은 죽는 시간이라는 것이 그의 모토였고 매일매일 끊임없이 자신을 혁신하며 살아왔다.모든 것이 그의 통제 아래 있었고 그는 자신의 손에 한번 들어온 것을 놓지 않았다.
 사업도 번창했고 주식투자,부동산투자,채권,저축,보험,펀드 등 모든 투자에서 그의 사전에 실패란 단어는 없었다.세상을 뜨는 그순간까지 그는 자신이 투자한 주식과 부동산 가격을 걱정하고 다음 투자를 고민했다.그는 모든 사람을 만나 오로지 성공에 대한 이야기만 나눴다.
 자신의 명예와 부를 축적하는 데는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았고 실패란 것을 모르고 살아온 그의 인생에서 유일한 실패는 가족이었다.
 그의 자식들 중 그가 바라는 대로 성장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그는 자식도 여럿 낳았지만 그 많은 자녀들 중 그가 그토록 원했던 대학 교육을 자신들의 힘으로 제대로 마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그는 평생 자녀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으며 결국 자녀들과는 거의 담을 쌓고 가정에서는 철저하게 고립된 사람으로 살았다.
 그는 결국 자식들을 믿지 못했다.그가 이룩한 엄청난 부에 대해서도 그는 가족 어느 누구에게도 한번도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모두 열심히 주어진 삶을 살았다.하지만 두 사람의 공통점은 우연히 비슷한 시기를 살았다는 것과 이제는 삶을 다했다는 것 뿐이다.너무도 다른 삶을 살았지만 두 사람 모두 이제는 한 줌 재가 되가 다시 흙으로 돌아갔다.

 두 사람의 삶과 죽음을 보면서 나는 톨스토이가 던진 명제를 다시 생각하고 있다.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사람이 죽을 때까지 알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그리고 그토록 고민하고 치열하게 살아온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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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자식들과 시간을 같이 보내지 않는 부모에 대해 전 점수를 주고 싶지 않네요.^^
    오늘도 좋은 하루되세요 .

    2008.09.19 10:53
  2. 전직원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구인인데, 슈퍼맨으로 살아야하는 현실이 저도 안타깝습니다...
    다 잘해야 한다는... 흑~

    2008.09.22 10:43
    • wonkis  수정/삭제

      그래도..그런 사람은 아마 없겠죠? 아마 그럴 겁니다

      2008.09.22 10:53
  3. 도이모이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는 것이 그때 그때 행복한 것이 최고이죠. 행복과 성공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거 같아요 :)

    2008.09.26 18:14
    • wonkis  수정/삭제

      요즘엔 행복하다는 것이 무엇인지,잘 모르겠습니다.

      2008.09.29 08:34
    • 도이모이  수정/삭제

      제 짧은 생각으로는 현대 사회에서 행복은 무엇을 얻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버리냐인거 같습니다. ^^

      2008.09.29 17:12
    • wonkis  수정/삭제

      참...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말씀입니다.

      2008.10.09 14:07
  4. 이명진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직 어리지만 삶에 대한 큰 물음표를 주는 글이였습니다.
    사람 냄새나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2008.09.28 23:18
    • wonkis  수정/삭제

      ㅋㅋ ㅋ 제가 좀 냄새가 많이 납니다..반가와요 명진씨

      2008.09.29 08:35
  5. 진성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니깐 결국 로그인하게 하네..라는 통속적인 말을 하고 싶게 합니다. 자식들에겐 자식들의 삶이 있다고 자식들의 삶을 방치하고 후자의 삶을 선택하고 죽을둥 살둥 살고 있는 나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2008.12.18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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